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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수업 시대, 수업의 전문성을 높여라

글   박병준 진해용원고등학교 교사(1만 커뮤니티 경남 고등부 대표교원)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를 뒤덮은 지 어언 9개월,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목마른 우리는 어딜 가나 마스크를 답답하게 쓰고 다니는 혼돈의 카오스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대한민국의 교사들이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 속에서도 전반적으로 빠르게 적응하였고, 질 좋은 수업을 제공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다고 생각한다.


학교현장의 원격수업 적응기
처음부터 우리의 원격수업 적응기가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그 이유로 첫째, 아무리 IT 인프라가 훌륭한 국가라 해도 학교현장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던 것이다. 모바일 기기 사용은 학습을 저해한다는 옛날식 학교 문화, 스마트교육에 대한 평균 교원들의 낮은 인식, 디지털 리터러시에 대한 학교 구성원들의 낮은 이해도, 스마트교육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교육정책 및 규정의 미비함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학교현장에 갑자기 원격수업을 시행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왔으니 그 얼마나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을까?


  둘째, 원격수업은 교사 실재감, 즉 교사가 학생과의 소통을 통하여 배움을 이끌어 나가는 중이라는 것을 느끼게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온라인 수업 초기에 구글 미트(Google Meet)를 통하여 학생들과 실시간 화상 수업을 진행할 때마다 ‘과연 이 학생들은 나와 호흡을 하고 있는 것인가? 내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이 맞는가?’라는 의문이 들 때가 매우 많았다.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이게 지금 수업인가? 오프라인에서 소통할 때보다 뭔가 선생님과 멀어지는 느낌이 든다.’ 등 생소한 감정도 들 것이고, 수업 집중도도 떨어질 것이다. 수업을 교사가 지휘한다는 생각을 학생들에게 심어주기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다.


  여건이 어렵다는 이유로 우리 교사들은 학생들과의 배움을 멈출 것인가. 물러날 수 없었다. 우선 전문성 신장을 위해 스스로 공부를 한 것이 가장 큰 노력이다. ‘GEG(Google Educator Group) 경남’에 가입을 하여 구글 기반 스마트교육 및 이외의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을 연구하여 원격수업의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했다.


  그다음 ‘경상남도 스마트교육 지원단’으로 활동, 단위 학교로 직접 방문하여 각종 원격수업용 스마트 도구 사용 방법 등을 알려주는 연수를 여러 차례 진행하였다.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 경상남도 교육연수원 사이트 및 수업 나눔 온-오프라인 축제 등을 이용하여 전 교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교실을 만드는 방법 및 수업 사례를 아낌없이 소개하기도 했다. 그것으로도 부족할까 싶은 마음에 독학하고 계실 전국의 선생님들을 위하여 ‘Goodteacher Social-굿티쳐 쏘샬’이라는 유튜브 채널과 블로그 등을 개설하여 스마트 도구 활용법 등에 대한 매뉴얼 설명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했다.


선한 영향력을 타인에게 심어주자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업 자체의 질 제고이다. 교사의 우선순위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수업 전문성이라고 굳게 믿는다. 교사 실재감을 높이기 위해 어떠한 플랫폼을 활용하여 학생들에게 더욱 생동감 있고 능동적인 배움이 생기는 수업을 만들지 많은 고민을 하였다.


  이에 필자는 3월 초중순부터 학생들과의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진행하였고, 그 결과 수강생들은 온라인 플랫폼에 그 누구보다 빨리 익숙해질 수 있게 되었다. 구체적으로 학급별, 교과목별 개설한 구글 클래스룸에 그룹별 과제, 개인별 과제 등을 올리고 실시간 화상 수업 플랫폼을 병행하며 매우 활발하게 수업으로 소통해 왔다.


  그뿐만 아니라 온라인 공동교육과정 강사로 지난해부터 활동, 교실 온닷 플랫폼을 활용하여 경상남도 전 지역의 학생들과 환경 수업을 진행하며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실천적 역량 강화에 힘썼다.


  가장 보람된 순간은 나의 노력을 그 누군가가 알아줄 때이다. 필자가 교직에 들어오며 늘 되뇌는 말은 ‘선한 영향력을 타인에게 심어주자’ 이다. 교원들을 대상으로 원격수업 관련 연수를 할 때도 하나라도 더 알려드리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붓고, 학생들과의 수업을 위해서도 잠을 조금이나마 줄여가며 살아 있는 배움을 주기 위해 효과적인 원격수업 아이디어를 구상한다. 동료교사와 학생들의 긍정적 평가와 응원은 피곤했던 몸과 마음을 싹 가시게 한다.


  미래사회는 지속적으로 변화하기 마련이고, 그 방향은 누구도 쉽사리 예측할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그 어떠한 방향으로 세상이 흘러가더라도 교사로서의 직업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움 그 자체를 익숙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 이번 사태를 계기 삼아 위기의식을 느끼고, 한 걸음씩 점진적이지만 거대한 전환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필자 또한 그 전환에 크나큰 도움이 되기 위해 일선 현장을 돌아다니며 묵묵하고 꾸준히 활동할 것이라는 다짐으로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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