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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1 - 학교에서 시작하는 다양성 교육

글 _ 조형숙 서원대학교 조교수


  두 손에는 짐이 가득한 상황, 건물을 나서려는데 출입문이 막아선다. 손으로 여닫는 출입문 옆에 자동문이 있다. ‘PUSH 눌러주세요’가 적힌 버튼을 팔꿈치로 누르고 나왔다. 사범관 앞에 도착하니 자동문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짐을 내려놓아야 했다. 자동문은 처음에 장애인을 위해 보급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장애인을 위한 시설은 비장애인에게도 당연히 편리하다. 캠퍼스 내 장애 학생에 대한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아 그들의 니즈(Needs,수요)가 충족되지 못할 경우, 장애가 있는 학생을 신입생으로 받을 수 없다. 장애인에게는 그들의 니즈가 있고 그 니즈를 반영하는 학교의 다양성 전략이 신입생 충원에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기존의 구성원에게 편리함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유네스코가 “학습자 다양성(Diversity)은 ‘문제’가 아니라 ‘기회’이므로 환영해야 할 장점”이라고 강조한 점은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학습자 다양성은 문제가 아니라 기회이다

  한국 사회는 2020년 11월 출생자 수가 사망자 수보다 적은 인구 ‘데드크로스(Dead Cross)’를 마주했다. 인구절벽은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와 학령인구의 감소라는 당연한 결과를 낳았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지하철 임산부석을 마련하고, 탄력근무제를 실시하고 영유아 돌봄 사업을 확대하지만 아마 출산율을 높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업무 역량을 꾸준히 배양하여 70~80세까지 경제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감당하기 어려운 100세 시대에 인생의 중요한 시기에 10여 년간 출산과 보육을 위해 개인의 역량을 분산시킬 일생일대의 결정을 하기는 쉽지 않다. 



출산율 감소와 한국 이주를 원하는 이들

  다행스럽게도, 한국으로 이주하여 살고 싶어 하는 이들은 많다. 한국으로 공부하러 오는 유학생도 많고, 일하고 싶어 하는 외국인 노동자도 많으며, 난민 신청자와 탈북민도 많다. 한국인과 결혼하여 선진국 한국에서 살고 싶어 하는 외국인도 많으며, 일제 강점기 시절 만주와 북간도 등으로 떠났던 이들의 후손이 한 세기만에 동포비자와 방문취업비자(H-2) 등을 통해 유턴하는 현상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한국인의 마음은 아직은 이주민에게 덜 열린 것 같다. 한국이 미래비전을 위해 가질 수 있는 선택지가 그리 많지 않은데도 말이다. 


  저출산 쇼크에 초·중등학교 학생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반면 다문화 학생 수는 2012년 조사 이래로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21년 16만 명을 넘어섰다.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결혼이민자와 외국인 가정 자녀에 대한 업무를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주로 맡았지만, 그들의 정착기간이 길어지면서 학령기 아동의 교육을 학교가 맡게 되었다. 


“혹시 선생님 학교에도 다문화 학생이 있나요?”


학교에서 학습자 다양성은 이미 가시화되었고 이런 질문은 이제 현실감 떨어지는 질문이 되었다. 



학교, 다양성의 가치가 깊을수록 지식의 원천은 풍성

  학령인구가 넘쳐나던 1970~1980년대는 콩나물 교실에서 교사중심의 획일적 강의식 수업이 진행되었고 교사의 설명을 이해하는 학습자만 수업을 따라가고 명문대학으로 진학하였다. 반면,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습자는 학교에서 ‘실패’를 경험했다. 그러나 과밀학급이 해소되고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학습자의 니즈를 고려하는 교육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었다. 교사는 유일한 지식의 전달자에서 벗어나 다양한 학습자가 학교로 가져오는 문화적 경험을 교육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협동학습을 강조하는 조력자가 되었다. 학교에서 다양성의 가치가 뿌리 내릴수록 지식의 원천은 더욱 풍부해진다. 


  한편, 학교에 외국인 가정의 자녀가 점차 증가하면서 2012년 교육부는 「다문화 학생 교육 선진화 방안」을 통해 “모든 학생이 다양성을 이해하는 창의적인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발표하였다. 이는 ‘다양성’의 가치를 교육 현장에 들여놓았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이에 앞서 유네스코는 2001년 제31차 총회에서 문화 다양성 선언을 채택하였고 한국은 2010년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와 증진 협약」의 110번째 비준국이 되었다. 2014년 우리나라는 「문화 다양성 증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교육과정과 핵심역량을 통해 다문화교육의 기반을 마련하였다. 다문화교육과 다양성 교육은 한국의 미래비전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다양성 교육은 모두를 위한 교육의 첫걸음

  문화적 다양성의 가치가 홀대받고 자녀가 학교에서 차별받는다면 글로벌 고급인력이 안심하고 가족을 데리고 이주하기를 주저할 수밖에 없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한국의 상황에서 다양성의 가치를 사회 전반에 확산시킨다면 그것은 단순기능인력 중심의 외국인 정책에서 고급인력을 유치할 수 있는 동력이 될 것이다. 다양성의 가치가 존중되어야 장애 학생, 영재 학생, 학습부진아, 다문화 학생과 탈북 학생 및 귀국 학생 등 다양한 학습자의 니즈와 문화를 수용할 근거가 되는 셈이다. 


  학교의 역할은 다양한 학습자에게 다양성의 가치를 알려주면서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공동체 의식을 길러주고 세계시민으로서의 양식을 갖춘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다. 다양성을 인정한다면 분열을 조장하여 사회통합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그러나 자동문이 장애인에게만 편리한 것은 아닌 것처럼 문화·인종·언어적 다양성은 우리 사회를 더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꿈의 표준이 달라지고 꿈을 이루는 방법이 달라지는 이 시대에 학교에서 시작하는 다양성 교육은 ‘모두를 위한 교육(Education for All)’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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