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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4 - 학교가 가장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야 한다

글 _ 김숙영 학부모(전국학교석면학부모네트워크 활동가)

평범한 학부모가 학교 석면 활동가가 되다

  필자는 중학생, 고등학생 아이 둘을 둔 학부모이다.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을 하던 2012년도부터 2018년도까지 학부모회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던 지극히 평범한 학부모였다. 2018년도에 둘째 아이가 다니던 초등학교에서 석면텍스 천장을 마주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해 학부모회 임원이었던 필자는 여름방학에 학교 화장실 개선공사 과정에서 석면 천장 일부를 교체하는 공사가 있다는 학교의 이야기를 들었다. 안전한 공사가 이루어지도록 자발적으로 학부모 모니터단을 구성해서 공사 기간 모니터 활동을 하다가 석면 해체·제거가 끝난 화장실과 복도에서 석면 조각을 발견했다. 학교는 가장 안전한 곳이어야 한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학교 공사 현장에서 발견한 석면텍스 조각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해 늦가을 나는 평범한 학부모에서 전국학교석면학부모네트워크 활동가가 되어 있었다. 


  2027년까지 ‘무석면 학교’를 목표로 석면 해체·제거 진행 중 석면은 뛰어난 단열성, 절연성, 유연성 등의 특성과 경제적인 이유로 건축재를 포함한 수천 가지의 제품으로 만들어져 곳곳에 쓰였다. 하지만, 악성중피종암, 폐암, 후두암, 난소암 등을 일으키는 1급 발암물질로 규정되면서 1980년대 북유럽에서부터 사용이 금지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에 전면 사용이 금지되었다. 석면이 함유된 건축자재 등이 1970년대부터 학교, 공공건물, 다중이용시설 등에 사용되었으리라 추정되며, 학교에서는 지붕재(슬레이트), 천장재(석면텍스), 화장실 칸막이(밤라이트), 기계실(개스킷) 등에 석면 건축자재가 사용되었다.


  교육부는 「석면안전관리법」에 따라 2015년 전국 유·초·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석면 전수조사를 시작하였고, 2015년 9월부터 학교 건축물 석면관리 강화를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고 현재까지 ‘학교 석면관리 매뉴얼(5차 개정)’을 통해 유지보수관리를 하고 있다. 또한, 2016년부터 노후화된 학교의 석면 해체 제거사업을 시작하여 2027년까지 전국 ‘무석면 학교’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정보공개포털에 요청해 필자가 직접 파악해 본 바, 전국 초·중·고 중 45.7% 5,454개 학교에 여전히 석면이 남아있어 학부모로서 높은 수치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2027년까지 석면 없는 학교를 목표로 무리하게 추진하기 보다는 안전한 철거가 우선이어야 하지만, 가장 안전해야 하는 학교에 석면이 남아있어 하루 중 많은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는 아이들과 교직원이 석면에 노출되고 있다는 건 안타까운 현실이다.



학교 석면 해체·제거되기까지 철저한 관리 필요

  지난 5월, 자녀가 다니는 중학교의 교실 천장에서 하얀 가루가 날린다는 제보를 받았다. 긴급하게 아이들을 다른 교실로 이동시키고 확인한 결과, 선풍기 주변의 석면텍스가 선풍기 진동으로 훼손이 된 상태라 긴급보수작업 후 헤파필터(미세한 입자를 제거할 수 있는 필터로 가습기나 공기청정기 외에도 청소기, 무균실 등에서 사용) 청소기로 청소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석면이 있는 학교는 「석면안전관리법」에 따라 6개월마다 반드시 ‘위해성 평가’를 해야 한다. 학교에서 지정한 ‘석면건축물안전관리인’이 학교를 돌아다니며 석면의 손상 정도를 조사해 1년에 2번 기록으로 남기고 유지보수를 해야 한다. 시도교육청은 이 자료를 토대로 각 학교의 석면 안전성을 파악하고 문제가 있는 부분에 대해 유지보수 명령 같은 대책을 추진하도록 하고 있다. 


  위해성 평가는 석면파손상태에 따른 석면 위해 정도에 따라 높음(20점 이상), 중간(12점 이상), 낮음(11점 이하)으로 구분한다. 우리 학교는 서류상 위해성 등급은 ‘낮음’이었다. 선풍기 진동만으로 가루가 날릴 정도인데 석면의 위해성이 ‘낮음’으로 평가된 건 문제가 있었고 제대로 된 평가인지 의문스러워 직접 교실들을 확인하고 석면건축물안전관리인에게 유지보수와 재평가를 요청하였다. 다시는 학교에서 석면 안전문제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며, 전체 학부모 의견수렴을 통해 2023년 겨울방학에 석면 해체·제거 공사를 추진 중이다. 


  학교에서 아이들과 교직원은 모든 위험으로 보호받아야 한다. 석면을 일시에 철거할 수 없다면 학교의 석면 건축자재가 안전한 상태로 유지되도록, 안전한 석면 해체공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그리고 교육 가족들이 석면의 위험성과 주의사항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학교 시설물에 관심을 갖고 바라봐야 한다. 시도교육청과 교육부는 석면이 남아있는 학교의 유지보수와 석면 해체·제거에 어려움이 없도록 지원해주었으면 한다. 우리 아이들의 건강하고 행복한 미래를 위해서 말이다. 학교가 가장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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