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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옹진_ 장봉도 - 탁 트인 바다, 숲을 품은 트레킹의 천국

글·사진 | 최홍길 명예기자

  여객선으로 10분 거리인 신시모도에 가려 장봉도는 그동안 빛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인어 조각상이 들어서면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장봉도는 마을 담벼락의 인어 벽화와 멀곶 구름다리까지 감상해야 제격이다. 산이 높지 않기에 바닷바람을 맞으며 산림욕을 즐기는 사람들로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북적이는 이 섬을 찾았다. 삼목초등학교 장봉분교 이야기도 곁들인다.


1. 멀곶 구름다리멀곶 구름다리


2. 장봉도 선착장의 인어 조각상장봉도 선착장의 인어 조각상


3. 한들 해수욕장 전경한들 해수욕장 전경


장봉도의 랜드마크 ‘인어 조각상’

  캐나다의 밴쿠버 가까운 곳에 ‘화이트 록’(White Rock)이라는 곳이 있다고 한다. 바닷가 주변에 산책할 수 있는 공원이 길게 이어져 있고, 산책로가 끝나는 지점에 커다란 바위가 하나 있는데, 그럴듯한 스토리텔링까지 가미되었기에 바위를 보려고 수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온다는 소식을 신문 기사에서 읽은 적이 있다. 

인천의 장봉도(長峰島)라는 섬은 수도권에서 가깝지만, 그 존재감이 거의 없었다. 바로 옆의 신도·시도·모도가 수도권에서 더 가깝기도 하거니와 세 개 섬이 서로 연결되어 볼거리가 풍성하다 보니 장봉도까지 발길이 이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장봉도 옹암 선착장 부근에 인어상이 만들어진 이후 인어 조형물이 이 섬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으며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옛날 어느 때인지는 잘 알 수는 없어도 장봉도 어장에서 어떤 어부가 그물을 걷어 올렸는데, 상체는 여자와 같이 모발이 길고 하체는 고기와 흡사했다. 뱃사람들은 그 인어를 측은히 여기고, 산 채로 바다에 다시 넣어주었다고 한다. 이후 그 뱃사람들은 그곳에서 사흘 동안 많은 고기가 잡히자, 그 인어를 살려준 보은으로 여기고 감사하였다고 전한다. 


  방금 배에서 내린 사람들도, 섬 구경을 다 마치고 육지로 나가려는 사람들도 인어 조각상 앞으로 몰려든다. 인어 아랫부분의 끄트머리에는 바다에서 따온 소라 두 개도 놓여 있다. 사진을 찍으려면 줄을 서야 할 정도이다. 나이 지긋한 어머니와 50대 아들이 사진을 찍으며 나누는 대화가 매우 정다웠다. 

  선착장에서 가까운 북쪽 끝 마을의 담벼락에는 인어로 장식된 벽화들이 그려져 있어 이채롭다. 해안도로 제방에 적힌 주민들의 삶 이야기, 곳곳에 널린 어구, 살림집의 벽화를 살핀다면 이곳이 육지가 아닌 섬임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특히 여러 개의 벽화 작품 가운데 인어 형상의 여인을 안고 있는 남성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바로 옆에는 250m 길이의 멀곶 구름다리가 있어서 인증사진을 남기기에 좋다. 오래전 다리가 연결되지 않았을 당시, 가까이 있어도 먼 곳과 같아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명이다. 꾸며진 정자에 앉아 갯벌에서 조개를 캐는 어민들과 정박한 어선을 바라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갯벌체험갯벌체험

산림욕 즐기며 산책하기 좋은 곳

  인천광역시 옹진군 북부에 위치한 북도면(北島面)은 신도·시도·모도 그리고 장봉도를 품고 있다. 인천공항에서 가까운 삼목 선착장에서 배를 타야 장봉도를 갈 수 있다. 이 섬에 가기 전에 반드시 들르는 신도 선착장에는 신도를 가는 여객뿐만 아니라 시도와 모도를 가는 방문객들도 여기에서 내린다. 세 개의 섬이 서로 연결되어 하나가 되었기에 보통 신시모도라 칭하기도 한다. 

  자가용과 대형버스도 실을 수 있는 철부선에 앉아 있으면, 갈매기들이 새우깡을 먹으려고 주둥이를 내미는 풍경을 자연스레 볼 수 있다. 객실 내부에는 새우깡 여러 개가 놓인 무인판매대가 있는데 김치를 담는 플라스틱통을 개조해 ‘양심돈통’을 만들어 두었고, 그 위에 2천 원이라고 적어 놓았다. 새우깡 한 봉지 값을 돈통에 넣은 뒤 과자는 갈매기에게 선물하라는 뜻이었다. 두 개 섬으로 나들이 가는 부모가 자녀와 같이 갈매기에게 먹이를 주는 게 일상화된 듯했다. 손가락에 먹이를 잡는 위치를 설명한 뒤 부모는 카메라를 들고 셔터를 연신 눌렀다. 


  장봉도 주민은 영종도 개발 전까지는 어획량이 많아 대부분 어업에 종사했으나, 지금은 쌀·마늘·포도 등의 농사를 짓고 있다. 장봉도는 이름 그대로 형상이 길쭉한 데다 봉우리가 많은 섬으로, 7개 코스의 ‘장봉도 갯티길’이 있어서 사계절 내내 적지 않은 여행객이 이곳을 찾는다. ‘갯티’란 경기 해안가에서 사용하던 말로 바닷물이 드나드는 터를 일컫는다. 

  즉, 이곳은 트레킹 천국이다. 강화도와 영종도를 바라보며 걷는 맛이 색다르다. 이 중에서 ‘무장애숲길’은 말 그대로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산림욕을 즐기며 산책할 수 있게 조성된, 경사가 완만한 숲길이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파도소리를 들으며 걷는 길은 상쾌하다. 2차선 도로에는 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꾸준히 오가는 모습도 보인다.

  장봉도의 옹암·진촌·한들 해변에서는 캠핑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옹암해변은 드넓은 백사장과 해송 숲을 배경으로 화장실, 개수대, 놀이터 등 제반 시설을 잘 갖추고 있다. 이 해변은 선착장과 가까운 데다 노송 군락이 있어서 텐트를 치기에 적당하다. 여름이 시작되기 전인데도 물놀이를 하면서 휴일을 즐기는 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간조 때는 갯벌에서 조개를 캐고, 만조 때는 해수욕을 할 수도 있어서 매력적이다. 캠핑이 주목적이라면 한들해수욕장 소나무 숲에 텐트를 치고 바닷가 바로 앞에서 낭만을 즐길 수도 있다. 진촌해수욕장 또한 고운 모래와 노송 숲이 장관이다.



광활한 운동장이 돋보이는 장봉분교

  4개 마을에 970여 명이 사는 이 섬에도 학교가 있다. 삼목초등학교 장봉분교가 그곳으로, 섬의 중심부인 장봉2리에 위치한다. 유치원생 2명을 포함해 전교생이 고작 8명이다. 교사 4명이 관사에 거주하며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넓은 초원의 운동장이 있는 학교로, 단층의 교사 또한 길다. 대도시의 여느 학교 운동장보다 더 컸다. 예쁘게 깔린 천연 잔디가 유난히 돋보였으며, 학교 바로 뒤에 보건진료소가 있고, 북도면 파출소와 출장소도 있다. 젊은 부부가 이곳에 와서 자연속에서 자녀를 교육하기에 적절해 보였다. 

  지난 4월에는 이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KBS교향악단이 ‘찾아가는 음악회’를 개최했다. 이곳의 학생들보다 많은 단원 9명이 나서서 음악의 아름다움을 알려주었다고 한다. 클래식 곡부터 ‘아기 상어’까지 연주해 뜨겁게 박수를 받았다는 것이다. 


  올해 3월에 이 학교로 부임한 김미정 교사는 “소규모여서 학생 맞춤형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있다.”라면서 “체력검사와 낭독극 공연 같은 행사가 있으면 배를 타고 본교 강당에 가지만, 대부분은 자체적으로 운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학교 텃밭에 가지와 깻잎, 상추 등을 심어 생태교육을 하면서 자급자족하는 게 기쁨이라고 덧붙였다.


삼목초등학교 장봉분교 운동장삼목초등학교 장봉분교 운동장


곶배 전시물곶배 전시물

바다를 보며 생의 미학을 논하는 시간

  내년 말에는 인근의 영종도와 신도를 이어주는 고속도로가 개통된다는 전언이다. 지리적 이점 때문에 수많은 관광객이 신시모도를 찾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곳 주민들의 숙원 사업인 장봉도-모도 간 연도교 또한 2026년에 착공된다고 한다. 

  이 섬에는 택시는 없지만 ‘장봉도 농어촌 공영버스’가 자주 오간다. 이 버스는 평일에는 한 대만 다니나, 금·토·일에는 두 대가 오가며 승객들의 불편을 해소하고 있다. 선착장이 출발지이고, 건어장 해변이 종착지이다. 

  종착지에는 명소인 커피숍이 두 군데 있어서 방문객들이 반드시 들르는 휴식처이다. 바로 앞의 바다를 보면서 생의 미학을 논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장소였다. 해변을 산책하다가 ‘곳배’의 전시물을 보는 것도 일종의 행운이리라. 여기에서 남동쪽으로 8백여 미터를 걸어가면 해식동굴이 나오는데 사진 찍기 좋은 장소이다. 물때가 맞아야 건너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산과 맞닿은 곳에 최신식 주택이 하나둘 들어서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직장에서 은퇴한 60대 중후반 외지인들의 집이라는 것이다. 장봉도는 서울에서 가깝고 아름다운 해수욕장이 있는 데다 트레킹 천국으로 알려진 곳이기에 앞으로 더욱 붐빌 것으로 예상된다. 

  육지로 가는 여객선 또한 매시간 출항하기에 당일치기 걷기 코스로도 최적지이다. 물론, 옹암 해수욕장 부근에 펜션들이 많아서 1박 2일 정도로 휴식하기에도 적절하다. 선착장에 관광센터가 있어서 사전에 해설을 부탁하면 장봉도 전체 안내를 받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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