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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절과 숫자 ‘3’

 개천절과 숫자 ‘3’

 

글│박영수 역사저술가

  우리 민족은 오랜 옛날부터 가을이 되면 동네에서 햇곡식을 모아서 술을 만들고 떡을 빚고 하여 신령님과 조상님에게 감사하는 제사를 지냈다. 동네에서는 당산제(堂山祭), 집안에서는 고사(告祀), 산소(山所)에서는 시제(時祭)를 지내는 일이 그것이다. ‘당산제’는 산신령에게 지내는 제사, ‘시제’는 5대 이상의 조상들에 지내는 제사를 이르는 말이다.

  1년 동안 애쓴 농사가 10월에 와서 끝나고 새 곡식 새 과일 등 먹을 것이 풍성해지면 넉넉히 배를 불려주시고 마음을 흐뭇하게 해주시는 하느님이 고맙고 일월산천의 신령이 고맙고 또 이런 나라와 우리 집안을 만들어 주신 조상님이 고마워서, 감사의 마음을 나타낸 것이다.

 

열두 달 가운데 으뜸 ‘상달’

  10월은 1년 중 식량 걱정이 없는 가장 마음 편한 시기이며, 사람과 신령이 같이 즐기게 되는 달이다. 열두 달 가운데 으뜸이므로 ‘상달’이라고 한다. ‘상달’은 ‘높은 달’이란 말인데, 단군(檀君)께 즉 신령님께 제사지내는 산(山)을 상산(上山)이라고 한 데서 비롯됐다는 설이 있다.

  국가의 생일인 개천절(開天節)이 10월 3일로 정해진 것도 상달과 관계가 깊다. 다시 말해 상달인 10월에 길수(吉數. 행운의 숫자)로 여기는 3일을 경축일로 정해서 나라를 세운 단군에게 감사의 제사를 올린다는 것이다. 또한 단군이 상달 초사흗날(음력 10월 3일) 태어나, 그 날 나라를 세웠다는 단군 신화를 바탕으로 1949년부터 양력 10월 3일을 개천절로 기념하고 있다.

  단군은 기원전 2333년 아사달에 도읍을 정하고 나라 이름을 조선(朝鮮)이라고 정했다. 이후 단군의 후손이 천 년 동안 임금 노릇을 했다. 그런데 왜 역사책에서는 단군이 세운 나라를 고조선(古朝鮮)이라 말할까?

  그것은 이성계의 조선 건국과 관련이 있다. 훗날 이성계가 고려를 멸망시키고 새로 세운 나라를 조선이라 했기 때문에, 부득이 단군이 먼저 세운 조선에 ‘古’(옛 고)를 붙여 구분하게 된 것이다.

 

복(福)을 가져다주는 숫자

  한편, 개천절에 있는 숫자 3은 우리 민족이 예로부터 ‘복삼(福三)’이라 하여 길하게 여겨왔다. 한 예를 들면 가위바위보 놀이를 하다가 졌을 경우 삼세번이라 하여 다시 하자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 왕실도 예외가 아니어서 대한제국 고종황제는 숫자 3과 7을 무척 좋아하여 조정 대사를 치를 때 이 3과 7이 든 날이나 그 수가 겹치는 날, 또는 그 수로 나뉘는 날을 택했을 정도였다. 왜 그럴까?

  그 근원은 도교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에서 발생한 도교에서 3은 성스러운 수로 여겨졌다. 3은 모든 것을 둘로 나누면 평형의 중심이 되는 최초의 ‘강한’ 숫자로 풀이한 까닭이다. 한자 ‘三’은 ‘一’과 ‘二’를 합한 것으로 보았으며, 三이라는 글자는 그 획이 각기 하늘·인간·땅을 의미했다. 중국의 노자는 숫자를 음양의 원리로 해석했다. “하나(태극)는 둘을 낳고, 둘(음양)은 셋을 낳고, 셋(조화)은 만물을 낳았다.” 이 때문에 3은 ‘다수’와 ‘번성’을 상징하기도 했다.

  불교에서도 3이라는 수는 많은 것을 의미한다. 법당에는 부처님 세 분(三尊)을 모신다. 인간의 괴로움은 3욕심(식욕·수면욕·음욕)으로부터 비롯되며, 3욕에 의해 빚어지는 3업(입·몸·마음)을 벗어나지 못하는 중생은 끝없이 이 사바세계를 윤회하게 된다.

  그런가 하면 고대 동북아시아 민족들은 태양 안에 까마귀가 산다고 믿었다. 이 까마귀가 태양을 등지고 앉아있을 때가 밤이고, 날아다닐 때가 낮이라 믿었다. 이 까마귀는 다리가 3개이므로 삼족오(三足烏)라 불렀는데, 고대 북부 아시아에서는 왕관이나 그릇 등에 그 신성함이 형상화되어 많이 남아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삼족오는 우리 민족에게도 액을 쫓고 복을 불러오는 신령한 부적으로 오랫동안 쓰였다.

  이러한 도교와 불교, 그리고 토착신앙이 섞여 숫자 3에게 신성(神性)을 부여하기에 이르렀다.

  삼신할미는 그 대표적인 삼위일체 신앙이다. 아이들이 태어날 때 첫째 신은 뼈를, 둘째 신은 살을, 셋째 신은 영혼을 갖게 해준다 하여 삼신할미라 부른다. 그런가 하면 첫째 신은 아이를 갖게 해주고, 둘째 신은 아이를 낳게 해주며, 셋째 신은 아이를 키워주는 신이라는 풀이도 있다. 어떻게 해석하든 삼위일체의 신앙이다.

  이런 역사문화를 지녔기에 3은 완벽한 수이자 복(福)을 가져다주는 수를 의미하게 됐다. ‘복삼’은 그런 관념에서 생겨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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