호 이달의 기사 전체보기

고3, 예비 사회인이 되기 위한 준비기

경쟁에 지친  아이들 보듬는  학년말  프로그램 필수




01 일생에서 가장 편한 마음으로 미래 준비하는 시간


   매년 수능시험이 다가오면, 관련 이슈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올라오고, 수능을 경험한 국민들은 저마다의 잊을 수 없는 썰을 풀며, 그 시절을 추억한다. 유난히 추웠던 수능 한파, 경찰 오토바이로 긴급 수송된 수험생, 수험장에 들어가기 전 큰절을 올리는 수험생, 국가의 교통망을 정지시키는 영어 듣기평가 등등. 이렇듯 수능일은 수험생들이 대한민국의 주인공이 되는 날이다. 그런데 수능을 경험한 대다수의 국민들은 수능 시험장의 긴장감과 해방감을 주로 기억하지만, 일생에 있어서 가장 편안하게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그 시간은 잊고 살아간다. 바로 수능 이후 고3의 시간이다. 대부분의 학교는 수능 이후의 오후 수업을 수능 이전에 미리 당겨서 진행하거나 수능 이후 정규수업을 수능 이전의 창의적 체험활동시간에 실시해 오전만 운영하는 탄력적 학사운영을 하고 있다. 하지만 남은 수업일수를 채우기 위해 고3 학생들은 이 시간을 느슨하고, 무의미하게 보내는 경우가 많다.

  수능 이후 알찬 학사운영에 대해 논하기 위해서는 고3 학생들을 이해해야 한다. 아이들이 처한 상황과 가장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물어보고, 들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사실은 우리는 고3에 대해서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극도의 긴장감과 스트레스, 인생의 모든 것을 하루의 시험에 건다고 생각할 만큼의 처절함, 그것들의 이면에는 끝없는 ‘경쟁심리’가 있다. 심한 경쟁은 인간을 피폐하게 만든다. 따라서 고3 아이들의 상처를 보듬어 주고, 어루만져줄 만한 교육 프로그램 운영이 필요하다. 또 모두가 똑같은 정답을 찾는 5지 선다형 시험으로는 4차 산업혁명시대의 창의적, 창조적, 혁신적 인간으로 성장할 수 없다. 이 부분도 간과할 수 없다. 즉 회복교육과 미래교육 측면으로써의 수능 이후 알찬 학사운영의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02 아이들이 원하는 배움을 체험하는 기회로


  먼저 전국의 모든 고3 교실의 공간혁신을 제안하고 싶다. ‘지금 공부 안 하면 10년 뒤 남편의 얼굴이 바뀐다.’

  ‘부모님이 보고 있다.’ 등 자극적인 급훈을 떼 버리고, 수능 다음날 반 학생들과 함께 졸업 때까지 함께 할 급훈을 만들어보자.

   ‘수고했어. 너는 소중한 존재야.’ ‘아무도 널 탓하지 않아. 이제 함께 행복하자’와 같은 급훈은 어떨까? 새 급훈을 달고 나서는 우리 교실의 공간을 아이들만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재구성해보자. 책걸상을 밖으로 내보내고, 부드러운 바닥 매트, 화사한 벽지로 바꿔가며 교실을 배우는 공간이 아니라 생활하는 공간으로 바꿔보는 것이 좋겠다. 간단한 공간의 혁신에서 아이들의 창의력과 상상력이 구현되며, 이전까지의 획일적, 통제적 공간을 타파하는 상징적 의미도 있다.

  아이들이 원하는 배움 활동도 제공할 필요가 있다. 메이크업·뷰티 수업, 체육활동, 나아가 패션 수업과 퍼스널 트레이닝 혹은 바디 디자인 수업을 통해 자신을 소중히 가꾸며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단순한 강의식 수업에서 벗어나 체험과 참여형 수업이 되어야 할 것이며, 발표를 통한 자기표현 기능을 발휘할 장을 마련해 주면 좋겠다. 가령 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티셔츠 패션쇼나 2월 졸업 전까지 몸짱 선발대회 등 건전한 경쟁심의 여지도 남겨두면 좋겠다.


03 성년 앞두고 올바른 가정관, 경제관 필요


  고3 학생들은 성년을 앞두고 있어, 대한민국의 건전한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한 민주시민교육의 강화도 필요하다. 성 인지 교육과 더불어 부모교육, 장애이해 교육, 유권자 교육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특히 우리나라의 부모교육은 결혼·출산을 앞두고 있을 때 주로 개인의 선택에 의해 교육을 받는 경우가 흔하지만 국가 차원에서 운영되지는 않는다. 건강한 가정에서 굳건한 국가가 나오듯이 올바른 가정관을 심어주는 체험 프로그램이 특히 이 시기에 절실하다.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활동도 필요한데, 고3 못지않게 느슨해지기 쉬운 학년이 중3이다. 인근 중학교와의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고3 아이들의 학교생활 노하우를 전수하고, 그 과정 속에 고3 학생들의 자기효능감이 상승했으면 좋겠다. 우리 마을의 문제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개선점을 찾고 봉사활동으로 마무리하는 단기 프로젝트 운영도 필요하다. 지역사회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것이야 말로 혁신적 인재 탄생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졸업과 동시에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학생들을 위한 경제교육도 필요하다. 예비 사회인으로서 합리적인 소비와 신용관리, 종잣돈 만들기 등 실생활에서 현명한 금융생활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창업과 메이커 교육이다. 미래사회는 창의성을 갖춘 스타트업 기업이 성장하는 시대다. 수능을 치른 학생들은 상급학교에 진학하여 심화된 학문을 연마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인재로 성장한다고 말할 수 없다. 과도한 스펙 쌓기와 또 다른 경쟁의 출발점 앞에서 선 고3 학생들에게 색다른 도전과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창업교육에서부터 시작한다. 메이커 교육은 아래 협업체계를 바탕으로 운영되어야 하는데, 가장 힘든 시기를 함께한 친구들과 함께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것 자체가 미래사회에서 요구하는 집단 천재성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04 고3 수능 이후 알찬 학사운영은 선택 아닌 필수

  다양한 수능 이후 알찬 학사운영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였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학생들의 동기유발이다. 우리 아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지속되어온 학교라는 네모난 굴레 속에서 수능 이후 최고의 동기 상실을 맛보고 있을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학부모와 교사의 따뜻한 말 한마디와 관심으로 꺼져있던 동기의 불꽃을 살려줄 필요가 있고, 근본적으로는 수능 이전에 이미 수능 이후의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만들고 안내되어야 할 것이다.

  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다. 수능을 마친 고3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거북목이 될까 염려스러울 만큼 폰 게임에 열중하고, 몇십 편의 영화가 끊임없이 재생되고, 그것도 아니면 숙면을 취하다가 가는 무기력한 학교, 그것 또한 12년간의 고생의 대가로 허용되고 눈감아주는 학교, 그런 학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훌륭한 교사들의 아름다운 바통터치를 통해 8세의 아이를 19세까지 잘 키웠다. 교사로서의 마지막 임무, 대한민국의 멋진 성인으로 완성시키기 위해 고3의 수능 이후 알찬 학사운영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열람하신 정보에 만족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