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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한민고등학교 동아리 ‘걸어 다니는 생태도감(WHET)’ - 아는 만큼 사랑하게 되는 자연, 함께 지켜요

글ㆍ사진 | 편집실

  이른 더위를 식혀주는 봄비가 반가웠던 4월의 어느 날, 경기도 파주시에 자리한 한민고등학교(교장 신병철)를 찾았다. 개교 10주년을 맞은 학교와 역사를 같이 한 생태탐구 동아리 ‘걸어 다니는 생태도감’을 만나기 위해서다. 봄꽃이 피기 시작하면 뜰채부터 호미, 삽, 채집통 등 연장을 들고 생태탐방로와 교내 연못인 한달샘 근처에 수시로 출몰한다는 부원들. 교정의 풀 한 포기, 돌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 이들의 열정이 교내 자연사박물관에 그대로 녹아 있다.


호미, 삽, 채집통 등 연장을 들고 생태탐방로와 교내 연못인 한달샘 근처에서 수시로 채집활동을 한다는 ‘걸어 다니는 생태도감’ 동아리 학생들호미, 삽, 채집통 등 연장을 들고 생태탐방로와 교내 연못인 한달샘 근처에서 수시로 채집활동을 한다는 ‘걸어 다니는 생태도감’ 동아리 학생들


호미, 삽, 채집통 등 연장을 들고 생태탐방로와 교내 연못인 한달샘 근처에서 수시로 채집활동을 한다는 ‘걸어 다니는 생태도감’ 동아리 학생들호미, 삽, 채집통 등 연장을 들고 생태탐방로와 교내 연못인 한달샘 근처에서 수시로 채집활동을 한다는 ‘걸어 다니는 생태도감’ 동아리 학생들



자연에 대한 관심 높이는 캠페인 활동

  “좀 이상한 애들이구나 했을 것 같아요. 밥만 먹고 나면 양손에 호미랑 삽을 들고 뛰쳐나가기 바빴어요.” 

  “맞아요. 흙이 잔뜩 묻은 채로 교내를 돌아다니기 일쑤였어요.” 

  최효인(3학년) 학생과 강하은(3학년) 학생은 두 눈을 반짝이며 무용담을 늘어놓듯이 식물분과 채집 활동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창목 담당 교사는 “생태탐방로를 걷다 보면 우거진 수풀 사이로 연못과 작은 계곡도 만날 수 있는데 학교 설계 당시부터 학생들이 자연을 가까이에 두고 생활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라고 설명했다.  또 “교내에는 식생이 풍부한 생태탐방로가 있고 가까이에 고산천, 문산천 등 하천도 가까워 생태탐구 동아리로서 최적의 환경이다.”라고 덧붙였다. 


  걸어 다니는 생태도감(WHET; Walking Hanmin Eco Team)은 지난 10년 동안 학교 주변과 고려시대 유적지인 혜음원지 등 파주지역 생태계를 폭넓게 탐구하고 생물다양성의 의미와 보존의 중요성을 지역 학생과 시민들에게 알려 왔다. 


  지난 2021년에는 부원들이 직접 채집한 표본과 그동안의 탐사 결과를 토대로 제작한 지역의 생태도감과 생태지도 등을 전시하는 한민자연사박물관을 개관했다. 이후 2022년에는 다양한 환경에서 식물의 적응과 진화를 주제로 전시를 진행했다. 매년 파주 청소년 어울림마당에 참여해 우리 고장 자연환경 보호 캠페인을 진행한다. 표본 현미경 관찰, 생태머그컵 만들기, 생태부채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행사를 기획해 자연과 환경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2023 전국과학동아리활동 발표대회에서는 지역의 수생태계를 강, 하천과 같은 유수 생태계와 교내 연못과 같은 정수 생태계로 나누어 비교한 보고서를 발표하여 은상을 받았다. 


  올해는 탐구 주제를 생물의 삶과 순환으로 정하고 인근 고산천, 분수천, 문산천 및 혜음원지와 주변 지역의 숲 생태계 등 다양한 생태 환경을 관찰할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온라인 도감을 제작하고 지역 학생을 초청해 생태교육 봉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3. 식생이 풍부한 생태탐방로에서 식물을 관찰하는 학생들식생이 풍부한 생태탐방로에서 식물을 관찰하는 학생들


4. 부원들이 직접 채집한 곤충, 식물 표본들 부원들이 직접 채집한 곤충, 식물 표본들


5. 부원들이 직접 채집한 곤충, 식물 표본들 부원들이 직접 채집한 곤충, 식물 표본들


분과별 심화 탐구 진행해

  신입 부원 선발이 마무리되면 먼저 그해 주제에 맞는 학교 주변의 다양한 하천 및 논습지, 숲 등 탐사 지역을 선정하고 생태 사진 촬영 방법과 안전 교육을 진행한다. 본격적인 탐사가 진행되는 5월부터는 척추분과, 무척추분과, 식물분과로 나뉘어 생물상을 채집하고 관찰한 뒤 채집한 생물의 국명, 학명, 과 등을 찾아주는 동정을 진행한다. 이후 종 목록을 작성하고 표본을 만든다. 척추분과는 양서류와 어류 위주로 탐구하고 무척추분과는 수생 곤충 등 다양한 곤충을 탐구하고 식물분과는 하천 주변의 식물과 물 안에서 서식하는 식물을 탐구한다. 


  9기 대표인 박민서(3학년) 학생은 “척추분과는 주로 어류와 양서류를 탐구하는데 관찰용 사진만 찍고 바로 방생한다. 동종은 사진으로만 진행한다.”라며 선배들은 한달샘에서 메기 사체가 발견되어 해부 실습을 한 적도 있다며 아쉬워했다. 


  이 밖에도 동아리에서는 지표생물 관찰과 수질검사키트를 활용해 지역 생태계의 환경검사도 진행한다. 지표생물은 특정 지역의 환경상태를 측정하는 척도로 이용되는 생물인데 보통 가재류나 플라나리아류가 발견되면 1급수로 판단하기도 한다. 수질검사키트를 활용하면 물의 수소이온농도, 용존산소량, 아질산성질소, 지산성질소, 인산성인 검출 등으로 오염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 


  백슬아(2학년) 학생은 “한달샘에 녹조가 많았는데 수질검사 결과 1급수가 나와서 놀라웠다. 녹조가 많다고 모두 오염된 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박채민(2학년) 학생도 “환경지표종인 도롱뇽과 가재가 발견된 한달샘은 깨끗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라고 덧붙였다. 


  이창목 교사는 바쁜 시간을 쪼개어 동아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부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열정을 다했던 시간은 언제나 가슴에 남는다.”라며 “순간마다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Mini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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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채민(2학년) 학생

  어릴 때부터 자연환경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최근에는 기후위기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 동아리 활동을 통해 기후위기에 대한 교내 학생들의 관심을 높일 수 있을 것 같았다. 동아리 부원들이 경기도 동아리 발표대회에 다 함께 가던 날이 아직도 생생하다. 직접 채집해서 만든 식물과 곤충표본을 빠뜨리지 않고 챙겨서 가느라 정신은 없었지만, 전시된 부스를 바라볼 때 정말 뿌듯했다. 올해 10기 대표로서 열심히 할 준비가 되어 있다. 부원들도 처음 열정을 끝까지 유지해서 모두 즐거운 동아리를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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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은(3학년) 학생

  동아리 활동 후 진로를 생명과학 쪽으로 생각하게 될 만큼 동아리는 학교생활에 영향을 많이 미쳤다. 평소에도 생물에 관심이 많았는데 고교 진학 이후 교내와 학교 주변 생태계를 탐구하는 활동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또 지역 축제에서 우리가 탐구한 내용을 직접 파주 지역 학생들에게 가르쳐 주고 시민들을 대상으로 환경 보존 홍보 활동을 펼쳤던 경험은 뿌듯함으로 가슴에 새겨졌다. 후배들이 언제나 열심히 지원해 주시는 이창목 선생님께 열심히 배우고 열정적으로 활동하면서 스스로 얻어가는 것이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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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서(3학년) 학생

  2학년 때 과학동아리 발표회에 참가해서 발표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동아리 대표로서 부원들이 1년 동안 피땀 흘려 만든 결과물을 온전하게 평가받을 수 있도록 발표를 잘하고 싶었다. 부원 모두가 발표회를 준비하는 동안 정말 열심히 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한 경험이 없어서 떨리기도 했지만 끝나고 나서 무척 짜릿했다. 외부 활동이 많은 동아리 특징 때문에 공부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후배들이 동아리 시간을 잘 활용해서 스스로 뿌듯한 시간으로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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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슬아(2학년) 학생

  입학이 결정된 다음 한민고와 관련된 정보를 몽땅 찾아보다가 우리 동아리에 대해 알게 되었다. 심해 생태계와 해양생물을 연구하는 게 꿈인데 한달샘에서 선배들이 채집 활동을 하는 사진과 영상을 보니 발길이 저절로 동아리로 향했다. 직접 채집활동을 해보니 녹조가 가득한 연못에서 살아가고 있는 여러 곤충과 개구리 등 생물들이 너무 신기했다. 현실과 꿈을 모두 성취한 파브르 선생님처럼 우리 부원들도 동아리 활동과 함께 공부도 열심히 해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으면 한다. 아자아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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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인(3학년) 학생

  매일 앉아서 공부만 하는 학교생활을 하던 중 외부 활동이 많은 동아리 활동을 하면 가끔 기분 전환이 될 것 같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첫 탐사 활동 이후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식물들을 보고, 채집하고, 관찰하고 동정하는 과정이 새롭고 즐거웠다. 동아리 활동하면서 교감했던 생물들을 지키기 위해 환경 쪽으로 진학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 꽃 채집을 위해 밥 먹는 시간도 줄이고 뛰쳐나가던 시간을 잊을 수 없다. 꽃은 우리 시간을 기다려 주지 않기 때문이다. 후배들에게도 동아리 활동이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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