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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의 대입제도와 우리 교육에의 시사점

글 | 지은림 경희대학교 교수(한국교육학회 부회장)

  최근 전 세계적으로 ‘대입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해외에서도 여러 나라들이 일찍부터 대입제도 혁신을 발표하고 추진 중에 있다. 특히 중국, 일본, 프랑스의 경우는 정부가 새로운 대입제도 개혁안을 발표하고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새로운 대입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이에 이 국가들의 대입제도 개혁이 어떻게 추진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우리 교육에 대한 시사점을 찾아보고자 한다.



해외 국가들의 대입제도 개혁 배경


  중국은 2014년부터 대입제도의 전면적인 개혁을 시작했는데, 그 배경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우리나라 수능과 같은 까오카오(高考) 위주의 입시로 인해 고교 교육이 까오카오 준비과정과 같이 되면서 고교 교육의 정상화가 어렵게 되었다. 고교 교육은 입시과목 위주로 수업이 진행되었으며 지식 위주의 암기 학습을 벗어나지 못하게 되어 고차적 사고역량이 향상될 수 없었기 때문에 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둘째로 대입제도가 까오카오에만 의존하다 보니 지식 이외의 다른 소양 및 잠재력을 평가할 수 없기 때문에 전인적 교육이 어렵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셋째는 대학입시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소수민족, 각종 시합에서 받은 상 등에 따라 부여되는 가산점이 조작되거나 지역 간 격차에 따른 불공정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일본은 2013년 「교육재생실행회의」에서 교육개혁을 논의하면서 대입제도 개혁을 시작하였다.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 육성을 위해 고교 교육개혁, 대학 교육개혁, 대학입시 개혁을 연계하여 학력 3요소를 육성·평가하려는 ‘고대접속개혁(高大接.改革)’을 추진하였는데, 대학입시는 지식 위주의 주입식 교육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역량을 함양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프랑스의 대입제도 개혁은 2018년에 발표되었는데, 바칼로레아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그 배경은 세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첫째, 바칼로레아 시험의 변별력과 신뢰성이 저하되었기 때문이다. 바칼로레아 합격률이 1936년에 2.7% 수준이었지만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22년에  91.1%까지 증가했다. 바칼로레아를 통과하면 누구나 대학에 입학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과다한 합격률이 고등교육의 질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생겼다. 

  둘째, 바칼로레아 시험의 과목 수가 너무 많고 응시 시기가 고교 3학년 말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수험생들에게 시험 부담이 과다하고 고교 교육의 충실한 운영을 저해한다는 것이었다. 

  셋째, 바칼로레아 체제가 고교생이 이수하는 교육과정과 대학입시를 연계해주지 못한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제기되었다. 대학입시에서 계열 구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심지어는 수험생이 대학 희망계열과 관계없이 그랑제꼴 입학에 유리한 과학계열을 선택하는 현상이 일어나는 사례도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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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일본, 프랑스 대입제도 개혁의 주요 특징


  중국 대입제도 개혁의 주요 특징으로 첫째는 기존의 까오카오가 ‘3(필수과목)+X(선택과목)’로 구성되었던 것을 ‘3(필수과목: 까오카오)+3(선택과목: 학업수준시험)’으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이는 지원자가 까오카오 점수와 함께 고교졸업자격시험으로 실시되는 학업수준시험의 점수를 활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대학입시를 위한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줄이려는 것이다. 

  둘째, 선택과목으로 문·이과 통합된 과목 중에서 학생이 자율적으로 3개를 선택하게 함으로써 융합교육의 취지를 반영했을 뿐만 아니라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확대했다. 

  셋째, 대학이 학생 선발에서 ‘종합소양평가’를 참고하여 학업 점수뿐만 아니라, 인성, 건강, 사회실천 등의 전인적 평가가 가능하도록 하였다. 

  넷째, ‘자주선발전형’을 확대하여 대학별로 특기와 창의적 자질이 잠재해 있는 우수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 전형은 대학의 학생 선발권을 강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섯째, 대학입시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기존에 소수민족, 특별한 이력이 있는 지원자에게 부여하던 가산점을 축소하는 한편, 입시의 형평성 확대를 위해 소수민족과 낙후지역 학생들을 위한 가산점을 개선하도록 하였으며, 지역별 소외계층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역별 입학정원 할당을 실시하게 되었다.


일본 대입제도 개혁의 주요 특징은 새로운 국가시험으로 대학입학공통테스트를 새롭게 도입한 것인데, 이 시험에서 대학교육을 받기 위해 요구되는 능력, 의욕, 적성 등을 다면적·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하였다. 대학은 이 시험에서 사용할 교과 및 과목을 자유롭게 지정하고 적절한 조합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대학입시의 개성화·다양화가 가능해졌으며, 가장 주요한 변화는 선택형 문항을 서술형으로 전환하여 학생들의 사고력, 판단력, 표현력을 평가할 수 있게 하였다는 것이다. 


프랑스 대입제도 개혁은 바칼로레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바칼로레아 개혁의 기본 방향은 고교 교육과정을 학생 개개인의 적성 개발과 대학교육 준비과정이 되도록 설정하려는 것이다. 또한 바칼로레아가 수험생인 고교생들에게 주는 과도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험 과목이나 일정을 조정하였다. 

  이외에 대입지원시스템을 개혁하였는데, 기존의 ‘입학자격취득 후 진학등록제도(APB)’를 파르쿠르십(Parcoursup)으로 전환하였다. APB에서는 지원자가 희망 대학을 사전 등록하고 희망 대학이 정원을 초과할 경우에 무선 추첨하였는데, 이러한 제도가 공정하지 못하고 지원자의 학습의욕을 저하시킨다는 비판을 받게 되었다. 이에 새로운 국가 공통 대입지원 사이트인 파르쿠르십을 개설하여 지원자가 파르쿠르십 사이트에 이력서, 추천서, 성적표, 입학계획서 등을 등록하고, 고교 3학년 5월 초에 대학이 이 자료들을 근거로 1차 입학 후보자들을 선정하고, 바칼로레아 점수가 나온 후에 최종 결정하도록 했다. 



우리나라 대입제도와의 비교 및 시사점


  해외 대입제도의 개혁 사례를 통해 본 우리나라 미래형 대입제도를 위한 시사점으로 첫째는 대입제도가 미래 핵심역량인 창의력, 사고력, 문제해결력 등의 고차적 사고능력을 기를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이 대학입학공통테스트에서 서술형 문항을 도입하였는데, 우리나라 수능도 지식암기 위주의 시험 형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시험 내용이나 문항 유형 등을 개선시켜 나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둘째, 중국 사례를 보면 대학입시에서 선택과목을 결정하는데 문·이과 구분을 폐지하였다는 점에서 융합교육의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도 수능에서도 융합교육의 취지에 맞게 선택과목을 결정할 수 있도록 선택과목 구조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셋째, 중국, 일본, 프랑스 사례를 보면 대학입시 선발방식이 점점 다원화되고 있으며 지원자의 학업 능력뿐만 아니라 정의적 및 사회적 특성들도 평가하려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현재 실시되고 있는 지필식 검사인 수능이나 과목 시험점수 위주의 내신 평가도 학생의 다양한 특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넷째, 해외 사례들은 대입제도가 고교 교육이 충실히 이루어지도록 시험 부담을 줄이고 고교-대학의 연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중국은 학생의 학습부담을 줄이고자 선택과목은 고교졸업자격시험으로 실시되는 학업수준시험을 활용하도록 했으며, 중국과 프랑스는 고교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 적성에 따라 선택과목을 이수하고, 대학은 지원자가 고교에서 이수한 선택과목들을 반영할 수 있는 방향으로 평가방안을 개선했다. 이는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 및 수준에 따라 선택과목을 이수할 수 있도록 하는 우리나라 고교학점제의 취지와도 일치한다. 고교학점제의 취지 달성을 위해서도 대입제도 개혁은 이를 반영하여 대학이 지원자의 고교 과목 선택 자료들을 연계하여 평가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한편, 해외 국가들의 대입제도 개혁 사례가 보여준 문제점들도 우리나라의 새로운 대입제도 개혁을 마련하는 데 참고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일본과 같이 우리나라도 향후 수능에 서술형 문항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일본이 서술형 문항 도입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들을 점검하여 체계적인 계획에 따라 준비해 나갈 필요가 있다. 양질의 서술형 문항 출제, 신뢰하는 채점을 위한 채점자 훈련과 모니터링 체제, 방대한 양의 채점을 위한 인프라 등의 마련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중국은 고교에서 학생의 자율적인 선택과목 이수를 확대하고 대학전공과 연계하는 방향으로 대학입시 개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학생에게 대학 전공 및 진로와 연계한 과목 안내 및 지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사례들을 점검하여 우리나라 대입제도 개혁을 충분한 시간을 갖고 준비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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