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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3 - 혐오를 극복하며 평화 감수성을 키우는 아이들

글 _ 박수경 경기 파주 운정고등학교 교사


‘혐오 표현’을 줄이는 ‘평화 감수성’에 관심을

  2020년 6개월 만에 210여 개 국가를 강타했던 코로나19로 전 세계는 물론, 한국의 교육 현장도 3차에 걸치는 개학 연기 등 유례없는 사태를 경험하게 되었다. 곳곳에서 학력 격차를 말하고 있을 즈음, 필자는 더 심각한 청소년의 ‘혐오 표현’ 증가1에 눈길이 멈추었다. 비대면 급등과 SNS 사용이 집중되면서 서로의 개성인 프라이버시를 저격하는 ‘혐오 표현’의 증가로 사회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필자는 이 상황에서 ‘평화·통일교육’이 해야 할 일을 고민해보았다. 그 결과, ‘『인생○○주제2』 소집단 활동’이라는 포괄적인 평화·통일교육을 구안하여 혐오를 극복하고 통일교육의 패러다임을 학습자 중심으로 전환시킴과 동시에 나아가 우리 학생들의 관심을 평화·통일 담론으로 긍정적으로 회귀시키려고 노력하였다. 

한 곳에 고정된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어, 너는 대답만 하면 돼’의 준말)의 통일교육의 한계를 극복하고 싶다는 교육철학을 지니고 20년을 달려온 터라 수업을 기획하는 것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즐거움’과 함께 평화를 이야기하고 싶었던 마음은 한결같았다.


‘평화 감수성’ 기르기는 마을에서부터

  자유학기제 수업을 기획해보았던 2016년에는 한국의 IMF 외환 위기 이후 학령기 아동에 대한 다수의 연구가 쏟아졌었다. 이때부터 필자는 학업 스트레스보다는, ‘학교는 즐거운 곳, 공부하고 싶은 호기심을 주는 수업에 방점을 두는 것’에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이라는 훈풍 속에서 다수의 체험처와 업무협약을 맺으며 학교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었다.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라는 간디의 명언을 ‘평화로운 마을이 아이들을 구한다.’로 바꾸어 학교 차원에서 실행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둘 체험학습으로 연계하여 활동하다 보니, 하나의 마을 지도로 완성되기에 이르렀다. 동료 교사와 학부모들의 조력으로 발굴된 마을교육과 함께 병행된 것이 바로 ‘평화·통일교육’이었다. 



진실은 ‘통일교육’을 위한 ‘평화교육’ 안에

  ‘평화교육’과 ‘평화·통일교육’에 대해서 여러 저명하신 분들의 연구가 많이 있겠으나, 현장 교사인 필자에게 ‘평화교육’은 ‘세계시민교육’과 맞닿은 면이 강하다고 생각한다. ‘평화·통일교육’은 이에 비해 ‘남북의 분단이라는 한국 사회의 특수성이 반영된 최선의 교육’ 어디쯤일 거라고 테두리를 지어 보았다. 필자에게 ‘평화교육’은 ‘통일교육’을 통해서 시작되었다. ‘통일교육’에 피로감이 높아진 학생들에게 다가서기 위해 아이들이 개성을 살릴 수 있는 ‘평화·인권교육’을 먼저 실시하게 된 것이었다. 


 그동안 50여 개에 이르는 일련의 ‘평화교육’ 이후 차츰 ‘통일교육’의 기반이 조성되어 ‘평화·통일교육’을 본격적으로 실시하게 되었다. 가장 기억에 남은 활동은 ‘사람책도서관’프로그램을 ‘통일사람책도서관’이라는 프로그램으로 변형하여 실시했을 때이다. 학생들은 새터민 강사를 초청하고, 환영하고, 질문하고, 게임을 하는 모든 과정을 주체적으로 기획하며 매우 즐거워하였다. 

비단 ‘평화교육’뿐만이 아니라, 모든 교육의 중심에 ‘사람에 대한 사랑과 인권 보호’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직접 누군가를 맞이하고, 기다리고, 대접해주려고 준비하는 모습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은 것 같다.


중학교 평화·인권 현수막 제작 도덕수업중학교 평화·인권 현수막 제작 도덕수업


평화도서관평화도서관


평화교육이 가져온 평화 지수 신장

  20여 년의 오랜 도덕수업과 인권수업, 학교폭력예방수업, 평화수업, 평화·통일수업 등을 통해 어쩌면 평화 감수성 향상 수업은 필자에게는 거부할 수 없는 수업상의 화두였던 것 같다. 매년 3월 초가 되면 수업을 위한 약속을 학생들과 정하고 있는데,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수업이다. 반드시 모둠으로 진행하며 소통을 통한 평화 감수성을 지닐 수 있도록 하며 그 내용은 주로 평화로운 교실 약속과 궤를 함께한다. 이러한 교실 속 실천이 학생들을 바깥 사회에서의 평화로운 시민으로 행동하게 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 약속들은 다음과 같다.


하나, 모두는 모두에게서 배울 수 있다.

둘, 수업 중 의견을 공개하지 않는다.

셋, 많은 의견 중에 소중한 의견이 있다.

넷, 모두는 평화를 간절히 원한다.


  지난해에는 인생철학→인생평등→인생평화→인생통일 순으로 소집단 활동을 통해서 학생들이 평화 감수성과 평화 지수를 키울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철학에서 말하는 자아론(나), 인간론(너), 가치론(우리), 세계론(세계)에 대해 교육과정을 분석하여 학생들이 자아정체성을 확립하고 편견을 극복하며 평화의 가치를 지향하는 한편, 긍정적인 통일관을 갖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다. 통일이라는 것이 표면적으로는 국가와 국가가 통합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이기 때문에 소통과 대화의 방해물인 편견과 혐오를 반드시, 먼저 근절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인종차별, 성차별, 빈부격차, 외모차별, 새터민차별 등을 주제로 이모티콘을 제작하는 활동을 통해 우리 사회의 편견과 자신이 가지고 있는 편견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남북분단에 대한 편견을 제거하고 현실에서 거부감 없이 평화통일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림1] 혐오 피라미드[그림1] 혐오 피라미드

  또한, 우리의 삶에서 지향해야 할 소중한 가치의 하나로 ‘평화’를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학생들은 ‘인생평화’를 주제로 남북의 평화를 위해 필요한 단어를 사진으로 표현하거나 영상을 제작하였다. 이 활동으로 학생들은 ‘통일’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었다. 한 학생은 “통일은 필요 없다고 생각했는데, 통일의 장점을 찾아보면서 득이 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중에 통일이 되면, 아시아 횡단열차를 꼭 타보고 싶다.”라며 친구들과 ‘인간열차’를 한 장의 사진으로 표현했다. 이런 일련의 활동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가 왜 중요한지, 그리고 때로는 부정적으로, 때로는 막연하게 생각하던 ‘통일’에 대해서도 진지한 고민을 이어갈 수 있었다.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사회를 위해

  활동을 기획하면서 ‘평화 지수’는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코로나19 이후에 세계적인 상황을 담은 사례는 없어서 [그림1]의 혐오 피라미드에 착안하여 근본적인 질문들을 던졌다. 편견과 혐오 표현은 하위에 자리 잡고 있으나 현재 우리 사회에 가장 일반적인 폭력 사태의 시발점이기도 한 점에 대해 심각성을 느끼게 된 것이다. 대표적인 질문들은 다음과 같다.


✔ 바람직한 삶은 무엇인가?

✔ 자기 생각 중에 편견과 혐오가 존재하는가?

✔ 일상에서 발생하는 편견과 선입견 사례를 찾아볼 수 있는가?

✔ 철학 수업을 통해 다양한 편견과 근거 없는 혐오를 개선할 기회를 가졌는가?

✔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중요한 가치가 ‘평화’라고 생각하는가?


  위 일련의 질문들의 답을 ‘Yes’로 학생들과 도출해내면서, 그 과정에서 평화 감수성이 신장되기를 바랐고, 긍정적인 결과를 확인하게 된 것이다. 교실에서 실천을 통하여 형성된 평화 감수성은 차세대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갈 동력을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사회’로 반드시 이끌어 주리라 믿는다. 


1 2019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진행한 만 15~27세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2 한 학생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의미 있는 수업을 일컬음. 예를 들어, ‘인생맛집’, ‘인생영화’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한 사람에게 이보다는 더 좋을 수 없는 특정 활동을 빗댄 조어임. 본 연구에서는 ‘인생철학주제, 인생평등주제, 인생평화주제, 인생통일주제’ 등 4개의 영역으로 조어하였고, 본 활동을 진행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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