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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빅데이터 시대 에듀테크의 희망과 과제

글 _ 송기상 한국교원대학교 교수

에듀테크가 나오게 된 배경

  교육에 기술(테크놀로지)을 이용하고자 하는 노력은 컴퓨터 발전 초기부터 이루어져 왔다. 1960년 미국 일리노이대학의 일리악(ILLIAC)I 

컴퓨터를 이용하여 개발된 PLATO(자동화된 교수 작용을 위한 프로그램)가 어쩌면 에듀테크의 제대로 된 시발로 볼 수도 있다는 의견이 있다. 그렇지만 교육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하여 시대마다 등장하는 테크놀로지를 이용하고자 하는 방향성은 인류의 역사 이래 줄기차게 이루어져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우리가 에듀테크라고 부르는 ‘컴퓨터와 정보통신 기반’ 에듀테크는 PLATO 이후 컴퓨터보조학습(CAI)이라 불리는 코스웨어 형태의 기술이 2000년 초반까지 이어졌다. 이후에는 빠르게 확산된 인터넷 기술과 정보통신 기술로 인하여 본격적인 에듀테크가 등장한 것으로 보는 것이 바른 방향인 것 같다. 지난 수년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한국 교육에서도 원격 화상회의나 콘텐츠 기반의 비대면 수업이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지면서 에듀테크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게 되었다. 이에 더하여 더욱 빠르게 발전하고 더 큰 능력을 갖춘 AI, 빅데이터 응용 기술들의 출현이 에듀테크의 진보를 더욱 촉진하고 있다. 



왜 사람들은 교육에 테크놀로지(기술)를 접목하고자 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기술과 교육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두 가지 관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즉, 기술을 중심으로 교육을 보는 관점과 사람을 중심으로 보는 관점이 그것이다. 기술중심주의자들은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어떻게 저런 기술을 교육에 이용할까 하고 생각한다. 컴퓨터, 인터넷, AI 등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이들은 재빠르게 이런 기술을 교육에 연결하는 노력을 한다. 연구 방향이나 개인적인 주장도 항상 변화하는 기술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오래전에 유네스코 방콕에서 전문가들과 회의할 때, 유네스코의 관계자가 R러닝이 무엇인지 물어 왔었다. 그러면서 한국의 어떤 학자가 

R러닝을 이야기하는데,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로봇(Robot) 기반 교육을 의미하는 것 같았다. e-러닝, U-러닝, m-러닝, R-러닝 등 수많은 신기술이 산업계에 나타날 때마다 기술중심주의자들은 그 기술 뒤에 ‘러닝’을 붙인다. 교수자와 학습자를 도울 수 있는 기술들이 수없이 존재함으로 이런 접근이 잘못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ICT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빠르고 시대마다 새로운 기술이 나타나기에 에듀테크의 필요성을 기술중심적 관점에서는 찾기가 쉽지 않다.


  또 다른 방법은 인간중심주의적 접근이다. 이 관점에서는 ‘인간은 어떻게 학습하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이들은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고 이를 처리하고 기억하는 인간의 학습 원리를 먼저 알고, 그 후에 기술을 접목해야 한다는 관점을 갖고 있다. 가령 ‘어린아이들에게 휴대폰이나 탭을 쥐여준다면 이것이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와 같은 문제가 이들의 관심사 중 하나다. 그러다 보니 테크놀로지를 교육에 도입하고자 할 때, 이들은 기술중심주의자 보다 기술의 수용 속도가 늦다. 새로운 기술을 수용할지를 고민하는 사이, ICT 기술은 또 빠르게 발전되어 버리는 상황을 만날 수 있다. 수년 전에 디지털교과서나 기기를 도입하는 것이 학습자들의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와 관련하여 정부지원기관에서 연구를 수행한 경우가 그런 예이다. 결론을 내기가 쉽지 않은 주제이고, 그러다 보면 인간중심주의자들은 거의 항상 보수적인 결론으로 테크놀로지의 접목을 거부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이 반드시 에듀테크에 저항하는 것은 아니고 다만 이런 기술들이 정말 교육적으로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더 오래 한다는 것이다.


  에빙하우스(Ebbinghaus)의 망각곡선에서 보이듯이 인간은 오늘 배운 것을 내일이면 거의 다 기억하지 못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밀러(Miller)의 매직 넘버라고 불리는 ‘7±2’ 실험(많은 단어를 본 후 기억을 회상했을 때,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5~9개의 단어를 기억했다고 함)은 인간의 단기 기억의 한계를 보인다. 이러한 한계를 지니는 인간의 교육을 돕기 위해서 교육정책자나 교수자는 부단히 노력할 수밖에 없다. 이런 노력의 일환이 인간중심주의적이든 기술중심주의든 상관없이 할 수 있다면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교육에 투입하고자 하는 것으로 나타날 수 있다.


  벤자민 블룸(B. Bloom)이 1984년에 발표한 ‘The 2 sigma problem1’ 논문은 에듀테크의 필요성을 학문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에듀테크를 주장하는 사람이라면 학자든 정책가든 이 논문을 읽어 볼 필요가 있다. 블룸의 주장은 한마디로 ‘3~4명 또는 일대일 교육 방법이 교육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 가르칠 때도 20~30명을 모아서 수업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가 좋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과외가 성행하고, PISA 점수가 높게 나오는 이유가 혹시 이런 연구와 연계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여간, 소그룹교육이 효과적임을 누구나 알고 있으나, 공교육에서 그런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나라는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에 컴퓨터와 ICT 기술을 통합

시켜 인간 교사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면대면 소그룹교육에서와 유사한 효과를 학습자들에게 낼 수 있도록 할 수 있다면 이것이 궁극적인 에듀테크의 지향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블룸의 논문은 요즘의 AI와 빅데이터로 무장된 인공지능 기반 교수 체제가 이런 것을 가능케 하리라는 주장의 근원이기도 하다.



에듀테크가 약속하고 있는 것들

  이 같은 논리에 따르면 교육에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고 에듀테크를 도입하면 자연히 우리의 학생들은 수업의 개별화가 이루어지고 개인 학습 능력이 극대화될 것처럼 보인다. 이것이 또한 교육에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고 AI나 빅데이터 등 신기술을 접목시키고자 하는 정책 입안자들의 주장이기도 하다. 


  분명히 에듀테크는 학습자들의 수업 참여를 촉진하는 점이 있다. 10대의 학생들은 테크놀로지에 쉽게 매혹당한다. 비록 학습에의 집중이 학습 내용이 아니라 그것을 전달하는 기술에 있다고 할지라도 학습자들이 이런 기술이 없는 수업에서 보다는 이런 수업 방식에 더 집중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또한 클라우드 서비스나 학습자 간의 협력을 도와주는 도구들을 사용할 때 학습자들의 협력 역시 증대된다. 이런 장점은 소위 말하는 21세기 기술의 4C(창의력, 협력, 소통, 비판적 사고력) 중에서 협력과 소통을 돕는 방편이 된다. 그뿐만 아니라 에듀테크는 학습자들에게 언제든지 배우고자 하면 학습 자료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 준다. 디지털교과서나 가정에서도 듣고 볼 수 있는 학습 자료는 이미 넘쳐나는 것이 현실이다.



현실적인 과제들

  에듀테크는 학습효과를 향상하기 위하여 테크놀로지나 IT 도구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그 범위가 매우 광범위하다. 예를 들자면 메이커교육을 통한 스팀(STEAM)교육에서는 아두이노를 이용하고 코딩을 하는 경우도 있다. 여기에는 필수적으로 IT 도구가 활용되지만, 이런 활동이 학습자의 전통적인 교과지식이나 기초학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렇기에 에듀테크를 사용하면 당연히 개개인의 학습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듀테크나 AI 기반 개인 교수형 수업체제가 갖추어진다면 많은 학생이 혜택을 볼 수 있다. 연구에 의하면 학습능력이 높은 상위 25%와 낮은 25%는 교수자의 교수방법이나 교재에 영향을 많이 받지 않는다고 한다. 중간 정도의 능력을 보이는 학생 50%는 교수자가 채택한 교수방법이나 교육자료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술을 채택한 수업체제는 중간 그룹의 학생들 50%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낮은 25%의 학생들에게는 이러한 기술적인 요인보다 오히려 교수자와의 대면수업이 더 효과적일 수 있을 것이다.


  많은 학습자료나 디지털화로 인한 뛰어난 교수 체제가 갖추어진 교육환경이라 할지라도 학습자들이 자연히 ‘학습할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언젠가는 발전된 에듀테크에 의해서 인간 교사를 배제한 채 교실 수업을 이끄는 AI-주도형 수업체제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수업체제는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다. AI가 학습자의 정서와 삶 자체를 파악하고 도와준다고 할지라도 인간을 변화시키는 것은 인간 교사의 역할을 필요로 한다. 교육은 결코 점수만으로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에듀테크나 AI 기술을 접목한 교육 시스템을 개발하고 도입할 때는 반드시 교사와의 협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1960년대 이후로 이루어질 수 없는 교육과 테크놀로지의 결합 시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점은 교사를 배제한 교육체제의 변화시도에 기인한 점이 크다. 그런 점에서 새로이 시도되는 디지털 교육에서는 교사를 그 중심에 두는 제도적, 정책적 혜안이 요구된다. 새로운 정책적 시도에는 그 효과성을 매우 낙관적으로 보고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 번의 결정이 오래 영향을 미치는 교육의 특성상 테크놀로지를 교육에 접목하고자 시도했던 수많은 노력들의 성공과 실패의 요인이 어디에 있었는가를 겸허히 살펴보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 현재 등장하고 있는 기술이 영원하지는 않겠지만 인간의 학습 특성은 영원히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1 B. Bloom(1984). "The 2 Sigma Problem: The Search for Methods of Group Instruction as Effective as One-to-One Tutoring". Educational Researcher. 13 (6): 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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