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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④ 기후위기 시대의 생존 지침

글 _ 박수홍 녹색연합 기후행동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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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

  장마, 태풍, 한파, 그리고 코로나19까지 기후위기는 단순한 기후 문제를 넘어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이 추세라면 일상의 위협을 넘어, 사회·경제 시스템의 붕괴가 뒤따를 테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생존을 위해서는 지구 기온 상승폭을 1.5℃로 제한해야 한다. 파리기후협정에서 국제사회가 합의한 목표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1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45%를 줄이고, 2050년까지 201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인류는 이렇게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줄여본 적이 없다. 지금 이대로라면 실패할 것이 확실하다. 화석연료에 의존하던 우리 삶을 바꾸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한 번도 가보지 않는 길을 가야 한다.


개인의 저탄소 생활실천과 적극적인 기후행동

  기후위기의 속도를 늦추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1.5℃ 제한 목표를 달성하려면 전 세계가 사용할 수 있는 탄소의 양에 한계가 있다. 지금 이대로라면 약 7년 안에 다 소진될 것이다. 개개인의 작은 실천만으로는 기후위기의 속도를 늦추기에는 역부족이고 정부와 기업이 나서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사회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적극적인 기후행동이 필요한 이유이다. 하지만 개인의 실천이 아무 의미가 없으니 모두가 시위나 집회에 참여하는 집단행동을 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 저탄소 생활실천과 적극적인 기후행동은 함께 해야 효과가 나타난다. 그렇다면 저탄소 생활실천과 적극적인 기후행동 모두를 아우르는 데 어떤 것이 필요할까? 기후위기 시대, 우리의 생존지침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생존 지침1_ 탈육식

  기후위기를 늦출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실천으로 탈육식과 채식을 꼽는다. 고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0% 정도가 축산업과 연관되어 있다(IPCC 2019 기후변화와 토지에 관한 특별 보고서). 우리 식습관을 탄소가 적게 배출되는 채식으로 바꾸기만 해도 충분하다. 그리고 지구를 위해 채식을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여기서 그치지 말고 동시에 우리 사회의 채식문화 저변을 넓힐 수 있는 여러 활동에 힘을 보태야 한다. 학교, 군대 등에서 제공되는 공공급식에 채식선택권이 제도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도록 우리 사회에 요구하는 것도 그중에 하나이다.


생존 지침2_ 두발로 걷기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서 우리의 이동수단이 바뀌어야 한다. 운송부문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6%를 차지한다(Our World in Data 2016 부문별 온실가스 배출량). 3km 미만은 자동차 대신 걷거나 자전거 타기, 항공기 대신 저탄소 교통수단 이용, 도로 교통의 속도를 7km로 낮추는 것 등을 당장 실천하면 운송부문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20% 이상 줄 것이라고 한다(세계에너지전망 2020 보고서, 국제에너지기구). 웬만한 거리는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기후위기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동시에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차 중심으로 설계된 사회·경제구조도 바꿔야 한다. 이런 점에서 프랑스 파리의 ‘15분 도시’ 운영 정책은 굉장히 의미 있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이동수단을 이용하지 않는 대신 걸어서 15분 거리 범위에서 시민들이 생활할 수 있는 사회기반시설을 확충함으로써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정책이 실현될 수 있었던 건 파리시민들이 기후위기 대응 공약을 전면에 내건 안 이달고 현 파리시장에게 투표했기 때문이다. 투표라는 적극적인 기후행동이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힘 있는 정치인을 만든 것이다. 


생존 지침3_ 플라스틱 쓰지 않기

  해양 생태계를 위협하는 플라스틱은 기후위기의 또 다른 주범이다. 플라스틱 제조를 위한 화석연료 추출, 운송, 정제, 제조, 폐기 과정에서 막대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플라스틱으로 비롯되는 온실가스의 양은 17억 톤에 이른다(캘리포니아대학 연구팀, Zheng and Suh, 2019). 이런 추세라면 2050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4% 정도가 플라스틱에서 배출된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플라스틱을 사용한다면 2050년까지 탄소 배출을 제로로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 단순히 우리가 텀블러나 장바구니를 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고 재활용도 능사가 아니다. “일단 생산하고 재활용, 재사용을 잘하자”가 아닌 플라스틱을 쓰지 않는 사회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거부하고, 기업들에게 플라스틱 사용 자제와 플라스틱을 쓰지 않을 선택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하는 활동이 필요하다. 가령 배달 앱을 사용할 때 많은 사람이 일회용기가 아닌 다회용기를 쓸 권리를 요구하면 배달 앱은 이에 맞는 서비스를 만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럿이 함께 가야 하는 길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저탄소 생활실천을 꾸준히 해나가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이러한 노력들이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여러 사람과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강력한 법과 제도가 생길 수 있도록 많은 사람이 함께 요구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저탄소 생활실천이 익숙한 시민들의 힘이 모여 이들이 우리 사회의 주류를 이루는 것이 기후파국을 막기 위한 가장 강력한 방법이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 많은 사람이 함께 가야 끝까지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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