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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글 _ 정택수 한국자살예방상담센터장(우석대 겸임교수)

# 끝내 돌아오지 못한 유나네 가족... 가족 3명 생활고로 극단적 선택

# ‘빚 많아 힘들다.’라는 글 남기고 숨진 의정부 40대 일가족 숨진 채 발견

# 생활고에 시달리다 초등학교 두 아들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40대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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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선택으로 한 달에 한 명꼴로 아이들 사망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9년까지 20년간 부모의 선택으로 한 달에 한 명꼴로 자녀가 사망했다. 왜 자녀라는 이유로 살해당해야 하는 걸까. 동반 자살이 아니다. 자녀들 관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자살이 아니다. 부모와 같은 마음으로 함께 죽음을 선택한 것도 아니다. 


  생활고에 시달린다는 이유로 초등학생 아들 두 명을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김 씨에게 1심 법원은 징역 20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인간은 태어나면서 그 순간 이미 독립된 인격체”라며 “그 부모조차도 아이에 대해서 생살여탈권을 가지는 것이 아니고, 오롯이 성인으로 성장할 때까지 보호하고 양육할 책임만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부모가 설령 자신의 삶을 포기하더라도 양육하던 자녀의 생명까지 일방적으로 박탈할 권리는 없다는 것을 강조한 판결이다.

  ‘나는 왜 죽어야 하나요?’ ‘나는 살고 싶어요’ 아이들이 부모에게 하고 싶은 말일 것이다.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내 아이는 내 아이가 아니다’

  한국의 부모들이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는 자식을 사랑한다는 미명하에 지배하려는 것이다. 진짜 자식을 위한 사랑은 자식의 잠재력을 실현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두 번째는 자녀를 소유하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우리나라에서 유독 자녀를 동반한 ‘비속 살해’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동반 자살은 같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로 마음먹고 죽음을 선택하지만, 비속 살해는 자식 사랑이 아니라 ‘살인행위’다. 부모가 자식의 동의 없이 자식을 죽일 권리는 없다(<심리학자의 마음을 빌려드립니다> 중에서). 이런 행위는 자식은 내가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생각과 자식은 내 것이라는 잘못된 소유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교육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내 아이는 내 아이가 아니다’ 내 자식이지만 내가 내 마음대로 소유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내 수족처럼, 내 자식을 내가 죽일 수 없음을 인식해야 한다. 부모교육을 주기적으로 해야 한다. 부모 자격으로 한 가정의 관리자로서 가장으로서 자녀를 잘 양육하고 교육하고, 잘 성장시켜 사회로 돌려보내야 한다. 독립적 인격체로 잘 키워 사회 국가의 일원으로 내보내야 한다. 



삶의 걸림돌은 이겨내고 디딤돌로 삼아야!

  삶은 고통이고 힘듦의 연속이 될 수 있다. 고통이 오고 힘들다고 삶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왜’ 살아야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산다는 것은 견딤이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말한다. ‘왜’ 살아야 하는지를 아는 자는 ‘어떠한’ 상황도 견딜 수 있다고. 살아가다 보면 힘겨운 걸림돌이 우리 삶을 힘들게 할 수 있다. 이런 걸림돌은 잘 이겨내고 디딤돌로 삼아야 한다. <행복의 조건>, <행복의 비밀> 책으로 유명한 하버드 대학교 조지 베일런트 교수는 말한다. 어느 누구도 고통과 노력과 불안 없이 인생의 승부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없다고.


  결정적으로 힘겨운 인생의 사건들이 종종 우리를 시험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사업 실패로 가게 문을 닫게 되고 불법 도박, 주식, 가상화폐로 큰돈을 잃게 되어 수억 원의 부채가 발생하기도 한다. 아내 혹은 남편에게서 우울증 등 정신병리가 발생하기도 한다. 남편(아내)과 부부싸움도 잦게 되고 시댁, 친정갈등이 심화하기도 한다. 아무 문제 없이 순탄한 가정이 과연 몇이나 될까? 시댁 사람들이 미워서, 남편이 미워서 자녀를 살해하고 자살미수에 그친 한 여성은 복수심으로 자녀를 살해하고 처벌을 받고 눈물을 흘렸다. 약하고 어린 자녀를 볼모삼아 남편과 시댁의 분노 표출 대상화(對象化)한 것이다. 



인생의 장애물을 만나면 도움을 요청하자

  살아가면서 어려운 장애물과 걸림돌이 닥쳤을 때 우리는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사람들은 왜 자살을 생각하나요?’ 강의 중 질문하면 한마디로 ‘내 능력에 한계가 왔다’고 생각할 때라고 답한다. 1억 원이 넘는 부채로 시달림을 당하고, 아내의 우울증으로 한 가정이 도저히 헤쳐 나가기 어렵고, 능력의 한계가 왔다고 생각할 때 자살을 생각하고 계획하고 실행을 하게 된다. 죽어야 할까? 살아야 할까?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까? 부모 중 삶의 비중이 큰 누군가가 있다면 살아가는 쪽으로 기운다. 그런데 둘 다 ‘죽자’라고 합의된 상태라면 죽음의 길을 선택한다. 이때 자녀는 그냥 부모가 선택한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 먼저 죽임을 당하는 것이다. 부등호 표시가 삶과 죽음에서 ‘그래도 살자’ ‘다시 한번 해보는 거야’라고 살아가는 쪽을 선택해야 한다. 자살하려는 사람들은 자살 선택을 앞두고 삶과 죽음에서 고민하고 갈등한다. 양가감정이다. 죽을까 살까로 고민한다. 우울증이 있거나 절망적이고 자살을 생각하게 될 때, 좁아진 사고(인지협착)에서 죽음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위험한 생각이다. 좁아진 시야(터널비전)도 함께 온다. 아무것도 보이는 게 없다. 죽음의 유혹이다. 이 죽음의 유혹을 뿌리치고 살아야 한다. 



가족 사망을 막기 위해서, 사회적 돌봄 필요

  앞에서 살펴본 자녀 살해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기사 내용을 보면서, 우리는 생각해 봐야 한다. 한 가정이 무너지는 것을 그냥 지켜만 보고 있어선 안 된다. 우리 사회, 국가에서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남의 일이 아니다. 조유나 학생이 제주도 ‘한 달 살이’ 체험학습을 갔다면 친구들 선생님들은 안부도 물어보지 않았을까? 사전에 미세한 자살징후(언어적 신호, 정서적 신호, 행동적 신호, 상황적 신호)가 발견되지 않았을까? SNS가 발달하고 반별 단톡방에서 대화, 전화로, 잘 있는지 좀 더 관심을 기울였어야 했다. 학생 상담을 통해 부모님 경제적 문제, 가정 분위기 파악 등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가족의 사망을 막기 위해서는 가정의 경제적 어려움, 부채로 인한 개인회생 법적 조치 여부, 부부갈등을 위한 심리상담 지원 등 적극적으로 행복한 가정, 안정적 가정을 위한 사회적 돌봄을 제공해야 한다. 송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모가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아이가 건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랄 수 있도록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유사 사건 재발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부모로서 한 가정을 관리하기 위해 어려운 역경 이겨내기(역경지수 높이기), 자아존중감 높이기, 회복 탄력성(Resilience) 높이기 등 교육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강하다. 한 가정의 엄마로서 아빠로서 자녀를 양육하고 교육하고 성장시킬 책임이 있다. 힘든 어려움이 오더라도 쉽게 삶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가족 구성원의 공동체는 우리가 아닌 인격의 성장 구조를 잘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학습의 첫 학습원(學習園)인 것이다. 




마음이 힘들어서 혹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앞둔 누군가가 있다면 한 번만 주변에 손을 내밀면 어떨까요? 당신의 주변에는 어려움을 함께 나눌 이웃들이 있으며, 다양한 기관에서 여러분의 상담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정신건강위기상담전화 1577-0199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 

한국생명의전화 1588-9191

한국자살예방센터 02-439-2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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