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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과 디지털 시민성

글_ 김아미 경기도교육연구원 부연구위원


  미디어는 이제 우리의 일상을 이루는 중요한 환경이 되었다. 연구를 위해서 어린이·청소년을 만나면, 그들은 더 이상 ‘미디어가 뭔데요?’라고 묻지 않는다. 미디어가 단순한 테크놀로지 혹은 도구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일상의 일부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미디어를 둘러싼 여러 공간들에서 어린이·청소년은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있다. 영상과 글, 이미지, 하이퍼 링크 등 다양한 표현 양식을 결합하여 소통하고 있기도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깊이 찾아보고 몰입하기도 하며, 흥미를 공유하는 사람들과 커뮤니티를 형성하여 활동하고 그들과 사회의 변화를 촉구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어린이·청소년은 기성세대가 알지 못하는 위험을 겪기도 하고 새로운 역량을 함양할 기회를 얻기도 한다.

  이처럼 미디어 기반 환경 안에서 건강하고 즐겁게, 나의 권리를 침해받지 않고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며 생활하는 능력이 중요해졌다. 이러한 능력, 다시 말해 미디어 환경에서 활발히 소통하고 생활할 수 있게 하는 다양한 능력의 결합을 우리는 미디어 리터러시라 부른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중요하다

  미디어 환경에서 소통하고 생활하기 위한 능력인 미디어 리터러시는 비단 어린이·청소년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미디어 환경은 계속 변화하고 있고 미디어가 우리의 삶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디어 리터러시의 함양은 생애전반에 걸쳐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와 함께 우리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필요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지금의 어린이·청소년을 ‘디지털 세대’라 부르며 당연히 영상이나 디지털 미디어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세대라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디지털 세대’인 아이들을 만나보면 그들 안에서도 경험의 차이,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자원의 차이, 능력의 차이가 큰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지금의 미디어 환경, 특히 인터넷 기반의 여러 디지털 미디어 공간은 어린이와 청소년의 권리 보호를 고려하며 구성된 공간이 아닌 경우가 많다. 상업주의에 기반을 둔 디지털 미디어 공간이 활성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권장연령에 해당하지 않는 미디어 이용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중요성과 필요성은 더 강조할 필요가 없을 정도이다. 교육의 장, 특히 학교 교육에서 아이들이 경험하는 미디어에 대해 함께 논의하고, 아이들 사이의 미디어 격차를 줄여서 디지털 시민으로서 활동하게 되는 어린이·청소년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나, 미디어 환경에서 필수적인 ‘핵심 개념’ 가르쳐라
둘, 성찰 중심 교육이자 질문 중심 교육이 되도록 가르쳐라
셋, 디지털 환경에서 어린이·청소년의 ‘권리’도 가르쳐라


미디어 이용자에서 생산자로 성장

  흔히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라 하면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읽어내고 평가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집중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전통적으로 읽기와 쓰기 교육을 모두 강조하고 있다.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읽는 능력을 가진 학습자는 자신만의 콘텐츠를 더 잘 만들어낼 수 있고, 동시에 미디어 콘텐츠를 만들어본 경험을 토대로 미디어를 더 깊이 읽어낼 수도 있다. 이는 교육 참여자를 미디어를 이용하는 이용자로서뿐 아니라 미디어를 만들고 미디어 환경 조성에 기여를 할 생산자로 여김을 의미한다.


[미디어 체험]


[미디어 제작 체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무엇을 가르쳐야 하나?

  그렇다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한다고 할 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현장 교육자를 만나 이야기해보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필요성에 동감하지만 선뜻 교육을 시도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그리고 내가 그것을 가르칠 수 있는 전문성이 있는지에 대한 우려 때문인 경우가 많았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미디어 전문가만이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랫동안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혹은 미디어 교육을 진행해 온 영미권 국가의 사례를 보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다루어야 할 ‘핵심 개념’들을 중심으로 교육을 진행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특정 미디어 장르나 테크놀로지에 대한 구체적 지식을 전달하는 방식보다, 미디어 환경에서 필수적으로 알아야 하는 핵심 개념을 중심으로 교육을 구성하는 방식을 택함으로써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응하고 학생들의 미디어 경험을 교육으로 끌어들일 수 있게 하는 교육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핵심 개념은 미디어 텍스트(콘텐츠)와 미디어 맥락(context, 즉 미디어가 생산, 유통, 소비되는 맥락)에 대한 것으로 나누어진다. 미디어 텍스트와 관련된 핵심 개념은 ‘재현’과 ‘미디어 언어’인데, 각 개념을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재현’은 모든 미디어는 누군가의 관점이 포함되어 있는 선택의 결과임을 의미한다. 둘째, ‘미디어 언어’는 모든 미디어 콘텐츠는 이미지, 소리, 영상, 속도 등 다양한 요소가 결합되어 메시지를 전달함을 의미한다.

  미디어 맥락과 관련된 핵심 개념은 ‘미디어 생산자(산업)’와 ‘미디어 이용자’이다. ‘미디어 생산자’는 대부분의 미디어 콘텐츠가, 그리고 미디어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플랫폼이 이윤을 추구하는 미디어 산업체를 중심으로 운영됨을 강조하는 개념이다. 더불어 ‘미디어 이용자’는 미디어를 소비하고 이용하는 사람들의 경험과 지식, 선호에 따라 같은 미디어 콘텐츠도 다르게 해석될 수 있음을, 그리고 모든 미디어가 누군가를 타깃으로 특정하여 만들어지고 있음을 이야기하는 개념이다.

  이와 같은 핵심 개념은 대중 매체 시대에 자리 잡힌 것이므로, 지금의 미디어 환경을 반영할 수 있도록 확장, 변형되는 과정에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

  이처럼 핵심 개념을 출발점으로 하여 다양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다. 이때 반드시 고려해야할 것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지식 전달 교육이 아니라, 성찰 중심의 교육이자 질문 중심의 교육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글을 열며 이야기하였듯이 지금 어린이·청소년은 일상 안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미디어를 이용하고 생산하며 경험하고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학습자의 삶과 동떨어지지 않는 모습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어린이·청소년의 미디어 경험을 기반으로 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교육방법은 성찰 중심의 교육이다. 어린이·청소년이 자신이 경험하고 있는 미디어에 대해 이야기하고 서로의 미디어 경험을 비교해보며, 미디어가 자신의 삶에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성찰하고 미디어의 발전 방향에 대해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교육이 가능하다.

  또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교사가 학습자에게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이 아닌, 교육자와 교육 참여자가 서로를 가르치고 함께 배우는 교육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상호 교육이 가능하도록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기획, 진행함으로써 교사들은 학습자는 서로의 미디어 이용문화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미디어에 대해 함께 배워나갈 수 있다.


[미디어 텍스트 읽기]


디지털 시민성을 키운다

  지금까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왜 필요한지, 학교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실천한다면 무엇을 어떻게 교육할 것인지에 대해서 간략하게나마 다루어보았다. 학교 안에서 이루어지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지금 우리 아이들이 디지털 시민으로 자라날 수 있게 하는 필수적인 조건이다. 디지털 시민이란 단순히 디지털 환경에서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는 시민이 아니라, 디지털 환경은 어떻게 개선될 수 있을까, 디지털 환경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의 권리는 무엇인가를 함께 고민하고 주도적으로 디지털 환경에서 생활해나가는 시민이라 할 수 있다. 지금 우리 아이들이 디지털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하기 위해 학교 안 다양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실천 사례를 공유하고, 교육자와 학습자, 가정의 고민을 함께 나누며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과 관련된 사회적 담론을 만들어갈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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