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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4 - 학생선수, 운동과 학습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없을까?

글 _ 김기철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위원

학생선수 학습권 문제는 정책에 대한 입장 차이가 너무 크고 확연하기에 오랜 시간 해결되지 못한 갈등이 상존한다. 사진은 ‘학생선수 학습권 보호 제도 개선방안 탐색 토론회’ 장면학생선수 학습권 문제는 정책에 대한 입장 차이가 너무 크고 확연하기에 오랜 시간 해결되지 못한 갈등이 상존한다. 사진은 ‘학생선수 학습권 보호 제도 개선방안 탐색 토론회’ 장면


해묵은 갈등만 확인하다

  지난 10월 25일 서울프레스센터에서는 교육부 주최로 ‘학생선수 학습권 보호제도 개선방안 탐색’이라는 주제로 공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고려대학교 조대연 교수 연구팀은 학생선수 출석인정제 및 최저학력제에 대한 성과와 과제를 발표했는데, 필자는 이에 관한 토론자로 섭외되어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참로로 필자는 2017년 국회에서 열렸던 학생선수 학습권 보장 관련 토론회에도 참여한 경험이 있는데, 그 후로 5년여가 지난 현재 그때와 비교해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이날 연구팀이 발표한 학생선수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출석인정제·최저학력제 보고서에서는 정책이 애초 구상했던 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만 확인했을 뿐 명확한 개선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정책에 대한 각계의 입장 차이가 너무나도 크고 명확하기에 선뜻 어느 한쪽의 입장에 치우친 개선안을 제시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이날 토론회에서도 팽팽한 의견 대립이 표출됐다. 학부모들은 ‘학생선수들의 학습권을 보장한다는 정부정책은 현실과 동떨어졌다.’라고 반발했다. 반면 학생선수들의 학습권을 연구하고 관련 정책을 기획했던 전문가 집단에서는 ‘현상적인 부작용이 있지만, 정책 유효성이 있다.’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학생선수 학습권 문제에 관한 명쾌한 개선방안을 기대했던 필자에게는 해묵은 갈등만 확인한 시간이었다.



출석인정제와 최저학력제, 갈등의 이유는?

  그렇다면, 해묵은 갈등을 촉발하고 있는 학생선수 출석인정제와 최저학력제는 무엇이며, 어떠한 점에서 갈등이 촉발되는 것인가?  

  먼저, 2018년 도입된 출석인정제는 초·중·고 학생선수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연간 대회 출전에 따른 출석인정 결석 일수를 제한하는 것이다. 초기에는 수입일수의 1/3(63-64일)로 했다가 해마다 조금씩 줄어들어 2022년 올해부터는 초등학교 5일, 중학교 12일, 고교 25일로 출석인정 결석 일수를 제한하고 있다. 


  이러한 출석인정제는 학생선수의 학습권 보장은 물론이고, 선수에게 휴식을 주어 선수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수 있다. 반면 종목별로 대회 개최 일정과 특성이 다른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진학 또는 취업을 위해 대회 입상 경력이 필요한 학생선수들의 현실을 외면한 이상적 제도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다음으로 최저학력제는 2017년 전면 시행된 제도로, 학생선수가 본인이 속한 단위학교의 학기말 고사 평균성적을 기준으로 초등학교 50%, 중학교 40%, 고등학교 30%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대회 출전을 제한하는 것이다. 최저학력 적용 교과(목)의 경우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5개이며, 고등학교는 국어, 영어, 수학으로 규정하고 있다.


  최저학력제 또한 학생선수들의 최소 학업 성취를 제도화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는 반면, 학교나 지역마다 학력 수준이 달라서 일률적으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무엇보다 최저 학력의 개념과 기준이 모호하다는 부정적 평가도 있다. 또한 일반 학생들과 달리 학생선수들에만 최저학력을 요구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으며, 학생들의 선택권이 결여된 대상 과목의 선정뿐만 아니라 그 과목을 선정한 근거에서 타당성을 찾아보기가 어렵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022년 현재 우리나라 학생선수는 전체 530여만 학생의 약 1.4%에 해당하는 7만 여명이 등록돼 활동하고 있다. 과거 학교 운동부는 국가주도 엘리트 스포츠 정책을 위한 선수 육성기지 역할을 수행해왔다. 국·내외 스포츠대회에 참가해 입상하는 것이 학교 운동부와 학생선수들의 거의 유일한 목적이었던 만큼 맹목적인 운동 위주의 학교생활이 지속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올림픽 등에서 입상한 일부 스타 선수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학생선수는 운동하는 것 외 별다른 경력 개발의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다. 그러했던 학교 운동부와 학생선수가 과도기를 맞이했다. 인권과 학습권 존중, 개인주의 강조 등과 같은 새로운 시대 흐름으로 인해 출석인정제와 최저학력제 같은 제도가 도입되었고, 이러한 새로운 시대의 흐름은 과거 운동 지상주의식 학교 운동부 관행과 부딪혀 파열음을 내고 있는 것이다.

최저학력제는 대회 입상 경력이 필요한 학생선수들의 현실을 외면한 이상적 제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최저학력제는 대회 입상 경력이 필요한 학생선수들의 현실을 외면한 이상적 제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학생선수들의 학습권 보장

  이제까지의 내용을 정리하자면 학생선수들에게 도움을 주자고 만든 제도가 오히려 그들로부터 외면을 받는 형국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학생선수에게 운동과 학습 이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게 할 수는 없는 것인가? 출석인정제 및 최저학력제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근본적이고 현실적인 대안 두 가지를 제안해 본다.


  첫 번째는 현실적인 학업 수행의 시간과 방법 제공이다. 학생선수는 일정한 기간에 운동과 학업을 병행해야 하는 힘든 상황에 놓여있다. 단순히 이를 학습권 보장이라는 말로써 강요하기에는 비현실적인 측면들이 많은 것이다. 즉, 학생선수는 일반 학생들과 달리 일상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면서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어렵기에 별도1의 개인적 시간과 방법을 활용하여 학업 수행의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대회 출전 일수를 제한하여 억지로 교실에 앉혀놓는 것보다 각자 종목별 대회 일정에 맞춰 출전하게 하고, 이후 자신의 상황에 맞는 별도 시간과 방법을 염출하여 학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흡사 정규학교에서 이탈한 학습자가 검정고시 등과 같은 자신만의 학습 시간과 방법을 통해 공식적인 학력인정을 받은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즉 학업이라는 개인에게 주어진 일생의 과업에 있어 개인의 형편과 차이를 인정함으로써 그들에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학업수행의 기회 제공을 한다는 점에서 학생선수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대회 입상이 유일한 목적이었던 학교운동부와 학생선수들에게 출석인정제와  최저학력제는 새로운 시대의 흐름으로 다가오고 있다.대회 입상이 유일한 목적이었던 학교운동부와 학생선수들에게 출석인정제와 최저학력제는 새로운 시대의 흐름으로 다가오고 있다.


  다음으로 제안하는 것은 공식적이고 공통적인 최저학력 기준의 마련과 적용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재 최저학력제는 학생선수가 소속되어 있는 단위학교의 기말고사 평균점을 최저학력의 기준으로 삼고 있으나, 이는 학교 및 지역마다 존재하는 학력격차 등을 고려하지 않아 그 신뢰성과 타당성 있어 문제가 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점을 상쇄할 수 있도록 전국 공통의 최저학력 기준을 마련하여 적용하는 것을 제안해 본다. 이것은 전국의 초·중·고 학교별 모든 학생선수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최저학력의 기준을 공식2적 수준에서 마련하여 적용하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최저학력 기준의 공식화·공통화는 지역 및 단위학교 간 학력차이에서 비롯되는 형평성 문제를 해결함은 물론, 그간 모호했던 최저학력의 개념을 보다 명확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지금까지 제안한 두 가지 대안들은 고등학교 학생선수들의 경우, 2025년부터 전국적으로 적용되는 고교학점제와도 그 궤를 같이할 수 있어 보다 의미가 있다. 즉, 고교학점제는 출석률과 학업성취도 등을 바탕으로 학점을 이수하고, 그렇게 누적된 학점을 바탕으로 학업을 마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만약 출석률 및 학업성취도 등에서 문제가 있어 학점이수가 안되면 별도의 보충지도 등을 통해 재이수 방안을 도모한다. 앞서 언급한 현실적인 학업수행의 시간과 방법의 제공은 이러한 보충지도를 통한 학점 이수의 개념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특히 과목별 성취도 40%를 기준으로 이수와 미이수를 판정하는 최소학업성취수준 개념은 모든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자연스럽게 학생선수 최저학력제의 개념을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최소학업성취수준의 세부적인 추가 내용이 개발되고 있는 현 시점에, 학생선수 최저학력 관련 기준 등을 추가·반영할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것은 추후 제도 통합에 따른 혼란을 방지할 수 있는 선제적 조치가 될 수 있다.



학생선수의 입장 고려한 제도 마련돼야

  학생선수 누구나 프로선수 또는 국가대표가 될 수는 없으며 1%를 위해 99%를 희생시킬 수 없기에 운동 말고도 자신들의 역량과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기회와 권리를 제공해야 한다. 아울러 학생 선수들의 학습권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출석인정제와 최저학력제기 오히려 뜻하지 않게 혼란과 분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현실을 볼 때 이에 대한 명확한 개선의 여지를 확인할 수 있다. 학생선수도 학생이기에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좀 더 그들의 입장을 고려하고 배려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진정 그들을 위한 제도가 될 수 있음을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현실적인 학업 수행의 시간과 방법을 제공하고 공식적인 공통적인 최저학력의 기준을  마련해 주는 것은 학생선수들이 학업과 운동을 병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현실적인 학업 수행의 시간과 방법을 제공하고 공식적인 공통적인 최저학력의 기준을 마련해 주는 것은 학생선수들이 학업과 운동을 병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

출석인정제와 최저학력제는 학생선수들의 입장을 무엇보다 고려할 수 있는 제도로  개선되는 것이 필요하다.출석인정제와 최저학력제는 학생선수들의 입장을 무엇보다 고려할 수 있는 제도로 개선되는 것이 필요하다.


1 그 별도의 개인적 시간은 대회가 없는 기간, 운동을 마친 방과 후 시간, 주말 및 공휴일 등을 활용하는 것을 의미할 수 있으며, 별도의 방법은 개인 및 그룹 보충 교습, 온라인 학습 등이 있을 수 있으며, 학생선수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 간 공동교육과정 및 학교 밖 교육 운영 등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2 이는 교육부 등과 같은 책임 있는 국가기관에서 타당한 근거를 바탕으로 제안함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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