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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글_양정애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하나, 국가가 공적으로 개입해 가짜뉴스 규제
둘, 온라인 공간인 플랫폼 기업들의 자율적인 규제 노력
셋, 미디어 이용자의 정보 품질 평가·분별 능력 함양


  ‘가짜뉴스’로 인해 우리사회가 계속 소란하다. 영어 ‘페이크 뉴스(fake news)’의 우리말 번역어인 ‘가짜뉴스’는 사실 그 실체가 모호하다. 원래는 뉴스보도 형식을 차용한 의도된 거짓 정보를 지칭하는 것으로 시작됐으나, 지금은 뉴스기사 형식일 필요도 없고 의도적으로 조작된 것도 중요하지 않게 됐다. 올해 초에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에서 발간한 <일반 시민들이 생각하는 ‘뉴스’와 ‘가짜뉴스’>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반 시민들은 좁은 의미의 가짜뉴스 즉, 페이크 뉴스뿐만 아니라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 서비스를 통해 주로 유통되는 일명 ‘찌라시’, 언론사가 생산한 품질 낮은 콘텐츠(낚시성 기사, 어뷰징 기사, 광고성 기사 등)도 가짜뉴스로 인식하고 있고, 언론이 취재과정에서 충분한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아서 만들어지는 오보까지도 가짜뉴스로 간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 아닌 내용 포함되면 ‘가짜뉴스’로 인식

  학술적으로는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허위조작정보(disinformation)와 실수로 인해 발생하는 오정보(misinformation)가 구분되지만, 일반인들에게 이러한 구분은 큰 의미가 없으며 사실이 아닌 내용이 포함돼 있는가가 관건일 뿐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 할 수 있다. 또한 보통 사람들은 뉴스가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돈벌이만을 목적으로 애초에 사실 전달은 안중에도 없고 취재과정 없이 만들어지는 저급한 뉴스 콘텐츠 또한 ‘진짜뉴스’와는 구별되는 ‘가짜뉴스’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단적으로, 나쁜 정보, 품질 낮은 정보면 다 ‘가짜뉴스’로 인식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가짜뉴스’의 범위를 이렇게 넓게 인식하고 있는 것은 나쁜 현상일까? 위에 제시된 그 어떤 정보 유형도 이용자에게 이롭지 않을 뿐만 나이라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짜뉴스’를 넓은 범위로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은 시민들이 나쁘고 해로운 정보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하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는 유리한 측면도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나쁜 정보들 가운데 좁은 의미의 ‘가짜뉴스’만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그 모든 해로운 정보를 다 ‘가짜뉴스’라고 전제하고 그러한 품질 낮은 정보를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방향으로 노력을 기울여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가짜뉴스’인가에 대해 논쟁하는 것은 현 시점에서 다소 소모적일 수 있으며, 그보다는 어떻게 하면 ‘가짜뉴스’를 포함한 나쁜 정보들에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훨씬 생산적이다.


정보 분별력 키우는 학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우리사회가 ‘가짜뉴스’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정리해볼 수 있다. 첫째는 국가가 공적으로 개입해서 ‘가짜뉴스’를 규제하는 것이다. 관련 법률을 제정해 가짜뉴스를 생산 및 유포하는 사람들을 처벌하는 것과 같은 조치를 통해 ‘가짜뉴스’의 범람을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 그런데 ‘가짜뉴스’의 범위와 정의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이를 기반으로 관련 규정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는 난점이 있다. 두 번째는 SNS, 메신저와 같이 ‘가짜뉴스’가 주로 유통되는 온라인 공간인 플랫폼 기업들의 자율적 규제 노력이다. ‘가짜뉴스’로 확인된 콘텐츠를 삭제 내지 임시 차단하는 방법 등을 통해 이용자들이 ‘가짜뉴스’에 노출되고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상당 부분 막을 수 있다. 최근 들어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사회적 압박이 강해지고 있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이윤을 추구하는 사기업이라는 점에서 이들에게 공적 책무를 부과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 ‘자율’ 규제는 어디까지나 ‘자율’일 뿐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마지막 세 번째 대응 방법은 미디어 이용자 개개인이 정보의 품질을 평가하고 좋은 정보와 나쁜 정보를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방법만으로는 ‘가짜뉴스’를 다 걸러낼 수 없고, 따라서 이용자들이 정보 분별력을 함양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대책이라는 주장도 학자들 사이에서 제기돼 왔다.

  결국 일반 시민들 선에서 ‘가짜뉴스’에 직접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그러한 품질 낮은 정보를 마주했을 때 이를 알아차리고, 나아가 정보 전반에 있어서 그 내용을 비판적으로 이해 및 수용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것이라 정리해볼 수 있다. 이러한 능력은 미디어 리터러시의 본질에 해당되는 부분으로서, 개인적 노력으로도 어느 정도 습득이 가능하겠지만 그보다는 공교육과정에서 학습하는 것이 사회 전체로 봤을 때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학교 교육에서 포괄적 정보 분별력을 포함한 미디어 리터러시를 함양할 수 있다면 결국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전 국민이 교육의 혜택을 누리고 정보를 좀 더 올바르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정보 분별력은 단기 교육으로 함양할 수 있는 단순한 기능이 아니다. 장기간에 걸쳐 단계적·체계적 커리큘럼으로써 교육을 받을 때만이 그러한 능력이 분명하게 발휘될 수 있는 복합적인 고등 역량에 해당한다. 따라서 초·중등교육 전반에 걸쳐서 학령과 교급에 맞는 적절한 교육을 받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나도 모르게 가짜뉴스 퍼트리진 않았나?

  끝으로, ‘가짜뉴스’ 대응과 관련해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중요한 또 한 가지 이유는 ‘가짜뉴스’ 문제가 단순히 이용자가 그것을 제대로 분별해서 피해를 보지 않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가짜뉴스’는 각종 소셜미디어 네트워크를 통해 이용자들 사이에서 급속히 퍼져나가는 것이 특징이다. 한 마디로 이용자들이 ‘가짜뉴스’ 확산에 알게 모르게 기여하고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의심되는 정보가 있으면 내 단계에서 공유를 멈춤으로써 ‘가짜뉴스’가 내 소셜네트워크상에서 퍼져나가는 것을 막는 것만으로도 전체 소셜미디어 생태계를 놓고 보면 ‘가짜뉴스’의 범람을 상당히 막을 수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 책임 있는 미디어 이용을 배우고 이것이 공유와 소통 과정에서 좀 더 신중한 행동으로 이어진다면 품질 낮은 콘텐츠의 무분별한 유통은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학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는 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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