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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1 - 특수교육대상자 1.7%의 비밀

글 _ 이대식 경인교대 교수(한국특수교육학회 부회장)

우리나라 특수교육대상자 비율은 왜 낮은가?

  인간의 특성 중 상당수는 정규분포를 보인다. 통계학에서는 그 분포에서 양극단(대개 위아래 5%)에 해당하면 ‘이례적’ 혹은 ‘비정상’이라 칭한다. 특수교육 또한 이 관례에 따라 학생의 특성이 이 범위, 특히 하위 5% 안에 들어오면 특수교육대상자로 분류해왔다. 그래서 국제적으로 특수교육대상자 비율은 5~10% 정도이다. 


  2022년도 특수교육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특수교육대상자는 모두 10만 3,695명이다. 이는 2021년도 하반기 기준 전체 유·초·중·고 학생 약 594만 명의 약 1.7%에 해당한다. 이 중 72.8%는 일반학교에 배치되어 있고, 16.9%는 전일제 통합학급에 배치되어 있다. 장애영역별 변화 추이를 보면, 대체로 시각, 청각, 지체, 정서·행동, 학습장애 등은 지속적으로 그 숫자나 비율이 감소하고 있는 반면, 자폐성장애, 발달지체는 지속적으로 그 숫자나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 특수교육대상자 비율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매우 낮을까? 이 통계는 어떤 측면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일까? 아니, 논란이 필요한가? 더 나아가 이 통계는 우리나라 특수교육 현실과 관련하여 무엇을 시사하는 것일까? 



특수교육대상자 미국 8.4% vs 한국 1.7%

  가장 먼저 생각해봐야 할 점은 혹시 우리나라의 특수교육대상자 수가 지나치게 적게 파악되고 있을 가능성이다. 단적으로, 비록 통계상으로는 전체 학생의 약 1.7%가 특수교육대상자로 집계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은 학생이 실상은 특수교육대상자임에도 그 유형으로 판별되어 있지 않다고 본다. 이렇게 추정하는 근거는 대략 세 가지 정도이다. 


  첫째, 나라마다 특수교육대상자 선정 기준이 다르기는 하지만 국제적으로 특수교육대상자 비율은 통상 5~10% 정도이다. 

교육플러스 보도1에 의하면, 일본의 경우 문부과학성 조사 결과, 발달장애 가능성이 있는 초·중학생 비율은 8.8%였다. 이는 10년 전의 6.5%보다 증가한 것이라고 한다. 미국의 경우, 2021년도 기준 6~21세 학생 중 특수교육대상자는 전체 학생의 약 8.4%였다. 

이러한 사례를 고려하면 우리나라 특수교육대상자 비율 1.7%는 지나치게 낮다. 유전학적으로 우리 민족의 장애인 출현율이 전 세계적으로 매우 낮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이상, 실제 특수교육대상자 규모는 현재보다 최소 2~3배 많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둘째, 만약 학습장애 학생 수가 제대로 파악된다면 전체 특수교육대상자 규모도 크게 늘어날 것이다. 다음 장 [그림1]에서 보듯, 지난 약 20여 년간 전체 특수교육대상 학생은 학령기 인구의 급감에도 불구하고 완만하게나마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반면 학습장애 학생 수는 매우 가파르게 감소해왔다. 자폐성장애나 발달지체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특수교육대상자 유형별 비율이나 규모가 감소되어 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감안한다 해도 우리나라 학습장애 학생 감소세는 너무 가파르다.

  통상 학습장애는 경도장애로 분류하고, 숫자로는 경도장애가 중도나 중복장애보다 많다. [그림2]가 보여주듯 우리나라 특수교육대상자 중 학습장애 학생집단은 그 규모가 가장 적지만, 미국의 경우 전체 특수교육대상자 중 학습장애 집단 규모가 가장 커서 약 37%를 차지하고 있다. 단순 비교해보면 우리와 34배 차이가 나고 전체 학생 중 비율 차이는 약 189배에 달한다. 물론 두 나라 간 학습장애 진단과 판별 기준이나 관련 인식, 문화에 많은 차이가 있을 수는 있다. 그럼에도 학습장애 학생 규모는 다른 나라와 그 차이가 너무 크다. 즉 현재의 우리나라 특수교육대상 학생 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적다면, 이는 상당부분 우리나라에서 학습장애로 판별되는 학생 수가 매우 적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셋째,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따르면 목표 수준의 20%에도 도달하지 못하는 기초학력 미달자 비율은 과목마다 차이가 있지만 그동안 꾸준히 증가해 수학은 10% 내외, 여타 과목도 7~8%를 상회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비율 자체가 실제 우리나라 학습부진 학생 규모를 정확히 나타낸다고 볼 수는 없다. 왜냐하면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기초학력미달이란 매우 낮은 학력수준을 나타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기준을 높인다면 학습부진 학생 비율은 이보다 훨씬 높을 수 있다. 

  실제로 보통학력에 이르지 못하는 비율은 20~30% 수준이다. 이 집단 안에는 많은 수의 학습장애 학생이나 경계선급 지적 기능 학생, 심지어 경도 지적장애학생까지 포함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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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교육대상자 1.7%가 가리고 있는 것들

  특수교육대상자 수나 비율이 적은 것 자체는 그것이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였다면 문제가 되기는커녕 환영할 사안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특수교육대상자로서의 특징을 갖고 있는데 판별되지 않고 있다면 이는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01 특수교육의 필요성, 당위성에 대한 인식의 약화

사람들은 양적 규모가 적으면 그 사안의 중요성 또한 작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전체 학생의 1.7%와 5%, 10%는 비율로는 3~8% 차이지만 숫자로는 수십만 명의 차이다. 특수교육 지원이 필요한 학생 수가 10만 명일 때와 20~50만 명일 때는 행정적으로나 교육정책, 예산 배정, 교육과정 운영 등의 측면에서 그 중요성과 비중이 완전히 달라진다. 만약 후자라면 당연히 사람들, 특히 교육계 종사자들의 인식은 크게 바뀔 수밖에 없다.


02 조기진단·개입 못해 학습 어려움 가중

특수교육뿐만 아니라 모든 지원의 핵심 중 하나는 조기진단과 조기개입이다. 이는 개입의 효과뿐만 아니라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 재원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그러하다. 하지만 특수교육대상자임에도 진단받지 못해 제때 필요한 지원을 받지 못할 경우 이는 학생 개인적으로는 공교육 체제하에서 어려움이 날로 증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례로, 한국학습장애학회 조사에 따르면 전체 

학생의 약 4.6% 정도가 난독증을 갖고 있을 것으로 의심되지만 대부분은 난독증 여부 확인을 위한 진단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조기개입을 하면 한글 읽기의 어려움이 뚜렷하게 개선될 수 있음에도 그 시기를 놓쳐 학습에 어려움이 가중되는 경우가 많다. 


03 특수교육 지원인력 확보에 소극적

학령기 인구 감소에 따라 교원 수급에 우려가 제기되면서 향후 많은 수의 교원이 감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특수교사 임용 감소 규모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이러한 감소 정책의 원인에는 전반적인 학령기 인구 감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특수교육대상자로 판별된 학생 수가 특수교사를 증원해야 할 만큼 많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금 학교 현장에서는 특성과 배경, 교육 요구가 다양한 학생들에게 개별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특히 특수교육적 전문성을 갖춘 인력에 대한 수요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특수교육 담당 교원이나 지원인력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할 경우 장애학생은 물론 경계선급 지적 기능 학생, 심리·정서·행동 측면에서 특별한 지원이 필요한 아이들이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할 것임은 자명하다. 


04 학습부진 대책의 왜곡

학습부진으로 판별된 학생들 중에서는 실제로는 난독, 난산과 같은 학습장애처럼 특수교육적 원인 분석과 접근을 필요로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제대로 판별되지 않을 경우 정부나 학교의 학습부진 대책은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일반적인 학습부진 대책(예컨대 학습동기 향상, 심리정서 상담 지원, 자기주도학습능력 강화 등)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난독, 난산, 난서 등의 원인으로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는 보통의 학습부진 대책으론 충분치 않다. 이들을 대상으로 해서는 조기 맞춤형 정밀 진단과 그에 따른 맞춤형 조기 지원이 필요하다. 보통의 교과 학력 진단평가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등으로는 이들의 지원 요구와 특징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고, 따라서 이들에게 맞춤형 지원도 제공할 수 없게 된다. 


05 맞춤형 교육 문화와 전문성 개발에 방해

특수교육대상자의 과소 추정 및 판별은 학교 현장의 이 학생들에 대한 대응 노력 소홀→관련 전문성 향상 노력 부족→관련 분야 연구와 개발 및 전문성 향상 미흡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교원 양성 기관의 교육과정을 보면, 대부분의 예비교사들은 졸업 전까지 특수교육대상자 관련 과목으로는 특수교육개론서 1과목만을 수강한다. 학습, 정서, 행동, 심리 측면에서 특별한 지원을 필요로 하는 학생들을 교육하는 방법에 대한 이론이나 실습은 거의 접하지 않고 학교 현장으로 나가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다인수 학급에서 다양한 학습자를 고려하는 교육방법이나 관련 자료 개발 관련 연구역량이나 전문성이 향상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06 낙인효과

많은 학부모는 자녀들이 특수교육대상자로 분류되고 판별되는 것에 상당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물론 낙인효과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특별한 지원을 필요로 한다는 점은 낙인효과를 두려워하여 피할 문제가 아니라 드러내고 적극적으로 대처하여 해결하거나 완화해야 할 대상으로 파악해야 한다. 

개별 맞춤형 교육은 학교가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일, 당연히 하는 일 중 하나로 인식하고 실행해야 한다. 물론 기본전제는 특수교육대상자 분류와 판별이 아니라 지원을 필요로 하는 요구를 충족시켜 주는 것이어야 한다. 낙인효과를 핑계로 조기개입, 조기진단을 미루는 것은 그야말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정확한 실태 파악을 위한 제언

  특수교육대상자의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는 일은 원칙적으로는 매우 간단하다. 그동안 제시되었던 진단 기준과 절차를 충실하게 적용하면 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여러 가지 요인들이 얽혀 있어 그러한 기준과 절차를 적용하기 쉽지 않다. 필자가 보기엔 여기에 네 가지 정도의 문제가 놓여 있다. 


  첫째는 학급이든 교과든 담당 교사의 각 장애 특성과 진단 의뢰 과정에 대한 이해와 실천이 중요하지만, 현재로서는 그 정도가 매우 미흡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원 양성기관에서 주요 장애 유형별로 주목해야 할 특징과 진단 의뢰 절차 관련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난독이나 난산, 경도 지적 및 정서·행동장애 등 그 규모가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예상되는 장애 유형에 대해서는 어떤 특징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하고 의심이 들 때는 어떤 절차를 거쳐 진단을 의뢰하는지를 적어도 일부 교사들에게라도 명료하게 가르치고 실습시켜야 한다. 이는 특수교육 수강 학점을 늘리라는 주장이 아니라, 관련 업무 처리 절차와 방식을 매뉴얼 형태로 제작하여 이해시키고 실습시키는 활동을 강조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각 학교에서는 장애로 의심되는 학생을 어떻게 진단 의뢰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명확한 업무지침과 매뉴얼 및 협력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는 특수교육지원센터의 장애 유형 진단과 판별 기준 및 절차를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보완해야 한다. 장애 진단과 판별 기준을 업무 처리자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충실히 적용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연수를 제공해야 한다. 일부 장애 유형, 특히 학습장애 진단과 판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은 이미 여러 연구에서 지적된 바 있다.  


  셋째, 낙인효과를 우려한 학부모의 동의를 구하기란 쉽지 않다. 필자가 보기에 이 문제는 정공법밖에는 해결책이 없다. 정공법이란 왜 장애나 특별한 지원 여부를 조기에 진단해야 하는지, 그리고 조기에 진단되면 어떠한 지원을 받게 되는지를 구체적으로 명료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다. 물론 기본 전제는 일단 진단을 한 학생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효과적인 지원을 충실하게 투입하는 것이다. 


  넷째, 일반교육과 특수교육 간 경계를 보다 유연하게 해서 어떤 학생이든 특별한 지원을 필요로 하면 특수교육적 접근을 제공받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핀란드나 미국처럼 소위 ‘개입-반응 접근(RTI)’을 적용하여 최소한 3단계(정규 수업 내 지원 - 소집단 집중 지원 – 개별 집중 지원) 지원망을 구축하고, 각 단계 간 이동을 원활하게 해야 한다.



교육계 모두 특수교육대상자에 관심을

  우리나라 특수교육대상자 규모는 지나치게 적게 파악되고 있다. 특수교육대상자 규모가 커서 좋을 일은 물론 없다. 하지만 인간 특성의 분포상 특별한 지원을 필요로 하는 학생 규모가 1.7%라는 점은 인정하기 어렵다. 실제보다 과소 파악된 특수교육대상자 규모는 특수교육계만의 사안이 아님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교육 관련 정책이나 문화 전반에 걸쳐 학습자의 다양성에 대한 민감성을 떨어뜨려 관련 정책은 물론 연구와 개발의 전문성 향상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는 곧 개별 맞춤형 교육을 위한 공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에서 교육계 전체가 특수교육대상자 규모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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