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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3_②가상공간에서 실험·실습환경 구축 시작 - 미래기술로 실감나는 교육, 비대면 한계 없앤다

양지선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교육이 익숙해지려는 찰나, 원격수업의 한계점이 속속 드러났다. 교육 현장에서 느끼는 생생한 체험이나 실험·실습이 어렵다는 것이 그중 하나다. 만약 가상공간에서 실제처럼 학습하고 실습도 가능하다면 어떨까? 위험 요소를 배제해 안전하면서도 과감하게 도전과제를 해낼 수 있고, 여러 제약에서도 해방될 것이다. 놀랍게도 이런 교육은 먼 미래가 아닌 지금 현재도 펼쳐지고 있다. 메타버스와 VR·AR 등 최신 기술은 이런 미래 교육을 현실로 성큼 앞당겨왔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는 올해 6월 메타버스와 VR·AR 기술을 활용한 해부학 실습교육을 진행했다. 인공지능 의료 소프트웨어 전문기업 메디컬아이피와 협력으로 실제 의료영상을 기반으로 제작한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해 학생들은 가상공간에서 마치 실제처럼 해부학 실습을 해볼 수 있었다. 강의를 진행한 최형진 교수는 “기존 해부 실습용 사체(카데바)를 활용하는 실습 교육을 대체할 의료 메타버스 도입은 의료 교육 수준을 한 차원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환자를 살리는 일에 혁신 기술들을 쉽게 적용하도록 하는 데 의의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수업을 들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VR 실습이 교육적으로 도움이 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부분의 학생이 ‘많이 도움이 된다(40%)’, ‘매우 많이 도움이 된다(47%)’라고 답변했다. 메타버스 의료 콘텐츠의 양과 질이 개선됐을 때 해부학 교육적 활용 가치가 얼마나 될 것으로 보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80%가 ‘매우 높다’, 20%가 ‘높다’로 답변하는 등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메타버스 적용 서울대 의과대학 커리큘럼 현장사진메타버스 적용 서울대 의과대학 커리큘럼 현장사진

연세대 VR 생물학 실험 사진연세대 VR 생물학 실험 사진



“비대면 수업으로 답답했던 게 해소됐어요”

  연세대학교에서는 올해 여름 계절학기 일반생물학 실험수업에 VR 콘텐츠를 도입했다. 이공계열 학부 1학년생을 대상으로 단백질 정량, 효소활성 측정, 체세포분열 등 3개 기초실험에서 콘텐츠가 활용됐다. 해당 사업은 교육부 대학혁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제작된 것으로 전년도 10건에 이어 올해 10건이 추가로 만들어진다. 제작 책임자인 양성욱 연세대 생명시스템대학 교수는 “최대한 실제에 가깝게 실험을 체험할 수 있도록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라며 “VR 콘텐츠 활용을 점차 확대해 학습자의 자율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생명공학과 이주희 학생은 “VR 게임에 익숙하기 때문에 더 흥미를 가지고 집중하게 되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반복해서 연습해볼 수 있어서 비대면 수업으로 답답했던 부분들이 많이 해소됐다.”라고 말했다. 



시공간 제약 없는 교육으로

  포항공과대학교(포스텍)는 메타버스상에 대학 캠퍼스를 확장하는 ‘메타버시티(3차원 가상 대학)’라는 미래목표를 내걸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먼저 비대면 수업에서 교육의 질을 유지하면서 자기주도적이고 창의적인 학습을 유도하기 위해 지난 4월부터 VR 수업을 시작했다. 이를 위해 VR·AR 그리고 MR(복합현실)을 모두 구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강의실을 새로 구축했다. 특히, 올해 신입생 320명 전원에게 VR기기를 제공하고 실제 일반물리실험 수업에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VR 기반 실험 실습을 수업에 도입한 물리학과 윤건수 교수는 “VR·AR·MR 기반 수업을 통해 대학 캠퍼스에 얽매이지 않고 전 세계 어디에서든 학생 주도로 학업을 지속할 수 있게 된다.”라고 말했다. 전자전기공학과 김욱성 교수는 “위험하고 접근하기 어려운 곳, 직접 갈 수 없는 곳 등을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교육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기술혁신을 통해 더 큰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포스텍은 앞으로 학생 개개인의 가정에 실험키트를 배송해 VR기기로 수업을 들으면서 직접 실험을 수행하도록 할 예정이다. 또한, 물리실험 외에도 화학이나 다른 필수 기본과목 실험으로도 점차 확대해갈 방침이다.




ETRI 연구진이 바리스타 가상 직업훈련을 위한  VR 기술 시연을 하고 있는 모습ETRI 연구진이 바리스타 가상 직업훈련을 위한 VR 기술 시연을 하고 있는 모습



장애인 직업교육에도 가상훈련 기술 도입

  직업교육에서도 VR·AR 기술이 이미 활용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사용자 맞춤형 가상훈련 실감 콘텐츠 기술을 발달장애인 가상직업훈련에 적용하는 데 성공하여, 실질적 활용단계에 돌입했다. ETRI는 발달장애인이 많이 진출하는 분야인 바리스타, 스팀세차 직종 관련 콘텐츠 기술을 개발해 가상직업훈련에 적용했다. 직무 숙련에 필요한 반복 훈련과 단계별·수준별 훈련이 가능해 실제 고용이 가능한 수준으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ETRI가 개발한 기술을 살펴보면, 바리스타의 경우 커피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가상 객체와 부딪치면 컨트롤러에 진동이 전해져 쉽고 실감나게 기술을 익힐 수 있다. 스팀세차 역시 압력센서를 통해 훈련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 자동으로 분석한다. 잘못된 동작을 취하면 실시간으로 음성안내를 제공하며, 훈련이 마무리되면 결과를 수치화해 알려준다.


  대전발달장애인훈련센터 이현무 센터장은 “ETRI 가상 콘텐츠 기술과 센터의 직업훈련 노하우가 접목돼 구인기업이 원하는 수준 높은 산학연계 훈련을 제공할 수 있었다. 이로써 발달장애인에게도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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