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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시대 교육정책의 방향과 핵심과제

남윤철 교육부 미래교육기획과 사무관

  교육은 언제나 미래지향적이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든 내일을 살아갈 사람을 키우는 것이 교육이다. ‘인공지능’이라는 말은 이미 우리에게 성큼 다가와 먼 미래를 뜻하는 말에서 바로 내일을 뜻하는 말이 되어 버렸다. 특히, 갑작스러운 코로나19 사태는 세계의 디지털 환경을 놀라운 속도로 빠르게 발전시키고 있다. 디지털 환경이 잘 구축되고 있다는 말은 인공지능시대 진입로에 고속도로를 깔고 있다는 말과 같다. 다시 말해, 얼떨결에 우리는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게 미래로 가고 있다. ‘인류 역사상 불과 전기보다 큰 파괴력을 지닌 인공지능1’의 세계로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교육은 인공지능시대로 가는 고속도로를 달릴 준비가 되어 있을까? 외부에서 들려오는 진단은 늘 여전하다. 산업화 시대의 교육. 같은 모습의 학교에서 이뤄지는 같은 교육. 줄 세우기 교육. 그 결과 고만고만한 인재 양산으로 이어지는 한계를 가진 교육. 인공지능시대 교육정책에 대한 교육부의 고민은 이 본질적인 물음과 진단에서부터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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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공지능시대 교육정책의 방향


인재상

어떤 사람을 길러낼 것인가? : 감성적 창조 인재

  앞으로 인공지능이 지금의 수많은 일자리를 대체한다고 한다. 미래는 인간과 인공지능이 협업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이 새로운 시대에서 인공지능의 역할은 정확성과 신속성에 집중될 것이다. 반면, 인간은 어떤 영역에 집중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 앞으로 교육이 고민해야 할 미래 과제이다.


  아마도 인간에게는 인간만의 감성과 창의력이 요구될 것이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공감할 줄 아는 마음, 타인과 소통할 줄 아는 능력, 그리고 인간이 왜 존재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탐구하는 자세와 같은 것들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첨단을 달리는 미래 시대에는 고리타분해 보이는 전통적이고도 전통적인 ‘삶의 본질’에 대한 탐구와 고민에 관한 공부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중요한 공부가 될 수 있다. 바로 우리가 흔히 ‘인문학’이라고 부르는 영역이다. 또한, 인간에게는 인간만의 독특한 질문과 호기심이 무엇보다 중요해질 것이다. 따라서 정답만을 쫓는 학습 목표나 방식보다는 전혀 다른 접근을 불러일으키는 인간만의 ‘창의력’이 필요하다. 인간이 구조를 계속 새롭게 제시하고 그 구조 안에서 인공지능이 가장 빠른 길을 찾는 상황이 미래사회의 모습일 것이다. 새로운 구조를 제시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이제는 답을 찾기보다는 ‘질문’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새로운 질문이야말로 새로운 접근법을 낳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을 만능의 도구처럼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인공지능도 인간이 만드는 것으로, 인공지능의 판단에 편견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이러한 원리를 이해하고 인공지능시대에 맞는 윤리가 반드시 정립되어야 한다.



학습환경

학습환경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 초개인화 학습환경

  인공지능은 학습자에게 최적화된 학습방법과 자료를 제공하는 등 학습자 개개인에게 맞춤형 학습지원을 위해 널리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외국에서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학습효과 사례가 다수 보고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인공지능 등을 활용한 에듀테크(Education+Technology)가 화두다. 특히, 코로나19 때문에 2020년 4월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초중고 전면 온라인개학이 시행되면서, 에듀테크를 교육 현장에 도입하는 것에 관한 관심이 크게 고조되었다. 교육 현장에 인공지능 등을 활용한 에듀테크 도입은 실시간 학습데이터를 축적하고 이 데이터를 활용해 기술을 더욱 개선하고, 이로 인해 교육의 질은 더 높아지는 방식의 선순환 형태로 이루어져야 한다.


  혹자는 이러한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이 교사의 자리를 위협한다고 한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교사의 역할 변화가 요구된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인공지능은 수업자료를 찾기 위해, 단순・반복적인 행정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소비하는 시간을 크게 줄여줄 것이다. 교사가 더욱 집중해야 할 일은 수업을 기획하는 일, 학생 개개인을 더욱 살피는 일, 학생의 정서 관리에 집중하고 사회성을 키우기 위해 조력하는 일이다. ‘성적’을 넘어 더욱 폭넓은 의미에서 맞춤형 ‘교육’을 실현할 수 있는 세상이 될 수 있다.


  인공지능 세상에서 중요한 것은 ‘자기주도성’이다. 마음만 먹으면 인공지능이 수많은 학습자료를 가져다줄 수 있는 상황에서, 중요해지는 것은 학생의 자기주도성이 된다. 학습환경이 달라지니, 학교의 역할도 교사의 역할도 변하는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초개인화’라는 말이 있다. 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한 명 한 명의 기분까지 고려한 맞춤형 지원을 하는 것이다. 이제 학습환경도 초개인화로 들어서고 있다.



정책과정

미래 교육정책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 것인가? 

: 따뜻한 지능화 정책

인공지능은 공공영역에서도 행정혁신 등의 이유로 폭넓게 사용될 것이며, 교육 분야에서도 예외는 아닐 것으로 전망된다. 인공지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빅데이터가 선결 조건이다. 앞으로 교육 데이터를 생산・수집・축적・활용하기 위한 일련의 관리・유통 체계가 필요할 것이다.


  정책적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하게 되면 우선 다양한 포용정책이 기대된다. 모두를 위해 공평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데 첨단기술이 활용될 것이다. 반면에 인공지능으로 인한 새로운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 인공지능 발전이 정보격차를 발생시키면서 정보 접근성에 따라 교육격차가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응책이 함께 병행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정리하면 아래 표와 같다.


[표] 인공지능시대 교육정책의 3대 방향

인공지능의 영향과 시사점

정책방향

(인재상) 인간-AI 협업시대, 인간 창의성, 감성에 집중→ 인간중심 사고에 기반하여 새 구조를 만드는 창의력 요구

감성적 창조 인재 

(학습환경) AI는 학습자에 최적화된 학습방법과 자료 제공→ 학습자의 특성/ 수준/상황 맞춤형 개별화 교육 기대

초개인화* 학습환경 

(정책과정) AI, 빅데이터 등 기반 행정혁신 시대→ 빅데이터 관리체계 필요 및 데이터 활용 포용정책 기대

따뜻한 지능화 정책 

* 초개인화(hyper-personalization) : 데이터를 활용해 보다 고도화되는 개 인 맞춤형 방식


2. 인공지능시대 교육정책방향과 핵심과제


대한민국의 미래 교육이 나아가야 할 길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20일 「인공지능시대 교육정책방향과 핵심과제」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하였다. 위에서 도출한 세 가지 정책방향을 핵심으로 하여, 미래 교육의 비전과 과제를 제시했다. 비전은 ‘인간다움과 미래다움이 공존하는 교육 패러다임 실현’으로 설정하였다. 미래에 집중하는 것만큼 인간다움에 균형 있게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또한, 이 보고서를 통해 향후 최소 5년 이상의 범정부 인공지능시대 교육정책의 청사진을 그렸다. 2022년까지는 ‘준비기’, 2024년까지는 ‘내실화기’, 그리고 2025년부터는 정책 ‘활성화・고도화기’로 설정하였다. 그리고 미래 비전과 정책방향을 달성하기 위해 ‘인간’, ‘시대’, ‘기술’ 세 가지의 분야의 핵심과제를 제시하였다.


‘인간’에 집중하는 교육 : 자기주도적 태도와 인간 존엄성의 마음

  미래 교육정책에서는 학생들이 수업과 관련된 여러 상황에서 문제를 스스로 인식하고 설정하고 해결방법을 탐구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자기주도적 태도를 강조하고, 자신과 타인을 올바로 이해하고 인간 존엄성을 중시하는 마음을 키우도록 돕는 교육을 강조한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자기주도성 등을 고려하여 학교 교육을 통해 중점적으로 기르고자 하는 역량을 반영할 계획이다. 교수・학습방법에서도 학생의 시행착오가 성장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다양한 모델을 개발해 나갈 예정이다. 학생들의 자기주도성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비교과 프로그램 개발도 촉진한다. 초중고교 학생뿐만 아니라, 대학도 적극적으로 학생의 자기주도성 향상을 돕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도록 차기 대학 기본역량 진단에 관련 내용을 반영하는 것을 검토한다.


‘시대’에 부합하는 교육 : 교양으로서의 인공지능 교육과 전문인재 양성

  인공지능은 미래의 교양과 같다. 따라서, 인공지능과 관련한 소통・협업 및 활용을 위한 최소한의 소양을 학교 교육에서 갖출 수 있도록 정책을 추진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을 인공지능과 관련한 교육을 단지 ‘지식’으로 추진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갈수록 지식의 유통기한이 짧아져만 가는 시대에 이미 우리는 살고 있으므로, 인공지능 지식에 관한 교육이 학교에 들어올 때쯤이면 이미 너무 오래된 지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인공지능 교육은 창의력, 소통・협업능력, 비판적 사고력 등을 키우는 역량 교육이 되어야 한다.


  유치원부터 놀이를 통해 인공지능을 경험하는 기회를 늘리고, 초중고교에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을 통해 ‘인공지능 교육’을 학교에 도입한다. 교육 내용으로는 ‘프로그래밍’, ‘인공지능 기초원리’, ‘인공지능 활용’, ‘인공지능 윤리’를 담는다. 우선 당장 2021년 2학기부터는 고등학교 진로 선택과목으로 <인공지능 기초>, <인공지능 수학> 과목이 도입된다. 신규・현직 교원의 역량 강화를 위한 정책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인공지능 전문인재 양성 정책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는 각 부처와 대학 등에서 그간 다양하게 추진해 온 인공지능 인재양성 정책성과를 점검하고, 발전적인 정책을 제안할 수 있도록 2021년부터 인재양성 지표를 개발하는 데 힘쓴다. 대학에서의 인공지능 소양함양 교육은 물론 석・박사급 연구자 대상 교육, 재직자 대상 재교육・훈련 프로그램들까지 망라하여 검토할 예정이다. 교육계와 산업계, 노동계가 함께 협력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관련 보고서도 발간하여 많은 관계자가 참고 자료로 활용토록 할 계획이다.


‘기술’과 결합하는 교육 : 첨단기술을 활용한 교육환경과 교육 빅데이터 거버넌스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디지털 도구와 콘텐츠를 활용한 양질의 맞춤형 수업을 만들어나가고자 한다. 아울러, 데이터를 활용해 학업 중도포기, 전공 부적응 등 학생의 위기상황을 조기에 진단하고 적합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교육정책을 개발하기 위한 데이터 거버넌스도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


  2021년부터 공교육 질 개선과 교육문제 해소를 위해 인공지능 기술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지능형 교육 3대 프로젝트」를 실시한다. 이 프로젝트는 미래의 주요한 교육 이슈인 (1) 학습자 중심 환경, (2) 교육 취약계층 지원, (3) 학생안전 및 학교 업무 효율화를 우선 3대 분야로 선정하여 필요한 기술개발을 추진하는 민관협업 프로젝트다. 대학에서는 다양한 데이터 기반 학생중심 지원 프로그램이 개발・운영될 수 있도록 차기 대학기본역량 진단 시 관련 내용을 반영토록 할 예정이다. 학생의 교과・비교과 등 다양한 데이터를 통해 학습역량 강화, 진로・심리상담, 취・창업 지원 등을 맞춤형으로 추진하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교육빅데이터위원회」를 올해 출범한다. 위원회는 교육 분야 빅데이터의 활용과 보안에 관련한 사회적 합의 등을 위한 의사결정기구로 활약할 예정이다. 학생, 학부모, 시도교육청, 연구자, 교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빅데이터 전문가가 참석하여 교육 분야의 데이터 관리・유통과 관련한 각종 지침(가이드라인) 등을 만들어 갈 예정이다.


3. 같은 결과의 대량화를 넘어 다른 결과의 다채로움으로

  인공지능은 하나의 기술이다. 새로운 기술이 화려하게 교육 현장에 사용되는 것이 교육의 미래 모습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그건 하나의 단면일 뿐이다. 처음에 제기했던 질문, 즉, 같은 모습의 학교에서의 같은 교육이 과거가 되어야 하고, 여기서 탈피하는 것이 진정 미래 교육의 방향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산업화 시대의 교육은 같은 학교에서 같은 교육을 통해 동질의 인재를 대량으로 빠르게 키워내는 데 치중했었다. 이제는 같은 모습으로 키워진 대량화 시대의 교육에서, 학생 개인의 개성이 빛나는 다채로움의 시대로 가는 교육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간 ‘미래’는 흔히 소수의 앞서나가는 일부를 위한 것처럼만 느껴진 적이 많았다. 정책의 초점도 그러했다. 미래는 불안하고, 그 불안한 시대를 이끄는 인재를 키우는 것이 정책의 목표인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미래 정책에 영향을 받는 것은 우리 모두다. 앞으로 인공지능시대의 교육정책은 더더욱 절대다수의 평범한 우리 모두를 위한 교육정책이 되어야 할 것이다. 



undefined남윤철 교육부 미래교육기획과 사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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