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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2 - 가상현실의 세상 ‘메타버스’ 속으로

계보경 한국교육학술정보원 글로벌정책연구부 부장


"삶과 학습이 일치되는 미래사회, 학습자들을 위한 새로운 삶의 공간이자 학습 공간으로 디지털 지구, 메타버스의 의미 있는 역할을 기대해본다. "



  메타버스(Metaverse)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92년 미국 소설가 닐 스티븐슨의 <스노우 크래쉬(Snow Crash)>라는 SF 소설이었다. 스노우 크래쉬 속 등장인물들은 아바타가 되어 3차원 가상세계에서 활동하게 되는데 이 3차원 가상세계를 메타버스라고 지칭하였다. 비단 새로운 세대를 칭하는 MZ세대가 아니더라도 싸이월드의 미니홈피나 한때 유행하던 사이버 가수 아담에 대한 기억이 있다면 우린 모두 메타버스를 이미 접해왔다고 할 수 있다. 메타버스란 초월, 가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세계와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의 가상세계를 가리킨다. 메타버스는 가상현실보다 한 단계 더 진화한 개념으로, 아바타를 활용해 단지 게임이나 가상현실을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현실과 같은 사회·문화적 활동을 할 수 있으며 현실세계에도 영향력을 갖는 특징이 있다. 



메타버스의 유형과 교육적 활용 가능성

  메타버스의 유형은 흔히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라이프로깅(Lifelogging), 거울세계(Mirror World), 가상세계(Virtual World)로 나뉘어 논의되고 있다(ASF, 2006). 이를 하나하나 살펴보면 먼저, ‘증강현실’은 외부의 세계에 증강기술을 적용하는 형태로 일상생활 속에서 네트워크 기반의 정보를 외부에 있는 물리적 세계로 확장하는 것을 의미한다(ASF, 2006). 대표적인 예는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하여 사용자가 현실의 공간을 기반으로 포켓몬을 사냥하는 포켓몬고와 같은 게임이 있다. 또한, 증강현실 기술을 기반으로 학습자가 직접 경험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을 다각도로 제공해주는 실감형 콘텐츠가 증강현실에 해당한다. 


  두 번째 ‘라이프로깅’은 내부의 세계에 증강기술을 적용한 것으로 사물과 사람에 대한 일상의 경험과 정보를 기록하고 저장, 공유하는 유형에 해당한다. 대표적인 예로 웨어러블 디바이스(몸에 부착하거나 착용하여 사용하는 전자장치)를 통해 개인의 생체 정보를 측정하고 의료활동에 활용하거나 일상에서 발생한 건강 정보를 기반으로 사용자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나이키 플러스와 같은 사례가 있다. 


  세 번째로 ‘거울세계’는 외부 실제 세계를 가상으로 시뮬레이션하여 제공하는 유형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구글과 네이버의 지도 서비스가 있으며, 교육에 있어서는 가상에 구현된 특정한 현실세계에 방문하여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고 활용하는 활동을 제공하는 구글 익스페디션(가상현실에서 같은 장소로 함께 소풍을 가는 콘셉트의 교육용 앱) 등의 서비스가 있다. 


  마지막으로 ‘가상세계’는 내재적 세계를 시뮬레이션 한 유형으로 디지털 데이터로 구축된 가상세계에서 온전한 활동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유형에서는 현실세계의 실제 사용자가 가상세계에 존재하는 아바타에 자아를 투영하여 아바타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활동을 펼치며, 세컨드 라이프, 마인크래프트, 로블록스, 제페토, 이프랜드 등의 서비스가 이 유형에 속한다. 교육 측면에서 메타버스의 4가지 유형에 따른 주요 기술적 특징 및 활용 가능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궁극적으로 증강현실, 라이프로깅, 거울세계, 가상세계라는 기존의 메타버스 4가지 유형들은 서로 간의 경계를 허물면서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형태의 융·복합 서비스로 진화·발전하면서 메타버스의 활용을 가속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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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메타버스 활용 플랫폼과 교육 활용 사례

  메타버스에 대한 높아지는 관심만큼이나 다양한 특성을 가진 메타버스 플랫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으며 교육에서의 활용 사례도 하나씩 늘어가고 있다. 메타버스 플랫폼은 게임형, 소통형, 생활 및 비즈니스형 등으로 그 유형이 나뉘기도 하는데, 플랫폼마다 고유한 세계관과 창작 지원 기능, 보상시스템의 제공 등을 통해 사용자와 함께 진화해나가고 있다.



01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 

  게임 형태가 아닌 가상공간에서의 교육활동 사례로 초창기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미국의 린든 랩(Linden Lab)에서 개발한 세컨드 라이프이다. 세컨드 라이프는 인터넷 기반의 가상세계로 2003년부터 서비스되었다. 세컨드 라이프 뷰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이용자가 다른 아바타와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러한 세컨드 라이프는 교육공간으로서 여러 대학이 활용한 바 있는데, 미국 내 100여 개 지역에서 다양한 교과목의 수업이 이루어졌고, 대학 외에 많은 기업이 세컨드 라이프 안에서 크고 작은 비즈니스, 인턴십 프로그램, 콘서트, 콘퍼런스 등을 하였다(Pence, 2007). 국내에서도 중앙대가 2007년 경영학과 전공과목 수업을 세컨드 라이프에서 진행한 바 있다.



02 로블록스(Roblox)

  로블록스는 2006년에 출시된 해외 플랫폼으로 3D 가상세계에 레고 블록처럼 생긴 자신의 아바타를 이용해서 게임 활동과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메타버스이다. 로블록스에서는 로벅스(Robux)라는 일종의 가상화폐를 이용해 아이템을 사고팔며 게임 내에서의 혜택을 얻을 수도 있다. 월간 활성 이용자 수가 약 1억 5천만 명이 넘으며 30%가 16세 미만이다. 게임 플랫폼 외에 로블록스 스튜디오라고 불리는 게임 저작도구를 제공해 이용자들이 직접 게임을 만들어 운영하고 로벅스를 얻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로블록스 스튜디오 화면 예시 (출처: https://www.roblox.com/)로블록스 스튜디오 화면 예시 (출처: https://www.roblox.com/)


  로블록스는 동기유발, 협력적 학습, 역할 놀이, 문제해결력, STEA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rt, and Mathematics) 교육, 사회적 상호작용 측면에서 교육적 효용성이 크다는 평을 얻고 있다(Long, 2020). 즉, 학생과 교사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창의성과 상상력을 발휘하여 만들고 싶은 것들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교사들은 교수목적에 따라 다양한 연령의 학습자를 대상으로 수업을 설계할 수 있다. 로블록스를 통해 학생들이 오래된 문화적 유적에 대해 학습하고 가상의 여행 공간을 창조하는 사례 연구(예: Meier and Sorin, Leon, Cobos, 2020) 등도 최근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03 스페이셜(Spatial)

  스페이셜은 2016년 설립되어 개인의 아바타를 만들고, 함께 협업하는 것처럼 공동작업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방을 모니터로 변환한 다음 VR, 헤드셋, 데스크탑 등의 기기를 사용하여 참여할 수 있으며, 초창기에는 AR 서비스로 시작하여 콘퍼런스나 회의에 설계하도록 만들어졌다. 


스페이셜 활용 모습(출처:https://www.spatial.io)스페이셜 활용 모습(출처:https://www.spatial.io)


  스페이셜은 VR이나 AR기기 없이 사용자 접근이 어려웠으나, 현재는 웹브라우저를 통해 키보드와 마우스를 활용해 문서를 올리고, 이미지를 업로드하는 등의 참여가 가능하다. 가상세계에서 손으로 글씨를 쓰거나, 생각을 정리하여 시각화하여 제시하는 등의 협업 활동이 가능하다.



04 이프랜드(Ifland)

이프랜드는 2021년 출시된 가상현실 기반의 아바타 서비스로 3D기술을 이용하여 자신만의 아바타를 만들어 다른 사용자와의 소통을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다양한 주제의 콘텐츠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모임 기반 플랫폼으로 앱에서 제공하는 콘퍼런스 홀, 운동장, 카페, 교실 등 소규모에서 대규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행사를 진행할 수 있다. 또한, 모임 내 구성원 간 PDF 및 영상 자료를 공유할 수 있고 60여 개의 감정 표현을 활용하여 아바타 간에 생동감 있는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하나의 모임에는 131명까지 수용 가능하며 31명까지는 모임 화면에 제시되고 그 이후 인원은 오프 스테이지(Off Stage)로 참여할 수 있다. 모임 내에서는 호스트(네트워크 환경에서 여러 대의 컴퓨터를 연결할 때 중심 역할을 하는 컴퓨터)가 자료와 마이크, 참여 모드에 대한 권한을 가지게 된다.

이프랜드 활용 모습(출처: https://ifland.io)이프랜드 활용 모습(출처: https://ifland.io)



메타버스와 교육의 미래

  최근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향후 5년 이내에 페이스북을 소셜 네트워크 회사가 아닌 메타버스 기업으로 변신시키겠다는 선언을 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비단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해 학생들이 등교하지 못할 때, 대표적 메타버스 서비스 중의 하나인 제페토 서비스의 ‘교실맵’은 학생들이 친구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는 소통의 장으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대면 졸업식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학생들 스스로 마인크래프트 세계 속에 현실과 비슷한 모양의 학교를 짓고 졸업장과 꽃다발을 만들어 수여하며 서로의 졸업을 축하하기도 하였다.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과 활용이 늘어가면서 익명성과 가상성, 프라이버시 침해 여지 등 메타버스에서의 위험 요소도 점차 늘어가고 있지만, 메타버스는 불가피한 제약 상황에도 학생들의 사회적 소통을 가능하게 해 줌으로써 새로운 학습과 생활 공간으로서의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다. 이외에도 메타버스가 가지고 있는 높은 자유도는 학습자를 콘텐츠 소비자에서 창작자로 전환시켜주고, 시공간을 초월한 확장된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학습에 대한 흥미와 몰입, 학습자의 주도성과 자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크고 작은 우려 속에서도 인류는 늘 새로운 기술의 발전을 보다 많은 사람을 위한 도약과 진전의 기제로 활용해왔다. 삶과 학습이 일치되는 미래사회, 학습자들을 위한 새로운 삶의 공간이자 학습 공간으로 디지털 지구, 메타버스의 의미 있는 역할을 기대해본다. 



참고문헌

Acceleration Studies foundation.(2006). Metaverse Roadmap Pathway to the 3D web. Long Roma (2019). Roblox and Effect on Education. A Capstone submitted in partial fulfillment of the requirements for the degree of Master of Education in Instructional Technology. Dury University. 


Meier, C., Saorín, J., de León, A. B., & Cobos, A. G. (2020). Using the Roblox Video Game Engine for Creating Virtual tours and Learning about the Sculptural Heritage. International Journal of Emerging Technologies in Learning (iJET), 15(20), 268- 280.


Pence, H. E. (2007). The homeless professor in Second Life. Journal of educational technology systems, 36(2), 171-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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