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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동성중학교 책쓰기동아리 ‘삼다(三多)’ 읽고 토론하며 책을 쓰는 아이들

글 _ 이순이 편집장

어른들의 눈높이에서 학생들의 글은 어설프고 미숙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학생들의 글은 결코 미숙하거나 어설프지 않다. 때론 어른들도 생각하지 못한 깊은 사유가 묻어나는 글을 쓰기도 하며 그들의 내면과 성장통을 드러내기도 한다. 청소년기 책 쓰기 활동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내면을 성찰하며 사유의 폭을 넓히고 있는 천안동성중학교 책쓰기동아리 삼다 학생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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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를 좋아하는 글쟁이들

  ‘삼다(三多)’는 책을 사랑하는 학생이 모여 독서와 토론, 책 쓰기를 하는 동아리이다. 2015년부터 책쓰기동아리를 지도해온 한경화(국어과) 교사는 “문해력과 독해력이 부족한 아이들이 국어뿐만 아니라, 다른 과목 공부에도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면서 독서를 기반으로 한 토론수업과 글쓰기를 활용한 창의적 생각 펼치기 수업을 해왔다.”라며 “그러다 책 쓰기 관련 연수를 접하면서 늘 해오던 독서활동에 책 쓰기라는 목표를 만나 불을 지폈다.”라고 설명한다. 


  동아리 첫 시간에 책 출판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고 쓰고 싶은 주제를 토론으로 정한 후에는 각자 쓸 글의 출간계획서를 작성, 검토하고 목차를 완성한다. 글쓰기는 기한을 정해놓고 진행함으로써 목표한 기한 내에 완성할 수 있도록 한다. 인물 설정, 인물의 성격과 배경, 줄거리 생성, 갈등 요소 등 이야기가 지녀야 할 요소들은 글쓰기 과정에서 계속 점검한다. 완성원고는 동아리원끼리 짝을 지어 상호검토하고 1차 수정 보완 후에는 한 교사가 최종검토한다. 한 교사의 지도로 한 명 한 명 글쓰기 능력을 키운 삼다 학생들은 2016년에 꿈, 왕따, 성(性), 이성교제, 가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담아 <열다섯 우리들의 꿈>(저자 책쓰기동아리 삼다)을 출간했다. 천안교육지원청의 책 쓰기 프로젝트에 선정, 예산을 지원받아 학생들은 자비 부담 없이 출간할 수 있었다. 같은 해 한경화 교사는 삼다 학생들의 글쓰기 지도과정을 담아 <중학생 글쓰기를 부탁해>를 펴냈다. 이렇게 시작된 삼다의 책 쓰기 활동은 후배들에게 전통처럼 이어졌고 <글을 쓴다는 것>, <학교에서 만난 기적>, <책을 쓰는 아이들> 등을 펴낼 수 있었다. 



기사 이미지 청소년기 책 쓰기 활동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내면을 성찰하며 사유의 폭을 넓히고 있는 책쓰기동아리 ‘삼다’ 학생들. 손안의 책은 그동안 한경화 지도교사와 삼다 학생들이 펴낸 작품들이다



많이 읽고 많이 토론하며 많이 써보기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글을 많이 읽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삼다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글쓰기에 대한 의지가 강하고 책을 좋아하는 글쟁이들이 대부분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매주 월요일 아침 자율동아리 시간에 도서관에 모여 함께 정해진 책을 읽고 토론을 통해 타인의 생각과 느낌을 공유해 왔다.


  그러나 코로나19로 학교에 사회적 거리 두기와 원격수업이라는 변수가 생기면서 책쓰기동아리 삼다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꾸준히 진행해온 독서와 토론은 자율독서로 전환되었으며 글쓰기 활동은 SNS와 온라인을 통해 글감과 주제를 정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등 대부분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과연 글을 완성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과 조바심이 생겼지만, 서로를 응원하며 글을 써왔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어렵게 세상의 빛을 본 작품이 <책을 쓰는 아이들>이다. 이 책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을 배경으로 한 창작소설부터 친구와의 갈등을 소재로 한 작품, 스페인에서의 도전기를 담은 이야기, 시계를 소재로 한 판타지 소설과 행복한 삶을 위한 고민 등 청소년의 고민과 상상력이 가득 담겨있다.


글쓰기는 삶을 바꾸는 열쇠

  한경화 교사는 “글쓰기는 삶을 바꾸는 열쇠”라고 설명한다. 자신의 삶과 이야기를 글에 담고 그 글을 통해 타인과 교류하고 소통함으로써 자신감을 갖고 삶도 가꿀 수 있다는 것. 


  엄마의 삶과 사춘기를 주제로 글을 쓴 이아현 학생은 “글을 쓰는 동안 엄마의 마음을 이해해 보려고 아침 일찍 일어나 가족을 위해 아침을 준비하고 청소도 해봤다. 이런 경험이 작품을 쓰는 데 도움이 됐다. 작품에는 내가 바라는 엄마의 모습도 투영됐다.”라며 “코로나19로 어려웠지만 이렇게 내 글이 책으로 나와 뿌듯하다.”라고 말한다. 


  주변의 영향으로 친구와 다투게 된 일을 소설로 썼다는 김영성 학생은 “실제 싸움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글을 쓰다 보니 글에 나의 입장만 담겨있더라. 그래서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싸움의 당사자가 아닌 작가의 시선에서 바라보면서 원래 생각했던 원고보다 길어졌지만, 싸웠던 친구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고 친구들도 이 부분을 많이 공감해줬다.”라고 설명한다.


  올해에도 삼다 학생들은 자유롭게 자신의 삶과 이야기에 상상력을 더해 글을 쓰고 있다. 또한, 갈등을 주제로 이미 집필이 마무리된 삼다 학생들의 작품을 다듬어 올해 여섯 번째 책을 출간할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Mini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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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현 3학년

중학교 1학년 때는 생각한 대로 쓰면 글이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글쓰기에 대해서 배우고 이야기가 지녀야 할 요소 등을 익히면서 다른 사람과 같이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삼다에서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누고 글을 쓰면서 ‘공감’하는 방법을 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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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의채 3학년

저는 판타지 소설을 좋아해요. 사람이 아닌 존재(주인공)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통해 아픔을 겪고 견뎌 나가는 과정을 글로 썼는데, 주인공의 감정을 이해하고 글로 표현한다는 것이 무척 어려웠어요. 퇴고 후에 제가 쓴 글을 쭉 읽어봤는데, 참 잘 쓴 글 같아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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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아 3학년

내 생각을 이야기로 펼쳐낼 수 있다는 것이 글쓰기의 매력인 것 같아요. 코로나19로 준비하고 있던 스페인 유학이 물거품이 되면서 스페인 유학 생활을 상상하며 글을 썼어요. 글이 막히거나 자연스럽지 않은 부분은 선생님과 대화하거나 카톡으로 조언을 들으며 고쳐 쓰면서 글을 완성할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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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성 3학년

저는 교사를 하면서 글을 쓰는 어른이 되고 싶어요. 음악이나 미술은 완전히 새로운 창작을 한다는 것에 한계가 있지만, 글은 창의성을 발휘하면 무궁무진한 작품을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세상에 책이 이렇게나 많은데도 불구하고 우린 새로운 작품을 만나면 ‘참신하네’라고 말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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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찬 2학년

책 쓰기는 제 인생에서 첫 경험이며 새로운 도전이예요. 개미를 키운 적이 있는데, 이 경험을 살려서 개미 시점에서 공주개미가 여왕개미로 성장하는 여정을 글로 쓰고 있어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 개미와 관련된 자료를 찾아보며 글을 쓰고 있는데, 완성해서 책으로 꼭 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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