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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4 - 학교 안팎 다문화교육의 현주소

글 _ 장한업 이화여대 교수·이화여대 다문화연구소장


문화적 차이와 다양성을 교육적으로 접근

  한국 정부가 다문화교육 문제를 공식적으로 다루기 시작한 것은 2006년부터이다. 교육부는 「2006년 다문화가정 자녀 교육지원 대책」을 내놓았고 이후 지금까지 매년 비슷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이 대책은 교육청과 교육지원청을 거쳐 학교로 전달되고 있다. 이렇게 전달된 다문화교육 대책은 민주시민교육과 함께 우리 교육현장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 다문화교육의 가장 긍정적인 부분은 교육현장에서 문화적 차이와 다양성을 교육적으로 다루도록 이끌었다는 점이다. 이전의 한국 교육은 가르치는 내용과 방법에 치중한 나머지 학생들이 보여주는 여러 가지 차이는 거의 고려하지 않았다. 만약 학생들의 차이를 고려했다면 그것은 지능, 언어, 행동에서 어려움을 겪는 일부 아동을 위한 특수교육 정도가 다였다. 하지만 외국인 부모를 둔 학생들이 학교에 들어오면서 이들의 문화, 언어, 정체성을 다루는 교육이 절실해졌다. 다문화교육은 이런 상황에 도입이 되었고, 이들뿐만 아니라 일반 학생들의 차이도 교육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다. 요컨대 다문화교육은 기존에 보여준 교육의 획일성에 대한 성찰을 유도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문화가정’을 ‘이주배경가정’이라 부르자

  하지만 다문화교육이 본래의 취지대로 우리의 교육현실을 바꾼 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철학의 모순이라는 것이다. 교육부는 2006년 대책에서 ‘다문화주의’를 언급한 후 지금까지 그 어떤 철학적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의 암묵적인 철학은 동화주의다. 이는 16차례 대책이 하나 같이 이주배경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와 한국문화 교육을 강조하는 데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 교육은 필요한 교육이지만 기본적으로 동화주의 교육이다. 문제는 이 동화주의적 교육을 ‘다문화교육’이라고 부르는 데 있다. 다문화교육은 다문화주의에 기초한 교육이다. 동화주의적 교육을, 다문화주의에 기초한 다문화교육이라고 부르는 것은 모순이다. 


  둘째, 이론적으로 편향되어 있다. 다문화사회에 대한 대표적인 교육적 대안에는 다문화교육(Multicultural Education)과 상호문화교육(Intercultural Education)이 있다. 일반적으로, 다문화교육은 전통이민국가인 영미권의 교육이고, 상호문화교육은 선발이민국가인 유럽권의 교육이다. 후발이민국가인 한국은 이민의 역사, 지리적 여건 등으로 볼 때 유럽권에 더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6차례 대책에서 다문화교육은 1,017번이나 언급하면서도 상호문화교육은 2020년에 단 한 번 언급했다. 이런 이론적 편향을 학문적으로뿐만 아니라 교육적으로도 유해한 것으로,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 


  셋째, 현행 다문화교육은 매우 혼란스러운 상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 혼란은 용어, 대상, 방법 등에서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용어상 혼란은 ‘다문화가정’과 ‘다문화이해교육’과 관련된 것이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다문화가정’이라는 용어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용어가 아니다. 전통이민국가에는 이런 용어 자체가 없고, 선발이민국가에서는 대개 ‘이주배경가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일본과 중국과 같은 이웃나라는 각각 ‘국제결혼가정’, ‘과국(跨国)혼인가정’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필자는 ‘다문화가정’이라는 용어 대신에 ‘이주배경가정’이라는 용어를 제안하고 있다. 또 하나의 용어상 혼란은 ‘다문화교육’과 ‘다문화이해교육’이라는 용어다. 대부분의 교사는 ‘다문화교육’은 이주배경학생을 위한 교육이고 ‘다문화이해교육’은 모든 학생을 위한 교육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이해는 잘못된 것이다. ‘다문화교육’이 본래 모든 학생을 위한 교육이고, ‘다문화이해교육’은 학계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다문화이해교육’은 ‘다문화교육’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생겨난, 아무런 근거도 실체도 없는 용어다. 


  한편, 실천상 혼란은 다문화교육을 체험 위주로 실시한다는 것이다. 본래 다문화교육은 “미국 민주주의의 이상인 평등, 정의, 인권을 실현하고자 하는 이데올로기”로, 평등, 정의, 인권과 같은 가치를 가르치는 교육이지, 단순히 여러 문화를 체험시키는 교육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의 대책은 문화체험을 처음부터 계속해서 강조해 왔다. 그래서 많은 학교들은 전통 옷 입어보기, 전통 놀이하기, 경극 가면 만들기 같은 체험활동을 ‘다문화교육’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체험활동은 학생들의 호기심은 자극할 수 있으나 상이한 문화를 가진 사람 간의 고정관념, 편견, 차별은 개선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주배경학생에 대해 가진 선입견이나 편견을 강화시킬 수 있어 지양해야 한다. 



이주배경학생을 ‘자원’의 관점에서 보기

  그럼 이 세 가지 문제점을 시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필자는 무엇보다도 먼저 ‘이주배경학생지원대책’과 ‘다문화교육’으로 분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주배경학생지원대책에는 한국어교육, 한국문화교육, 기초학력지원, (부)모어교육 등을 포함시켜야 한다. 다문화교육에는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문화다양성교육, 반차별교육, 인권교육 등을 포함시키고, 2015년 교육과정에서 권장하듯이, 이것을 모든 시간에 범교과학습주제로 다루어야 한다.


  이 중에서 이주배경학생지원대책은 이주배경학생을 ‘결핍’이라는 관점이 아니라 ‘자원’이라는 관점에서 이루어졌으면 한다. 지금까지의 교육부 대책은 이주배경학생의 한국어와 기초학력이 ‘결핍’되었다고 보고 이것을 보충하는 데 치중했다. 이들의 한국어능력과 기초학력은 낮은 게 사실이기에 이를 보충해 주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만약 교육이 거기에 멈춘다면 그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교육이 학생의 잠재력을 개발해 주는 것이고 이들의 잠재력이 이중언어 화자로서의 잠재력이라면, 교육은 이것을 개발시켜 주어야 한다. 이렇게 하려면 무엇보다도 가정 및 학교 구성원이 이들의 (부)모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유도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의 (부)모어를 수업시간에 가능한 많이 활용하는 것, 방과 후에 이 언어를 가르치는 것, 이중언어말하기 대회를 활성화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유럽선진국들은 (부)모어를 (영어 대신) 제1외국어로 택할 수 있게 하고, 고등학교 졸업 시에는 3개 언어를 구사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천연자원이나 관광자원이 별로 없는 한국은 국가의 발전을 우수한 인력에 의존하고 있기에 이 점을 더욱 눈여겨보아야 한다. 이주배경학생은 일반 학생에게 중국어, 일본어, 베트남어, 러시아어 등을 자연스럽게 가르쳐 줄 수 있는 우수한 ‘자원’들이다. 좀 더 적극적인 대책으로는 ‘공립종합외국어고등학교’와 같은 것을 신설하여 이주배경학생들이 한국어, (부)모어, 영어 능력을 바탕으로 일부는 직업교육을 받고 일부는 대학으로 진학하도록 해 주는 것이다. 이런 제도적 뒷받침이 없는 상태에서 이주배경학생에게 (부)모어를 배우라고 하는 것은 공허할 뿐만 아니라 무책임한 일이다. 만약 이런 제도적 뒷받침이 이루어진다면 이주배경학생들의 학업중단율을 줄이고 나아가서 학교 밖 청소년들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다문화교육은 우리 교육의 민족주의적 성격, 획일성을 벗어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그 요구는 아직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필자는 교육계에 종사하는 우리 모두가 이 요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제대로 된 다문화교육, 상호문화교육으로 21세기 다문화사회를 준비시켜 주는 교육을 실시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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