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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교육 시대, 대학 원격교육 진단

글   장상현 한국교육학술정보원 대학학술본부장


  우리는 그리스도의 탄생 이전은 B.C.(Before Christ), 이후는 A.C.(After Christ)로 연대(年代)를 표기해 왔다. 그러나 2020년은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팬데믹(Pandemic) 상황에 직면하여 경제 및 사회 질서가 크게 바뀌게 되었고, 이제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표현할 정도로 거대한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특히, 역사적으로 전쟁 기간에도 멈추지 않았던 교육 활동이 바이러스로 인하여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우리는 정보통신기술(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을 교육에 적용한 에듀테크(EduTech)를 활용하여 원격교육을 실시함으로써 지속적인 교육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비대면 고등교육은 1972년 한국방송통신대학교의 개교를 시작으로 2001년 이후 설립된 21개의 원격(사이버)대학을 통하여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일반대학에서는 원격교육을 20% 이내로 제한하여 왔다. 2020년 3월 교육부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면대면 수업을 비대면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긴급히 원격교육과 관련된 규정을 개정하였다.


온라인 수업, 교수가 촬영한 강의 영상 33%

  비대면 수업은 실시간쌍방향형, 학습관리시스템(LMS:Learning Management Systems)을 활용한 강의콘텐츠활용형, 메일 또는 SNS를 활용한 과제제시형으로 진행되었다. 첫째, 실시간 쌍방향수업은 ZOOM, Webex, 구글 클래스룸, 마이크로소프트 팀스(Teams), 구루미, 리모트미팅 등 다양한 국내외 화상회의 소프트웨어를 활용하여 오프라인 수업과 유사한 형태로 진행된다. 둘째, 강의콘텐츠 활용 수업은 교수자가 강의를 사전에 녹화하여 강의콘텐츠를 각 대학의 학습관리시스템(이하 LMS) 또는 유튜브와 같은 공간에 탑재(Upload)하여 학습자가 가능한 시간에 학습할 수 있는 형태이다. 파워포인트에 음성을 추가하는 쉬운 방법을 택하거나, Camtasia, GomMix, Doczoom 등 국내외 영상 녹화 및 편집 소프트웨어들을 사용한다. 셋째, 과제제시 수업은 메일이나 카카오톡, 네이버밴드 등 SNS를 활용하여 단순하게 과제를 제시하고 확인하는 형태이다.

  1학기 온라인 수업 결과, 교수가 직접 촬영한 강의 영상을 활용하는 방법이 33.0%로 가장 많았고, 콘텐츠만 재생하는 방법이 29.1%, 실시간 화상 수업은 26.1%로 나타났다. 외부 콘텐츠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하 KERIS)이 운영하는 K-OCW(www.kocw.net)가 10.5%,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운영하는 K-MOOC(www.kmooc.kr)는 4.9%, 방송대 공개 강의는 6.6%, 유튜브는 48.0%, 기타 30.0%로 조사되었다. 원활한 원격교육을 위해 교수자와 학습자의 활동을 관리해주는 LMS는 오프라인의 캠퍼스와 같이 온라인에서는 기본이 되는 인프라이다. 하지만 지난 4월 교육부 조사에 의하면 일반대학은 15%, 전문대학은 무려 32.6%가 LMS를 미구축한 상태였다.



학생이 뽑은 원격교육의 가장 큰 장점은
반복학습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반복학습은 장점, 최소한의 질 보장 필요

  사실, 우리나라는 그동안 교육 분야에 ICT를 적극 도입하여 세계를 선도하여 왔다. 1996년부터 교육정보화종합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여 체계적으로 교육환경을 개선하고 교수학습법의 혁신을 위한 많은 노력을 했다. ICT활용교육, 이러닝, 유러닝, 스마트러닝 등의 신기술이 출현할 때마다 새로운 정책을 개발하여 추진해왔다. 또한 2013년부터는 새로운 기술만을 적용하려는 노력을 뛰어넘어 교수학습 방법을 바꾸려는 거꾸로학습(Flipped Learning)1 운동이 활성화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과 변화는 초중등교육 분야에 집중되어 왔고, 오히려 고등교육에서 에듀테크를 사용하려는 노력은 초중등교육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부족했으며 대학 스스로 변화해주길 기대했었다.

  원격수업을 운영한 후, 학생과 학부모는 보다 융통성 있는 학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원격교육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또한 교육 수요자인 학생이 뽑은 원격교육의 가장 큰 장점은 반복학습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교수와 학생과의 상호작용이 미흡한 점, 타 교수의 강의나 오래된 강의를 올려서 시간을 대체하는 등의 사례로 최소한의 질(Quality)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다. 더불어 과제 제시 후 피드백이 없는 경우, 교수의 원격교육 관련 경험 및 역량 부족, 장애학우 지원 부족 등으로 수업을 대체하는 원격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뤄진다면 등록금을 환불하거나 낮춰야 한다는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중단 없는 교육 환경을 위한 동분서주했던 시간

  지난 3월 대학은 개학 연기와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매우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기약 없이 개학을 무기한 연기하는 대학, 4~5월로 잠시 개학을 미룬 대학, 1학기 전체를 원격교육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한 대학 등 경험하지 못한 낯선 환경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중단 없는 교육 환경을 만들기 위해 대학은 동분서주해야 했다. 대학 간 환경과 경험의 차이는 고스란히 학생들의 학습권에 피해를 주게 되었다.

  교육부는 초기 온라인 강의 콘텐츠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에 공개된 대학 강의 서비스인 K-OCW와 K-MOOC를 활용하도록 안내했다. 또한 KERIS는 원격교육 경험이 없는 교수자가 원격수업을 할 수 있도록 준비단계에서부터 해야 할 일, 실시간화상수업도구 활용법, 저작권관리 방법 등을 엮은 퀵(Quick)매뉴얼을 제작하여 공개했다. 그 사이 정부의  1차 추경에 예산이 반영되면서 KERIS를 대학원격교육지원센터로 지정하여 어려운 환경에 처한 대학과 교수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대학원격교육지원센터는 LMS를 구축할 예산과 전문 인력이 없는 대학에 LMS를 지원한다. 또한 유튜브에 강의를 탑재하여 저작권 피해나 학내 서버 공간 부족 등을 걱정하는 교수자 그리고 대학에서 지원받지 못하는 시간 강사들에게 필요한 만큼 개인 강의 저장 공간(www.koer.kr)을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원격교육 이후 학습자들의 상호작용 활성화, 수업 몰입 강화, 동기 유발 등 효과적인 수업 운영을 위한 방안 등의 주제로 웨비나를 개최하여 결과를 공유하고 있다.

  2016년부터 제4차 산업혁명의 시작으로 교육 분야는 물론이고 모든 경제·사회 분야의 디지털 전환(Transformation)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신기술인 빅데이터·AI의 활용 및 인재양성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기 시작되었다. 그러나 SW 역량 부족2, 고등교육 질적 경쟁력 취약3 등 교육 현안 해결에 빅데이터·AI 기술을 도입하려는 차에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급작스럽게 블랙홀과 같이 비대면(Untact) 원격교육으로 모든 주제가 집중되어 버렸다.


코로나 시대, 원격교육은 선택 아닌 필수

  비대면교육, 즉 원격교육은 인터넷, 플랫폼(Platform), 교육용 응용 소프트웨어, 콘텐츠, 개인단말기4 등 기본적인 환경 요소와 다양한 교수학습 방법 및 평가, 그리고 개인정보보호를 포함한 정보통신윤리 등을 구성 요소로 꼽을 수 있다. 지난 학기 온라인 개학으로 우리는 혼란스러운 과정에서 교육플랫폼과 에듀테크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공감하게 되었다. 플랫폼은 오프라인 학교의 교사(校舍, 건물)에 해당하는 온라인상의 기본적인 인프라이다. 따라서 플랫폼은 교수자와 학생의 원격교육을 시작하기 위한 최초 접속지점으로써 안정적인 원격수업을 위해서는 네트워크, 서버를 포함하여 동시접속 관리 등을 잘 할 수 있는 안정성과 다양한 수업형태를 지원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춰야 한다. 더욱이 교육에서의 AI 기술 적용은 플랫폼에 쌓여진 빅데이터를 학습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므로 플랫폼이 가장 기반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팬데믹으로 인해 의도치 않게 원격교육 플랫폼을 빠르게 갖추게 되었지만 앞으로 AI 기술의 발전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만약 팬데믹이 없었다면 우리나라는 개별학교 단위까지 교육플랫폼을 사용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을 것이다. 이처럼 원격교육 기반으로 AI 기술을 활용한다면 그동안 우리가 해결하지 못했던 교육 현안을 의외로 쉽게 풀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해본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바이러스와 함께 생활해야 하는 위드(With) 코로나 시대에는 원격교육이 일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이다. 그러나 원격교육이 일상화되면서 정보취약계층 학생의 경우는 오히려 학습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동안 인류는 3번의 산업혁명으로 경제·사회 그리고 교육 방식의 큰 변화를 경험해 왔다. 초연결, 초지능, 초실감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 제4차 산업혁명은 부지불식간에 AI를 활용하는 데 익숙한 사람들이 부와 권력을 독점하게 되는 승자독식(Winner Takes All)을 가속화할 것이다. 만약, 우리가 그 격차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승자와 이미 거리가 멀어지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지역 간, 소득 간, 세대 간 격차를 줄이고 모든 사람이 행복한 미래 사회를 대비하기 위해 보다 안전하고 미래지향적 원격교육을 준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  거꾸로학습: 플립드러닝이라고도 하며 수업시간 전에 강의영상을 미리 학습한 후 수업시간에는 토론과 협력을 기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제중심의 학습 방식

2  2018년 OECD 조사 결과 학교에서 인터넷 사용 시간은 하루 평균 주중 학교에서 약 26분으로 OECD 평균 70.5분 보다 현저히 떨어짐(대상 만15세 학생, 중학생/고등학생)

3  2019년 WEF(World Economy Forum) 조사 대상 130여 국가 중에서 고등교육 수업의 질을 측정하는 창의적 문제해결력 순위는 90위로 하위권

4 개인단말기(BYOD : Bring Your On Devices) : Personal Computer, Notebook, Pad, Smart-Phone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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