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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과 십이지 동물은 어떻게 결정될까

글│ 박영수 테마역사문화연구원장

 

  “말띠 여자는 팔자가 억세!”
  예전에 할머니에게서 위와 같은 말을 듣고 의기소침해 하는 소녀가 종종 있었다. 특히 백말띠에 태어난 여자는 기가 세고 성격이 거칠며 팔자가 드세다는 속설이 있어서 백말띠해엔 여자아이 출생이 줄어든다는 말도 있다. 정말 그럴까?

 


  십이지 동물과 띠 색깔의 상관관계를 파악하려면 음양오행(陰陽五行)부터 알아야 한다.

 


  ‘음양’은 반대되거나 대비되는 두 가지 기운, 즉 음(陰)과 양(陽)을 가리키는 말이다. 물과 불, 달과 해, 겨울과 여름, 북과 남, 여자와 남자 등은 모두 음과 양으로 구분된다. 고대 중국 현인들은 음양의 화합과 조화로 우주 만물이 발생·발전·번영한다고 생각했다. 만일 그렇지 않으면 파멸과 비극, 불행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믿었다.

 

 

 

시간의 흐름과 진행, 음양오행설
  옛사람들은 또한 하늘에 있는 목성, 화성, 토성, 금성, 수성 다섯 행성(行星)의 움직임이 지구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했다. 이 오행(五行)의 성질과 음양의 화합을 보아야 모든 일이 순조로운지 순조롭지 않은지를 알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 이를 음양오행설이라고 한다.

 


  음양오행은 기본적으로 시간의 흐름과 진행을 설명하고 있다. 오행의 각각에 음양을 적용하면, 목성은 갑을, 화성은 병정, 토성은 무기, 금성은 경신, 수성은 임계 이렇게 십간(十干)이 된다. 즉 우주 진리는 오행(목, 화, 토, 금, 수)과 음양의 조화(십간)로 운행되며, 나아가 각각 특정한 방향을 담당하고 고유한 색깔을 지닌다고 믿었다.

 


  여기에 시공간을 둥근 원으로 설정하고 12등분한 개념이 더해졌다. 일찍이 고대 바빌로니아, 이집트, 그리스, 인도인은 하늘을 12등분하고 각각에 특정 동물이나 영웅의 지배 영역을 표시한 바 있다. 중국의 경우에는 한(漢)나라 때 도교 방위신인 사신(四神)을 확대하여 왕릉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열두 동물을 설정했다.

 


  인도의 수호신상 조각에서 힌트를 얻어, 중국인이 정형화한 십이지 수호신상은 열두 방위에 맞춰 쥐, 소, 범,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가 차지했고, 아울러 1월부터 12월까지 자(子), 축(丑), 인(寅), 묘(卯), 진(辰), 사(巳), 오(午), 미(未), 신(申), 유(酉), 술(戌), 해(亥)의 순서로, 각각의 달(月)에도 대응했다.

 

 

말띠 여성 운세가 사납다?
  십간은 하늘의 운행을 상징하는 바 ‘천간(天干)’이라고도 하고, 십이지는 방향과 동시에 땅을 상징한다. 하늘과 땅을 상징하는 10간 12지를 순서대로 배합하면 60개가 되는데, 이를 60간지라고 한다. 10간 첫 차례는 ‘갑’이고 12지 처음은 ‘자’이므로 ‘60갑자’ 줄여서 ‘육갑’이라고도 말한다. 육십간지 배합의 처음은 ‘갑자’, 마지막은 ‘계해’이다. 10간과 12지를 배합한 간지가 한 바퀴 돌아오면 ‘환갑(還甲)’ 또는 ‘회갑(回甲)’이라 한다.

 


  중국의 영향을 받아 우리 민족도 삼국시대부터 십이지신앙을 받아들였고, 조선시대에 육십간지를 중요하게 여겼다. 역사적인 사건도 을묘사화, 갑신정변 등으로 기록했다. 그렇지만 특정한 띠 동물을 차별하거나 우대하지는 않았다. 말띠 해에 출생한 조선 왕비도 여러 명 존재한다. 띠 동물에 색깔을 강조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일제강점기에 일본의 속설이 들어오면서 오해가 일어났다. 일본에서는 말해에 태어난 여성의 기질이 억세서 결혼 후 남편의 기를 누른다고 경원하는 습속이 있었는데, 이를 그대로 믿은 일부 사람들에 의해 ‘말띠 여성 운세가 사납다’라는 미신이 생긴 것이다. 요즘 들어서는 청말띠니 황금돼지띠니 하는 용어들이 강조되는데 모두 근거 없는 마케팅일 뿐이다.

 


  올해는 을미년(乙未年), 청양띠이다. 파란 하늘처럼 청명하고 양처럼 평화로운 세상이기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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