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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③ - 나를 성장시키는 학교 밖 전문적 학습공동체

글| 박수빈 세종 으뜸초등학교 교사

올해 2024년에는 아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이해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아이의 안목을 변화시킬 수 있는 수업을 실천해 봄으로써 아이와 교사가 함께 성장하는 길을 모색해 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렇게 ‘아이 눈으로 세상보기’가 시작되다

  매일 급하게 다음 날 수업을 준비하고, 오늘의 수업을 돌아볼 시간도 없이 내일이 찾아왔다. 나의 수업을 돌아보고 개선하고 새로운 수업을 연구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꼈다. 어느 순간 수업에 대한 고민은 사라지고 다른 사람이 이미 만들어 놓은 수업자료를 검색해 활용하고만 있었다. 하루하루 정신없이 살아가고 있을 때 부장님께서 찾아오셨다. “선생님, 제가 공부하고 있는 것이 있는데 함께 해보지 않을래요?” 이 말을 시작으로 ‘아이 눈으로 세상보기’ 공부가 시작되었다. 

  처음 전문적 학습공동체(이하 전학공)에 참여해 보니 그곳에는 다양한 연차의 선생님들께서 모여 계셨다. 첫날 우리는 전학공에서 기대하는 것과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수업과 교육과정에 대한 고민, 학급 경영에 대한 고민, 학교문화에 대한 고민 등 비슷하지만 다양한 고민과 생각을 나눌 수 있었다. 선생님들의 고민을 들으며 내가 가지고 있는 고민과 생각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었다. 정신없는 학교생활에 잊고 있었던 수업의 중요성과 수업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한번 상기할 수 있었다. 



‘한 아이’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한 전학공

  ‘세종 아이눈’은 질적연구방법으로 ‘한 아이’를 이해하고, 이를 통해 그 아이에게 맞는 교육과정과 수업을 모색하며 실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교사의 시선이 아닌 아이의 시선으로 수업과 삶을 바라보면서 한 아이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한 전학공이다. 2020년부터 기반을 다지며 ‘아이 눈으로 수업보기’, ‘아이 눈으로 세상보기’를 실천하고 있다. 매년 활동을 계획하고 돌아보며 한 단계씩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해 2024년에는 아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이해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아이의 안목을 변화시킬 수 있는 수업을 실천해 봄으로써 아이와 교사가 함께 성장하는 길을 모색해 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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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째 지속되고 있는 ‘세종 아이눈’은 5명의 선생님을 중심으로 운영이 되고 있다. 매년 새로운 학년이 시작되면 선생님들은 각자의 학습에서 ‘벼리아이’라고 불리는 한 명의 아이를 선정한다. 그리고 아이의 눈으로 세상보기 연구 절차에 따라 관찰, 기록, 이해하는 과정을 거쳐 한 아이에게 알맞은 교육 방법을 고민하고 실천한다. 여기서 ‘벼리’는 고기잡는 그물의 코를 꿰어 그물을 잡아당길 수 있게 한 동아줄을 의미한다. 벼리에 의해 나머지 그물의 모습이 변화하는 것이다. 세종 아이눈에서 말하는 ‘벼리아이’는 단순한 학급의 한 명에 해당하는 아이가 아니라 벼리아이를 통해 본 수업은 수업 전체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벼리아이’ 관찰·기록·이해하기

  학급에서 벼리아이를 선정한 후 가장 먼저 작성하는 기록은 아이에 대한 ‘선이해 정리’이다. 학생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 교사의 눈에 드러나는 특징적인 모습 등을 기록한다. 선이해 정리에서는 교사가 아이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과 선입견을 솔직히 기록한다. 이 과정을 통해 현재 아이가 속해 있는 환경과 조건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교사의 시선을 인지한다. 선이해 정리과정을 통해 교사는 자신이 아이에게 가지고 있는 생각을 확인하고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 후 일정 기간 아이에 대한 ‘일화 관찰기록’을 작성한다. 벼리아이의 모습을 관찰하고 이를 기록으로 남겨 놓는다. 학생이 수업에서 보여주는 모습과 생활에서 보여주는 모습을 관찰하고 이를 기록하며 발견된 것들을 정리한다. 20~30개 정도의 기록이 모이면 선생님들과 기록을 살펴보며 이를 분석하고 해석한다. 아이의 실마리 행동을 찾고 그 행동을 하게 된 환경, 능력, 자아, 지향점 등을 분석한다. 그리고 아이의 행동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해석한다. 문제 상황에서 아이는 숨기도 하고, 과장된 행동을 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탓을 하기도 한다. 이처럼 학생의 행동에 대한 의미를 분석하면서 아이의 행동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기록에 대한 분석이 끝나면 분석한 내용을 바탕으로 비슷한 상황으로 분류해 본다. 분류된 상황 속에서 아이가 어떤 패턴을 가지고 행동하는지 고민한다. 그리고 이 아이가 지닌 지향이 무엇인지 아이가 한 행동 또는 말에는 어떤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는지를 해석해 본다. 그리고 아이의 특성에 맞는 수업과 활동을 고민하고 이야기 나눈다. 벼리아이를 위한 수업을 고민하고 실천하면서 아이가 학교에서 조금 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함께하는 동료의 모습에서 위로와 원동력을 얻다

  다양한 시각과 경험을 가진 교사들이 모여 위의 과정을 거쳐 한 아이에게 적합한 교육방법을 고민하고 실천한다. 이 과정에서 교사는 아이를 이해하는 실제적인 방법을 익힘으로써 교사로서의 자신의 성장과 발전을 모색하려 한다. 더불어 학교의 다양한 학생들을 이해하고 지도하는 방법을 공동체적으로 고민하고 실천해 가는 교사 연구 공동체의 문화를 형성하도록 한다. 

  학교는 지역, 학급 수 등에 따라 환경과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다. 그리고 교사는 자신의 성장과정, 교육철학, 근무 경험에 따라 서로 다른 시선을 가지게 된다. 학교 밖 전학공은 이러한 다양한 교사들에게 소통의 기회를 제공하며 교사의 전문성을 크게 신장시켜 준다. 교사들이 함께 나누는 수업에 대한 고민은 과거에 고민했던 것이기도, 내가 지금 하는 고민이기도 그리고 내가 미래에 할 고민이기도 하다. 그래서 고민을 이야기하고 이것에 관해 소통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해결책을 얻을 수 있고, 교사로서 성장하게 한다. 

그리고 학교 밖 전학공은 비슷한 관심 분야를 연구 분야로 삼아 자발적으로 모인 연구모임이기 때문에 모든 교사가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장점이 있다.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전학공의 분위기는 교사 스스로 연구하도록 독려하는 강한 동기가 된다. 수업에 대한 고민과 노력은 즉각적인 변화와 성장을 확인하기는 어려워 쉽게 지치고 등한시하게 되기도 한다. 이때 옆에서 열심히 연구하는 동료 교사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큰 위로를 얻고,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원동력을 얻을 수 있다.


나를 불편하게 하는 아이, 다름을 받아들이자 

  벼리아이는 대부분 학급에서 교사가 궁금증을 가지고 있고, 교사가 아이의 행동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학생이다. 다시 말하자면 교실에서 교사를 불편하게 만드는 아이인 경우가 많다. ‘세종 아이눈’ 활동을 통해 벼리아이의 행동을 이해하고, 그 행위에 관한 여러 선생님의 관점을 들어볼 수 있다. 선생님들과의 대화를 통해 아이의 행동에서 느껴지는 불편함이 그저 ‘잘못된, 나쁜 행동’이 아니라 사람으로서 교사 개인이 선호하지 않는 행동일 뿐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 깨달음은 교실에서 학생들을 바라보는 시선에 많은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교사로서 학생에게 지적하는 것에서 벗어나 사람 대 사람으로서 나와의 다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한 아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은 그 아이를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이다. 아이에 대한 온전한 이해는 아이를 바라보는 교사의 시선의 변화를 가지고 온다. 그리고 이러한 교사의 변화된 시선은 벼리아이와 교사 사이에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준다. 그 새로운 관계에서 오는 안정감과 인정은 교실 속에서 아이가 아이답게 살아가는 것에 큰 지지를 줄 수 있다. 그럼 나의 벼리아이는 이전보다 조금 더 편안하게 학교에서 자기의 삶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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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를 위한 수업, 모두를 위한 수업이 되다

  ‘아이 눈으로 세상보기’ 공부를 시작하며 들었던 의구심이 있었다. ‘벼리아이는 학급에 있는 한 명의 학생일 뿐인데, 이 친구에게 맞는 수업을 설계하면 다른 학생들은 소외되지 않을까?’라는 고민이었다. ‘세종 아이눈’을 통해 우리가 깨닫게 된 것은 ‘한 아이를 위한 수업은 모두를 위한 수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는 자기 눈으로 세상과 교과를 바라본다. 따라서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의 변화는 아이를 성장시키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변화된 수업 속에서 ‘벼리아이’를 포함한 모든 아이들이 성장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교사로서 나에게 수업은 효과적으로 학생들에게 교과 내용을 전달하고 습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아이의 시선에서 수업은 자기 삶의 일부분에 속해 있었다. 수업 속에서 자신을 드러내기도 숨기기도 하며, 자신만의 방법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는 어떠한 방식으로 수업이 제공되는지가 정말 중요하다. 수업의 분위기, 제도, 사용할 수 있는 도구는 수업이라는 아이의 삶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변화된 수업 속에서 바뀌어 가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그 아이를 위한, 그 아이에게 맞는 수업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1년간 기록한 아이의 모습을 모아보면 기록 속에 살아가고 있는 아이를 다시 만날 수 있다. 또한 기록 속에 나타난 교사로서 나의 모습도 돌아볼 수 있다. 이 기록은 다음 해에 새로운 아이를 만나 그 아이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훌륭한 기반이 된다. 앞으로 동료 선생님들과 ‘세종 아이눈’ 활동을 지속하며 한 아이, 한 아이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싶다. 이러한 시간과 기록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진정으로 아이를 바라보고, 아이를 위한 수업을 설계할 수 있는 교사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세종 아이눈’을 통해 우리가 깨닫게 된 것은 ‘한 아이를 위한 수업은 모두를 위한 수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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