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 이달의 기사 전체보기

누리호, 한국 우주 시대를 열다

글 _ 최연구 과학문화칼럼니스트, 부경대 대학원 과학기술정책학과 겸임교수

  2022년 6월 21일. 대한민국 우주개발의 역사에서 한 획을 그은 한국형발사체(KSLV-II; Korea Space Launch Vehicle-II) 누리호 2차 발사에 성공한 날이다. 이날 오후 16시에 발사된 누리호의 비행 종료 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은 발사체 비행 정보를 담고 있는 누리호 원격 수신 정보(텔레메트리)를 초기 분석한 결과, 누리호가 목표 궤도(700km)에 진입해 성능 검증 위성을 성공적으로 분리하고 안착시켰음을 확인했다. 누리호는 정해진 비행 시퀀스에 따라 비행이 진행됐고 1, 2, 3단 엔진 모두 정상적으로 연소 되었으며 페어링 분리 및 성능 검증 위성 분리까지 완벽히 성공했다.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 주식시장의 침체와 경제 불황 때문에 지칠 대로 지친 국민에게 모처럼 가뭄에 단비 같은 희소식이었다. 



우리별 1호에서 누리호까지

  우리나라 우주개발의 역사는 그리 길지는 않지만, 그간 장족의 발전을 이루었다. 우리나라가 첫 인공위성을 쏜 것은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1992년이었다. 당시 한국 최초의 초소형 인공위성 ‘우리별 1호’는 영국 세레이 대학의 기술적 도움을 받아 제작되었고, 프랑스 발사 기술의 도움으로 프랑스령 기아나의 우주센터에서 발사됐다. 1993년에는 국산 과학 관측 로켓 ‘과학 1호(KSR-420)’를 발사했는데, 이는 길이 6.72m, 무게 1,410kg의 1단형 고체연료로 추진되는 아주 초보적인 형태의 로켓이었다. 1997년에는 기술적으로 진일보한 2단 고체연료 로켓 ‘과학 2호’를 발사했다. 강력한 엔진 추력으로 고도를 3배가량 높이긴 했으나 실험 관측에는 실패했다. 1999년에는 다목적 실용 위성 아리랑 1호를 만들어 미국에서 발사했다. 아리랑 1호는 겨우 6.6m급 흑백사진을 찍는 수준이었지만, 2006년에 발사된 2호는 1m급, 2012년의 3호는 0.7m급으로 빠르게 발전했고 위성사진 수출국으로 도약하게 된다. 


기사 이미지

  2008년은 우주개발 역사에서 기념비적인 사건이 있었던 해다. 바로 한국인 최초의 우주인 탄생이다. 한국우주인배출사업은 노무현 정부 때 처음 시작했는데 4차례의 선발 과정을 거쳐 고산과 이소연, 두 명의 우주인 후보가 선발되었고 이들은 러시아 가가린 우주인센터에서 훈련 받았다. 최종적으로는 이소연이 우주비행 참가자로 결정됐다. 그녀는 2008년 4월 8일 오후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러시아 우주인들과 함께 소유즈 TMA-12호를 타고 출발해 4월 10일 오후 국제 우주 정거장(ISS)과의 도킹에 성공했고, 4월 19일까지 10일간 우주에 머물면서 여러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이소연은 전 세계적으로는 475번째, 여성으로서는 49번째 우주인이다.


  한국 우주개발 역사의 과정에서 개발된 인공위성은 처음에는 과학위성, 다음은 방송통신위성, 그다음은 다목적 위성이었다. 우리별 1, 2, 3호는 과학위성, 무궁화 1, 2, 3호는 방송통신위성이었고 아리랑 1, 2호는 다목적 위성이었다. 인공위성 기술은 이렇게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으나 문제는 자체 발사대와 발사 기술이 없어 늘 다른 나라 기술의 도움을 받아 발사해 왔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도 전라남도 고흥군 외나로도에 우주 로켓 발사장을 보유한 나로 우주센터를 지었고, 이로써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13번째로 우주 로켓 발사장을 보유한 국가가 되었다. 나로 우주센터는 2000년 12월에 착공해 2009년 6월까지 9년에 걸쳐 완공되었는데 러시아 기술의 도움을 받아 건설되었다.


기사 이미지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는 나로호였다. 2009년과 2010년 두 번의 발사 실패에 이어 2013년 1월 3번째 만에 발사에 성공했다. 나로호(KSLV-I; Korea Space Launch Vehicle-I)는 100kg급 인공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진입시킨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발사체로 1단 액체 엔진과 2단 고체 킥모터로 구성된 2단형 발사체였고, 발사체 조립과 발사 운용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러시아 흐루니체프가 공동으로 수행하였다. 한러 협력으로 나로호 발사에 성공한 지 9년 만에 이번에 순수한 독자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발사에 성공함으로써 대한민국은 명실상부한 우주 강국 반열에 진입하게 되었다.



누리호 발사 성공의 의미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발사의 성공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이번 누리호 2차 발사 성공은 무엇보다 발사체 제작부터 발사, 운영에 이르는 전 과정을 다른 나라의 도움 없이 순수한 국산 기술로 수행하고 성공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자국산 우수 발사체에 자국산 위성을 탑재해 우주로 쏘아 올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음을 세계만방에 과시한 것이다.


  또 한 가지는 2021년 10월 21일 누리호 1차 발사는 절반의 성공이었는데, 불과 8개월 만에 2차 발사를 성공시켰다는 점이다. 1차 발사 때는 1단 로켓 분리, 페어링 분리, 2단 분리, 위성 모사체 분리까지는 성공했으나 3단 로켓에 장착된 액체 엔진이 원래 계획보다 빨리 연소 되는 바람에 위성 모사체를 궤도에 안착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보통 1차 발사에 실패할 경우, 2차 발사를 준비하기까지 소요 시간은 10개월 이상이지만 누리호 2차 발사는 그 기간을 훨씬 단축함으로써 우리 기술력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7대 우주 강국으로 우뚝 선 대한민국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총 1.5톤의 성능 검증 위성과 위성 모사체를 700km 궤도에 올려놓는 데 성공함으로써 대한민국은 러시아, 미국, 프랑스, 중국, 일본, 인도에 이어 세계에서 7번째로 1톤 이상의 인공위성 자력 발사 능력을 확보하게 되었다. 

  한국 우주개발의 중심에는 항우연이 있다. 항우연은 1989년에 설립돼 정부 주도의 우주개발사업에 중심적 역할을 해온 국책 연구기관이다. 설립된 지 30년이 조금 넘은 연구소지만 그간 과학기술위성, 다목적 실용위성, 정지궤도위성, 우주발사체 개발 등에 성공하면서 우리나라를 우주 강국으로 이끈 견인차 역할을 했다. 


  이번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우리는 우주개발 사업 생태계와 인프라 조성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향후 한국 우주산업 발전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국가가 우주개발을 주도하던 과거가 ‘올드 스페이스’ 시대였다면 자금은 민간이 우주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라고 할 수 있다. 누리호 개발에는 정부 출연연구기관인 항우연 외에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30여 개 기업 중심으로 총 300여 개의 민간기업이 참여했다. KAI는 300여 기업이 제작한 각각의 부품을 총괄 조립하는 역할을 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75톤급 액체 엔진을 만들었다. 누리호 발사 사업으로 국책 연구기관의 우주기술은 한 단계 도약했고 아울러 민간기업들도 우주개발 역량을 축적할 수 있었다.



뉴 스페이스 시대, 우주 한국의 미래

  우주 과학의 최강자인 미국의 경우는 민간회사가 우주탐사에 뛰어들어 우주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 X는 우수발사체 개발은 물론이고 2,000기 이상의 위성을 띄워놓고 우주 인터넷망 ‘스타링크’를 구축해 인터넷 서비스를 하고 있다. 또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 역시 우주 경쟁에 뛰어들어 소형 인공위성을 저궤도에 올려 우주 인터넷망을 구축하는 ‘카이퍼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선진국은 우주를 미래산업으로 보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고, 우주를 선점해 미래 패권을 장악하려고 애쓰고 있다.


  1957년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소련의 스푸트니크 발사 성공으로 우주 경쟁이 촉발됐고, 1969년에는 미국의 아폴로 11호가 인류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하면서 본격적인 우주 시대가 개막됐다. 지금 우리는 거대 글로벌기업이 앞다투어 우주산업에 뛰어들고 있는 뉴 스페이스 시대를 맞고 있다. 우리나라는 비록 뒤늦게 우주개발에 뛰어들었지만 30년 만에 독자 기술로 우수발사체를 쏘아 올리는 데 성공했고, 다음 단계로 달 탐사에 나선다. 2022년 8월 초에는 대한민국 최초의 달 탐사선 ‘다누리호’를 발사할 예정이다. 다누리호는 미 우주군 기지에서 스페이스 X의 펠컨 9에 탑재돼 발사된다. 만약 다누리호 발사에 성공하면 여주의 위성센터 대형 안테나를 통해 다누리호와 통신을 할 계획이다. 또한 2030년 무렵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화성 탐사에 나선다.


  1969년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내디뎠던 우주인 닐 암스트롱은 “이것은 한 인간에게는 작은 발걸음에 불과하지만, 인류에게는 거대한 도약이다.”라고 말했다. 누리호 2차 발사 성공에 이어 달 탐사, 화성 탐사까지 성공한다면 대한민국도 우주를 향해 거대한 도약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주 시대는 SF 영화에나 나오는 먼 미래가 결코 아니며 당장 눈 앞에 펼쳐지게 될 아주 가까운 미래다. 


기사 이미지


열람하신 정보에 만족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