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 이달의 기사 전체보기

특집 ④ - ‘초등돌봄교실+방과후학교’에서 늘봄학교까지

글|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기사 이미지

늘봄학교는 부모가 아이와 함께 할 수 없는 시간에 국가가 책임지고

우리 아이들을 교육하고 돌보는 교육과 돌봄의 융합체계이다.


  늘봄학교가 이제 본격적 확대 국면에 접어들었다. 2월 5일 교육부에서 ‘2024년 늘봄학교 추진 방안’을 발표하였다. 특히 대통령께서는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자신의 중요한 책무 중 하나라고 선언하면서 늘봄학교 프로그램 재능 기부까지 약속하였다. 늘봄학교의 성공적 정착을 위한 적극적 의지로 보인다. 그러나 ‘늘봄학교 도입이 급하게 추진되고 있다, 왜 학교가 돌봄의 공간이 되어야 하나, 자녀 돌봄은 부모의 책임이지 왜 국가 책임인가’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그렇다면 늘봄학교는 갑자기 나타났나? 공간으로서 학교는 어떤 의미를 갖는가? 국가책임 돌봄이란 무엇인가?


초등돌봄교실과 방과후학교의 융합체계

  먼저, 늘봄학교는 갑자기 나타났나? 늘봄학교는 기존 초등돌봄교실과 방과후학교의 융합체계이다. 여기에 아침돌봄, 틈새돌봄, 저녁돌봄이 보완적으로 늘봄학교에 포함된다. 그런데 방과후학교의 시작은 1995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교육개혁안에 근거하여 특기적성교육 중심 방과후 교육 활동이 도입되었다. 2000년대 초반 저출산의 주요인 중 하나로서 사교육비 경감을 위하여 기존 특기적성교육, 방과후 교실, 수준별 보충학습 등 다양한 명칭과 프로그램의 방과후 교육 활동이 방과후학교로 통합되어 2006년부터 전면 실시되었다. 


  초등돌봄교실은 ‘초등방과후 보육교실’로서 2006년부터 도입·운영되었으며 초등학교 저학년 아동 대상 돌봄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초등돌봄절벽’ 현상 해결에는 역부족이다. 초등돌봄교실은 법률적 근거 없이 교육부 고시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 돌봄서비스로서 초등돌봄교실의 법적 근거를 교육 관련 법에서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교육 공간으로서 학교 안에 있는 초등돌봄교실의 법적 근거를 아동복지법 등 사회복지법령 안에 두기도 곤란하다. 결국 초등돌봄교실의 획기적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다. “초등돌봄교실 자리 얻기는 로또보다 어렵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절박한 상황이 지속될 뿐이다. 



정치 진영 초월한 정책 과제 ‘늘봄학교’

  늘봄학교는 지난 20년 동안 방과후학교와 초등돌봄교실을 운영한 결과로써 나왔다. 두 사업이 보여준 성과와 한계를 토대로 늘봄학교 도입에 대한 공감대가 이미 형성되었다. 다른 어떤 정책 어젠다보다도 정치 진영을 초월하여 오랜 시간 논의를 했던 정책 과제가 늘봄학교이다. 초등학교 정규 교육과정 외 오후 교육·돌봄 융합 서비스 도입을 지난 몇 년간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서 지속적으로 거론해 왔다. 


  먼저 19대 대통령 선거 당시 문재인 후보는 20대 공약 중 하나로서 ‘아이 키우기 좋은 사회 실현’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해당 공약의 3대 영역이 ①유아부터 초등학생까지 자녀 돌봄부담 해소 ②육아휴직 확대 ③아빠·엄마가 함께하는 더불어 돌봄이었는데, 늘봄학교는 ①영역 ‘자녀 돌봄부담 해소’ 중 ‘초등학교 돌봄교실 시간 연장과 전 학년 확대’ 관련 내용이다. 


  집권 후 문재인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서 초등 전 학년에 걸친 ‘온종일 돌봄체계’ 구축을 내세웠다. 국정과제를 실현하기 위하여 당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더 놀이학교’ 도입을 추진하였다. 2018년 8월 ‘(가칭)더 놀이학교 도입 필요성과 쟁점을 논하다’라는 제목으로 국회에서 포럼을 개최하면서 초등 오후 과정 돌봄·교육 프로그램을 제안하였다. ‘더 놀이학교’ 제안의 모델로서 독일 전일제학교를 비롯한 해외 각국 초등학교 오후 프로그램 사례 소개도 있었다. 


  현재 국민의 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2020년 7월 ‘저출생대책 특별위원회’를 통해 저출생 대응 방안 중 하나로서 ‘전일제 교육 도입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하였고 ‘한국형 전일제교육’을 제안하였다. 그 사이 문재인 정부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에서도 국정과제로서 ‘온종일 돌봄체계’ 확대 대안 중 하나로 전일제학교 도입 논의를 이어갔다. 2022년 3월 출간된 <온종일 돌봄사회-국정과제협의회 정책기획시리즈 13>은 그 결과물 중 하나이다. 


  지난 대선에서도 초등 돌봄·교육 체계 도입 및 확대가 주요 이슈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돌봄국가책임’을 5대 비전으로 ‘민생안정, 20대 핵심 추진과제 중 12번’으로 제시하였다. ‘초등학교 전 학년 오후 3시 동시 하교제 도입과 초등돌봄교실 저녁 7시까지 확대, 국가 교육과정 외 지역 교육과정 도입을 통한 기본학력, 예술·체육, 체험활동 등 학생 맞춤형 프로그램 운영’을 공약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제시했던 ‘(가칭)더 놀이학교’의 확대판이었다. 자녀돌봄 관련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 공약은 ‘부모의 육아 재택 지원, 유보통합, 초등전일제 교육 실시 및 초등돌봄 8시까지 확대’였다. 미래통합당이 제안했던 전일제학교를 잇는 맥락이었다. 집권 후 전일제학교 도입은 윤석열 행정부의 110대 국정과제 중 하나가 되었으며, 늘봄학교라는 이름으로 구체화하였다.


  결국 늘봄학교는 20년 가까이 성과와 시행착오를 경험해 온 방과후학교와 초등돌봄교실을 토대로 등장하였으며, 더 놀이학교, 전일제학교, 돌봄국가책임, 국가돌봄책임 등 수년에 걸친 정치적 논의의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한쪽의 더 놀이학교와 다른 한쪽의 전일제학교가 늘봄학교라는 명칭으로 구체화하였을 뿐이다.



왜 학교 공간 내 돌봄인가?

  그렇다면 왜 지역사회 돌봄이 아니라 학교 공간 내 돌봄인가? 초등돌봄절벽 해소를 위한 노력이 그동안 없지 않았다. 지역아동센터는 2004년부터 본격화하였다. 아동복지법에 근거한 사회복지시설이다. 그동안 초등돌봄교실의 빈자리를 메꿔주는 역할을 어느 정도 해왔다. 하지만 사회복지시설로서 출발한 지역아동센터는 저소득층 아동 우선 운영의 역사가 있다. 현재 중산층 아동 이용도 가능하게 되었지만, 저소득층 대상 이미지로 인한 사업 확장성의 한계가 있다. 


  지역아동센터 외 지역사회돌봄 다변화를 위하여 보건복지부에서 2018년 ‘다함께 돌봄센터’ 사업을 시작하였다. 역시 아동복지법에 근거한 사업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이용 아동 수가 적을 뿐 아니라 정원 자체도 전국적으로 2만 명이 채 되지 않는다. 어린아이가 방과후학교에서 센터로 가는 과제가 결국 부모 몫이기 때문에 학부모의 호응을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함께 돌봄센터’의 한계 극복을 위해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는 공동 사업으로 2021년부터 ‘학교돌봄터’ 사업도 시작하였다. 그러나 지지부진한 상태다. 기존 초등돌봄교실과 관계가 애매모호하다. 초등돌봄교실 돌봄전담사는 교육청 소속 공무직이다. 그러나 학교돌봄터 돌봄교사는 지자체 소속이다. 같은 돌봄노동을 하지만 학교돌봄터 교사 처우가 더 불안정하다. 명칭만 돌봄교사일 뿐 법적 근거도 없다. 


  지자체도 적극적이지 않다. 중앙부처 관리체계가 이원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느 부처든지 주체로서 사업을 확실하게 주관하지 않으면 해당 사업의 확장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학교돌봄터 이용 아동 수가 천 명 단위도 안 되는 수준이 보여주는 한계이기도 하다. 


  그래서 초등돌봄체계의 관리주체 일원화가 필요하다. 여기에 더하여 초등학교 시기에는 단순한 돌봄·보호에서 더 나아가 교육에 대한 욕구와 필요성이 커진다. 막 태어난 아이의 뇌 발달 환경을 마련해 주기 위한 영유아기 교육의 필요성도 강조하는 세상이 되었다. 지금까지 돌봄에 주로 할애했던 오후 시간에 교육을 융합해야 하는 과제가 등장하는 순간이다. 늘봄학교의 본격적 확대를 맞이하여 교육부에서 ‘국가책임 돌봄’이라 하지 않고 ‘국가책임 교육·돌봄’이라는 새로운 정책 어젠다를 내세운 이유이기도 하다. 오후 학교 시간을 돌봄뿐 아니라 교육으로 구성해야 하는 시간이 온 것이다. 늘봄학교 프로그램으로서 정규교육 시간에 충분히 할 수 없는 체육, 문화·예술, 기후·환경, 창의과학, 심리·정서 영역을 구성한 것은 지역사회돌봄체계나 사교육 시장이 제공할 수 없는 다양하면서도 질적 수준이 높은 교육 기회를 우리 아이들에게 공평하게 제공할 수 있는 장소로서 학교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본다.

기사 이미지



학교 기반 늘봄학교의 존재 이유

  마지막으로, ‘국가책임 돌봄’은 이제 ‘국가책임 교육·돌봄’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부모를 제치고 국가가 아이를 대신 키워주고 가르친다는 의미로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 과거 ‘온종일돌봄’이 됐든 현재 ‘늘봄학교’가 됐든 학교에서 아이가 오후 7~8시까지 있는 경우는 예외적 상황이다. 대다수 아이들은 누군가가 오후 4~5시면 데리러 온다. 하루빨리 노동시장 개혁이 되어서, 특히 부모의 경우에는 오후 4~5시가 되면 아이를 데리러 학교에 올 수 있는 일상이 자리 잡아야 한다. 부모가 일하기 때문에 아이와 함께할 수 없는 시간을 국가가 최선을 다해 책임지는 것이 국가책임 돌봄의 본질이다. 여기에 이제는 교육이 융합되는 변화가 더해지는 것이다. 부모가 돌보도록 해야지 왜 학교에 아이를 잡아두냐고들 한다. 맞는 이야기다. 다만, 부모가 함께하지 못하는 시간 동안 학교에 아이가 머물면서 돌봄에 더한 교육을 받도록 하자는 의미에서 ‘국가책임 교육·돌봄’인 것이다. 


  늘봄학교는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약 20년에 걸친 초등돌봄교실과 방과후학교 운영의 결과물이다. 정치 진영을 초월하여 수년에 걸친 논의 과정을 거치기도 하였다.아이의 안전은 물론이고, 지역사회돌봄체계와 사교육 시장이 제공할 수 없는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공간으로서 학교 기반 늘봄학교의 존재가 필요하다. 


  그래서 늘봄학교는 부모가 할 수 없는 시간에 국가가 책임지고 우리 아이들을 교육하고 돌보는 교육과 돌봄의 융합체계이다. 지역에 따라, 학교 현장에 따라 발생하는 시행착오와 문제들이 분명히 있다. 그렇다고 미룰 수 없다. 서로가 머리를 맞대고 마음의 문을 열면서 교육 격차, 사교육비 부담 증가, 저출산·저출생이라는 도전에 함께 대응하는 공간으로서 늘봄학교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열람하신 정보에 만족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