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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전주한옥마을 한 바퀴

글 · 사진 _ 김혜영 여행작가

  전주한옥마을이 예스럽지 않은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전주한옥마을은 1910년부터 전주 풍남동 일대에 조성된 도심 근대·한옥촌이기 때문이다. 700여 채의 한옥과 고려·조선·근대 역사를 보여주는 사적지와 韓 스타일을 체험할 수 있는 문화 시설이 한데 어우러져, 즐길 거리가 풍성한 한옥마을로 성장했다. 전주한옥마을만 제대로 둘러보려 해도 하루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걷기 좋게 단장한 전주한옥마을걷기 좋게 단장한 전주한옥마을


전주한옥마을의 정신적 지주, 경기전  

  오랜만에 전주한옥마을에 들렀더니, 어수선했던 거리가 말끔해졌다. 새로 단장한 골목길에 한옥 숙박 시설, 100여 개의 공예·음식·공연·문화 체험 시설, 박물관, 전시관, 찻집, 기념품가게가 가지런히 늘어섰다. 경기전, 전동성당, 오목대, 풍남문 등의 사적지와 신·구 한옥과 상가가 조화를 이루며 전주한옥마을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듯 보였다. 


  전주한옥마을은 경기전이 있는 태조로를 기준으로 골목들이 모세혈관처럼 연결돼 있다. 경기전 뒤쪽 오래된 골목길은 여전히 미로 같다. 길을 잃은 듯 헤매며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헤매더라도 전주한옥마을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경기전은 꼭 들러야 할 곳이다. 


  경기전은 조선 태종이 태조 이성계의 어진(국보 제317호)을 모시기 위해 지은 건물로서 전주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태종이 전주에 경기전을 세운 이유는 조선 왕조의 성씨인 전주 이씨의 발상지이기 때문이다. 태조는 생전에 어진을 26점이나 그렸으나 전해오는 것은 단 한 점뿐이다. 나머지 25점은 조선 500년 역사 동안 전란을 수차례 겪으면서 모두 소실되고 말았다. 



단 한 점 남은 태조 어진

  경기전 정문 안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홍살문을 만난다. 홍살문은 나쁜 기운을 막을 용도로 세운 문이므로 홍살문 안쪽은 신성한 공간이다. 외삼문과 내삼문을 통과해 가장 안쪽에 자리한 丁자 형태의 정전에 도착한다. 이 정전에 태조 어진이 모셔져 있는데, 이는 모사품이다. 진품은 최근 개관한 어진박물관의 수장고에 보관돼 있으며, 특별행사 때 잠깐 공개된다고 한다. 어진 속 태조는 근엄한 표정으로 집무복인 청룡포와 익선관을 차려입었다. 키가 크고, 풍채가 좋으며 귀도 아주 컸다는 태조의 생전 모습을 상상해 본다.


  경기전 가장 안쪽에 자리한 어진박물관으로 가는 길에 조선왕조실록과 국가 중요서적을 보관했던 전주사고 앞을 지난다. 전주사고 옆 대숲은 경기전에서 가장 운치 있는 포토존이다. 속이 빈 대나무는 불에 탈 때 요란한 소리를 내므로 옛날에는 화재경보기 역할을 했다고 한다. 

어진박물관에서 현존하는 영조·철종 어진, 사진을 보고 그린 고종·순종 어진, 표준 영정으로 지정된 세종·정조의 어진을 보고, 맞은편 수복청 툇마루에 앉아 가을이 무르익는 소리를 듣는다. 수복청 전각 사이로 전동성당의 아름다운 종탑이 보인다. 


경기전 외삼문에서 내삼문과 정전을 바라본 풍경경기전 외삼문에서 내삼문과 정전을 바라본 풍경


경기전에서 제사를 지냈던 관리들의 처소인 수복청 너머로 전동성당이 보인다.경기전에서 제사를 지냈던 관리들의 처소인 수복청 너머로 전동성당이 보인다.

전동성당 주춧돌이 된 풍남문

  전동성당은 1791년 신유박해 때 한국 천주교 최초의 순교자가 처형된 곳에 세워진 성당이다. 프랑스 신부가 성당을 설계했으며, 천주교 신자들이 대거 처형됐던 풍남문 성벽을 헐어내 성당의 주춧돌로 삼았다. 전동성당의 건립 배경은 참혹하지만, 비잔틴풍의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고풍스럽게 지어졌다. 전동성당의 상징물인 종탑 부분은 둥근 기둥에 12개의 창을 내고, 우산을 펼친 모양의 지붕을 얹었다. 양옆 두 개의 돔은 8각형 기둥에 8개의 창을 내어 건축미를 뽐낸다. 경기전과 전동성당이 태조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 선 풍경은 볼 때마다 감동적이다. 


  전동성당 근처에 있는 풍남문은 서울로 치면 남대문과 같았다. 전주에는 원래 4개의 성문이 있었는데, 1907년 조선통감부 폐성령에 따라 동·서·북문이 철거되고, 풍남문만 남은 것. 풍남문 주위의 성곽도 허물어지고 지금은 성문만 남아 로터리 역할을 하고 있다. 


전주향교 대성전과 은행나무 고목들전주향교 대성전과 은행나무 고목들


오목대에서 한벽당으로 이어지는 가을길

  태조로 끝 언덕 위에 자리한 오목대는 태조가 왕이 되기 전 왜구를 소탕하고 개경으로 돌아가던 중 들러서 연회를 베풀었던 장소이다. 오목대 아래 산책로에 전주한옥마을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 포인트가 있다. 기와지붕들이 비 샐 틈 없이 맞대고 있는 모습이 장관이어서 발걸음을 떼기 어렵다.


  오목대에서 내려와 전주천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를 걷다 보면 양사재와 전주향교, 전주전통문화연수원, 한벽당까지 자연스레 이어진다. 전주향교는 고려 시대 향교로서 너른 마당에 수령 400년이나 된 은행나무 다섯 그루가 늠름한 모습으로 살고 있다. 대성전 우측에 있는 은행나무는 수컷이 암컷으로 변해 은행이 열린다는 자웅 나무인데, 지금도 이 은행을 따서 제사를 지낸다고 한다. 가을이면 노란 은행잎이 향교 바닥에 수북이 쌓여 있던 풍경이 잊히지 않는다. 


  향교와 담장을 맞대고 있는 양사재는 전주향교의 부속건물로서 유생들을 교육했던 곳이다. 지금은 한옥숙박 시설로 사용한다. 규모는 작지만, 한옥의 원형을 잘 간직하고 있다. 낡은 기왓장에 반질반질 광나는 마룻장, 까맣게 손때 낀 기둥, 나무를 때는 구들장이 옛날 시골집을 보는 것 같다. 

양사재를 둘러보고 전주천생태탐방로를 따라 5분 정도 걸으면 전주천가 승암산 기슭을 깎아 세운 한벽당이 보인다. 마치 절벽에 누각이 박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조심스레 돌계단을 올라 한벽당에 앉으니,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와 땀을 씻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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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한옥마을 추천 코스

풍남문 ▶ 전동성당 ▶ 기전 ▶ 오목대 ▶ 양사재 ▶ 전주향교 ▶ 한벽당 ▶ 한벽굴 ▶ 자만벽화마을 ▶ 이목대 ▶ 오목대 ▶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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