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 이달의 기사 전체보기

제주 한림공업고등학교 창업동아리 리셋(Re set) - “기능성 블록으로 폐기물 제로(Zero) 실현해요”

글·사진 _ 편집실

  최근 5년간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매년 건설 관련 폐기물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제주도의 건설폐기물 증가 추세는 전국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 한림공업고등학교(교장 오창섭) 토목과 학생들이 실습 폐기물 새활용(업사이클링)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배경이다. 이들은 폐기물 새활용 창업동아리 ‘리셋(Re set)’을 결성해 ‘2022 대한민국 청소년 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는 쾌거를 이루었다. 아직도 함께 응원해 주던 토목과 친구들의 함성이 귓가에 맴을 돈다는 리셋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실습 폐기물을 재활용하여 기능성 블록을 만들고 있는 제주 한림고  창업동아리 리셋 학생들과 김윤도 교사(맨 오른쪽 뒤)실습 폐기물을 재활용하여 기능성 블록을 만들고 있는 제주 한림고 창업동아리 리셋 학생들과 김윤도 교사(맨 오른쪽 뒤)


전공과목 특색 살린 창업 아이템

  리셋의 대표를 맡은 토목과 고효범(2학년) 학생은 한림공고가 제주도교육청 창업 생태계 거점학교가 되면서 창업에 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고효범 학생은 “창업아카데미에서 배운 대로 주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다 보니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라며 “콘크리트 반죽을 제조하는 실습 후 버려지는 콘크리트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폐기물 처리 비용도 줄이고 환경보호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새활용을 해보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김윤도(토목과) 교사는 “실습 폐기물 업사이클링이라는 아이디어가 굉장히 좋았다.”라며 자율 동아리 결성 이유를 밝혔다.


  리셋은 창업동아리답게 부원들이 실제 회사를 운영하는 것과 같이 각각 대표, 재무팀장, 마케팅팀장 직함을 가지고 직무를 나눴다. 마케팅팀장을 맡은 박이레(2학년) 학생은 “리셋이라는 이름에는 기존의 가치와 질서를 재정립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보자는 뜻이 담겨 있다.”라고 설명했다. 재무팀장인 강원준(2학년) 학생은 “대표가 창업아카데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다 함께 믿고 시작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제주도교육청에서 진행해 온 창업 생태계 조성 프로젝트는 한림공고 학생들이 취업이나 진학 외에도 새로운 길로 발걸음을 내딛게 되는 발판이 되었다. 동아리 부원들은 매달 ‘제주지역 청소년 창업아카데미’에 참여해 창업가 정신 멘토 특강, 메타버스 플랫폼 활용, 사업계획서 작성, 연설 교육, 현장 견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하며 ‘창업 세계’에 눈뜨기 시작했다. 

2022 대한민국 청소년 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리셋 멤버들2022 대한민국 청소년 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리셋 멤버들


실패 경험도 소중한 자산

  제주지역 대회에서 수상하고 나서는 전국대회 준비로 더욱 바빠졌다. 창업경진대회에 참가한 동아리들은 현장에서 전문가들의 평가를 받기 때문에 사업 주제뿐 아니라 시제품도 중요한 평가 요소 중 하나이다. 


  대표이자 기술업무총괄을 맡은 고효범 학생은 현장에 전시할 시제품을 만드는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고 밝혔다. 제주도 내에서는 실물 크기로 제작할 수 있는 3D프린터가 없었다. 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멘토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김 교사는 “12월 대회를 앞두고 촉박한 시간 탓에 우리 학교 전자과 송효성 선생님의 도움으로 실물의 1/3 크기로 제작할 수밖에 없었다.”라며 무척 아쉬워했다. 김 교사는 “지금보다 학생들과 멘토 연결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학생들이 마음껏 실패하고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며 제주도 내 창업 인프라 확대를 당부했다.

리셋 멤버들은 특허출원 이후에도 기능성 블록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개선할  점을 찾고 있다. 리셋 멤버들은 특허출원 이후에도 기능성 블록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개선할 점을 찾고 있다.


진로교실에는 리셋이 보드지로 제작해 본 모형과 3D프린터로 출력한 실물의  1/3 크기 미니어처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진로교실에는 리셋이 보드지로 제작해 본 모형과 3D프린터로 출력한 실물의 1/3 크기 미니어처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리셋은 와이어매시, 톱밥블록, 콘크리트블록이 합쳐지는 블록 내부 모습을  보여주는 모형도 제작했다.리셋은 와이어매시, 톱밥블록, 콘크리트블록이 합쳐지는 블록 내부 모습을 보여주는 모형도 제작했다.


  리셋의 창업 아이템인 기능성 콘크리트 블록은 토목과뿐 아니라 건축과에서 나오는 폐목재와 전자과에서 배출되는 폐전선을 새활용해서 만든다. 거푸집을 이용하기 때문에 폐기물이 발생하는 그 자리에서 제작할 수 있다. 속이 비어 있는 레고 블록 형태이기 때문에 가볍고, 내부에는 기능성 블록을 끼워 넣을 수 있다. 상부 돌기와 측면 돌기 덕분에 수직과 수평 방향의 하중을 지탱해 변형을 줄였다. 이 같은 돌기 디자인은 블록을 쌓을 때 접착 모르타르 사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단열 기능을 하는 톱밥 블록은 폐목재를 활용해서 제작한다. 폐전선은 녹여서 와이어매시(Wire Mesh) 형태로 가공해 콘크리트 블록에 안에 넣어서 강도를 높였다. 그 밖에도 기존의 속 빈 콘크리트 블록(390*190*150mm)에 맞춰 설계해 다른 건설 재료와 호환성도 고려했다. 


  리셋은 지난해 ‘폐자원을 활용한 기능성 콘크리트 블록’으로 특허출원을 마쳤다. 앞으로 사회적 기업 출범도 염두에 두고 있다. 창업 생태계 거점학교를 총괄하고 있는 백정미 교육지원부 부장교사는 “제주도 탐나라공화국 강우현 대표가 한림공고와 업무협약을 약속하며 탐나라공화국 안에 공간을 제공하기로 하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기로 했다.”라고 덧붙였다. 

올해부터 리셋은 정규 동아리로 편성될 계획이다. 전국기능대회가 없는 토목과 학생들은 제주도를 떠나 세종특별시로 다 함께 참관하러 갔던 경험을 잊지 못했다. 함께 했던 교사들도 마찬가지였다. 김 교사는 “프로젝트를 끝까지 해내는 경험 속에서 학생들의 눈빛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며 정말 뿌듯했다. 앞으로 후배들에게도 이번 노하우를 잘 전달해서 동아리가 꾸준히 이어지기를 바란다.”라고 격려했다. 


  경험에서 배우며 도전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리셋. 올해에도 전국대회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 타고 있는 부원들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

  Mini Talk  



기사 이미지

강원준 2학년 학생

  함께 했던 친구들이 모두 믿음직했다. 한 달에 한 번씩 제주 창업아카데미를 갔는데 교육부터 체험까지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마지막에는 판교에도 다녀왔고, 시상식 때문에 갔던 세종시에서 2박 3일 일정으로 친구들과 합숙도 했다. 폭설 때문에 하루 더 묵게 되면서 영화도 보고 같이 놀게 되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못 갔던 수학여행을 다녀온 느낌이었다. 같은 반 친구들이 ‘토목과의 승리’라며 시상식 때 응원해 줘서 고마웠다. 

  처음 3명으로 리셋을 시작했을 때는 일이 너무 많아서 힘에 부칠 때도 있었지만 팀원들과 같이하면 뭐라도 될 것 같았다. 또 선생님들도 정말 열심히 도와주셔서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주셨다. 이제는 한국국토정보공사 취업을 목표로 열심히 하는 것만 남았다.        



기사 이미지

고효범 2학년 학생

  토목과에서 콘크리트를 사용한 실습을 하고 나면 상당량이 학교 뒤편에 버려진다. 버려지는 콘크리트를 활용할 수는 없을까 고민하던 중 창업동아리를 만들게 되었다. 팀을 구성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끝까지 프로젝트를 함께할 수 있는 성실함을 갖추는 것이었다. 이레와 원준이가 흔쾌히 함께해 주어서 아이디어를 창업아이템으로 구체화할 수 있었다. 후반작업을 도와준 같은 반 친구들에게도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고등학교 시절을 목적 없이 보내고 싶지 않아서 토목과에 지원했다.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다 보면 여러 가지 길을 준비할 수 있다. 선생님들이 열정적으로 학생들을 이끌어 주시기 때문에 따라가기만 해도 길이 보인다. 지금은 제주도 지방직 공무원을 목표로 열심히 준비 중이다. 사랑하는 제주를 떠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기사 이미지

박이레 2학년 학생

  처음 아버지와 학교 탐방을 왔을 때 학교 명예의 전당에 사진을 걸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창업경진대회를 통해 목표를 이뤘다. 토목과의 특성을 살린 아이템을 가지고 수상하게 되어서 굉장히 뿌듯했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힘들고 포기하고 싶었던 때도 있었지만 우리가 생각했던 기능성 콘크리트 블록을 3D프린터로 출력해 실물을 보게 된 순간을 잊을 수 없다. 리셋 멤버들과 토목과 친구들, 선생님과 함께 세종시에 가서 직접 수상했던 순간도 기억에 남는다. 폭설로 비행기가 결항하여 예정보다 하루 더 머물게 되면서 그동안의 고단함을 날려 버리고 올 수 있었던 것도 추억으로 남았다. 

  3학년이 되어서도 지금처럼 돈독하게 지내면서 각자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있으면 좋겠다. 늘 곁에서 도움 주신 선생님들께 감사하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열람하신 정보에 만족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