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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교육위원회 출범과 성공 조건

글 _ 박은종 공주대 겸임교수

  지난 7월 1일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교육 비전, 중장기 정책 방향, 학제·교원정책·대입·학급당 적정 학생 수 등 10년 단위의 장기적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 학습자 중심의 국가교육과정 수립 및 점검·모니터링,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의견 수렴·갈등 조정 등의 역할을 담당할 대한민국 미래교육 컨트롤 타워(Control Tower)다. 교원·학생·학부모·교육 전문가 등이 협의해 미래 국가교육정책·교육과정을 결정하는 행정위원회다.


  이제 법률 통과로 내년 7월 대한민국 미래교육 100년을 새롭게 열어갈 국가교육위원회가 정식 출범하게 됐다. 따라서 한국 교육의 미래교육정책 입안, 국가교육과정·비전 제시 등이 체계적으로 실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가교육위원회는 많은 우려 속에서도 대한민국 미래교육의 희망과 행복의 창을 힘차게 여는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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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정부의 국가교육 컨트롤 타워 모태

  사실 교육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는 동서고금 불변의 진리다. 우리나라에서도 국가교육 컨트롤 타워 설치에 대한 논의는 오래전부터 지속해 왔다. 한국의 대통령 직속 교육정책자문기구 설치 모태(母胎)는 1985년 전두환 정부의 교육개혁심의회에서 비롯됐다. 그 후 노태우 정부는 1989년 교육정책자문회의를 설치했고 김영삼 정부는 ‘5.31 교육개혁’을 주도한 교육개혁위원회를 1994년 2월 발족했다. 김대중 정부는 1998년 7월 새교육공동체위원회를 설치했으며, 노무현 정부는 2003년 7월 교육혁신위원회를 발족하였다. 이명박 정부는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를 설치했고, 박근혜 정부는 대통령직속 교육정책자문기구를 별도로 두지 않았지만, 교육정책 총괄과 조정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와 같은 국가교육 지휘 본부격인 기구들이 대통령 취임 후 반짝하다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곧바로 명멸(明滅)하고 말았다. 


  현 문재인 정부는 대선 공약 실천을 위해 2017년 민관합동 교육정책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를 국가교육위원회의 플랫폼으로 출범시켰다. 그리고 이제 2022년 7월 대망의 국가교육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있다.


국가교육회의 타산지석과 국가교육위원회의 비판적 접근

  국가교육회의는 대통령 직속 민관합동 자문기구로 국가교육위원회 출범에 앞서 교육혁신 및 중장기 교육정책 논의를 주도하기 위해 설립됐다. 즉 국가교육회의 설립 목적은 중장기적이고 일관성 있는 교육정책 수립 기반을 조성하고,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여 국민의 교육 혁신 요구에 부응하기 위하여 설치되었다. 또한 전문가, 관계 부처 등의 참여와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수렴을 통해 국민이 공감하는 교육정책 과제를 도출, 교육정책의 민주성과 합리성을 높이고자 설치되었다.


  국가교육회의의 역할은 저출산·고령화, 제4차 산업혁명 등 급변하는 사회 변화에 대비하고, 시대적 요구에 걸맞은 새로운 교육 비전과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따라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 교육정책의 사회적 합의를 통해 신뢰도를 높이고 추진 동력을 확보하며 나아가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입법을 앞당기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 


  국가교육회의는 의장 1명, 당연직 9명, 위촉직 11명 등 총 21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국가교육회의는 2017년 12월 12일 첫 전체회의를 개최한 이래 격월로 정기회의를 개최해 현재 총 25회(차)의 정기회의를 마무리한 상태다. 국가교육회의는 전체회의와 각각 3개의 전문위원회, 특별위원회로 조직돼 활동 중이다. 전문위원회에는 중장기교육정책전문위원회, 고등·직업교육전문위원회, 국가교육위원회설치지원전문위원회 등 3개가 조직돼 있다. 특별위원회에는 지역사회협력특별위원회, 청년특별위원회, 디지털교육특별위원회 등 3개가 설치돼 있다. 전문위원회 중 하나인 ‘국가교육위원회설치지원전문위원회’가 그동안 국가교육위원회 출범의 산파 역할을 담당해 왔다. 


  국가교육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있는 현실에서 냉철히 성찰해보면 지난 근 4년 동안의 국가교육회의 활동성과가 별무(別無)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국가교육회의의 조직·운영·활동 등이 여권·정권 편향적 거수기 역할에 치중했다는 혹평을 뼈아프게 귀담아들어야 한다. 이는 초정권적·초당파적·중립적 대한민국 미래교육 100년의 교육정책 컨트롤 타워인 국가교육위원회 출범에 즈음하여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대목이다. 


  한편, 국가교육위원회는 반드시 사회적 합의와 국민적 동의를 기반으로 해야 하는 합의제 기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 법안이 교육위, 법사위, 본 회의 등에서 여당 단독·일방으로 의결·통과됐다. 국가교육위원회의 미래에 험로(險路)가 예상되는 행보로 국민의 마음은 무겁다. 게다가 조직·인사·예산권이 없는 합의제 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가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집행과정을 조율하기에도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향후 국가교육위원회가 출범하면 이론과 현실 사이의 괴리(乖離)로 안착이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방증이다.


국가교육위원회 출범·운영의 과제와 성공의 열쇠

  교육을 ‘종합예술’이라고 하듯이 교육과 교육정책은 모든 영역·분야와 광범위하고도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추진 중 가장 논란이 많은 것도 교육 분야다. 물론 국민 모두가 각자 자·타칭 교육 전문가라고 이야기하지만, 교육정책은 정말 중차대한 의제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출범해 제 역할을 다하고, 나아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다음과 같은 과제가 선결·수행돼야 한다. 이는 국가교육위원회 성패의 가늠자이다. 


  첫째, 국가교육위원회 운영은 사회적 합의와 국민적 동의에 바탕을 둬야 한다. 국가교육위원회의 교육정책 입안·추진은 합의와 동의에 기반을 둬야 한다. 다수결이라는 민주주의의 탈을 쓴 일방적 밀어붙이기 독단은 금물이다. 숙의된 정책으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교육 분야에 대한 국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다는 자세로 합의·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특히 국가교육위원회의 중요한 역할인 국가교육정책·교육과정 수립은 적어도 10년 이상의 중장기적 미래 의제다. 배제가 아니라, 포용에 더해 긴 호흡·안목으로 함께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


  둘째, 완벽한 정치적 중립성·독립성·자주성을 유지해야 한다. 국가교육위원회의 성패는 탈정치성·탈정파성에서 가늠된다. 따라서 비중립성·비독립성 우려를 불식해야 한다. 총 21명의 위원 중 대통령 지명 5명, 여당 추천 4명, 교육부차관, 교원단체(진보) 추천 1명, 교육감협의회 의장 등 12명이 친여권 인사이고, 위원장도 대통령이 임명한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정권 거수기·정파 편향기구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정권이 바뀌어도 교육정책·교육과정이 단절되지 않는 일관성·영속성을 담보해야 한다. 적어도 국가교육위원회에 국민권익위원회·국가인권위원회에 준하는 독립성·자주성을 보장해 줘야 한다.


  셋째, 국가교육위원회와 교육부의 업무와 기능이 명확히 구분돼야 한다. 물론 국가교육위원회는 중장기적 교육 비전과 교육정책 제시, 교육부는 구체적 계획 수립·집행이라는 고유 업무에 충실해야 한다. 양자의 업무·기능이 중첩(중복)되면 소위 옥상옥(屋上屋) 논란과 혼란이 야기된다. 즉, 예산, 재정, 인력, 행정력 등의 낭비와 양 기관의 업무 상치(相馳)로 인한 혼란과 불협화음을 미리 해소해야 한다. 

넷째, 교육자치와 지방분권에 더해 교육정책·교육과정 수립, 의견수렴 등이 추진돼야 한다. 관련 법 제13조에 국가교육위원회가 국민 의견수렴·조정을 해 제시한 안은 관계 기관에서 가급적 따르도록 규정돼 있다. 따라서 국민 의견수렴 시에 정치권과 압력단체·기관 등의 입김을 벗어날 수 있도록 자주권을 보장해야 한다. 특히 국가교육과정은 교육선진국의 사례처럼 ‘통제’에서 ‘자율’로 운영의 틀(System)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끝으로, 국가교육위원회 준비단과 사무처가 교육부에서 독립해 현장과 소통해야 한다. 상임위원이 3명뿐인 국가교육위원회에서 사무처의 역할·기능이 매우 중요하다. 우선 교육부 출신 관료들의 준비단·사무처 파견을 가급적 억제해야 한다. 준비단·사무처에는 교육부 관료·공무원보다 현장감 있는 교원, 학부모, 교육 전문가, 교원단체 인사 등을 보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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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교육 100년의 새 창 열었다는 평가 기대

  이제 차기 정부인 2022년 7월 국가교육위원회 출범은 현실로 다가왔다. 오랜 산고(産苦) 끝에 출범하는 국가교육위원회가 초정권·초당파적으로 대한민국 미래교육정책·교육과정을 이끄는 컨트롤 타워·거버넌스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그 기반 위에서 국민이 바라는 대한민국 미래교육 백년지대계의 초석(楚石)을 단단히 다지기를 소망한다. 

정부는 2022년 7월 출범할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에 따른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앞으로 1년 동안 시행령, 규정, 세칙 등을 교육·학교 현장 친화적으로 다듬고, 예산·재정 등을 확보해 원활한 출범을 지원해야 한다. 


  국가교육위원회가 국민 모두가 원하는 대한민국 미래교육의 컨트롤 타워로 바로 서 출범하기를 바란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초정권적·초당파적으로 일관성·영속성·안정성을 담보해 교육정책을 추진하는 미래교육의 새로운 견인차 역할을 담당하기를 기대한다. 국가교육위원회의 원활한 출범 지원의 열쇠는 철저한 준비와 지원이다. 


  먼 훗날 교육사가(敎育史家)들이 2022년 이후 대한민국의 교육사를 새로 쓴 ‘명불허전(名不虛傳), 2022 대한민국 국가교육위원회’라고 평가할 수 있도록 그 역할과 사명을 다하길 바란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세계화 시대·제4차 산업혁명시대 대한민국 미래교육 100년의 새로운 창(窓)을 활짝 열어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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