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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융합형 인재

글_ 김경자 국가교육과정개정연구위원장(이화여대 명예교수)

 

 

  2015 개정 교육과정이 확정·고시되었다. 이번 교육과정은 창의융합형 인재를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으며 이러한 목적을 중심으로 미래 사회에 필요한 핵심역량을 제시하고 교육내용, 교수·학습, 평가를 종합적으로 개선하고자 노력하였다. 첫째, 교육 내용 측면에서는 학생들이 배워야 할 교육내용을 핵심 개념을 중심으로 구조화하여 과도한 학습량을 질적으로 감축하는 노력을 하였다. 둘째, 교수·학습 측면에서는 학생 참여형 수업, 자기주도적 학습을 통해 학습의 효과성을 높이고 학생들이 학습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셋째, 평가 측면에서는 학습의 과정을 중시하는 평가를 강화하고 학생 스스로 자신의 학습 과정과 전략에 대해 자기 평가를 할 수 있도록 하여 평가 결과를 통한 지속적인 수업 개선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이와 같이 이번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이라는 방향성을 교육내용, 교수·학습, 평가에 걸쳐 일관되고 통합된 방식으로 반영하고자 하였다.

 

 

‘창의융합형 인재상’의 의미와 가치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이 이번 교육과정 개정의 주요 방향이었다는 점에서 개정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기에 앞서 창의융합형 인재가 과연 어떻게 만들어진 용어이며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해 먼저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창의성’과 ‘융합’의 용어를 결합하여 ‘창의융합형 인재’라는 인재상을 제시하였다. 교육과정은 학생들의 삶과 학습에 있어 기대되는 바람직한 변화를 현재 시점에서 계획하는 것이기 때문에 교육과정에서 사용되는 용어들은 현재의 사실 관계를 설명하는 것이라기보다 앞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 진술이라는 점에서 규범적 성격을 갖는다. 창의성은 흔히 아이디어,
사물, 기술, 접근 방법을 새로운 방식으로 결합하여 독창적인 산출물을 만들어 내는 능력의 의미로 사용된다. 창의성은 현 시대뿐만 아니라 미래에도 여전히 중요한 가치를 지닐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에 창의성이 학교교육을 통해 길러야 할 중요한 능력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편 융합은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지만, 대체로 학제 간 결합 또는 연결의 의미로 사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융합은 서로 떨어져 있던 것을 관련짓고 연결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낸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따라서 학교교육은 학생들의 융합 능력을 키우기 위해 기존의 단편적 사실 중심의 암기학습과 정답 위주의 문제풀이 학습에서 벗어나야 한다. 즉, 교과 내 그리고 교과 간 학습 내용을 연결하여 학생들이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측면을 종합하여 본다면 창의성과 융합은 가치적 측면에서 서로 적절한 결합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창의융합형 인재라는 용어는 이번 개정 교육과정에서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 창조력을 갖추고 바른 인성을 겸비하여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고 다양한 지식을 융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람”으로 정의되었다. 이 정의에는 현재 학교가 간과하고 있는 인문학적 상상력에 대한 가치, 바른 인성에 대한 가치, 융합 등의 가치들이 포함되어 있다. 다양한 관점에서 사물을 보는 능력, 인간에 대한 공감적 이해력, 인간, 사물, 자연에 대한 심미적이고 감성적인 능력 등과 같은 인문학적 가치는 기존 학교 교육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지 못해왔다. 그러나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의 융합은 우리 삶을 예측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미래 사회에는 어느 한 분야에 갇힌 지식 혹은 능력만으로는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교육은 앞으로 다가올 사회의 변화를 예측하여 모든 학생들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필요한 능력을 길러주어야 할 사회적 책임을 갖는다. 이번 개정 교육과정이 그동안 우리 학교 교육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하였던 가치들에 특히 주목하게 된 이유라고 할 것이다.

 

 

세종 연동중학교 자유학기 학생 선택프로그램 ‘목공예’

 

 

교육과정에 녹아든 핵심역량
  이번 개정 교육과정은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이라는 큰 틀 속에서 학생들이 미래 사회를 성공적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핵심적인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이러한 능력은 교과 교육을 포함한 학교교육 전 과정을 통해 길러야 할 핵심역량으로 구체화되었는데 ‘자기관리 역량’, ‘지식정보처리 역량’, ‘창의적 사고 역량’, ‘심미적 감성 역량’, ‘의사소통 역량’, ‘공동체 역량’이 그것이다. 이와 같이 핵심역량을 규명하고 이를 교육과정에 포함시킨 것은 이번 개정 교육과정의 두드러진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핵심역량은 학생들이 갖추어야 할 능력, 즉 학습의 결과로서 학생들에게 기대되는 능력을 의미하며 이는 이번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인재상의 의미를 보다 구체화한다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다시 말해 교사와 학생 모두 보다 분명하고 구체적인 목적의식을 지니고 교수·학습 과정에 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국가 교육과정 개정은 향후 학교교육의 큰 방향을 결정짓는 일이기 때문에 이를 둘러싸고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기 마련이고 때로는 다양한 의견들이 첨예한 갈등을 빚어내기도 한다. 과거 교육과정 개정의 역사를 돌이켜 보았을 때, 우리나라 교육과정은 서로 다른 의견을 적당한 지점에서 절충하려다 보니 일관된 교육의 방향을 제시하지 못한 경향이 있으며 가시적이고 손쉬운 해결책을 선호하는 일부 정치인들의 입김은 교육과정을 누더기로 만드는 데 일조하였다. 이제 많은 사람들은 정권이 바뀌면 으레 교육과정이 개정되는 것처럼 여기게 되었고 이번 교육과정 개정도 이 정부 출범과 함께 시작되었기 때문에 그러한 의심을 받아왔다. 물론 이번 교육과정 개정에서도 여러 갈등이 존재했고 개정의 과정이 순조롭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교육의 목적과 상관없는 단편적이고 수사적인 용어와 아이디어들이 서로 충돌하기도 하였고 교육의 목적에 부합함에도 불구하고 끝내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한 내용도 있었다. 과연 우리는 학생의 학습과 삶에 변화를 만들어 낼 능력이 있는지, 민주주의와 학교는 어떤 관계인가라는 질문이 담긴 대목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교육과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학생들의 학습과 삶에 진정한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는 교육의 근본적인 목적에 방점을 두고 최선을 다하였다는 점에서 단순히 정권과 관련된 피상적인 개정이라는 의심은 거두어도 좋을 듯하다.

 

 

현행 수능제도의 개편 방안 마련
  이제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성공적으로 작동되도록 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할 때다. 그 목적과 방향 못지않게 이를 작동시킬 수 있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지원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교육과정 용어들은 서로 다른 이해를 하면서도 동일한 이해를 하고 있다는 오해를 하기 쉽기 때문에 이를 바로 잡아 줄 명쾌하고도 이해하기 쉬운 교육과정 해설서 작업을 해야 하고, 이번 개정 교육과정의 의도를 잘 담아낼 수 있는 교과서를 개발해야 하며, 교원 연수, 교원 수급, 컨설팅 등 다양한 후속 작업과 지원 대책이 충분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현행 교육과정의 학교교육과 수능의 불일치를 극복할 수 있는 현행 수능제도의 근본적 개편 방안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제반 노력이 충분히 뒷받침된다면 이번 2015 개정 교육과정은 현장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게 되고 우리 학생들의 학습과 삶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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