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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삼광고등학교 ‘과학봉사동아리’ - 재능기부로 지역사회에 과학의 즐거움 전파

글 _ 이순이 편집장


  삼광고등학교(교장 유기섭) 과학봉사동아리 학생들은 단순히 과학을 공부하고 체험하는 동아리활동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에 과학 재능을 기부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매년 천체관측교실을 운영하고 여러 지역 행사에서 분자요리, 홀로그램 등 특색있는 주제의 체험부스를 마련하는 등 지역사회에 과학의 즐거움을 퍼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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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에 과학 재능을 기부하고 있는 삼광고 과학봉사동아리 학생들과 김주영 지도교사(맨 오른쪽)



분자요리로 탄생한 망고 맛 계란후라이?

  실험실 고기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는가? 동물을 직접 키우지 않고 실험실에서 소의 근육 조직 줄기세포를 배양하여 만든 인공 고기로 환경오염과 자원낭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체육으로 평가받고 있다. 음식의 질감 및 요리과정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새롭게 변형시키거나 매우 다른 형태의 음식으로 창조하는 것을 분자요리라고 한다. 실험실 고기는 분자요리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파주 삼광고 과학봉사동아리도 매년 알긴산나트륨과 젖산칼슘을 이용한 분자요리를 만들고 있다. 유승민(3학년·동아리 부장) 학생은 “알긴산나트륨과 젖산칼슘은 서로 반응을 일으켜 막을 형성하는데, 달걀 노른자위는 망고주스를, 흰자위는 한천 가루를 사용하면 계란후라이를 꼭 닮은 망고 맛 디저트를 만들 수 있다.”라고 소개한다. 선배들로부터 이어지고 있는 분자요리는 동아리 전통으로 자리매김하여 코로나19 이전에는 각종 과학체험 부스에서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과학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단골 소재였다.


  동아리를 지도하는 김주영 교사는 “음식의 레시피가 중요하듯 분자요리도 비율이 중요하다. 선배들이 완성한 황금비율이 후배들에게 보물처럼 전해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여경미(3학년) 학생은 “의정부의 한 학교에서 분자요리 체험 부스를 운영했다. 당시 미숙한 손놀림으로 만들랴 설명하랴 어려움이 컸지만,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큰 관심을 보였고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있다.”라고 전한다. 


분자요리 체험부스를 운영, 망고 맛 계란후라이를 선보이는 학생들(사진= 학교제공)분자요리 체험부스를 운영, 망고 맛 계란후라이를 선보이는 학생들(사진= 학교제공)



과학봉사동아리 학생들이 종이상자를 이용해 만든 천체투영관(사진= 학교제공)과학봉사동아리 학생들이 종이상자를 이용해 만든 천체투영관(사진= 학교제공)



지역 중학생들과 함께하는 ‘별 헤는 밤’ 

 파주 삼광고는 적성면에서 유일한 일반고이다. 12명이 활동하는 과학봉사동아리는 자연스럽게 인근의 초·중학교 아이들에게 과학지식을 나누는 재능기부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특히 매년 학교 외에도 지역 초등학교를 방문, ‘별 헤는 밤’ 행사를 통해 천체관측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은 지난 12월 3일 삼광고 운동장에서 인근 중학교 학생 35명을 대상으로 천체망원경을 이용한 별자리 관측과 별자리 이야기가 가득한 ‘별 헤는 밤’ 행사를 열었다. 


  이규리(3학년) 학생은 “파주지역이 별이 잘 보이기는 하는데, 아이들이 천체관측 기회가 별로 없다 보니 굉장히 신기해했다. 학교에 비치된 5대의 천체망원경을 이용해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운동장에서 겨울철 별자리와 먼지처럼 보이는 안드로메다은하를 관측했다.”라고 소개한다. 유창민(2학년) 학생은 “일반고에서 천체를 관측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 동아리의 가장 큰 자랑”이라며 “천문학이나 망원경에 대해 전혀 모른 채 동아리에 들어와서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선생님과 선배로부터 배우고 때로는 스스로 자료를 찾아가며 망원경의 종류와 원리를 공부해왔다.”라고 설명한다. 중학생 시절, ‘별 헤는 밤’ 행사에 두 번이나 참여했다는 정태인(1학년) 학생은 “처음엔 천체관측에 대해서 별생각 없이 참여했는데, 별 헤는 밤 행사가 너무 놀라웠고 신세계를 경험하는 느낌이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태인 학생은 그때의 경험이 너무 인상적이었다며 지금은 삼광고 과학봉사동아리에서 그때의 놀라움과 신세계를 지역사회의 후배과 함께 나누고 있다고 덧붙였다.



직접 만든 천체투영관에서 보는 별자리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이 교차하던 2020년은 대다수의 학교 동아리가 그러하듯 삼광고 과학봉사동아리도 침체기였다. 2015년부터 교외활동 중심으로 동아리를 운영해 온 탓에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학생들은 과학체험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다. 생활 속에서 체험할 수 있는 천체관측 프로그램을 고민하다 아이디어를 낸 것이 대형 천체투영관이었다. 학생들은 천문대에서 볼 수 있을 만한 크기의 천체투영관을 종이상자를 이용해 직접 제작했다. 높이 180cm의 성인 3~4명이 들어갈 수 있는 이글루 모양의 천체투영관 덕분에 외부활동이 제한된 학생들은 천체관측에 대한 갈망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었다. 이규리 학생은 “코로나로 외부활동이 어려워 직접 나가서 천체관측을 할 수는 없었지만, 천체투영관 안에서 빔을 쏘며 천장에서 별자리를 볼 수 있었다.”라며 가장 기억에 남는 특별한 경험이라고 소개했다. 



천체관측교실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학생들 스스로가 천체망원경을 다룰 줄 아는 것이  필수. 어느덧 반전문가가 된 선배가 후배에게 천체망원경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다.천체관측교실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학생들 스스로가 천체망원경을 다룰 줄 아는 것이 필수. 어느덧 반전문가가 된 선배가 후배에게 천체망원경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다.



  늘 새로운 주제를 찾아 도전하고 있는 삼광고 과학봉사동아리는 천체관측 외에도 그동안 북부기초과학관, 문산청소년문화의 집 등에서 분자요리,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으며 대전국립과학관에서 3D프린터와 충방전회로를 이용한 보조배터리 만들기 체험도 진행했다. 2018년에는 아두이노(다양한 센서나 부품을 연결할 수 있고 입출력·중앙처리 장치가 포함된 기판)를 이용한 스마트 교실 모형을 제작해 경기도 대표로 선발되어 전국대회에서 동상을 받는 쾌거도 이뤘다.


  과학봉사동아리는 학생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유승민 학생은 천체관측 경험이 확장되어 지금은 천문연구원의 꿈을 키우고 있으며 류수빈(2학년) 학생은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막중한 책임감을 경험하고 있다. 부끄러움이 많다는 김아름(1학년) 학생은 행사 발표자로 나서면서 자신도 몰랐던 잠재력을 발견하기도 한다. 


  김주영 교사는 “경기도교육청에서 받은 한 달짜리 천문교육 연수가 계기가 되어 천문지도사 자격증을 따게 됐다.”라며 “우리 아이들도 동아리에서의 다양한 경험이 학교생활, 학업의 동기부여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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