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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하늘고등학교 양봉동아리 ‘Beekeepers(비키퍼즈)’ - “지구지킴이, 꿀벌은 우리가 지켜요”

글 _ 편집실 사진 _ 인천 하늘고등학교

  올해 초 전국 각지에서 겨울나기 중이던 꿀벌 78억 마리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현상이 보고되었다. 이제 꿀벌의 군집 붕괴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인천 하늘고(교장 김일형) 학생들에게는 더 이상 남 일이 아니다. 학교 한편에 양봉장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겨울 어느 날, 강화도로 겨울나기를 떠난 벌들의 안녕을 바라는 비키퍼즈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인천 하늘고 양봉동아리 학생들이 학교 한편에 마련된 양봉장에서 벌을 관찰하고 벌통을 돌보는 등 양봉 활동을 하고 있다. 인천 하늘고 양봉동아리 학생들이 학교 한편에 마련된 양봉장에서 벌을 관찰하고 벌통을 돌보는 등 양봉 활동을 하고 있다.


책임감 있게 돌보는 꿀벌

“꿀벌은 정말 귀여워요.” 

  노란 줄무늬 몸통에 보송한 솜털마다 꽃가루를 묻히고 있는 꿀벌의 모습을 설명하는 학생들의 눈에서 애정이 뚝뚝 묻어났다. 처음부터 꿀벌이 예뻤던 것은 아니라고. 벌통 하나에 대략 1만여 마리가 있는데 한꺼번에 날아오르는 벌의 날갯짓에 흠칫 물러서기도 했었지만, 이제는 볕이 잘 드는 양봉장에서 꿀벌을 지켜보는 것이 즐거움이 되었다고 입을 모았다.


  유수연(2학년) 학생은 “사실 벌통을 관리하는 일은 정말 쉽지 않다. 지난해에는 10통에서 시작한 벌통이 30통까지 늘어나는 바람에 할 일이 진짜 많았다. 벌들이 활동을 열심히 할 때 우리도 열심히 일해야 했다.”라고 설명했다. 


  양봉 활동은 겨울잠을 자는 벌을 깨우는 ‘봄 벌 깨우기’부터 시작된다. 꽃이 피기 시작했으니 나가서 꽃꿀을 딸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봄꽃이 한창 피어날 4~5월에 열심히 꿀을 따올 수 있도록 벌의 개체 수를 늘리고 튼튼하게 키워내는 작업을 계속한다. 그러고 나서는 벌통의 꿀을 정리하는 채밀 과정이 필요하다. 원하는 품종의 꿀을 뜨기 위해 그전에 채워져 있는 꿀을 비워내는 과정인 셈이다. 5월에는 아카시아꿀을 채밀하게 되는데 그전에 벌통에 들어 있는 꿀을 정리해야 다시 벌집을 꿀로 채울 수 있다. 아카시아꽃이 지고 나면 잡화꿀을 채밀하고, 그 이후에는 밤꿀을 채밀한다. 채밀을 하는 것에는 벌들이 다양한 식물의 수분 과정을 더 많이 돕도록 하는 의미도 있다. 꿀을 수확하는 과정이 마무리되면 겨울나기 준비를 위해 벌통을 분할해 주고 진드기와 응애 같은 기생충을 방제하는 작업이 필수이다. 

김세은(2학년) 학생은 “매일 벌통에 물을 주고 꿀벌들이 밤사이 별일 없었는지 양봉장으로 살피러 가는 게 일과 중 하나였는데 벌통을 강화도로 보내고 나니까 어쩐지 허전하다. 날씨가 추워지기 전에 보내야 해서 어쩔 수 없다.”라고 아쉬워했다.


  학생들은 꿀벌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1학기 동안 현장 활동을 진행하고 여름방학부터 2학기에는 문헌 연구와 실험 등을 통해 심화 탐구 활동을 진행하고 보고서 제작 등에 집중한다. 2021년에는 김민서, 남세현 학생이 양봉을 테마로 한 ‘꽃잎의 자외선 무늬와 휘발성 화합물을 이용한 친환경 bee road(벌 전용 길 설계)’ 연구로 한화 사이언스 챌린지 대회에서 금상을 차지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천도현 교사는 “통만 가져다 놓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아이를 키우는 것과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았다. 특히 학교 울타리 안에서 키우는 것이기 때문에 더 조심스러웠다.”라며 학생들에게 지금처럼 꿀벌을 소중히 생각하며 책임감을 갖고 진심으로 돌봐 달라고 당부했다. 

벌통의 꿀을 채밀하는 학생들벌꿀아이스크림을 만드는 학생들

수확한 아카시아꿀과 잡화꿀은 추첨을 통해 학생들에게 선물하고, 일부는  판매하여 얻은 수익금 전액을 그린피스에 기부하였다.수확한 아카시아꿀과 잡화꿀은 추첨을 통해 학생들에게 선물하고, 일부는 판매하여 얻은 수익금 전액을 그린피스에 기부하였다.

꿀 수익 전액 기부활동

  개교 10주년인 지난해, 하늘고등학교는 무한상상과정으로 양봉동아리를 시작해 보자고 의기투합했다. 무한상상과정은 교육과정에서 학습한 지식을 타인을 위해 활용하는 방법을 찾도록 함으로써 지식의 선순환을 이끌어 내는 것이 목표다. 


  꿈열정지원부 부장인 천도현 교사는 “양봉을 통해 꿀벌의 생태와 환경, 생명의 소중함을 생각해 보자는 취지로 양봉동아리를 기획했지만, 학생들이 호응해 줄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다.”라고 떠올렸다. 이 같은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60여 명이 넘는 학생들이 지원해 경쟁률이 치열했다고. 올해도 양봉동아리는 인기가 높았다. 생명공학과 수의학 등 자연계열에 관심이 많은 학생을 비롯해 벌의 군집을 정치 사회 구조와 비교 분석해 보고 싶은 학생, 건축공학에 관심이 있는 학생, 벌이 생산하는 봉산물의 제작과 판매 등 경제경영 쪽을 연구하고 싶은 학생 등 25명의 부원이 5명의 담당교사와 서로의 관심 분야를 나누며 활동 중이다.


  지난해 수확한 아카시아꿀과 잡화꿀은 추첨을 통해 학생들에게 선물하고, 남은 꿀은 판매해 200만 원가량의 수익을 얻었다. 수익금은 올해 초 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에 전액 기부했다. 올해는 지역 소상공인과 협약을 통해 제작한 꿀 쿠키와 교내 바자회에서 꿀 아이스크림을 판매했다. 이를 통해 얻은 수익금 250만 원은 말벌 집 제거와 시민의 안전을 위해 고생하는 지역 소방관들을 위해 기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Mini Talk_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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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은 2학년 학생

  어릴 때 부모님과 양봉장 체험을 다닐 정도로 원래 벌에 관심이 많았다. 내 손으로 직접 벌집 통을 들어서 벌들이 잠자고 있는 모습, 먹는 모습, 바쁘게 날갯짓하며 움직이는 모습을 지켜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밀집해 있는 작은 생명체들은 그 자체로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최근 벌의 군집이 이유 없이 사라지는 원인이 궁금해졌고, 원인 중 하나로 꼽혔던 전자파와의 연관성에 대해 연구했다. 연구 결과 휴대폰이나 라디오와 같은 일상 속 전자파로는 영향이 아예 없었다. 그렇지만 고주파의 경우 어떻게 되는지는 과제로 남았다. 3학년이 되어서도 양봉장 곁을 떠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우리는 밀도(채밀 도구) 경력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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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연 2학년 학생

  어릴 때부터 자연 현상을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과학을 소재로 책을 만들고 싶었다. 양봉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꿈에 한 걸음 다가선 느낌이다. 이번 여름방학 때는 기숙사에 남아서 벌통을 돌보겠다고 자원했다. 마침 벌통을 떠나게 된 여왕벌 한 마리를 선생님께서 돌보게 해주셨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없는 여왕벌은 벌통을 떠나서 오래 살지 못하지만, 열심히 먹이를 주고 배설물을 치우면서 돌봤다. 새로운 여왕벌이 

1주일 정도 지났는데도 벌통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소식에 돌보던 여왕벌을 다시 벌통에 넣어 줄 수 있었다. 정말 기쁘고 뿌듯했다. 앞으로도 생명과학 쪽으로 공부를 계속하면서 작가로서의 꿈을 키워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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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예서 1학년 학생

  입학 초기 도전정신이 넘칠 때 양봉동아리를 만나게 되었다. 원래 벌이나 곤충을 무서워하지만,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동아리를 시작하게 되었다. 다 같이 벌집을 관찰할 때 알을 뚫고 애벌레가 나오는 경이로운 순간을 보게 되면서 벌의 매력에 푹 빠졌다. 또 작은 생명체가 열심히 일하고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도 신기했다. 그래서 원래는 의학에 관심이 많았는데 지금은 기후 위기 같은 환경 이슈에도 눈길이 많이 간다. 정책 입안이나 기술 개발을 통해 환경을 지키는 일에도 관심이 생겼다. 곤충에 대한 두려움도 사라져서 이제는 기숙사에서 ‘방역’을 맡고 있을 정도가 되었다. 앞으로도 계속 양봉동아리 활동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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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은 1학년 학생

  어릴 때 누가 시키지도 않은 곤충 표본을 제작할 정도로 관심이 많았다. 학교에 입학하기 전 영재교육원에서 벌과 관련된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어서 양봉동아리 활동을 꼭 하고 싶었다. 동아리 활동 덕분에 꿀벌에 대한 공포는 사라졌다. 그래도 보호복은 꼭 착용한다. 지금은 꿀벌의 천적인 말벌을 퇴치하는 기계를 만드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꿀벌과 말벌 날갯짓의 파장 차이를 구분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코딩한 뒤 말벌을 쫓아낼 수 있는 이산화탄소를 분사하는 기기를 만들 계획이다. 내년 한화 사이언스 챌린지 대회에 출품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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