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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교육에 대한 전망

글_ 허 숙 전 경인교육대학교 총장

 

 

  허숙 전 총장은 2005~2009년 경인교육대학교 총장을 지냈으며, 대통령 교육과학기술자문위원회, 한국초등교육학회장, 한국교원교육학회장, 한국교육과정학회장 등을 역임하였다. 저서로는 『선생님, 어디 계세요?』, 『시험, 왜보나?』, 『교육의 미로』, 『교사와 교직생활』 등이 있다.

 

 

  지난 9월 23일자로 2015 개정 교육과정이 확정 고시되었다. “바른 인성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하는 데 중점을 두고 마련된 새 국가교육과정은 교과서 개발을 거쳐 2017년부터 부분적으로 각급 학교에 적용될 예정이다. 혹자는 국가교육과정이 너무 자주 바뀐다고 말하기도 하고, 또는 문과·이과를 통합한다고 융합형 인재가 길러지느냐고 다소 불만스러워 하는 목소리가 있기도 하다.

 

 

매일 생산되는 지식, 지식 수명도 짧아진다
  그러나 요즘 우리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와 발전의 양상을 보면 그야말로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모든 것이 변하고 있다. 사람들은 21세기를 지식사회 또는 정보사회라고 불렀지만, 21세기가 시작된 지 10여년 만에 우리 사회는 이미 스마트시대에 들어섰고, 이제는 또 다른 모습으로의 새로운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권역별 공동체나 FTA 등으로 국가 간 장벽이 사라지고 전 세계가 하나의 생활권으로 변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야말로 모든 것이 변화하고 또 변화하는 것만이 생존할 수 있는 시대라고 할 수 있다.

 


  학교는 전통적으로 지식을 가르치고 정보를 전달하는 일을 일차적 임무로 해오던 곳이다. 그러나 이제 지식이나 정보는 더 이상 학교 교실이나 교과서에 있지 않다. 지식은 온 세상 공중에 무한대로 퍼져있으며,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손가락만 움직이면 원하는 지식이나 정보를 마음대로 얻을 수 있다. 학교가 컴퓨터나 인터넷 또는 스마트기기와 대결해서 단순 지식이나 정보를 전달하는 싸움을 한다면 그 결과는 뻔한 일이다. 아직도 교과서를 중심으로 단순 정보와 지식을 가르치면서 또 그것을 시험이라는 방식으로 강요하고 있는 오늘날의 학교교육은 심각한 기로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우리 교육은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할까? 미래사회에서의 학교의 역할은 무엇이며, 학교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멀리도 아닌 5년 또는 10년 후의 사회변화를 예상할 때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 것인가? 아마도 이제 학교는 단순 지식이나 정보를 가르치는 일을 과감히 포기해야 할지 모른다. 미래사회에서는 매일같이 새롭게 생산되는 지식의 양도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그 지식의 수명도 짧아지기 때문에,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사회에 나가 그대로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할 수 없다. 이제는 자기에게 필요한 지식을 스스로 찾아내서 주어진 상황에 맞게 창의적으로 변형하고 적용하는 능력이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한 마디로 스마트시대에 필요한 인재는 창의적인 특성과 능력을 갖춘 사람인 것이다.

 


  이러한 창의적 특성과 능력은 창의력의 개념을 외운다고 생기는 것도 아니며, 단순 지식을 많이 안다고 저절로 생겨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오직 창의적인 환경과 분위기 속에서 경험을 통해 체득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식교육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창의적인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인문교육, 인간교육, 인성교육을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새로운 생각이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한 분야의 우물을 깊게 파는 과정에서 얻어질 수도 있겠지만, 보다 폭넓은 시야와 안목으로 새로운 분야 또는 새로운 세계와 접목할 때 획득될 가능성이 훨씬 크다. 인문학적 관점으로 과학을 보거나, 과학적 기초 위에서 인문학을 상상할 때, 우리 인간의 사고는 확장되고 상승작용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오늘날 여러 학문 분야가 전통적인 영역 장벽을 허물고 타 학문과의 교류와 융합을 통하여 새로운 분야를 창출해 내는 현상은 바로 이러한 가능성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미래사회를 준비하는 학교교육에서 융합교육, 통합교육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정의로운 도덕성과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식
  지식정보 사회에서의 새로운 지식은 개인 혼자만의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과 더불어 경쟁하고 더불어 교류하는 팀플레이를 통하여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미래사회는 개인의 능력보다 집단지성이 더 요구되는 사회가 될 것이다. 오늘날 사회를 흔히 네트워크 시대라고 한다. 이는 단지 정보통신 분야의 연결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인간과 인간 사이의 네트워크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간 네트워크 속에서 필요한 것은 정의로운 도덕성과 타인과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식이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협동이 없는 창의성은 순간적인 재치는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진정한 창의성을 갖춘 인재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미래사회의 학교교육에서 인성교육이 더욱 강조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너무도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이제 학교도 변화해야 살 수 있다. 학교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학생들의 마음과 믿음을 다시 붙잡기 위해서는 학교가 보다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고 매력적인 곳으로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러한 학교의 변화는 온전히 교사의 몫일 수밖에 없다. 학교 변화의 주체는 바로 교사이기 때문이다. 교사가 변하지 않으면 학교가 변하지 않고, 학교가 변하지 않는다면 우리 교사들이 설 자리를 잃게 되고 말 것이다. 미래사회에서 학교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화를 두려워하기보다 사회의 변화를 선도하는 조직으로 탈바꿈하여야 할 것이다.

 


  2015개정 국가교육과정은 창의교육, 융합교육, 인성교육을 미래사회를 위한 새로운 교육의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교육과정의 이념이 단지 국가 문서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학교교육 현장의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 교사들의 역량과 노력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교육 변화의 주체는 교사이기 때문이다. 선생님,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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