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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18세 선거권 갖게 된 청소년들

“제일 좋은 선거교육은 투표 아닐까요?”

글_ 양지선 기자


  이제 만18세 청소년도 투표를 할 수 있게 됐다.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27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당장 올해 4.15 총선부터 투표일 기준으로 생일이 지난 만18세 청소년 약 14만 명이 선거권을 얻게 됐다. 그러나 선거권을 얻게 된 청소년들의 기쁨도 잠시, 한쪽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서 서울시교육청의 모의선거 교육을 불허하는 등 학교 선거교육의 방향은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고, 일각에서는 청소년이 올바른 정치적 판단을 할 수 있겠냐는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만18세 선거권을 갖게 된 당사자인 청소년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정유정(18)씨와 김윤송(17)씨는 학교 밖 청소년들로 이번 선거권 연령 하향을 주도한 시민단체연합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의 청소년 활동가다. 정씨는 4.15 총선 당일 기준 생일이 지난 만18세로 이번에 처음 투표도 가능하게 됐다.


  “내 권리를 찾기 위해” 지난 2017년부터 청소년 인권단체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는 두 사람은 선거연령 하향을 위해 2018년 지방선거 전 43일간 국회 앞에서 집회하고, 300명의 국회의원을 일일이 찾아갔다. 이번에 마침내 얻게 된 만18세 선거권은 그들이 그토록 외쳐오던 “청소년 참정권의 첫걸음이자 시민으로서의 당연한 권리”였다.


  지난 1월 29일, 서울 양재역 인근에서 청소년보다 ‘청소년 인권단체 활동가’로서의 정체성이 더 강하다는 두 사람을 만나 만18세 선거권에 관한 소감과 기대를 들어봤다.


 김윤송

  정유정



Q. 만18세 선거권이 확정됐다. 소감을 말한다면.


김윤송

처음에는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변화가 서서히 느껴지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이제 다른 사람들에게 청소년 선거권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 구구절절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선거연령이 고작 한 살 하향된 것이지만, 만18세 선거권은 청소년 참정권의 첫걸음이자 시민으로서의 당연한 권리다. 학교뿐 아니라 가정, 일터, 마을 등 어느 곳에나 있는 청소년들을 위한 정책이 정치에서 대변될 수 없다면,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죽음’ 아닐까.


정유정

첫 소감은 ‘진짜 될 줄 몰랐는데, 이게 되네?’였다. 얼떨떨했다. 더 많은 청소년 활동가들이 이번 승리의 기쁨을 오랫동안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선거연령 하향이 아니라 ‘선거연령 제한 완화’라 표현하고 싶다.


Q. 주변 친구들은 어떤 반응이었는지 궁금하다.


김윤송  

당연히 긍정적이다. 투표를 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에 신기해하기도 하고 좋아한다. 학생들 중에도 정치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이 생각보다 많다. 더군다나 만18세 선거권은 ‘나’와 관련된 일이니 더 관심을 가질 수밖에. 2월에 이번 선거연령 하향과 관련해  간담회가 열리는데, 신청한 청소년만 50명이 넘었더라. 청소년들도 이번 만18세 선거권을 계기로 정치와 선거에 관한 관심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것을 확실히 느꼈다.



Q. 선거연령 하향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어떤 과정이 있었나.


정유정

2017년 9월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가 출범했다. 이후로 계속해서 선거연령 하향을 요구하는 집회가 이어져 왔지만, 2018년 지방선거 전 43일간 집회를 했던 것이 가장 이슈가 된 활동일 거다.


김윤송

청소년 운동은 그동안 관심을 받은 적이 많지 않은데, 특히 삭발식 때 언론의 관심이 정말 뜨거웠다. (김씨는 이날 삭발한 당사자였다.) 집회를 마무리한 후 주요 정당과 ‘선거연령 하향 조속 실현’을 위한 정책 협약식을 맺은 성과가 있었다. 이후 300개 의원실을 일일이 찾아가 선거연령 하향에 관해 묻기도 하고, 현판을 달아달라 요청하기도 했다. 청소년 선거권이 그냥 이뤄진 게 아니라, 그 뒤에는 힘들게 싸우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


Q. 학교 선거교육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김윤송

선거법 위반 등 불법적인 행위를 알려주는 것은 필요하지만, 되지 않는 것만 얘기할 게 아니라 가능한 것에 대한 이야기가 부족하다. 모의선거 교육도 논란이 되고 있는데, 직접 투표해보고 겪는 게 제일 큰 교육 아닐까. 청소년 선거권에 관심 있는 나도 총선에서 정당 투표를 따로 한다는 걸 최근에야 알았다. 성인들도 따로 찾아보고 배워서 아는 게 아니라, 해봐서 아는 것 아닌가. 권리를 보장하는 것 그 자체가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정유정

정작 청소년에게 참정권은 주어지지 않았는데 ‘선거할 때 이런 것들을 지켜야 한다.’라고 가르치는 건 크게 와닿지 않는다. 그 시간에 정당가입 연령 폐지나 피선거권 연령을 낮추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웃음).


Q. 학교에서의 선거운동은 어떻게 생각하나.


정유정

선거운동 연령 제한도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해 총선에서 투표권이 있더라도 선거운동 당시 생일이 지나지 않은 만17세라면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이는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후보자가 학교에 와서 청소년에게 직접 투표를 호소하고 선거운동하는 모습도 생각해본다.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광경 아닌가. 여태껏 대부분의 후보자는 청소년의 부모에게 호소했다. 이제 청소년들을 위한 실질적인 공약들이 나오지 않을까.

김윤송

정치인들이 표심을 사기 위해서라도 청소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자세는 선거연령 하향의 큰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Q. 선거연령 하향으로 인해 학교가 정치적 공간이 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시선이 있다.


정유정

소년들은 언제나 정치적 주체였다. ‘스쿨 미투(Me too·나도 당했다)’가 멋있는 점 중 하나는 학생들이 교사의 잘못된 점을 알고 짚었다는 것이다. 보통 청소년이 진보적 성향을 가지고 정치적으로 편향됐다고 얘기하는데, 모든 사람은 편향됐고 그게
자신의 정치적 색깔이다. 청소년에게만 정치적으로 편향됐다고 표현하는 것은 청소년을 얼마나 무정치적 존재로 바라보는지 설명하는 것이다. 이제 청소년이 투표권을 가지는 것이 상식이 될 것이고, 이를 반대하면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가지 못하는 사람이 될 뿐이다.


Q. 청소년 유권자로서 기대되는 정책은 무엇인가.


정유정

다시 한번 청소년 참정권 연령을 더 하향하는 것. 이른 시일 내에는 힘들겠지만, 청소년들에게 힘이 생겼으니 가능할 거라 생각한다. 이외에도 학생인권조례에 강제성을 부여한 학생인권법과 어린이·청소년 인권법,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등이다.


김윤송

아무래도 청소년 인권 관련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탈가정 청소년들을 위한 정책에 관심이 간다. 최근 친구가 지내는 쉼터에 관리 직원이 줄었다고 하는데, 관련 예산이 줄어드는 현실이 안타깝다.


정유정

부모를 피해서 쉼터에 가도 부모동의서를 요구하고, 10시 이후에는 찜질방이나 PC방 출입을 금지해 오히려 더 위험한 곳을 떠돌기도 한다. 보호라는 이름으로 제한하고 금지하는 것은 임시방편 아닐까. 청소년이 직접 청소년을 위한 법안과 정책을 만드는 데 관여할 수 있게 된다면 더 나은 정책이 만들어질 거라 생각한다.


Q. 그렇다면 바라는 후보자 상은?


정유정

국회가 국민을 대변했으면 좋겠다. 국민의 반이 여성이면 국회의원의 반이 여성이어야 하고, 국민 100명 중 3명이 농부라면 국회의원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누구나 국회의원으로 출마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정당들은 엘리트, 혹은 화제가 될 만한 사람들을 내세운다. 남들 보기에 보잘것없어도, 진짜 내 삶을 대변할 수 있는 후보자를 원한다.


김윤송

물론 공약도 보겠지만, 그것만으로 후보자를 선택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 사람의 역사를 보고, 과거의 잘못이 있더라도 이를 어떻게 성찰하고 고쳐왔는가를 살필 것 같다. 또, 약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태도가 되어있는지도 중요하다.


Q. 만18세 선거권이 이끌 변화에 대한 앞으로의 기대와 바람은.


김윤송

청소년 인권 운동의 인지도가 더 올라갔으면 좋겠다. 대중에게 청소년 운동이란 것이 존재하고, 청소년들에게 제한된 권리가 아직 많다는 걸 많은 사람이 다시금 주목해줬으면 좋겠다. 이번 만18세 선거권도 굉장히 오랜 시간 걸린 성과였단 것이 많이 알려졌으면 한다.


정유정

이제 청소년에게도 선거권이 있으니 요구사항들이 정책으로 반영됐으면 좋겠다. 선거연령이 더 낮아진다면 이제 국회의원들이 고등학교 입학식에 ‘입학을 축하합니다.’라는 플래카드 하나씩 걸지 않을까?(웃음) 앞으로 정치인들이 더 청소년들의 눈치를 보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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