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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기에서 시작하는 초등 독서교육

글_ 심영면 서울특별시 강동송파교육지원청 초등교육지원과장(사단법인 책읽어주기운동본부 이사장)

 

  책 읽기와 독서는 같은 말이면서도 느낌의 차이가 있습니다. 책 읽기는 직접적인 행동이 연상되는 말이고, 독서는 다소 관념적인 말로 느껴집니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책 읽기가 더 친근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책 읽기라는 말을 더 즐겨 씁니다.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독서교육이라는 말도 뭔가 부담스럽고, 의무적으로 뭔가 해야 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책 읽기가 놀이처럼, 생활처럼 느껴질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책 읽기는 일찍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이 글의 주제처럼 책과 친해져야 하며, 단계별로 꾸준하게 이끌어 주지 않으면 안될 만큼 책 읽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책 읽기는 엄마 뱃속에서 시작하는 일이라고 합니다. 말배우기처럼 말입니다. 엄마의 말을 들으며 아기가 말을 배우는 것처럼 책 읽기도 같은 과정을 거쳐 아주 어렸을 때부터 시작하여 상당 기간의 꾸준한 읽기 노력이 뒤따라야 비로소 완성이 됩니다.   터프츠대 아동발달학과 교수인 매리언 울프는 ‘음성 언어와 문자 언어가 같은 의미를 가진다는 사실을 알아가면서 책 읽기를 배워나간다’고 말합니다.

 

책 읽어주기는 가장 중요한 활동입니다
  책 읽기는 소리 듣기와 눈으로 글자 보기 과정을 거쳐서 발달하게 됩니다. 일찍부터 소리 듣기를 충분하게 하지 않으면 소리와 문자의 관계를 잘 모르게 되어 나중에 책을 잘 읽을 수가 없게 됩니다. 어렸을 때부터 엄마와의 충분한 대화, 책 읽어주기 등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학교에 들어가서도 이런 활동이 계속 이어져야 하며, 교과 시간의 낭독 활동도 매우 중요합니다. 내 자신이나 다른 사람이 입으로 내는 소리를 충분히 듣게 하는 것도 책 읽기에 좋은 영향을 미칩니다. 초등학교 저·중학년 시기까지 책 읽어주기를 충분히 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며, 그 이후에도 당연히 좋습니다.

 

독서 흥미를 높여주는 일이 최우선입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이나 국민들이 책을 많이 읽고 있지 않는 원인을 생각해보면 책 읽기에 대한 노력을 너무 늦게 시작한다는 점과 학교에서 지나치게 학습과 연결하거나 독서흥미를 고려하지 않는 방법으로 독서교육을 하는데서 찾아 볼 수 있습니다. 학교에 들어오기 전에 부모님들의 책 읽기에 대한 역할이 많이 부족하고, 학교에 입학하면서는 교사들이 흥미를 고려하지 않는 방법으로 독서교육을 하기 때문에 성공하지 못합니다.
  아이들에게는 무조건 재미있어야 합니다. 재미있는 그림책이나 이야기책을 꾸준히 읽어주는 일은 독서흥미를 높이는 가장 중요한 방법입니다. 그림책은 그림과 글로 책의 내용을 전해주는 책이기 때문에 상징적이며, 간결하고, 재미있으며, 짧지만 매우 분명한 내용을 전해줍니다. 초보 독서가들인 아이들에게 부담 없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가장 좋은 책입니다. 저학년, 중학년까지는 말할 것도 없고, 고학년이나 어른들이 읽기 좋은 그림책도 많습니다. 독후 활동은 책 읽기 능력이 충분히 좋아졌을 때 시작해야 합니다.

 

저학년과 고학년의 방법이 달라야 합니다
  초등학교 1학년과 6학년은 방법이 같을 수 없습니다. 저학년 시기에는 독서흥미와 독서태도를 발달시켜 독서능력이 좋아지도록 꾸준히 노력해야 하고, 독서능력이 좋아지면 책이 더 좋아지게 되는 선순환을 이룰 수 있게 해야 합니다. 하지만 4·5·6학년은 이 순서를 바꿔서 해도 됩니다. 책을 읽게 만들고, 읽다보니 책이 좋아지게 만드는 방법입니다. 읽을 시간을 마련해 주는 일, 같은 시간에 친구들과 같은 책 함께 읽기, 선생님이 책을 소개해 주고 그 책을 돌려가며 읽는 돌려 읽기, 독서 릴레이, 저학년 동생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일 등이 큰 도움이 됩니다.

 

책 읽는 아이로 기르기 위한 8계명
  ①독서흥미를 높여주는 일, ②책을 꾸준히 읽어주는 일, ③영상 매체를 통제해 주는 일, ④책 읽을 시간을 만들어 주는 일, ⑤아이들 주변에 책을 많이 마련해주는 일, ⑥책을 읽고 섣부르게 확인하려고 하지 않는 일, ⑦독서수준을 높여주는 노력을 꾸준히 하는 일, ⑧스스로 책을 찾아 읽는 상태인 독서독립이 될 때까지 꾸준히 노력하는 일
  저는 위 내용을 책 읽는 아이로 키우기 위한 8계명이라고 부릅니다. 저는 그동안 학부모들에게 이와 같은 내용을 입학식에서 나눠주고 꾸준히 실천할 수 있도록 강조하였습니다.

  책 읽기를 일찍 시작하는 일이 중요하듯이 아이들이 독서독립(스스로 책을 찾아 읽는) 상태가 될 때까지 이끌어 주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일은 독서 양을 채우는 일입니다. 정독이 중요하니 다독은 의미가 없다느니 하는 말은 겉 읽기를 경계하자는 뜻이지 다독을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닙니다. 책을 좋아하며 많이 읽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아이들 삶에 놀라운 선물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초등학교는 숙련된 독서가가 되느냐 마느냐를 판가름하는 마지막 시기입니다. 그 시기의 중심에 책 읽기와 책 읽어주기가 자리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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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약 30년간 초등교육에 종사하면서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게 만드는 일에 큰 관심을 갖고 노력해 왔다. 서울소의초, 삼각산초 교장을 거쳐 현재 서울특별시 강동송파교육지원청 초등교육지원과장에 재직 중이다. 학부모, 교사, 학생, 지역사회 인사 등이 직접 참여해 학생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 ‘얘들아, 함께 읽자!’ 운동을 교육 현장에서 펼쳐왔으며, 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을 시행한 학교마다 놀라운 변화를 일으켜 왔다. 2014년에는 사단법인 책읽어주기운동본부를 만들고 이사장을 겸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초등 독서의 모든 것』(꿈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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