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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북중 날뫼북춤동아리 - “신명 나는 춤사위에 스트레스도 저리 가라”

글 _ 편집실 사진 제공 _ 대구북중학교


  20년 넘게 대구지역 전통문화 계승에 앞장서고 있는 대구북중학교(교장 고희전) 날뫼북춤 동아리의 셋방살이 분투기가 끝나간다. 올해 5월 드디어 강당이 완공되는 것. 그동안 인근 학교의 강당을 빌려 써야 하는 열악한 상황에서도 매년 전국대회 수상을 놓치지 않았던 배경에는 한마음으로 서로를 위하는 학생과 교사가 있었다. 새로 지은 강당에서 마음껏 북을 두드리고 뛰어오를 동아리 학생들의 날뫼북춤을 기대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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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으로 전하는 위로 ‘날뫼북춤’

  ‘둥둥둥’ 묵직한 북소리에 맞춰 동작을 맞추다 보면 어느새 마스크 쓴 얼굴은 땀방울 범벅이 된다. 그래도 연습을 멈출 수는 없는 것. 민속예능 중에서도 역동적인 군무인 날뫼북춤은 공연자들이 한 몸인 듯 춤사위를 맞추어야 그 멋이 제대로 살아난다. 안진현(2학년) 학생은 “날뫼북춤은 대구광역시 무형문화재 제2호로서 서구 비산동에서 전승되어 온 북춤으로 북, 꽹과리, 장구, 징, 태평소 등의 연주가 어우러진다.”라고 설명했다. 


  ‘날뫼’라는 말은 한자로 비산(飛山)이라고 쓴다. 비산동의 지명이 여기서 유래했다고 전한다. 옛날부터 서울에서 원님이 부임해 오고 갈 때 날뫼 ‘원고개(원님이 지나가는 길목)’에서 쉬어 갔다고 한다. 한 덕망이 높던 원님의 순직을 안타까워하던 주민들이 지내던 제사가 비산농악의 시작이 되었고, 그중에서도 북이 주를 이루는 부분이 날뫼북춤이 되었다. 열두 개의 북이 한마음으로 두드리는 장단에 원님의 혼이 위로받기를 기원한 것이다.


  변변한 연습실이 없어 근처 초등학교 강당으로 원정을 가거나 주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견디며운동장에서 연습해왔던 세월도 드디어 끝이 난다. 올해 5월이면 다목적강당이 완공되기 때문이다. 동아리를 맡고 있는 류주희 교사는 “날뫼북춤은 동작이 크고 많은 인원이 함께하는 춤인데 그동안 강당이 없어 연습과 대회 준비에 어려움이 많았다.”라며 “좁은 다목적실에서 북을 메고 돌다가 아이들이 기둥에 부딪히면 무척 속상했는데 앞으로는 다칠 걱정 없이 연습에만 매진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대구광역시  무형문화재인 ‘날뫼북춤’을  북소리에 추고 있다.

학생들이 대구광역시 무형문화재인 ‘날뫼북춤’을 북소리에 추고 있다.학생들이 대구광역시 무형문화재인 ‘날뫼북춤’을 북소리에 추고 있다.


인근 초등학교에서 연습하고  있는 날뫼북춤 동아리 학생들인근 초등학교에서 연습하고 있는 날뫼북춤 동아리 학생들


오랜 전통계승이 동아리 자부심

  지난 2000년 창단해 올해로 22년 차에 접어든 동아리는 그동안 각종 민속대회 및 전국날뫼북춤경연대회에서 대구광역시 시장상(2013년), 문화체육부 장관상(2016년) 등 굵직굵직한 상을 받아왔다. 2020년 제19회 전국날뫼북춤경연대회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실력을 입증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등교가 가능한 날이면 모두가 마스크를 단단히 착용하고 다목적실 창문을 활짝 열어젖힌 채 연습에 몰두했다. 24명의 학생이 매주 월요일, 수요일 방과 후 2시간씩 예능보유자 윤종곤 선생의 지도를 받았다. 경상도 특유의 덧배기 가락(굿거리장단), 덩덕궁이(자진모리장단) 등 전통가락과 엎어빼기, 자반득이(반직굿) 등 동작과 대형연습을 하다 보면 다음날까지 힘이 들 때도 있다고. 이시연(2학년) 학생은 “연습을 하다 보면 운동이 되는 느낌이어서 살도 빠지는 것 같다.”라며 연습의 고됨을 웃으며 말한다. 


  윤종곤 선생은 “날뫼북춤은 군무의 특징이 강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배울 때 가장 먼저 협동심과 화합을 배우게 된다.”라며 “유독 어려운 동작이 많아 동작을 익히는 과정에서 끈기 있게 노력하며 이뤄내는 성취감도 느끼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날뫼북춤은 흰옷과 녹색조끼, 상투와 머리띠, 허리춤에 두르는 띠까지 오방색을 복색에 갖추고 공연한다. 그래서 모든 학생이 공연 복장을 갖춰 입는 것도 매우 복잡한 일이다. 게다가 20여 분 동안 무거운 북을 들고 재주를 넘거나, 앉았다 일어서고 다시 북을 들고 돌면서 대형을 만드는 등 마무리 굿을 할 때까지 쉴 틈이 없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에 대해 김민송(2학년) 학생은 “온라인 대회 참가 때문에 영상제작을 할 때 옷을 입고 계속 공연촬영을 해서 힘들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나(2학년) 학생은 “날뫼북춤은 공연하기 전 준비할 때 옷 갈아입고 머리하는 것부터 굉장히 복잡해서 힘들다. 그렇지만 공연이 끝나고 나면 엄청 뿌듯하기 때문에 코로나19가 어서 끝나서 예전처럼 양로원 같은 곳에서 공연 봉사를 하고 싶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한윤주(2학년) 학생도 “연습할 때는 힘든 점도 있지만 어려운 만큼 작품이 완성되면 너무 기분이 좋다.”라고 덧붙였다.


  류주희 교사는 “본인의 열정이 없으면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하기 힘들다.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기 때문에 학생들이 공연복을 갖춰 입고 공연하는 모습을 보면 대견함에 눈물이 날 만큼 뭉클하기도 한다.”라며 동아리 지도의 감동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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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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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진(3학년)

처음엔 그냥 재미있을 것 같아 동아리 활동을 시작했는데 학교생활이 활기차졌어요. 연습하고 나면 그다음 날까지 힘들 때도 있지만 공연하면서 좋은 성과를 냈을 때 굉장히 성취감이 들어요. 대구의 전통을 배울 수 있고 내가 전승하고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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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송(2학년)

날뫼북춤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우리나라의 전통을 이어나간다고 생각하니 자랑스러워요. 국악 관련 전공으로 대학진학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있어요. 대회에 나가서 상을 받을 때 정말 좋아요. 공연은 힘들기도 하지만 힘든 만큼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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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윤주(2학년)

학교생활을 알차게 보내는 것 같아 다른 활동을 할 때도 자신감이 생겼어요. 다양한 국악기를 배우는 것은 좋은데 마스크를 끼고 역동적인 동작을 계속할 때는 너무 힘들어요. 그렇지만 작품이 완성되면 기분이 정말 좋아서 윤종곤 선생님처럼 예능보유자가 되어볼까 생각하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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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연(2학년)

친구들과 함께 활동한다는 것이 좋아서 동아리를 시작했는데 국악 관련 수업을 할 때 자신감이 생기고 재미있어요. 날뫼북춤 장단을 외우는 건 어렵지만 올해는 더 열심히 해서 전국대회에서 꼭 대상을 받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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