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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3 - 다시 살아나는 생존수영, 어린이 물놀이 안전 책임진다!

글 _ 안광석 객원기자

  매년 이맘때면 뉴스 한 코너를 차지하는 사건사고가 있다. 바로 물놀이 익사 사고다. 최근 5년간 사망자만 147명에 달한다. 객기에 위험한 행동을 벌이다 발생한 사고도 있겠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평소 수영실력을 뽐내던 이들도 실제 강이나 호수, 바다에서는 생존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깨끗한 실내수영장과 달리 시야를 가리는 탁한 수질과 신발 등 복장, 물에 대한 공포심으로 제대로 수영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초등학교에서 체육 및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연간 10시간 내외의 생존수영을 교육하고 있는 이유다. 



잎새뜨기 자세는 생존수영의 기본이다.잎새뜨기 자세는 생존수영의 기본이다.


다이빙 실습을 하는 창원 삼계초 어린이들  (사진 제공 = 삼계초등학교)다이빙 실습을 하는 창원 삼계초 어린이들 (사진 제공 = 삼계초등학교)


  “3년 만에 진행되는 실습이라 수영장에 간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워하는 아이들이 많았어요. 물에 대한 공포심이 줄어서인지 개인적으로 수영 강습을 받겠다는 학생들도 많았고요.”


  경상남도 창원시에 있는 삼계초등학교는 2015년부터 생존수영 교육을 시작했지만 2020년부터는 코로나19로 인해 이론 수업만 진행해야 했다. 3년 만에 처음으로 생존수영 실습을 진행한 이 학교 최진희 교사는 수업에 참여한 아이들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4일에 걸쳐 진행된 실습에서 혼자 머리 말리는 것도 처음인 아이들이 불평 없이 잘 따라와 줬기 때문이다. 



창원 삼계초, 3년 만에 생존수영 실습 재개

  첫째 날, 물에 익숙해지는 단계로 시작해 기본 호흡법과 발차기 연습, 그리고 물에 뛰어드는 다이빙 자세까지 실습했다. 깊은 물에 뛰어드는 것 자체가 두려움이었던 아이들도 친구들을 따라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다. 둘째 날에는 부동 스틱의 도움을 받아 물에서 벗어나는 훈련을 진행했으며 셋째 날은 심폐소생술과 페트병을 이용해 물에 뜨고 이동하는 훈련을 이어갔다. 마지막 날에는 구명조끼 착용법과 오랜 시간 물에 떠 있을 수 있는 잎새뜨기 생존수영으로 교육을 끝마쳤다. 


  “누워만 있는데 물에 뜨는 게 신기했어요. 어렵게만 생각했던 수영에 대해 조금은 자신감을 얻은 것 같아요.” 생존수영 실습에 참여한 4학년 박서정 어린이는 생존수영 실습 후 수료증까지 받아서인지 뿌듯함을 감추지 못한다.



스포츠가 아닌 생존 그 자체를 위한 수영

  생존수영은 기록을 단축시키는 걸 목적으로 하는 스포츠로서가 아니라 생존 그 자체를 위한 수영방법을 말한다. 물 위에서 최소한의 체력으로 최대한 오래 머무를 수 있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 사람이 가진 기본 부력만으로 물 위에 뜰 수 있는 방법을 훈련한다. 무엇보다 위급한 상황에 닥쳤을 때 당황하지 않도록 평소에 유사한 환경에서 반복적인 훈련을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


  현재 초등학교의 수영교육은 크게 세 가지 범주로 나뉜다. 첫째 생존기능, 둘째 수영기능, 셋째 구조기능이다. 

  교육 역시 학년별로 크게 3단계로 구분된다. 1~2학년은 물적응 및 물놀이 교육 단계로 물과 친숙해지기 위한 체험활동 위주다.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체험활동이 포함돼 있지만, 기본적으로 물과 친숙해질 수 있도록 구성돼있다. 3~4학년은 물에 빠졌을 때 생존방법을 반복 실습해 생존능력을 기르는 단계다. 생존과 수영, 구조 등에 대한 기초적인 활동들을 체험하게 되며 배영과 평영 등 수영의 기본실력을 함양하는 단계다. 마지막으로 5~6학년은 이전 단계에서 배웠던 기초능력을 숙달해 보다 먼 거리를 수영할 수 있고 강과 바다에서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까지 포함하고 있다. 또 인공호흡 등 타인의 생명을 구하는 역량까지 배울 수 있도록 했다. 



페트병 등 주변 도구를 활용해 물에 뜨는 실습도 진행했다.페트병 등 주변 도구를 활용해 물에 뜨는 실습도 진행했다.


진지한 태도로 심폐소생술에 참여한 어린이들진지한 태도로 심폐소생술에 참여한 어린이들


생존수영에 집중 투자하는 해양 강국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수영장 시설을 갖춘 초등학교가 턱없이 부족한데다가 코로나19 여파로 연간 10시간 정도 진행되던 생존수영 교육이 대부분 이론 교육으로만 채워지거나 실습시간이 축소되어 운영되고 있어서다. 또 주어진 시간은 제한적인데 너무나 많은 내용들을 가르치다 보니 정작 중요한 생존능력을 키우는 과정이 소홀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는 외국 사례와 비교해도 알 수 있다. 해외 선진국들은 학교에서의 생존수영에 집중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소중한 생명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반복적인 훈련이 필수라고 판단해서다.


  해외에서는 생존수영 교육 시 수영복이나 물안경,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평소 입고 있던 옷을 입고 신발까지 착용하고 교육을 받는다. 불어난 계곡물에 휩쓸려가거나 미끄러운 갯바위에서 떨어졌을 때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아무리 수영을 잘해도 젖은 옷이 몸을 휘감고 신발 무게로 발동작이 자유롭지 못하면 두려움에 빠지기 마련이다. 평소 훈련을 통해 대비가 되어 있어야 당황하지 않고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존수영 자격 취득해야 졸업도 가능

  네덜란드의 경우는 영아 때부터 생존수영을 가르치며 매년 40만 명 이상의 어린이들이 자격증을 취득한다. A, B, C등급으로 구분되는 국가 수영 자격증은 만 4세부터 딸 수 있다. A과정은 일상복을 입은 채로 물속에서 자유롭게 수영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B과정은 A과정 자격증을 얻은 후 6개월 이상 교육을 받아야 자격이 주어진다. C과정은 100m를 4가지 영법으로 수영할 수 있어야 가능하며 C과정 자격을 취득하지 못하면 윈드서핑이나 수상스키 등의 수상스포츠를 즐길 수 없도록 했다.


  독일은 자유형보다 평영을 더 중요하게 교육시킨다. 에너지 소모가 적어 구조될 때까지 더 오래 버틸 수 있어서다. 초등학교 2학년부터 중학교까지 생존수영 교육을 진행하며 생존능력뿐 아니라 구조능력까지 겸비해야 졸업을 시키는 학교도 있다. 

호주의 경우는 초등학교 3~5학년 학생들이 매년 10일씩 총 30회의 수상안전 교육을 받아야만 한다. 



가장 중요한 인프라는 지도자

  이처럼 해외 각국이 생존수영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것만큼 가치 있는 교육도 없어서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생존수영 교육은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우선 시급한 문제가 제대로 된 실습을 진행할 수영장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물론 이 문제는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바로 교육의 가장 중요한 인프라인 지도자를 양성하는 일이다. 지난달 교육부가 해양경찰교육원과 협업으로 실시한 생존수영 교육 심화연수 과정이 주목받는 이유다. 이번 교육에는 전국 초등교원 및 교육전문직 280여 명이 참여했으며 이번 생존수영 교육 심화연수를 이수한 교원들은 17개 시도교육청에서 생존수영 교육 핵심강사로 활동하며 관내 교원들을 대상으로도 교육받은 내용들을 전달하게 된다. 

 


해양경찰교육원에서 초등교원 280명 직무연수

  전남 여수에 있는 해양경찰교육원에서 진행된 이번 연수과정은 2박 3일간 40명씩 모두 7기수로 나눠 진행됐다. 해양경찰교육원은 인공파도를 일으키는 구조 수영훈련장과 선박 재난훈련장 등 다양한 첨단시설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연인원 3,000명의 해양경찰 교육과 다양한 대국민 안전교육을 진행하고 있을 만큼 전문화된 교육인력을 자랑하는 기관이다. 


  이번 연수 프로그램도 해양구조와 수상구조, 생존수영, 선박탈출 등의 교육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에 의해 진행됐다. 교육내용도 생존기능 중심의 누워뜨기, 주변사물을 활용한 구조활동, 수중적응활동, 저체온증 예방방법, 모의선박 탈출 등 생존수영 교육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는 실습 중심으로 진행됐다. 이들이 학생들의 위급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기구조 및 자기보호 역량을 기르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교육을 진행한 해양경찰교육원 김진호 경장은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한 선생님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은 것 같다. 실제와 비슷한 상황에서 대처방법을 집중적으로 교육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한다. 


해양경찰교육원에서 진행된 생존수영 직무연수에는 전국 280여 명의  초등교원이 참여했다. 해양경찰교육원에서 진행된 생존수영 직무연수에는 전국 280여 명의 초등교원이 참여했다.


해양경찰교육원은 첨단설비와 전문화된 교육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해양경찰교육원)해양경찰교육원은 첨단설비와 전문화된 교육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해양경찰교육원)

국가 차원의 생존수영 교육 강화해야

  코로나19의 재유행으로 다시 주춤하고 있지만 2년 가까이 멈춰 섰던 생존수영 교육은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일부 초등학교와 정부기관을 시작으로 생존수영 교육을 재개하기 시작해서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해외의 사례에 비해 대한민국의 생존수영 교육은 풀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각국이 생존수영 교육을 강화하는 이유는 익사사고를 단순히 개인의 부주의 문제로 보지 않아서다. 누구나 직면할 수 있는 잠재적인 위험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소리다. 그것도 공공의 시스템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개선할 수 있는 문제로 판단하기에 국가 차원의 교육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는 셈이다.


  생존수영 교육이 시작된 지 내년이면 벌써 만 10년이다. 대한민국 교육에서 중요하지 않은 분야가 어디 있고 투자가 시급하지 않은 분야가 또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일만큼 의미 있는 일도 없을 것이다. 생존수영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를 기대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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