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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③ 디지털 기반의 ‘온라인학교’에서 원하는 수업 듣는다

글 편집실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나 적성을 고려해 과목을 선택, 맞춤 교육을 할 수 있는 온라인학교가 오는 9월 정식 개교를 앞두고 있다.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개개인의 맞춤 교육을 지향하는 온라인학교. 광주광역시교육청이 광산구 운남고등학교(교장 백종복)에 자리를 마련해 지난 3월부터 시범 운영 중인 ‘빛고을온학교’ 현장을 다녀왔다. 

            

“학교에 개설 안 된 과목을 빛고을온학교에서 배워요”

  “요즘 정말 즐겁게 수업하고 있어요.”

  중학생 때부터 프랑스어에 관심이 있었다는 박서빈(운남고 2학년) 학생은 두 눈을 반짝이며 힘주어 말했다. 박서빈 학생이 재학 중인 운남고는 제2외국어로 중국어와 일본어를 개설 중이다. 그럼 어디서 프랑스어를 배우고 있을까?


  박서빈 학생은 “빛고을온학교에서 프랑스어 수업을 듣고 있다. 일주일에 세 번 5명이 함께 미디어실에서 온라인 수업을 듣는다. 개인적으로 어학원에 다니는 것은 엄두가 나지 않는데 대학교수님께 직접 배울 수 있어서 좋다. 어려운 발음은 원어민 선생님과 함께 알려 주셔서 잘 배울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빛고을온학교는 광주시교육청에서 역점사업으로 추진해 설립한 공립 온라인학교다. ‘온라인’과 ‘모든’을 의미하는 ‘온’의 중의적인 의미를 담은 빛고을온학교는 옛 광주과학고 기숙사동을 재정비해 올해 9월 1일 개교할 예정이다. 현재는 서강고와 운남고에 마련된 온라인수업센터를 통해 온라인학교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미 광주시교육청에서는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정규수업 시간 이후에 다양한 과목을 수강할 수 있도록 해왔다. 2019년부터 준비된 토대 위에서 온라인학교가 순항하고 있는 것. 


  빛고을온학교는 정규 교사를 비롯해 대학교수 등 전문 강사진을 통해 관광서비스, 간호의 기초, 빅데이터 분석, 프로그래밍, 생태와 환경, 경제수학, 인공지능 수학, 정보과제 연구, 프랑스어, 스페인어, 미술사, 한국지리, 동아시아사 등 총 25개 강좌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240여 명의 학생이 각자의 학교에서 정규수업 시간 중에 각 학교에 개설되지 못한 선택과목을 수강 중이다. 


  4월 13일, 8시 40분부터 10시 40분까지 경제수학과 빅데이터 분석 수업이 온라인수업센터에서 이뤄졌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에 익숙해진 학생과 선생님은 모니터 화면 너머로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으며 활기차게 수업 중이었다. 


  황용준(사회교과 담당) 교사는 “사회 교과 중에서도 경제 과목을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는데 여학교의 경우 경제 과목 수강 인원이 적기 때문에 운영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온라인학교를 통해 좋아하는 과목을 즐겁게 가르칠 수 있게 되었다.” 라고 말했다. 곽기윤(기술교과 담당) 교사는 “기술 교과는 소수 과목에 속하기 때문에 각 학교에서 다양한 과목을 개설하기 힘든 면이 있다.”라며 “고교 과정에서 지식재산일반, 공학일반 등의 과목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싶어서 온라인학교로 오게 되었다.”라고 설명했다. 광주시교육청 김유송 장학사는 “학생들이 진로 적성에 맞는 과목을 선택해 들으면서 각자의 전공을 찾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꾸준하게 학생들의 요구와 학교의 요청 사항을 잘 파악하고 앞으로 온라인학교에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소속 학생 없는 신개념 온라인학교 오는 9월 개교 앞두고 준비 한창 

  2025년 고교학점제 도입을 앞두고 운영되는 온라인학교의 궁극적인 목표는 소속 학교 환경에 의해 교육과정에 차이가 생기지 않도록 농산어촌 소규모 학교의 과목 개설을 지원하고, 학생 개인의 진로를 고려한 과목 선택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온라인학교는 광주, 대구, 인천, 경남 등 총 4개 시도교육청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각 교육청의 상황에 따라 추진 현황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오는 9월 개교를 앞두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김용말 장학사는 “대구에서는 현재 8명의 교사가 발령받은 상태이다. 1학기는 온라인공동캠퍼스를 운영 중이던 대구고등학교에서 150여 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강의 중이며 9월 정식 개교를 앞두고 있다.”라며 “매주 권역별 연수를 통해 온라인학교 홍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경남교육청은 창원시 내서중학교 별관을 재건축해 온라인학교 교사(校舍)를 마련할 예정이다. 양재영 장학사에 따르면 현재는 경남교육정보원에 마련된 강의실에서 17개 강좌를 운영하고 있으며, 관내 110여 명의 학생이 수강 중이다. 인천시교육청에서 추진 중인 온라인학교는 현재 9명의 교사를 선발했으며, 부평구 갈산초등학교에 교사(校舍)를 마련할 예정이다. 이수진 장학사는 “5월 중으로 학교별 수요 조사를 마치고 과목 개설을 협의한 후 온라인학교 교육과정을 편성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온라인학교는 교장, 교감, 전임 교사 및 외부 강사 등 교원과 행정실 등을 갖추고 있지만, 학교에 소속된 학생은 없는 새로운 형태의 학교이다. 각 시도별 유휴 시설을 활용해 학교 공간을 마련하고 원격교육 설비와 디지털 기반 수업을 위한 인프라를 갖춘 강의실을 구축해야 한다. 주로 신청 학생 수가 적거나 신산업 신기술 분야 과목 등 개별 학교에서 개설이 어려운 과목을 중심으로 운영하며, 정규수업 시간 내에 실시간 쌍방향 원격수업을 원칙으로 한다. 이 외에도 필요에 따라 대면 수업을 진행하거나 비대면·대면 혼합 수업도 가능하다. 또 과목의 특성에 따라 가상공간 활용 수업, 플립 러닝, 

토론 및 프로젝트 수업 등 다양하게 진행할 수 있다. 학생은 최대 6단위 내에서 수강할 수 있다.



새로운 길, 넘어야 할 과제 많아 시스템 확충, 인적 지원 충분해야

  빛고을온학교 김병섭(국어교과 담당) 교사는 “온라인학교가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교사(校舍) 구축 등 시설 부분의 확충도 필요하지만, 기존 학교와 다른 온라인학교만의 특화된 커리큘럼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별 수요 조사를 통한 과목 개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자가 빛고을온학교를 방문한 날, 교무실에서는 온라인학교 개교 준비와 더불어 온라인 과목 개설을 위해 예정된 수요 조사 준비작업이 한창이었다. 김 교사는 “일선 학교와 온라인학교 사이에 유기적인 의사소통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각 교육청에서 구심점이 되어 줄 것”을 당부했다. 


  인천시교육청 이수진 장학사는 “온라인학교만의 비전과 철학을 가지고 미래상을 세울 때 학교가 장기적으로 존속할 수 있는 설립 근거가 될 수 있다.”라며 “온라인학교가 기존에 온라인 공동수업센터의 역할에 머무르지 않을 수 있도록 관련 규정과 지침을 꾸준히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경남교욱청 양재영 장학사는 “온라인학교는 학생들의 선택권을 보장함과 동시에 학생들의 수업 부담을 줄여주는 역할도 한다. 공동교육과정은 정규 시간 외에 이뤄졌기 때문에 그 또한 학생들에게 부담이었다.”라며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을 앞둔 상황에서 수강 학생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교원 역량 강화 연수 등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빛고을온학교 빅데이터 분석 수업빛고을온학교 빅데이터 분석 수업


빛고을온학교 수업이 이뤄지는 온라인 수업 센터빛고을온학교 수업이 이뤄지는 온라인 수업 센터


  이처럼 온라인학교를 시범 운영하고 있는 교육청 관계자들은 학교 설립을 위한 재정 지원뿐 아니라 교육과정 수립, 수업 평가, 생활기록부 기록 등 교원 역량 함양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또 온라인학교 수업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시스템 지원과 플랫폼 정비 및 인적 지원을 위한 법적 토대가 마련되기를 바랐다. 


  대구시교육청 김용말 장학사는 “앞으로 학령인구가 점점 줄어들면서 소규모 단위 학교가 늘어나게 되면 온라인학교의 수요는 점점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 장학사는 “사례가 없으니 초반에 시범 운영하게 된 4개 시도교육청이 많이 고생했다.”라며 “우리가 좌충우돌했던 과정에서 발전적인 방향을 찾게 될 것 같다.”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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