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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2 - 안전한 등굣길, 안전교육이 최고의 보약

글 _ 허억 가천대학교 교수

  미국 국립번개안전연구원에 따르면 인간이 평생을 살면서 벼락을 맞아 죽거나 다칠 확률은 최대 100만분의 1이라고 한다. 그러면 나 자신이, 내 자녀가 1년간 살면서 교통사고로 사상당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매우 높다. 무려 26분의 1이다. 


  보험 업계의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경미한 사고를 포함한 교통사고 사상자 수가 205만 명이니 인구수 5,180만 명으로 나누어보면 이 수치가 나온다. 실로 무섭고 매우 심각하다. 더 심각한 것은 어린 자녀를 둔 부모님 등 국민이 이런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설마 사고가 나겠어?’라고 안일하게 생각하면 정작 코앞까지 다가온 교통사고의 위험을 인식하지 못한다. 따라서 ‘설마’라는 생각 대신 ‘만에 하나 사고가 날 수 있다.’라는 위기의식을 갖고 평상시 안전을 생활화해야 한다. 특히 우리 어린이들은 위험을 인지하고 판단하며 대응하는 행동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교통사고 위험이 훨씬 높다. 실제로 최근 5년간 교통사고 통계를 보면 최상의 보호를 받아야 할 어린이들이 교통사고로 매년 1만여 명 이상씩 사상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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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교통사고 유형 분석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 유형을 살펴보면 크게 3가지다.

  첫째, 보행 중, 즉 도로를 건너다가, 이면도로를 걷다가 나는 사망사고가 전체 60%를 차지한다. 둘째, 차내에 있다가 차량 간 정면에서 부딪히는 충돌, 뒤에서 차를 받는 추돌 사고가 30%다. 셋째, 자전거, 인라인 등 바퀴 달린 놀이기구 사고가 10% 정도 된다.


  특히 요즘 전동 킥보드가 급격히 증가하며 안전 수칙을 제대로 준수치 않은 채 통학로를 달리고 있어 어린이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이상의 사고들은 가정과 학교에서 실제 사고사례 중심의 실습, 체험 교육만 꾸준히 한다면 대부분 예방이 가능하다. 안전교육의 효과성을 연구한 미국의 컨설팅 기관인 맥킨지의 연구에 따르면 ‘안전교육을 통해 안전 지식을 전달하고 그 지식을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토록 한다면 안전사고는 88%까지 감소시킬 수 있다.’라고 한다. 


  특히 어린이들은 도로 지형 구조에 문제가 있어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사고다발지점과는 달리 어린이 자신 스스로가 사고의 독립변수다. 즉 어린이가 많이 모여있는 곳,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모든 장소가 바로 사고다발지점이다. 그래서 어린이가 많이 이용하는 사고다발지점인 통학로에 안전한 인도를 확보하고 과속방지턱, 보·차도 경계턱 등 안전시설을 확보하여 어린이들을 교통사고로부터 적극적으로 보호해주는 이유다.



학교 통학로는 얼마나 안전할까?

  우리 어린이들이 날마다 이용하는 학교 통학로는 과연 안전할까?

  첫째, 전혀 안전하지 않은 통학로가 너무나 많다. 안전한 통학로의 기본 선결 조건은 보도와 차도가 명확히 구별되어 차량과 보행자 동선이 상충하지 않는 안전한 인도 확보다. 그런데 7~8m에 불과한 통학로를 차량 양방통행으로 하다 보니 어린이들이 차량 사이로 생명을 담보로 한 채 곡예 보행을 하고 있다. 당연히 일방통행으로 전환하고 보·차도 경계턱을 설치하여 차량 동선과 어린이 보행 동선을 분리해 주어야 한다.


  둘째, 통학로에 불법 주정차가 너무 심각하다. 어린이는 행동 특성상 조급하여 항상 뛰려는 특성이 있다. 불법 주정차된 차량 사이에서 뛰어나오면 차에 가려 어린이가 보이지 않으므로 사고 발생 위험성이 18배나 높다. 어린이 등하교 시간만이라도 불법 주정차 단속을 실시하여 주정차를 못하도록 하고 통학로 내에 있는 노상주차장 역시 통학로 밖으로 이전해야 한다.


  셋째, 통학로에 어린이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 요소가 너무 많다. 횡단보도 앞까지 설치된 노상주차장 또는 버스 정류장 역시 어린이들이 횡단보도 보행 시 차에 가려 어린이가 잘 보이지 않아 사고위험이 높다. 곳곳에 인도 단절 구간도 많고, 인도상에 노상적치물을 쌓아 어린이가 차도로 내몰리고 있으며 안전한 인도는 확보했는데 차도와 인도 간 단차를 두지 않아 차량의 인도침범 위험이 높은 곳 역시 매우 많다. 당연히 이런 위험요소를 다 배제해 주어야 한다.



어린이의 보행능력을 키워주자

  이상의 안전시설을 확충하고 위험요소를 배제해 주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바로 안전교육이다. 안전교육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통학로 내 빈발 사고유형과 예방법을 알려주고 위험한 보행환경에서 스스로 안전하게 보행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하다.


  어린이가 집 밖으로 나오면 차와 만나는 이면도로를 접하게 된다. 7~8m에 불과한 이면도로가 양방통행일 경우 좌측 가장자리로 걷는 것이 더 안전하다. 이는 차를 마주 보면서 통행하는 것이 더 안전하기 때문이다. 실제 보행 중 교통사고 사례 분석을 해보면 차를 등지고 통행하는 것이 차를 보면서 통행하는 것보다 사고위험이 4배나 높았다. 


  또한, 좁은 이면도로에서 차가 오면 일단 멈춘 후 몸을 벽 쪽으로 붙이고 차가 지나간 다음 걷도록 해야 한다. 자칫 교육받지 않은 어린이가 순간적으로 차가 오면 빨리 가려고 뛸 경우, 운전자가 당황하여 브레이크를 밟으려다 엑셀러레이터를 밟아 사고가 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다음은 횡단보도를 만난다. 일단 차도와 보도의 경계선인 연석선에서 우선 멈춘다. 그런 후 횡단보도는 안전거리가 확보되는 우측에 선다. 횡단보도 우측에 화살표시가 그려진 이유가 바로 우측 통행이 안전함을 표시해주는 것이다. 


  다음은 손을 들어 “제가 먼저 갈 테니 멈춰 주세요.” 하는 의사표시를 전달한다. 특히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는 운전자나 보행자 모두 “내가 먼저 갈까?”, “상대방이 먼저 갈까?” 눈치를 보다 서로 먼저 갈 경우 사고가 발생하므로 반드시 손을 들어 “먼저 가겠다.”라는 의사표시를 분명히 전달한 후 차량 멈춤을 꼭 확인하고 건너야 한다. 


  이때 손은 운전자를 보며 처음에는 왼손을 45°로 들어주고, 반쯤 지나면 다시 45°로 오른손을 들어줘야 한다. 만일 가방이나 우산을 들고 있으면 반드시 오른손으로 들고, 왼손으로 의사표시를 한 후 반쯤 지나면 오른손을 들지 않고 고개만 돌려 우측 차량이 멈추었는지 눈으로 확인하면 된다. 


  눈이나 비가 와서 우산을 들고 있는 경우 연석선에서 1~2보 뒤로 물러나 있어야 한다. 이는 우산을 들고 연석선에 서 있으면 우산이 차도 쪽으로 나가게 되며 자칫 차가 우산을 치면 어린이가 차도로 같이 빨려 들어가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정차가 되어 있는 곳을 지날 때는 보다 세심한 주의를 해야 하며, 특히 차량 뒤에서 놀거나 차 밑 물건을 꺼내는 행위는 매우 위험하다. 실제로 몇 해 전 광명의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 2명이 하굣길에 장난을 치다 한 아이가 던진 물건이 불법 주정차한 차 밑으로 들어갔고, 한 아이는 꺼내고, 다른 아이는 뒤에서 지켜보다 급후진하는 차량에 의해 2명의 어린이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의 근본 원인은 불법 주정차한 운전자의 부주의가 문제지만 예방적 측면에서 볼 때 가정과 학교의 안전교육 부재에서 발생한 것이다. 


  만일 선진국처럼 차 밑에 물건이 들어간 경우, 어린이가 바로 꺼내지 않고 운전자에게 “꺼내주세요.”라고 부탁하도록 하는 안전교육만 가정과 학교에서 받았다면 이런 사고는 발생치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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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3가지 습관

  선진국에서 “당신 자녀가, 당신 제자가 교통사고 날까 불안하면 당장 3가지 습관을 길러줘라.” 라는 말이 있다.

  첫째, 우선 멈추는 습관(Stop)이다. 항상 차도로 나갈 때, 도로를 건널 때, 뛰지 말고 일단 멈추라는 것이다. 일본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뛰는 것이 천천히 걷는 경우보다 사고위험이 7배나 높고 주정차 차량 사이, 앞뒤로 뛰어 횡단하는 것은 18배나 높았다.


  둘째, 운전자와 눈 맞추는 습관(Eye Contact)이다. 손을 들어도, 보행자의 녹색불이 들어와도 그냥 지나치는 차가 있으므로 항상 운전자를 바라보며 차량이 멈추었는지 꼭 확인하는 습관이다. 길을 건널 때 운전자에게 손을 들어 차량 멈추는 것을 확인하고 건넌다면 보행 중 교통사고는 1건도 발생치 않게 할 수 있다.


  셋째, 길을 건널 때 차를 계속 보면서 건너는 습관(Arrive Alive)이다. 이는 보행자를 발견하고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으려다 당황하여 엑셀러레이터를 밟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평상시 안전교육을 철저히 실시하여 이상의 3가지를 어린이들에게 습관화만 시켜준다면 대부분의 보행 중 사고는 예방할 수 있다. 선생님과 부모님께서 내 제자, 자녀의 교통사고 예방을 위하여 안전교육만큼 좋은 보약이 없음을 인식하고 평상시 꾸준히 안전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안전교육이 최고의 보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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