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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② - 2 교실 속으로 들어온 에듀테크 ② - 서울 동양고등학교 ‘미래 세대의 미래를 위한’ 인공지능 융합교육

글·사진 편집실

  학생들이 다양한 영문명과 숫자로 뒤범벅된 코드를 컴퓨터 까만 화면에 적어놓고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 마치 대학교 컴퓨터 공학 수업에 들어온 듯한 분위기 속의 교실에서는 서울 동양고(교장 김승룡) 1, 2학년으로 구성된 AI프로그래밍 동아리 활동이 한창이었다. 5명씩 모둠을 만들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학생들은 능숙하게 노트북 키보드를 두드리며 새로운 코드로 화면을 채운다. 

인공지능 융합교육 과정 수업과 동아리를 통해 자신의 꿈을 이뤄가는 동양고등학교  학생들. 왼쪽부터 아래 줄부터 시계방향으로 허성빈(3학년), 지관우(3학년), 임유한(2학년),  민준기(2학년), 유현준(3학년) 학생인공지능 융합교육 과정 수업과 동아리를 통해 자신의 꿈을 이뤄가는 동양고등학교 학생들. 왼쪽부터 아래 줄부터 시계방향으로 허성빈(3학년), 지관우(3학년), 임유한(2학년), 민준기(2학년), 유현준(3학년) 학생


‘우리의 내일’을 준비하는 프로젝트

  “저희 모둠은 챗GPT로 날씨를 알려주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API를 받는 사이트가 여러 개가 있는데 우리가 선택한 사이트에서 오류가 자주 발생해 안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오늘은 외국에 있는 API를 따서 코드를 완성했어요. 간결하게 코드를 짜서 명확하게 나오는 것 같습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한 지 3주가 됐는데, 챗GPT랑 API가 각각 완성되면 프로그램을 결합할 예정입니다. 챗GPT는 원하는 인풋을 넣으면 말해주는 정도까지 만들었어요.”(2학년 민준기 학생)


  API(Application Program Interface)란 운영체제와 응용프로그램 사이의 통신에 사용되는 언어나 메시지 형식을 말하며, 챗GPT는 대화 전문 인공지능 챗봇이다.


  “우리 모둠은 파이썬(Python) 프로그램을 사용해 보안 관련 암호화키를 구상 중입니다. 몇 년 전 워너크라이(WannaCry)라는 랜섬웨어가 유행해 문제가 됐었어요. 랜섬웨어는 파일을 암호화하기 때문에 위험한 바이러스인데, 이것을 직접 만들어보고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살펴보고 예방법과 치료법을 알아보려고 합니다. 오늘은 AES라고 하는 암호화 알고리즘이 있는데 텍스트를 암호화해보고 복구하는 것을 해봤어요.”(1학년 오태호 학생)


  워너크라이는 사용자의 중요 파일을 암호화한 뒤 이를 푸는 대가로 금전을 요구하는 랜섬웨어의 일종으로, 2017년 순식간에 전 세계 100여 개국으로 확산했던 최악의 해킹으로 기록된다.

  또 다른 교실에서는 ‘자율주행자동차’들이 불을 깜빡이며 책상과 의자 사이를 오간다. 그 옆 교실에서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해 공학 역량을 표현하기 위해 직접 가상 공간을 만들고 있었다. 


‘자율주행자동차’ 동아리에서 아두이노와 라즈베리가 장착된 자율주행 로봇 알티노를  살펴보고 있다. ‘자율주행자동차’ 동아리에서 아두이노와 라즈베리가 장착된 자율주행 로봇 알티노를 살펴보고 있다.

‘적극적 지원’은 ‘학생들의 성취감’으로

  서울 동양고는 2020년 교육부가 지정한 ‘인공지능(AI) 융합 교육과정 중심고’이다. 이 교육과정은 일반고 교육과정을 따라가지만 3년간 AI 융합교과를 학생들이 26단위 이상 수강할 수 있도록 개설해야 하며 다른 학교 학생들과 수업을 함께 듣는 공동교육과정을 연간 4단위 이상 개설해야 한다. 학생들은 고등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일반적인 교과목(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생활교양)과 AI 관련 교과목을 두루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다양한 AI 관련 동아리 및 프로그램을 개설해 학생들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현재 동양고에서 개설한 인공지능 관련 과목은 1학년 필수과목으로 ‘인공지능 기초’, 2학년 선택과목으로 ‘프로그래밍(파이썬)’, ‘데이터과학과 머신러닝’, 3학년 선택과목으로 ‘인공지능과 피지컬컴퓨팅’, ‘빅데이터 분석’, 공동과목으로 ‘인공지능과 미래사회’, ‘사물인터넷’이 있다. 그리고 동아리 활동으로 1, 2학년에 ‘AI프로그래밍’, ‘자율주행자동차’가 있으며 3학년을 대상으로 ‘전기·전자·컴퓨터’가 있다. 각 동아리당 정원이 20명인데 경쟁률이 2:1일 정도로 인기가 높다.


  ‘AI 융합 교육과정’을 준비하고 진행해 온 김진혁 교사는 운영 노하우로 ‘선생님들의 관심, 관리자의 관심과 지원, 적극적인 학교 홍보’라고 설명했다. 


  “먼저,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다 보니 학생들 스스로 탐구할 기회가 많아져 다양한 아이디어로 산출물을 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3D프린터와 아두이노를 활용한 공기청정기 제작, 아두이노를 활용한 스마트팜 구축, 아두이노를 활용한 의수 제작, 데이터 분석을 통한 사회 문제 해결 등이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수준 높은 대학에 진학하는 성과를 얻었습니다. 또 수학, 과학에 관심이 없고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학생이 AI 교육과정에 따른 수업을 들으며 코딩에 관심을 두게 되어 진로를 결정한 학생도 있습니다.”


  최근 3학년 이지원, 허성빈 학생이 만든 ‘스마트미러’를 실제로 교실에 설치하기도 했다. 라즈베리파이를 활용해 만든 스마트미러는 API방식으로 정보들을 불러오고 담임 교사의 전달 사항을 교무실에서 입력하면 전체 학급에 전달된다.

AI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는 정규 수업과 동아리 활동까지, 최상의 조건이다. ‘자율주행자동차’ 동아리에서 활동 중인 임유한(2학년) 학생은 “뉴스에서만 보던 인공지능과 자율주행자동차에 대해서 지식이 아닌 원리를 파악하고 직접 설계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좋다.”라고 말했다.


  인공지능개발자를 꿈꾸는 이도혁(2학년) 학생도 “동아리 활동을 하며 협업의 중요성과 가치를 깨닫고 사회적 관계에 대한 연습도 할 수 있어 좋다. 우리 세대가 노인이 되었을 때 신기술을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는 AI를 만들고 싶다.”라고 밝혔다.

3학년 허성빈 학생은 “컴퓨터 관련 학과를 희망하기 때문에 ‘전기·전자·컴퓨터’ 동아리 활동이 많이 도움이 된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 조원들과 진행한 프로젝트에 대해 성취감을 느끼고 그만큼 발전했다는 것을 깨닫는다.”라고 말했으며, 유현준, 지관우 학생은 “AI 관련 기자재가 고액임에도 학교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어 동아리 활동이 더 재미있고 의미 있었다. 선생님들의 현실적이고 방향성 있는 지도도 큰 도움이 됐다.”라고 덧붙였다.


동양고에서 AI 교육과정을 총괄하는 김진혁 교사와 학생들동양고에서 AI 교육과정을 총괄하는 김진혁 교사와 학생들

갈 길이 먼 ‘무한한 가능성의 인공지능 교육’ 

  김 교사는 “아이들의 AI 관련한 활동들이 생기부의 교과뿐 아니라 동아리, 진로, 자율 등 창의적 체험활동 각 분야에 기록되고 있어 학생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라며 “다만, 교육청 지침에 따라 AI 교육과정 이수 여부를 공식적으로 기록할 수 없다. 교육부 차원의 제도 개선이 이뤄지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김 교사는 근래 AI 교육의 열풍으로 인해 개별 학교에서 정보교사 채용의 어려움을 겪는 현실을 언급하며 “수준 높은 AI 교육을 위해 동양고에서는 정보교사뿐만 아니라 수학, 과학 및 일부 인문계열 과목의 교사들도 AI 교육과정에 관심을 두고 전문성을 갖춰가고 있으며, 실제 학생 지도에 뛰어들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 교사는 안정적인 AI 교육을 위해서는 단발성으로 끝나는 프로젝트가 아닌 교육계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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