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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1 - 학생이 떠난 학교에 다시, 학생들이 찾아왔다

글 _ 이순이 편집장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해마다 문을 닫는 학교가 늘고 있는 가운데, 시도교육청에서는 폐교를 학생들과 지역민을 위한 평생교육시설로 활용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곳이 부산시교육청으로, 부산은 폐교를 활용해 청소년복합문화센터(놀이마루), 부산과학체험관,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 영양교육체험관&창의공작소(회동마루), 인성교육체험관(울림마루), 부산학생안전체험관 등 학생들을 위한 체험 공간, 온 가족이 즐기는 놀이 학습장으로 활용 중이다. 학생이 떠난 학교에 다시 학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는 교육 현장을 찾았다. 


부산 사하초 6학년 학생들이  창의공작소 디지로그교실에서 완성한  목공예 작품을 뽐내고 있다.부산 사하초 6학년 학생들이 창의공작소 디지로그교실에서 완성한 목공예 작품을 뽐내고 있다.

옛 회동초, ‘회동마루’로 거듭나다

  ‘회동마루’는 방탄소년단 지민의 모교로 알려진 옛 회동초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조성한 공간으로 1~2층에는 영양교육체험관이 들어서 있다. 부산영양교육체험관은 전국 최초로 설립된 영양교육을 위한 체험관으로서 교육과정과 연계된 다양한 체험형 콘텐츠 프로그램으로 신나는 영양체험을 하면서 편식을 예방하고 올바른 식습관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하고 있다. 


  1층 영양체험실에는 각종 과일 모형으로 꾸며진 ‘맛나놀이터’, 건강밥상을 차려볼 수 있는 ‘영양밥상’, 영양골든벨을 진행하는 ‘맛나버스’, 방탈출 게임 형식으로 식중독의 원인을 찾아보는 ‘식품안전 119’, 재미있는 오감 체험이 가능한 ‘미각교실’, 음식 속에 숨어있는 당과 나트륨을 찾아보는 ‘나당 실험실’, 슬기로운 간식을 골라보는 ‘NU편의점’ 등으로 구성된 공간이 있어 체험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영양교육이 이뤄진다. 1층 영양뮤지엄에서는 학교급식의 역사를 살펴보고 한식관에서 우리나라 밥상을 대표하는 쌀과 김장문화를 알아볼 수 있다. 


영양교육체험관에서 영양밥상을  차려보는 동평초 2학년 아이들영양교육체험관에서 영양밥상을 차려보는 동평초 2학년 아이들


각종 식재료 모양을 응용해 만든  ‘맛나놀이터’각종 식재료 모양을 응용해 만든 ‘맛나놀이터’


고사리손으로 쿠키를 만들고 있는  동평초 아이들고사리손으로 쿠키를 만들고 있는 동평초 아이들


  2층에는 ‘키친스튜디오’와 ‘키즈쿠킹클래스’가 있어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전통음식과 건강식 요리를 직접 체험할 수도 있다. 영양교육체험관을 방문한 지난 4월 15일, 동평초 2학년생 60명을 대상으로 영양교육이 한창이었다. 이날 요리 프로그램은 ‘쿠키 만들기’로 동평초 학생들은 천연색소를 이용하여 고사리손으로 직접 반죽하고 모양을 만들어 세상에서 하나뿐인 특별한 쿠키를 만들었다.


  같은 건물 3~4층에는 초등 5~6학년을 대상으로 한 창의공작소가 운영되고 있다. 창의공작소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미래역량을 기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처음부터 △문제해결력 및 창의력을 신장하는 창의공작 프로젝트 활동 △실습·노작 활동을 통한 학생참여 중심 수업 △부산형 메이커 문화 확산을 염두에 두고 프로그램과 공간을 구성했다. 


  현재 목공과 레이저 커터를 이용해 창작품을 만들 수 있는 디지로그 과정과 3D프린팅, 메타버스 체험이 가능한 하이테크 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디지로그교실 3칸, 하이테크교실 3칸을 갖추고 있다. 2019년 문을 연 이후 지난해까지 3만 5천 명의 초등학생이 이곳을 다녀갔으며, 프로그램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초등교원 400명도 이곳에서 연수를 마쳤다.


  4월 15일, 창의공작소에 사하초 6학년 48명과 연산초 6학년 72명이 방문했다. 창의공작소는 당일 원활한 진행을 위해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인솔 교사와 2주 전부터 온라인 연수를 진행해왔다. 그동안 학생들은 미술, 실과시간에 미리 아이디어를 구상하여 스케치를 완성하였으며, 창의공작소는 아이디어를 구현하는데 필요한 장비와 수업재료 등을 미리 준비했다. ‘시계’ 제작에 나선 연산초 한 모둠은 원형 나무판에 시계 모형을 꾸미고 LED줄로 시계 테두리를 감쌌다. 시계에 붙일 1~12 숫자는 3D프린터로 출력했다. 창의공작소 엄진환 교육연구사는 “3D프린팅을 하려면 설계도면을 입체설계도면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학생들에게 핑거캐드 프로그램을 설명하면 처음 접하는 건데도 쉽게 따라 한다.”라며 “학생들이 창의공작소에서 하루 6차시에 걸쳐 다양한 메이커 체험하며 창작의 즐거움과 성취감을 얻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창의공작소에서 부산 연산초 6학년 학생들이 완성한 시계창의공작소에서 부산 연산초 6학년 학생들이 완성한 시계


디지로그교실에서 사하초 6학년 학생들이 목공예를 하고 있다.디지로그교실에서 사하초 6학년 학생들이 목공예를 하고 있다.



부산 어린이 인성교육의 허브 ‘울림마루’

  한편, 부산시교육청은 명지초등학교가 2016년 새 건물로 이전하면서 수년째 방치됐던 옛 명지초(부산 강서구 영강길81번길 24)를 활용해 지난해 9월경 인성교육체험관(울림마루)을 개관했다. 


  울림마루는 지상 2층, 연면적 5,092m² 규모로 옛 명지초의 예쁜 정원은 그대로 살리고 내부를 리모델링해 조성했다. 실내에 학생체험실, 쉼터, 다목적실, 방송실, 보건실 등을 갖추고 있으며, 별관에는 학생과 교사의 숙소와 샤워실도 갖추고 있다. 


  특히 원활하게 ‘존중탐험대’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 학생체험실을 나부터(자기 존중감), 작은 것도(생명 존중), 귀 기울여(공감·소통), 편견 빼고(다양성), 다 같이(협력) 등의 공간으로 구성한 것도 특색있다. 


존중탐험대원들(부산 남산초 4학년생)이 울림마루 곳곳을 누비며  뮤직비디오를 촬영하고 있다.존중탐험대원들(부산 남산초 4학년생)이 울림마루 곳곳을 누비며 뮤직비디오를 촬영하고 있다.


  울림마루 김연주 교육연구사는 “폐교 이후 건물 활용방안에 대해 3~4년 이상 지역민들과 협의하고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지난해 인성교육체험관으로 개관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울림마루 이용 대상은 초등 4학년으로, 학생들은 이곳에서 2일간 머무르며 ‘존중탐험대’의 주인공이 되어 ‘나부터’, ‘작은 것도’, ‘귀 기울여’, ‘편견 빼고’, ‘다 같이’ 등 5가지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존중과 배려, 협력의 가치를 배우고 있다. 


  초등 4학년을 대상으로 설정한 것에 대해, 김연주 교육연구사는 “초등 4학년은 본격적으로 학습이 시작되는 시기이면서 사춘기로 접어들기 직전의 시기로 놀이와 체험을 통한 인성교육의 적기로 판단했다.”라며 “아이들은 울림마루를 놀이동산처럼 느끼고 있으며, 또래와의 다양한 체험을 통해 존중과 배려, 협력을 배운다.”라고 설명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남산초 한 학생은 “수업이 너무 재미있었다. 꼭 노력해서 존중하는 사람이 되겠다. 존중탐험대 체험이 재미있었고 다음에 또 오고 싶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처럼 부산 초등학생 인성교육의 허브 역할을 톡톡히 하는 울림마루. 개관한 지 채 1년이 되지 않았지만, 올 연말까지 신청이 마감될 정도로 학생들과 선생님들에게 인기가 많다.


울림마루 전경울림마루 전경


존중탐험대원들의 자작시 낭송 모습존중탐험대원들의 자작시 낭송 모습


학생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부산학생안전체험관’

  또한, 부산시교육청은 옛 명지초 운동장 부지에 3층짜리 부산학생안전체험관(연면적 6,337m²)을 신축하여 학생들과 지역민의 안전교육 체험장으로 활용 중이다. 부산시교육청은 2017년 안전체험관 설립에 대한 기본계획을 수립한 이래, 교육부 특별교부금 70억 원, 교육청 자체 예산 217억 원을 들여 오랜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 3월 24일 개관했다. 


  부산학생안전체험관 1층에는 어린이안전체험실·수상안전체험실을, 2층에는 교통안전체험실·대형교통안전체험실·(야외)생활안전체험실을, 3층에는 재난안전체험실·신변안전&응급처치체험실·(주거안전)생활안전체험실 등을 갖췄다. 특히 시도교육청이 운영하는 안전체험관 중에서는 전국 최초로 체험관 내에 수상안전체험실을 갖춰 체계적인 물놀이 안전교육과 생존수영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 또한, 해양도시 부산의 지역적 특색을 반영한 풍수안전체험존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실감 나는 안전체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부산 명진초 2학년생의 심폐소생술교육부산 명진초 2학년생의 심폐소생술교육


부산 명진초 2학년생의 음주고글체험부산 명진초 2학년생의 음주고글체험


  안전체험관은 4월 말까지 시범 운영한 후 5월부터는 정상 운영에 들어간다. 학기 중에는 유·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맞춤형 안전체험교육을, 초등 3~5학년을 대상으로 생존수영교육을 각각 실시한다. 방학 중에는 사전 예약을 통해 가족·일반인 대상의 안전체험교육과 교직원 대상의 안전체험교육 직무연수를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시범 운영 기간에 부산학생안전체험관을 찾은 명진초 2학년 학생들과 오희정 교사를 만날 수 있었다. 오희정 교사는 “학교로 온 공문을 보자마자 체험신청을 했다.”라며 “시범 운영 기간이라 아직 모든 체험관을 둘러보지 못했지만, 부산에 매년 대형 태풍이 발생하는데, 이런 체험이 잘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이날 명진초 학생들은 3층 신변안전&응급처지체험실에서 심폐소생술을 비롯해 생활 속 응급처치, 폭력예방 및 신변보호, 생명존중교육 등을 통해 하나뿐인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배웠다. 학생들은 이날 음주고글을 쓰고 걸어봄으로써 간접적으로 약물중독에 대한 위험성을 알게 됐으며, 심폐소생술을 체험하면서 환자가 깨어날 때까지 혹은 119구급차가 올 때까지 가슴압박을 하면 생존율을 3배가량 올릴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부산학생안전체험관 전지영 장학사는 “교육과정과 연계하여 학교 단위로 신청받아 운영하고 있다.”라며 “안전교육 7대 표준안에 맞춰서 프로그램을 다 담고 있다. 7대 표준안이 전부 다 반영된 체험관은 전국에서 부산학생안전체험관이 유일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부산시교육청의 폐교 활용 모델은 폐교를 단순히 학생들을 위한 체험시설로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교육청 주도로 안전, 인성, 영양 등 학교 교육과정을 충분히 담은 프로그램을 운영해 학생은 물론, 교사, 학부모 등 교육 가족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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