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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① 한 명 한 명의 학생에 초점을 둔 ‘맞춤 교육’을 희망하며

글 김진숙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수석연구위원

  지난 2월 23일에 교육부에서 발표한 ‘모두를 위한 맞춤 교육’을 실현하기 위한 「디지털 기반 교육 혁신 방안」은 공교육 개선을 위해 그동안 접근했던 인식, 제도, 전략을 전향적으로 바꾼 정책으로 충분히 의미를 지닌다. 또한, 디지털 전환의 가장 중요한 속성인 파괴적 혁신과 이를 위한 디지털 기술의 융합, 최종적으로 교육의 사회적 가치 실현이라는 이 시대의 대응 방향과도 일치한다. 추진 계획의 최종적인 교육 혁신 모습과 전략의 구체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은 그만큼 정책에 대한 기대와 열망이 반영된 것이다. 다만, 완벽한 교육정책과 과제 제시를 기대하고, 그대로 수용하고자 하는 인식 역시 구시대적인 접근이다. 오히려 최근의 교육정책 의사결정자들이 정책의 큰 방향에서 현황 파악과 수요 분석을 끊임없이 추진하는 것을 정책의 지속가능성과 현장 적용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무엇을 위한 교육 정책인가에 ‘모두를 위한, 한 명 한 명’을 언급한 비전에 공감하면서 정책 실천력을 확보하고, 교육 주체들이 공감해야 할 문제와 이슈를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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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반의 맞춤 교육, ‘무엇을’ 위한 맞춤 교육인가?

  디지털 기반의 맞춤 교육에 대한 논의가 확대될수록 무엇을 위한 맞춤 교육인가에 대한 목표를 상기하고, 공감하는 것이 필요하다. 맞춤 교육은 교육의 목표가 아닌 방법과 전략 중의 하나이다. 맞춤 교육은 학생 개개인의 특성과 수준에 맞추어 교육 내용, 방법, 속도 등을 조정하여 학생 개개인의 학습 특성과 능력에 최적화된 교육을 제공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무엇을 위한 맞춤 교육인가에 대해 교육부 정책과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공통으로 학생의 자기주도성을 언급하고 있다. 자기주도성은 약간의 개념 차이가 있지만, OECD 교육 2030에서 제시한 학생 주도성(Student Agency)과도 관련이 있다. 앞으로 최소 5년 이상 학교 교육과정에 영향을 미칠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인간상을 ‘포용성과 창의성을 갖춘 주도적인 사람’으로 상정하고 있다. 결국, 맞춤 교육은 학생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학습과 삶을 이끌고, 사회공동체 일원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도록 지원하는 수단으로 각인되어야 한다.



디지털 기반은 맞춤 교육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인가?

  맞춤 교육을 실현하는 데 디지털 기술의 융합은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필요조건은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조건을 말한다. 다시 말해 필요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해당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학생의 학습 수준과 특성에 맞는 맞춤 교육을 위한 시도는 그동안도 이루어져 왔다. 수준별 학습 콘텐츠 제공과 그룹별, 교실별 수업 실시 등의 시도가 대표적이다. 학생들의 능동적 문제해결 중요성을 주장한 브루너의 완전학습 이론에서 가장 효과적인 학습 상황은 1:1 수업이다. 학교 교육에서 학생 1명당 교사 1명이 배치될 수 없는 상황에서의 완전학습 이론 적용이나 수준별 수업이 가져온 또 다른 교육적 쟁점은 차치하더라도 그동안의 맞춤 교육은 해당 학년의 성취 기준에 기반한 평가와 교사의 관찰과 경험에 의한 기록을 기반으로 했다는 것에 한계가 있었다. 꽤 긴 시간이 필요한 시계열적인 학습 활동의 추적과 다양한 상황 제공에 의한 반응 등을 분석한 객관적인 데이터의 활용이 없는 맞춤 교육이 간헐적으로 시도될 수밖에 없던 이유이다. 맞춤 교육의 필요성에 이견이 없다면, 학습 활동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 예측과 처방에 가장 큰 기술적 장점을 지닌 인공지능 기술의 융합은 맞춤 교육의 필요조건이 된다.


  디지털 기반이 충분조건까지 될 수 없는 이유는 데이터로도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성과 학습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매우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학생 개개인의 다양한 학습 상황에 맞는 고려와 상호작용이 전제될 때 맞춤 교육이 실현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알면서도 문제를 반복적으로 틀리는 상황은 데이터로 분석되지만, 실수를 반복하는 학생의 학습 행태를 관찰하고 상담을 통해 학습 습관을 스스로 고쳐나가도록 조언하는 역할은 인간과의 교감을 전제로 한 또 다른 충족조건이다. 또한, 자기주도성은 공동의 문제해결 과정에서 발현될 때 역량으로서 가치를 가진다고 볼 때, 학교 교육, 특히 교원의 사회·정서적 지원 역할은 목표 달성을 위한 충분조건이 되어야 한다. 디지털 기반 교육 혁신 정책의 중점 방향을 교원의 역할 전환에 두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적어도 학교 교육 상황에서는 맞춤 교육을 위해 필요한 조건으로서의 디지털 기술 융합과 개개인의 학습 상황에 맞는 소통과 상호작용을 이끄는 교사의 역할이라는 충분조건이 함께 가야 교육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현재 상황은 맞춤 교육을 위한 인공지능 기술 융합의 필요조건과 교사의 역할 전환이라는 충분조건 역시 난제이지만 학생의 자기주도적 학습 지원 필요성은 충분히 공감을 얻고 있어서 풀어야 할 과제이다. 민간과 공공, 학교가 협력해야 풀 수 있는 과제이기도 하다.



상상을 현실로 바꾸는 디지털 기반 맞춤 교육의 전제

  디지털 기반의 맞춤 교육 실현은 현재로서는 기분 좋은, 되었으면 참 좋은 상상에 가깝다. 교육부의 디지털 기반 교육 혁신 방안은 크게 수업에서 교사와 학생을 매개하는 교재로서의 교과서 혁신, 교사의 역량 강화를 통한 수업 방식의 혁신, 이를 둘러싼 학습 환경의 혁신 등 하나의 요인이 다른 요인에 영향을 미치는 학습 생태계의 전면적 혁신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맞춤 교육 실현을 위한 디지털 기술의 융합은 교과서, 교사의 역량, 학습 환경 등의 전환을 이끄는 기본 요건으로 다음과 같은 전제가 따른다. 전제를 다 갖추도록 요구하거나 혹은 갖추어지지 않은 것을 비판하기보다는 단계적 접근과 협의와 합의, 의사결정에의 참여, 기다림의 미학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음의 전제는 하나의 요소가 아닌 통합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으며, 추진 주체 역시 협력 관점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개개인 학생의 학습 수준과 성향에 맞는 디지털 콘텐츠의 확보, 이를 연계하는 디지털 교과서: 교과서에 담기는 디지털 콘텐츠는 학생들의 다양한 학습 성향을 고려하여 시각, 청각, 조작 등의 형식으로 확보해야 한다. 또한, 학습 활동 분석에 의한 수준별 처치와 보정을 위해서도 교육과정의 성취 기준 요소에 맞는 작은 수준의 자료가 필요하다. 하나의 기관이나 발행사가 감당하기보다는 공공과 민간 수준에서 교육과정 연계 표준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구매, 연계, 공동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과제 측면에서는 디지털 콘텐츠 아카이빙 구축으로 명명될 수 있다.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에듀테크 도구의 다양성 확보: 학생의 학습 성향에 맞는 디지털 콘텐츠의 활용은 학생의 학습 동기와 성취감을 자극할 수 있지만, 수업 상황을 고려한다면 교사와 학생의 상호작용, 학생과 학생의 협력 학습 등을 촉진하는 다양한 에듀테크 도구가 필요하다. 학생들의 학습 성향 파악을 통한 교사의 수업 방식 전환을 지원함은 물론 학생의 학습 활동 참여가 또 하나의 맞춤 교육을 위한 데이터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교과서 플랫폼을 중심으로 다양한 에듀테크 도구가 활용될 수 있는 서비스 연계 전략이 필요하다. 최근 논의되는 통합 인증은 접근성의 기술적 문제이며, 한 학생을 중심으로 한 데이터의 수집, 분석 기반은 표준 연구와 개발에 집중 지원이 필요한 영역이다.


  개별적 학습 목표와 평가 설정, 지도 및 멘토링을 위한 학습 관리와 코칭 시스템: 교사의 수업 설계가 학생 맞춤 교육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학생의 개별적 학습 목표와 학습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학습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 개별, 그룹별 학생의 학습 상황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평가와 피드백을 제공하는 기반이 된다. 학생들의 학습에 관한 질문이나 어려움을 빠르게 해결하기 위한 개별적인 지도와 멘토링을 지원하는 코칭의 역할까지 포함한다. 기술의 도움을 받는 코칭, 교사의 코칭을 구별할 필요는 없다. 한 학생을 위한 지원에 기술과 인간은 협력 관계이다. 디지털 플랫폼은 기술만이 아닌 사람과 프로세스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학습 분석과 예측을 위한 빅데이터 분석 기술 적용: 맞춤 교육을 위한 전제로써 디지털 교과서 플랫폼이 학생의 학습 성향에 맞는 콘텐츠의 확보, 다양한 학생 중심 참여 활동 지원, 교사의 체계적인 학습 관리와 코칭을 지원하게 되면, 학습 분석과 예측은 더욱 풍부해지고, 통찰력을 얻을 수 있는 정보로 시각화될 것이다. 종합적인 디지털 기반 학습 상황에서 확보될 수 있는 데이터가 학생의 인지적, 사회·정서적, 감성적 맞춤 교육에 활용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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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혁신의 주체는 교사와 학교, 교사도 ‘맞춤 교육’이 필요하다

  교육 정책 방향이나 과제에서도 강조되고 있지만, 디지털 기반 교육 혁신의 주체는 교사와 학교이다. 혁신이 어떻게 일어날까를 고려한다면, 결국 교사가 디지털 기반 맞춤 교육에 대한 효용을 인지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효용은 어떤 대상이나 행동이 가지는 유용성과 실용성을 의미한다. 디지털 기반 교육 혁신에 대한 공감을 넘어 개개인의 교사가 가치 있는 것을 선택하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학생 맞춤 교육의 가치를 교사에게도 도입해 보자. 


  교사의 수업 스타일과 수준에 따라 적합한 교육훈련 방식을 도입하고, 교사의 참여 활동에 대해 데이터 분석 기술을 이용하여 스스로 자신의 수업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나아가 학생의 학습 성장을 예측해 보고 선제 대응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교원 연수 체제의 전환이 필요하다. 학생의 역량은 교사의 역량과 동일해야 하며, 학생의 맞춤 교육 효용은 교사에게 먼저 인식되어야 한다. 인식이 실천으로, 실천이 일상화될 때 비로소 혁신이 일어났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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