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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포커스① 미래교육과 교원양성체제, 변화의 길목에서

글 김은정 충현중학교 교장(전 국가교육회의 중장기교육정책전문위원)

최근 부산교대와 부산대가 새로운 종합교원양성체제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교대와 사범대의 통합이 다시 이슈로 떠올랐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 구조조정과 미래형 교원양성체제 마련에 관한 논의는 민감하지만 짚고 넘어가야만 하는 부분이다. 미래 예비교원 양성은 어떤 방향으로 이뤄져야 하는지,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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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학교가 추구해야 할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일까? 지금 그리고 미래에도 변치 않는 학교 교육의 본질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학생의 배움과 성장이다. 학교는 한 사람, 한 사람 인간의 존엄이라는 가치 위에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삶의 역량을 키워주어야 한다. 학생은 교사로부터 배우기도 하지만 스스로 그리고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가르치고 배운다. 학교는 학생이 성장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을 만들어주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상상하고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미래 교원양성체제 변화의 방향과 내용은 이러한 교육적 요구와 사회변화에 조응하는 것이어야 하며 학교 교육의 본질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학령인구 감소와 학교 교육

  전 세계적으로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인구구조가 변화하고 있고 이러한 변화는 학령기 아동의 인구변화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의 초등학생 수는 2020년 265만 명에서 2030년 172만 명으로 감소해 10년간 93만 명이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통계청, 2019). 객관적 통계 결과를 굳이 예를 들지 않아도 학교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도는 더 크다. 학년말에 차기년도 학급 편성과 교원 소요 인원을 산출하기 위해 인근 초등학교 졸업생 현황을 파악해보면 학생 수는 매년 몇 명 단위가 아닌 몇 개 학급 단위로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령인구 감소는 이미 교육정책의 변화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20여 년 전 농산어촌 인구 감소 지역을 중심으로 소규모 통합운영학교가 도입됐다. 최근에는 도시 지역의 인구가 감소하는 원도심 지역이나 신도시 개발 지역 중심으로 큰 규모의 통합운영학교가 신설되고 있다. 학생 수 감소는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을 유도하며 학급, 교과 단위의 표준화된 교육과정 적용을 뛰어넘어 학습자 개별 특성을 고려한 학습자 맞춤형 교육과정 운영의 토대를 만들어 낼 것이다. 나아가 유연하고 다양한 학교 교육체제와 교육과정 운영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끌 것이다. 


코로나19와 ‘학생 주체성’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적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면서 사회경제적, 교육적 위기를 만들고 공교육의 정상적인 운영도 불가능하게 했다. 장기간에 걸친 원격수업은 학습자의 주도성을 살리는 교육, 상호작용과 소통을 강화하는 교육, 기초학력을 강화하고 교육격차를 완화하는 교육의 중요성을 확인시켜 주었다. OECD 한국교육 보고서(2020)에 의하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역량으로 ‘학생 주체성’을 강조한다. 불확실하고 급변하는 세상에서 학습자는 자신, 타인, 세계의 웰빙을 향해 스스로 결정하며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것을 배워야 하는데 무엇보다 학생의 주체성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고 학업성취를 위해 경쟁을 부추기는 교육환경에서는 주체성을 발휘할 수 없다. 학생이 스스로 문제를 찾고 학습 방법을 선택하며 자신의 경험을 성찰하고 또래와 공유하는 과정에서 삶과 앎이 연결될 수 있도록 학생 개개인의 성장 경로에 맞는 개별화 교육과정이 지원되어야 한다.


미래교육과 교사: 촉진자, 교육과정 전문가, 상담가

  많은 교육학자들은 미래학교에서 한정된 공간에서 지식을 전달하는 단일한 유형의 교사는 사라진다고 예측한다. 교사는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에 머물지 않고 학생이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고 학습을 선택하고 학생들의 일상적인 삶과 배움을 연결하여 학생이 학습을 주도하고 스스로 평가하는 과정에 적절한 피드백을 줄 수 있도록 교육과정 설계자, 학습의 안내자, 평가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또한 다문화 학생의 증가, 사회 계층 간 격차 심화, 디지털 기술 발달에 따른 학습자의 학습 특성 변화 등 학습자의 특성이 다원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교과 지식만이 아니라 다양한 학습자에 대한 심층적 이해, 소통과 대화 전문성이 교사들에게 요구되고 있다(정재영 등, 2014).


교원양성체제의 딜레마

  2020년 10월 ‘코로나 이후 학습자 중심 교육을 위한 학교 역할 변화’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결과, 우리 국민은 가장 희망하는 교사상(像)으로 ‘개별 학생들에게 관심을 쏟으며 이해와 소통하는 교사’를 꼽았다. 교사들 역시 미래 교사들에게 가장 중요하게 요구될 역량이 ‘다양한 학습자의 삶의 맥락, 발달 특성에 대한 이해와 소통 역량’이라고 답했다. 현재 교원양성기관은 미래 교사들에게 요구되는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가. 교원양성 교육과정이 인간과 사회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안목, 학교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실제적 지식과 태도, 교사 수준의 교육과정 전문성을 함양할 수 있어야 한다는 학교 현장의 요구는 끊임없이 제기되지만 현 체제에서 개선의 요구를 담기에는 쉽지 않다. 


  우선 각 양성기관은 자율적으로 교육과정을 편성하여 운영하도록 되어 있어 기관에 따라 가르치는 내용이나 수준의 차이가 커서 체계적인 질 관리가 어렵고, 현장성을 익힐 수 있는 교육실습 또한 체계적으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실습학교를 찾아다녀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교원 수급 불균형과도 연결된다. 수년간 임용고시를 준비해도 합격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임용고시를 앞두고 폭넓은 지식과 다양한 경험을 위해 대학 시간을 보내기가 녹록지 않다.


교원양성과 임용 규모의 불균형

  최근 학교급별 학령인구의 감소가 지속해서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교원양성 규모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학교급에 따라 그 내용과 양상에 차이가 있다. 초등의 경우에는 1970년대 초등교원 과잉 현상이 나타나 공급 축소 정책이 이루어져 비교적 교원 수급의 문제가 심각하지 않았다. 반면 중등의 경우에는 다양한 양성기관(국·사립 사범대, 일반대학 교직 과정, 교육대학원) 체제가 만들어지면서 1980년대 이후 학령인구가 점차 감소하고 취학률이 안정되면서 중등교원 공급 과잉 문제가 심각하게 나타났다. 2019년 기준 초등의 경우 연 4,116명이 교원자격증을 발급받고 공립 교원으로 3,916명(2020년도 기준)이 임용된다. 중등은 연 20,281명(2019년 기준)이 교원자격증을 받고 연 4,282명(2020년도 기준)이 임용된다. 초등의 경우 임용 경쟁률이 그리 높지 않지만, 지역 간 경쟁률 편차가 심해 지원자 부족과 과중 현상이 지역에 따라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 초등 임용고시 합격자 중에서 미발령자가 많다는 것은 초등 또한 교원 수급에 있어서 공급 초과의 문제에 놓여 있음을 알 수 있다. 


  2019년 통계청 추계 결과 초등학생 수가 전년도 예상보다 급감할 것으로 예측되어 교육부는 공립 초등교원 채용 규모(안)를 2020년 3,916명에서 2024년 3,000명 내외로 발표하였다. 더구나 2030년 대학 학령인구는 181만 명으로 2020년 대비 24%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학생 수 감소에 대비하여 입학정원을 어느 정도 조정한 초등의 경우와는 달리, 중등의 경우 다양한 경로의 양성 규모를 조정하기 어려워 초등의 5배에 달하는 자격자가 양성되고 있다. 이로 인해 많게는 5년 이상 임용고시 준비를 하고 있는 예비교사를 주변에서 만나는 것이 어렵지 않다.


  급변하는 미래사회의 불확실성,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고용구조의 변화, 학령인구 감소, 일상화된 재난의 위험은 학교 교육체제와 교육내용과 방법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학교는 미래사회에 의도치 않게 소환되었다. 먼저 가본 미래교육에서 변하지 않는 교육의 본질이 있다. 미래사회 우리 아이들이 남을 배려하고 협력하며 창의적이며 책임감 있는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학교는, 교사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것이다. 미래 예비교원의 양성과 관련한 교육정책 또한 학교 교육의 본질을 구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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