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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시대, 바람직한 인재상과 교사의 역할

글_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2016년 우리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사건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인간 챔피언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가 펼친 바둑 대결일 것이다. 인간 이세돌이 졌고, 인공지능 알파고의 능력에 모두가 놀랐다. 알파고는 전 세계로부터 바둑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해서 분석하고, 당면한 상황에 부합하는 최적의 대안을 계산해 냈다. 빅데이터 분석이 무엇이고, 어떠한 힘을 발휘하는지 보여주었다.

 


  전문가들은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는 인공지능 기술이 앞으로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한다. 다양한 기술과 서비스를 융합하고 여기에 인공지능이 가미되면서 새로운 가치와 비즈니스 모델이 창출되고, 인간의 삶과 일의 방식도 파격적으로 변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인공지능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지만, 인공지능이 우리의 삶과 경제 활동에 깊숙이 들어올 날이 머지않았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러한 환경의 변화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결국 교육의 문제로 귀결된다.

 

 

미래 세대를 위한 사회적 합의
  2018년부터 도입될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도 이러한 대비책의 하나이다. 미래 세대가 인문, 사회, 과학기술과 관련된 기초 소양을 균형있게 갖추도록 한다는 것이 취지이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코딩교육과 컴퓨팅 사고(computational thinking)도 마찬가지다. 지난 5월 대구교육청은 ‘인공지능시대 맞춤형 교육방향 탐색’을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인공지능시대를 맞아 교육과정, 교수·학습방법, 교육평가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하여 전문가들이 모여 열띤 토론을 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미래 세대들이 어떠한 소양과 지식을 갖추도록 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이를 위한 체계적인 준비이다. 이에 따라 교육과정과 내용이 구체화되고, 새로운 교수·학습 방법도 개발되기 때문이다. 교육성과에 대한 진단과 평가도 인재상에 비추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특히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이 어떠한 교육적 비전과 인재상을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교육활동을 계획하고 수행하는 사람이 바로 교사이기 때문이다.

 

 

비판적 사고, 창의적 발상을 길러야
  그렇다면 어떠한 인재를 길러야 하고, 교사들의 역할은 무엇일까. 교사의 양성 과정에서는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 알파고와 대결했던 이세돌로부터 교훈을 얻게 된다. 첫째, 학생들이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와 창의적인 발상(creative thinking)을 할 수 있도록 키워야 한다.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계산과 일처리는 이제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잘 할 수 있다. 이세돌이 알파고에게 한 판이라도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창의적인 수(手)를 생각해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어진 문제를 빨리 푸는 연습에 매달리는 우리의 교육 현실을 생각하면 이 문제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제도만 바꾼다고 될 일이 아니다. 교육의 전 과정이 바뀌어야 하고, 실행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해법은 교육과정을 해석하고 교육내용을 준비하며 교수·학습 방법을 결정하고 교육성과를 평가하는 교사들에게 달려있다.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찾고 창의로운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키울 수 있는 교육적 경험을 제공하고 이를 위한 교육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교사의 몫이기 때문이다.

 

  둘째, 미래 세대에게 적극적이고 담대한 도전 정신이 필요하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생각도 실천으로 옮겨야 성과가 창출된다. 특히 세계화 시대를 맞아 글로벌 차원에서의 개척 정신과 기업가정신을 갖추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이세돌이 알파고와의 세 번째 대국에서 과감하게 바둑판의 중앙으로 치고 들어가 승부를 벌인 것은 개척 정신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교육활동은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스스로 결정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이는 교사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학부모와 사회 구성원 모두가 협력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미래를 준비하는 선생님의 자세
  셋째, 자신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고 성찰할 줄 아는 인간으로 길러야 한다. 성찰과 반성은 딥 러닝(deep learning)의 토대이고 혁신의 원동력이다. 하버드대학의 가드너 교수는 다중(多重)지능이론을 발표하면서 인간에게는 7가지 다른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 중 언어와 수리 능력은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잘 할 수 있는 영역이다. 그러나 인간과 공동체에 대한 사유와 공감, 자신의 내면을 깊이 성찰하는 능력은 인간만의 전유물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서는 교사들부터 바뀔 필요가 있다. 교과 지식을 전수하는데 초점을 둔 교육만으로는 위에서 말한 인재를 길러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예비 교사들이 자기주도 학습을 경험하고, 교과 지식 외 창의적 문제 해결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수업 과정에 플립드 러닝(flipped learning)을 도입하고, 문제 탐색과 기존 지식의 응용을 통해 문제 해결력을 키우는 프로젝트 기반 학습을 가미하는 것도 권장할만하다. 교사들도 변화의 흐름에 동참해야 한다. 교사들이 폭넓은 글로벌 경험을 하고 글로벌 시민의식을 갖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교육은 교사의 경험을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국내에만 갇힌 시각과 관점을 가진 교사로는 글로벌 시대에서 활약할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인재를 길러내기 어렵다.

 

  또한 학교 교육에서 교사는 단순히 사람을 가르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공감, 소통, 격려, 상담 등 정서적인 측면에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때문에 인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님은 학생들이 교과서를 넘어 진정한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깨닫도록 노력했고 학생들은 하나씩 알을 깨고 나왔다. 우리에게도 인생의 멘토가 되는 그런 선생님이 필요하다.

 

  학생 개개인의 변화와 성장에 있어 교사만큼 영향력을 가진 사람은 없다. 교사들부터 창의적 문제 해결력, 자기 주도성, 글로벌 역량을 가져야 하고, 인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하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우리 선생님들에게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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