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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반 맞춤형 교육의 현황과 과제

글 | 한정윤 서울시립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교육 분야의 디지털 전환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2023년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방안’을 발표하며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대한 계획을 구체화한 바 있으며, 특히 내년 초중고 교육 현장의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앞두고 교사 역량 강화와 기본적인 디지털 인프라 구축·관리를 위한 여러 대비가 발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교육의 혁신적 변화에 있어서 AI는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다양한 AI 기술이 보여주고 있는 괄목할 만한 성과로 인해, AI를 활용해 교육 분야의 여러 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러한 기술적 성과가 개별 학생의 특성과 요구를 반영한 맞춤형 교육의 실현을 위해 활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바탕으로 최근 AI 기반 맞춤형 교육이 교육 분야의 큰 화두로 떠올랐다. 이 글에서는 AI 기반 맞춤형 교육이 무엇인지 짚어보고, 국내 관련 현황과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AI 기반 맞춤형 교육은 무엇인가?

  맞춤형 교육은 학생 각자의 잠재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설계된 학습자 중심의 교육 활동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개별 학생의 다양한 특성을 명확히 파악하고 이러한 특성에 맞는 차별화된 학습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AI는 이러한 맞춤형 교육을 위해 필요한 관찰, 진단, 처치의 순환적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먼저 관찰에서 AI는 학습과 관련된 학생의 다양한 특성을 정량적으로 측정함으로써 이를 디지털화 된 데이터로 수집할 수 있도록 해주고, 이를 바탕으로 이후 학습자 진단과 처치가 이루어질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한 학급의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기록한 필기나 서술식 문항 답변의 경우 기존에는 교사가 이를 직접 읽고(관찰) 내용을 파악해야 했던 반면, AI가 제공하는 필기 인식 기능을 활용하게 되면 이러한 수고를 줄이고 학급 전체의 내용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으며, 서술식 문항에 대한 채점 또한 일정 수준 자동화할 수 있다. 비단 필기뿐만 아니라 학생의 음성, 표정, 감정 등을 인식할 수 있게 되면, 개별 학생의 다양한 특성(인지적, 정의적, 심동적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소수의 교사가 다수 학생의 학습 과정을 면밀하게 관찰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어서 진단을 위해 AI는 관찰·수집된 학생의 다양한 특성 데이터를 분석해 학습 상황에 대한 다양한 핵심 정보를 도출함으로써, 학습 상황에서 필요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Data-Driven)이 가능하도록 지원할 수 있다. 앞선 관찰 단계에서 수집된 데이터가 광범위할 것이므로, 이를 소수의 교사가 직접 분석하기엔 현실적 어려움이 따른다. AI는 이러한 분석적 관점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게 해주며,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탐색적 분석, 예측, 분류 등의 기법을 통해 학습 상황에 대한 다양한 핵심 정보를 도출함으로써, 학습자 진단과 관련된 종합적 관점의 해석이 가능하도록 지원한다. 관찰 단계에서 수집된 학습자 특성 데이터에는 진단에 활용할 수 있는 주요 정보가 일련의 패턴으로 나타나게 되는데, 이러한 패턴을 이용하는 대표적인 예로 중도 이탈 예측과 학습 유형 군집 분류를 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AI는 진단 결과에 따른 적절한 처치를 위해 학생이 직접적으로 접하는 학습경험을 조정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AI는 교수·학습 내용과 방법, 평가·피드백과 같은 주요 학습경험 구성 요소의 조합·변형·생성 등을 지원함으로써 최적화된 학습경험 제공을 위해 필요한 적응적 처치를 지원한다. 조합의 경우 기존에 존재하는 다양한 학습경험 요소를 학습자 맞춤형으로 선별하고 순서를 조정하는 것으로 콘텐츠나 학습경로 등을 추천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학습경험의 변형과 생성은 진단 결과에 따라 주요 학습경험 요소 자체를 직접적으로 수정하거나 새롭게 만들어 내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를 위해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생성형 AI의 활용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가령 학생의 학습 상황이나 수행 수준에 따라 학습 내용이 적응적으로 조정되는 교과서나 단순한 수치와 상투적인 설명을 넘어 보다 친근감 있고 개별화된 내용을 제공하는 맞춤형 피드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를 종합하면 AI 기반 맞춤형 교육은 ‘개별 학습자의 서로 다른 특성에 따른 적절한 학습경험 제공을 위해 필요한 관찰, 진단, 처치의 순환적 과정을 AI에 기반을 둔 측정, 분석, 조정 기술을 이용해 지원함으로써 교수·학습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증진하고자 하는 교육활동’이라 할 수 있다. 



AI 기반 맞춤형 교육,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이처럼 맞춤형 교육의 실현을 위한 AI의 활용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외에서 다양한 AI 기반 맞춤형 교육의 사례를 확인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사례는 그 목적과 접근 방식에 따라 통합 학습 플랫폼 구축, 특정 교과 학습 지원, 취약계층 학업 지원의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먼저 통합 학습 플랫폼 구축 유형은 주로 기존에 활용해 왔거나 신규로 구축할 디지털 기반 교육 환경의 고도화를 위해 다양한 기반 AI 기술을 활용하는 것으로, 주로 학생 개개인이 가진 다양한 특성과 여러 학교급과 교과·비교과를 아우르는 교육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수집해 개별 학습자의 필요와 요구에 따른 학습경험을 지속해서 제공하는 데 목적을 둔다. 이러한 AI 기반 통합 학습 플랫폼에는 장기간 수집된 학습자 특성과 다양한 학습 활동에 대한 데이터가 관리되므로 이를 활용하여 학습 내용, 방법, 평가 및 피드백 등 다양한 학습경험 요소를 조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학생들의 수준별, 시기별로 적절한 학습 콘텐츠를 추천하고 학생 맞춤형 평가 문항 및 피드백 제공이 가능하다. 또한, 통합 플랫폼에서 수집한 다양한 교과에 대한 학생들의 학업 성취를 바탕으로 학생들의 진로에 대한 AI 기반의 상담 등 비교과 영역의 지원이 가능하며, 학습 활동 전반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교과 융합적인 분석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학부모와 교사가 학생들의 학습 경과를 모니터링하고 상호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 준다는 가능성도 가진다. 최근 시도별로 구축되고 있는 별도의 디지털 학습 플랫폼을 이러한 유형의 구체적 사례로 볼 수 있다. 


  특정 교과 학습 지원 유형은 단일 교과가 가진 고유한 특성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맞춤형 학습 지원을 위한 AI 기술을 활용하는 접근으로, 앞서 살펴본 통합 학습 플랫폼 유형에 비해 보다 구체적이고 신속한 맞춤형 학습 지원을 목적으로 한다. 본 유형의 경우 학습에 대한 흥미와 참여도를 증진하기 위해 진단, 평가, 학습 내용 추천, 보상 등의 전반적인 학습 과정에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과 같은 기법을 적극적으로 적용하는 특징을 가지며, 특정 교과목에 대한 학생들의 학습 과정과 결과를 면밀히 관찰·분석해 학습 상황과 성취 수준을 진단하고, 이를 고려해 맞춤형 학습 활동을 제안하는 형태로 구성된다. 교과에 있어서 초중고 맥락의 경우 주로 영어와 수학 과목에 집중되어 있는데, 영어 교과의 경우 주로 음성인식 AI 기술을 활용하여 학생 수준별로 영어 말하기 연습 및 교정 기능을 제공하고, 수학 교과의 경우 주요 개념에 대해 파악된 이해도나 문제 풀이 결과 등을 바탕으로 맞춤형 학습 자료 제공을 위한 추천 기법을 주로 활용하는 추세이다. 


  취약계층 학업 지원 유형은 더욱 많은 교육적 관심이 필요한 취약계층 학생(특수교육대상자, 다문화학생, 이주배경 청소년, 기초학력 부진 학생 등)에 특화된 교육 지원을 위해 AI를 활용하는 것으로, 주로 대상 학생이 가진 특수한 개인 특성이나 사회경제적 여건 등을 고려해 학업 전반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이루어진다. 가령 다문화 학생이나 탈북 청소년이 경험하는 언어·문화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AI 기반 다국어 학습 지원과 맞춤형 한국어 교육을 제공한다거나, 한글 미해득 학생의 문해력을 진단과 적절한 처방을 위해 AI를 활용하는 교육 서비스를 예로 들 수 있다. 이 유형은 기존 제도권에서 운영되어 온 취약계층 지원 사업의 교육적 측면을 강화하기 위해 AI 기술을 활용한 교육을 보조적으로 도입하는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는 취약계층 학생에 대한 학업 지원을 온전히 기술적 접근으로만 풀어가기 어렵기 때문으로, 일례로 난독증 학생을 위한 AI 기반 맞춤형 교육 서비스를 반복적·지속적 학습을 위한 보조수단으로 활용하고 교사와 의료진 등의 전문적인 진단과 지원이 겸해지는 사례를 들 수 있다.



AI 기반 맞춤형 교육 위해 무엇을 대비해야 하나?

  명칭 자체에서 드러나듯, AI 기반 맞춤형 교육은 학습 과정 전반의 디지털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러한 교육 환경의 변화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교육 현장에서 학습 과정을 설계·운영하는 교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에 최근 정부에서는 디지털 기반 수업 혁신을 이끌어 갈 교사의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방안을 발표한 바 있으며, 시도교육청 차원에서도 선도교사 양성을 위한 자체 계획을 수립하고 지역의 실정과 요구에 맞는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교사연구회 활동을 독려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른 여러 사회 영역과 마찬가지로 교육 분야의 디지털 전환 또한 필연적으로 맞이해야 할 변화이기에, 우리 교육을 실질적으로 이끌어가는 현장 교원의 적극적이고 자율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이러한 교육의 변화를 직접 경험하는 학생들의 노력 또한 요구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AI 기반 맞춤형 교육은 개개인의 특성과 요구에 맞춰진 학습자 중심의 교육 활동을 의미하는 것으로, 학생들은 디지털 기반 학습환경에서 자신의 학습을 주도적으로 계획하고 이를 스스로 실천할 수 있는 역량이 요구된다. 일각에서는 미디어 과몰입 등과 같이 디지털 기기 오남용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학생들은 필수적인 디지털 역량을 키움과 동시에 새로운 기술을 자기 삶에 유익한 방향으로 조절해 활용할 수 있는 소양 또한 갖춰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정의 역할을 강조하고 싶다. 교육의 디지털화는 학생의 학습 활동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가 더욱 쉽고 빠르게 공유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준다. 이에 가정에서는 양과 질적인 면에서 더 나은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될 것이며, 가정에서는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AI 기반의 맞춤형 교육의 혜택을 이해하고 자녀의 학습 과정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건강한 디지털 사용 습관을 정립하고, 적절한 디지털 여가 활동을 통해 아이들의 전반적인 발달을 지원하는 것도 가정이 담당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다.


  교육 영역에서 AI의 도입은 단순히 새로운 도구를 도입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모든 기술은 양면성을 갖고 있기에 교사와 학생, 가정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함으로써 이러한 기술적 변화에 대비해야 할 것이며, 이들이 적극적으로 협력해 앞으로 마주하게 될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교육적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하는 소통의 장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는 디지털 전환 시대에, 교육의 새로운 도전과 기회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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