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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학점제 연착륙을 위한 학교 교육의 과제

글_ 이광우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고교학점제지원센터장

 


단위학교 수준에서 과목 개설의 다양성 확보
고교 1학년 학사 운영의 중요성 인식
과목 선택과 연계된 학생 중심의 수업 실시

 

 

  고교학점제는 어떤 모습으로 구현될 수 있을까? 대학생처럼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수강하고, 수업시간표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작성하며 수업이 없는 시간에는 휴식도 하고 독서도 하고 현재보다 좀 더 여유롭고 자유로운 고교 생활을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고교학점제는 ‘진로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이수하고, 누적 학점이 기준에 도달할 경우 졸업을 인정받는 교육과정 이수·운영 제도이다’(교육부, 2017). 고교학점제를 통해 우리는 학생선택권 보장, 다양한 과목 개설, 진로교육의 내실화, 학생 참여형 수업, 교사 자율성과 전문성 보장, 학생 성장 중심의 평가 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고교학점제가 단위 학교에 성공적으로 안착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 교수·학습, 교육평가, 대입, 교원 및 시설 등에 관한 제도와 정책이 유기적으로 작동될 필요가 있다. 여기서는 제도나 정책의 선결 과제보다는 학교 교육의 과제라는 관점에서 고교학점제의 연착륙을 위한 과제를 논의하고자 한다.   

 

 

과목 개설에 따른 교원 확보는 필요조건
  첫째, 단위학교 수준에서 과목 개설의 다양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학교에서 과목 개설의 여부는 교원 및 시설과 직접적으로 연계되어 있다. 특히 학생이 원하는 과목에 대한 교원의 확보는 과목 개설의 다양성을 구현하는 필요조건인 셈이다. 학교 내에서 학생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하지 못한 경우, 학교 간 공동교육과정, 지역사회학습장을 활용한 과목의 이수 등이 있을 수 있지만 가능한 정규교육과정 내에서 다양한 과목을 이수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 간 교원 인적 교류에 대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개별 교사가 여러 과목을 가르칠 수 있는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현행 개별 교사가 담당하는 과목 수의 증가가 예측되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 복수교사자격을 교원양성과정에서 취득하거나 연수를 통해 학생의 수요에 맞게 탄력적으로 과목을 개설하고 있다.     
 둘째, 고등학교 1학년 학사 운영의 중요성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고교 1학년 학생의 교과 선택 역량을 제고하는 것이 무엇보다 요구된다. 고교 1학년이 자신의 진로를 스스로 결정하고 그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과목 선택을 설계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는 바, 학교는 고교 1학년이 입학 이후 3년간 학업계획을 설계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지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 학년에 걸친 진학지도 특히 1학년에서의 진로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1학년 단계에서 진로·적성검사 실시, 진로상담, 과목선택상담, 학업설계상담, 학업관리상담 등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학생 개인별 진로 코칭에 근거한 유의미한 학업계획이 작성될 필요가 있는 바, 교사·학생·학부모와의 긴밀한 소통이 이루어져야 한다.  

더! 더! 더! 중요해지는  고교 1학년
▶  고1 학생의 교과 선택 역량을 키우기 위한 교사· 학생·학부모 소통 강화
▶  고교 3년간의 학업계획을 설계할 수 있도록 안내 및 지도 강화
▶  진로·적성검사, 진로상담, 과목선택상담, 학업설계상담, 학업관리상담 등 실시


 

학생 적성·진로·수준 부합한 과목을 재미있게 수업
  셋째, 과목 선택과 연계된 학생 중심의 수업이 요구된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는 고등학교 교실에서 교사의 가르침만 있고 학생의 배움이 없는 현상을 종종 목도하게 된다. 이는 이른바 ‘잠자는 교실’로 표현되기도 하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교육 공약에서 “무너진 교실을 다시 일으키고 잠자는 학생을 깨우겠습니다”라고 표현한 바 있다. 학생이 수업에서 잠자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업 내용이 어려워서’, ‘수업이 재미가 없어서’, ‘수업이 학생의 적성이나 진로에 맞지 않아서’ 등의 가정을 해볼 수 있다. 바꾸어 말하면 학생의 적성·진로·수준에 부합하는 과목을 의미있게, 재미있게 수업을 할 경우, 살아있는 교실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학생의 과목 선택과 수업은 긍정적으로 상호 연계되어야 그 의미성을 갖게 된다. 과목 선택권 보장만으로 고교학점제가 성공하기는 어렵다.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서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그 수업의 의미는 배가될 수 있다. 학생의 과목 선택에 따른 학생 중심의 수업은 수업에서 학생이 무슨 활동을 어떻게 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효율적인 단초로 작용한다.
  넷째, 학생 평가에 대한 학교의 책무성을 높여야 한다. 고교학점제가 단위학교에 안착되기 위해 성취평가, 교사별 과정중심평가의 시행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교사의 자율성·책무성과 전문성이 요구되는데, 이는 평가 결과의 신뢰성, 공정성과 연관된 문제이다. 절대평가로 인한 평가결과의 신뢰성, 공정성, 변별력 등에 대한 불편한 진실이 되살아 날 수 있는 우려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 교사는 교육과정 성취기준과 성취수준에 대한 전문성에 기반한 평가를 지향해야 한다. 아울러 학교는 평가 문항 및 평가 결과에 대한 체계적인 모니터링과 질 관리를 통해 학생 평가에 대한 책무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고교교육과정-입시 연계, 전공적합성 판단 기준으로
  다섯째, 고등학교 교육과정과 대입과의 연계성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편성·운영하는 것이 요구된다. 고등학교 교육과정과 대학입시와의 연계에 대한 주장은 새삼 새로운 것이 아니다. 고등학교 교육이 교양교육과 진로교육이라는 성격을 지닌다고 볼 때, 진로라는 관점에서 볼 때 대학입시와의 연계 지점은 학생의 고등학교 선택과목의 이수 현황, 대학입시에서 학생 선택과목의 반영이라는 구도 속에서 파악해 볼 수 있다. 대학은 일반적으로 신입생 선발에서 학생의 ‘전공적합성’과 ‘대학수학능력’ 유무를 주요한 선발의 기준으로 보기 때문에 학교는 전공적합성과 대학수학능력이라는 관점에서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운영하게 된다. 그러나 학생의 적성·진로를 고려한 학생의 과목 선택권 확대의 취지를 지향하고 있는 고교학점제의 관점에서 볼 때, 전공적합성은 대학수학능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학교는 전공적합성을 높이기 위해 전공과 관련된 과목들이 유기적으로 연계·심화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편성·운영할 필요가 있다. 전공 관련 과목을 1-2개 이수하였다고 해서 전공적합성이 있다고 말하기는 다소 한계가 있다.  
  여섯째, 학교 문화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 학교 문화는 학교 교육의 방향과 목표를 지지하는 정서적 풍토이자 학교 시스템을 작동하는 기반이라고 볼 수 있다. 학교 교육을 견인하는 주체는 교사이다. 협력적인 학교(교사) 문화를 통한 교원의 전문성 신장이 필요하며, 전문성에 기반 한 정책 실행의 주체로서 교사가 나서야 한다. 고교학점제의 안착에 있어서 시작도 교사에서 출발하고 그 종착 지점도 교사이다. 학교 구성원이 정책 실행의 주체로서 거듭나야 하는 이유이다. 이를 위해서는 고교학점제 정책에 대해 학교관리자, 교사, 학생, 학부모 등이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새로운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구성원 간 협력적인 관계의 유지가 필요하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우리는 학교의 실정을 고려한 고교학점제 교육과정 모델이 만들어지고 그것이 지속적으로 성숙되길 기대하게 된다. 교사가 고교학점제 실행의 주체로 나설 때 학생 중심의 고교학점제가 가까운 미래에 안착될 수 있을 것이다.

 

 

이광우 센터장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고교학점제지원센터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고교학점제 도입을 위한 교육과정 연구, 고교학점제 연구학교 컨설팅 등을 해오고 있다.

참고문헌
교육부(2017). 교육과정 다양화로 고교교육 혁신을 시작한다 
– 고교학점제 추진 방향 및 연구학교 운영 계획 발표. 보도자료. 11. 27(월).
이광우(2018). 고교학점제 연착륙을 위한 과제. 교육정책포럼 통권 298.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정책네트워크
이광우(2019). 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른 학교 교육과정 편성의 주안점. 미간행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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