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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속의 선생님_ 기고글②


선생님은 내 삶을 응원해준 고마운 분!
어려움 속에서 도전할 수 있는 용기 심어줘


  ‘나도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선생님’ 하면 따스한 엄마의 모습이 연상된다. 내게는 터닝포인트가 되어주신 평생의 은인, 감사한 은사님이 두 분 있다. 초등학교 시절, 고개 숙이고 자신 없이 교탁 앞에 웅크리고 앉아있던 나에게 잘못한 것이 없다고, 고개 들라고. 당당하게 세상을 바라보아도 된다고 알려주신 분은 바로 4학년 담임선생님이었다.

  교과서를 읽고 싶은데 자신이 없어 손도 감히 들지도 못하고 혼자 터질듯한 심장을 부여잡고 쿵쾅 소리를 들킬 새라 더욱 쪼그라들어 있곤 했다. 그런 나의 마음을 어찌 알았는지 발표를 시켜주고, 항상 잘 했다고 칭찬해주던 김영숙 선생님. 3학년 때 서울로 전학을 온 나는 체구가 작고 소심한 아이였다. 4학년 첫날, 고개 들고 이야기하라고, 예쁜 얼굴 보여 달라고 하던 담임선생님의 첫마디에 겁을 잔뜩 집어먹고는 혼나는 것으로 착각했던 그날을 기억한다. 첫인상과 달리, 선생님은 무서운 분이 아니었다. 나에게 엄마 선생님이 되어주었다. 쉬는 시간에도 꼼짝 않고 교탁 앞 제자리에 앉아있는 나에게 말을 걸어주고 발표도 시켜주고, 칭찬도 해주었다. ‘나도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처음으로 느꼈다. 도전과 성취의 재미에 시험공부라는 것을 처음 했다.

가정에 닥친 돌풍에 말없이 안아주던 선생님

  친구들은 ‘어떻게 하면 수능 성적을 올릴까’ 진학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했던 고3 시절. 우리 집에는 크나큰 돌풍이 불어왔다.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일기장에 힘들다고 긁적이고 있는 것을 하필이면 그날 담임선생님께 딱 걸렸다. 혼날 것이라고 예상하고 교무실로 따라갔는데, 선생님은 따스하게 무슨 일이 있는지, 왜 이렇게 힘겨워 하는지 물어보고는 아무 말 없이 안아주었다. 선생님에게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무슨 정신에 면담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당시 신도시의 제1회 입학생으로 어수선한 학교 분위기 속에서 대학에 진학한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은 열심히 하려는 나의 모습을 알아봐 주었고 늘 응원해 주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과학경시대회에 나가 혼자 힘으로 상을 타오는 모습을 보고 뛸 듯이 기뻐해 주었다.


  선생님 권유로 ◯대학 수시모집에 지원했지만 서류전형에서 고배의 잔을 마셨다. 선생님은 듣도 보도 못한 학교의 학생이어도 기회를 주어야지 너무하다며 나보다 더 화를 냈다. 폭풍우와 같은 고3 시절을 보냈지만, 선생님이 있어 그 힘겨운 시간을 쓰러지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

  조금 늦게 진로를 고민하던 그때, ‘감히’ 내가 ‘선생님’이 되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의사’라는 꿈을 향해 계속 도전해 나갔다.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가 선생님이 문득 그리울 때면 뜬금없이 전화를 했는데, 그때마다 고맙다고 자랑스럽다고 이야기해주었다. 꿈꾸던 일(정신과 의사)을 드디어 하게 되었을 때, 언제나처럼 나 자신보다도 더 많이 진심으로 기뻐해 주고 축하해주었다. 허미영 선생님은 그렇게 내 삶을 응원해주고 사랑해 주었다.

  어렵게 공부를 마치고 사회 초년생이 되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던 날. 선생님은 결혼식장에서 고3 시절 눈물짓던 그날처럼 말없이 안아주었다. 제자들에게 내 이야기를 많이 들려준다는 선생님은 내 인생을 바꿔준 감사한 분이고, 선생님에게 나는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낸 자랑스러운 제자가 되어있었다.

선생님의 응원으로 어려움을 이겨낸 제자 

바쁘다는 핑계로 선생님께 자주 연락하지도 찾아뵙지도 못하지만, 내 마음속에는 항상 선생님을 향한 감사함으로 가득하다. 늘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길만이 선생님의 사랑에 대한 보답이고 결실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하려고 달려왔다. 나는 ‘감히’ ‘(마을)선생님’이 되어 학교에 찾아가 전문인 수업을 하곤 한다. 나의 따스한 한마디가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하며 틈틈이 학교로 찾아간다. 이 긴 이야기를 할 수 없어, 왜 시간을 내어 수업에 와주느냐는 선생님들의 질문에 빙그레 웃음으로 넘긴다.

  이제는 시간이 흘러 선생님은 퇴임을 하고, 나도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이 긴 시간을 함께하며 내 마음속의 선생님은 아름드리나무처럼 더욱 크게 자리를 잡았다. 선생님이 퇴직하시던 날. 그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마음속에서 나는 여전히 19살 고3 학생이고, 선생님은 당시의 젊은 모습이었다. 퇴임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담아 몰래 보낸 꽃바구니를 SNS 프로필 사진으로 올려놓은 것을 보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선생님이 계셔서 저와 수많은 학생들이 사랑받고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수많은 제자들을 대표해 감사드린다고 사랑한다고 외치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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