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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과 소통이 있는 거꾸로교실

글  한수인 신탄진고등학교 교사



[ 고3 수업에서는 모둠별로 서로 다른 내용을 재구조화하여 설명 자료를 제작하고, 서로 다른 모둠에 가서 설명하는 방식의 수업이 이뤄졌다.(2019 교육활동 사진) ]


  거꾸로교실은 학생들과의 관계 개선에 도움을 주고 즐겁고 재미있는 수업을 만든다. 수업 시간이 즐거워지니까 학교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고 다음에는 아이들과 어떤 수업을 해 볼까 항상 기대가 된다.


  거꾸로교실 수업 모형은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서로 설명하고 다양하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다 보니 고등학교에서도 이런 수업이 가능한지에 대한 질문을 종종 받는다. 아이들끼리 웃고 떠드는 수업이 과연 공부가 될까 하는 시선도 있고, 고등학교 3학년은 EBS 수능특강 교재로 대부분 수업을 하기 때문에 다양한 수업을 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고등학교 1, 2, 3학년 수업을 모두 거꾸로 수업으로 진행했는데 결론은 고3이기 때문에 더 거꾸로 수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먼저, 아이들의 학습 속도가 다르므로 일방적인 강의만으로는 내용이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않는다. 학생들이 자신의 속도로 디딤영상(교사가 직접 제작한 강의 영상)을 시청하고 각자 필요할 때 영상을 멈춰서 필기도 하며 원하는 만큼 반복해서 시청할 수 있어서 내용을 훨씬 잘 이해할 수 있다. 강의를 들으며 궁금한 것은 온라인(팀버스 어플)과 오프라인으로 언제든 질문할 수 있다. 고3 수업을 할 때 디딤영상이 있어서 도움이 됐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다. 영어 수업은 거꾸로 수업을 하니 학원을 다닐 필요가 없다는 어떤 학생의 말에 감동을 받기도 했다.


  물론 거꾸로 수업이 장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먼저 아이들과 만나기 전에 미리 준비할 것이 많다. 디딤영상을 촬영해서 공유하고, 수업 시간에는 어떤 학생 중심활동을 할지 미리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업 시간에는 학생들이 짝과 함께 또는 모둠으로 학습내용을 자신의 말로 정리하고 공부하기 때문에 교사의 역할은 적다. 사실 교사의 역할이 적을수록 아이들에게 공부가 되고 기억에 남는 수업이 된다.

  고3 수업은 수능특강 교재로 수업을 하기 때문에 주로 모둠별로 내용을 재구조화하여 4절지에 정리하고 서로 다른 모둠에 가서 설명하는 방식을 자주 했다. 별도의 학습지가 필요 없는 수업 방식이라 자신이 맡은 부분을 설명하고 다른 친구들의 설명을 듣고 나서는 각자 코넬노트에 체계적으로 내용을 정리하게 했다. 코넬노트는 자신의 노트에 글의 주제, 단어, 내용 구조화, 심화 과제 등을 정리하는 것으로, 시험 기간에 그동안 배운 내용을 복습하는 데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코넬노트를 처음 작성할 때는 낯설어했지만 곧 아이들이 다른 과목에도 새로운 정리 방법을 적용하여 꾸준히 활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온라인 개학도 거꾸로 수업으로 OK

  2020년은 많은 교사들에게 도전과 혼돈의 해로 기억될 것이다. 기존에 거꾸로 수업을 해왔던 선생님들은 강의 영상 제작에도 익숙하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학생들과 소통을 해왔던 터라 부럽다는 시선도 받았다. 하지만 거꾸로 수업을 하는 선생님들의 걱정은 훨씬 더 컸다. 다른 수업 모형과 마찬가지로 거꾸로 수업도 오프라인에서 소통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이다. 언제 등교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고3 학생들은 얼마나 불안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온라인 개학에 앞서 3월 초에 팀버스(미래교실네트워크와 연동되는 교육용 어플)를 개설하고 얼굴도 모르는 학생들을 초대했다.

  팀버스에 몇 가지 오리엔테이션 영상(협업을 강조하는 애니메이션, 동기부여 영상)을 올리고 댓글을 통해 학생들과 인사하고 소통했다. 그리고 나서는 본격적으로 온라인 수업을 시작했다. 디딤영상과 함께 강의 내용을 봐야 답할 수 있는 질문을 제시하고 비밀 댓글을 작성하게 했다. 강의 내용에 질문이 있을 때는 공개 댓글이나 채팅을 통해 질문하고 답을 했으며, 이를 통해 학생들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다.

  4월에 온라인 개학이 시작되면서 더 다양한 과제와 미션을 제시했으며 학생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게 되었다. 온라인 수업에서 제시한 과제 중 질문 만들기, 핵심 단어 5개 쓰기는 등교 개학 후 대면 수업 활동으로 연계했다. 온라인 수업에서 친구들이 만들었던 질문에 자신의 답을 작성하여 돌려주고, 미리 선정한 핵심 단어를 이용해서 내용을 재구조화하는 활동이다.

  온라인 수업이 있었기 때문에 대면 수업 활동이 더 깊이 있고 다양해졌다. 온라인 수업에서 가장 큰 고민은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 부분이었는데, 재능기부를 할 영어학습기획단을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로 선정하여 몇몇 학생들과 함께 팀을 구성했다. 다른 친구들에게 공유할 자료를 만들고, 온라인 수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나누고, 회의를 통해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수업 방향을 정할 수 있었다. 3~5월 간 이뤄진 온라인 수업을 돌아보니 강의 제공뿐 아니라 설문조사, 퀴즈, TED 강의, 팝송 수업, 줌을 활용한 실시간 쌍방향 수업 등 다양한 형태의 수업을 진행했다.

 

 

 
[ 팀버스 어플은 강의 관련 영상이 업로드되고, 학생들과 자유롭게 소통하는 공간이 된다. ]



온라인 수업의 수행평가는 어떻게?

  고2 수업은 전체 플랫폼이 네이버 밴드로 정해져서 밴드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서 수업을 진행했다. 등교 개학이 자꾸 연기되어 수행평가 비율과 항목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온라인 수업 시간에 수행평가를 실시하면 아이들이 학교에 왔을 때 오히려 부담이 적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온라인 수업이어서 할 수 없는 것 말고 온라인 수업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 영어 말하기 수행평가를 실시하기로 했다.

  학교에서 수행평가를 하겠다고 하면 성적과 관련되기 때문에 아이들의 질문이 매우 구체적이고 다양하다. 그래서 라이브방송으로 수행평가 방법과 채점 기준을 설명하고 아이들의 질문에 대해 즉각적으로 대답을 했다. 온라인 수업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이 외부의 도움이라서 내가 그 외부의 도움이 되기로 했다. 자신의 진로 분야나 흥미 있는 분야에 대한 원고작성, 인터뷰, 추가 질문 등 3단계 수행평가에서 내가 작성한 원고 샘플을 제시했다. 아이들이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작성할 수 있지만 영작이 어려운 친구들을 위해 빈칸만 채워서 작성해도 되는 원고 양식을 제공했다.

  밴드 라이브 방송 후 원고를 바로 작성하고 3일 후에 원고를 제출하게 했다. 인터뷰 하루 전날에는 그룹을 나누어 순서를 정하고 30분 단위로 다른 줌 회의링크를 만들어서 밴드에 공지했다. 드디어 인터뷰 당일, 첫 줌 수업이 수행평가라 문제가 없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평가에 반영되다 보니 아이들이 약속된 시간에 잘 참여하고 매우 진지한 자세로 집중했다. 인터뷰 과정은 먼저 원고를 보고 읽게 했는데, 그 이유는 줌 상황에서 원고를 보고 읽는지 혹은 외우는지 구분하기 어렵고, 대부분의 아이들이 영어 원고를 외우는 데 두려움이 컸기 때문이다.

  외워서 말하는 것은 교사인 나도 스트레스를 받는 부분이기도 하다. 원고를 읽고 나서는 아이들의 원고 내용에 맞게 즉석에서 다양한 질문을 2개 했는데, 추가 질문을 통해 아이들과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고 변별력을 높일 수 있었다. 온라인 수업 시간에 수행평가를 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걱정하는 분들이 많았지만 역시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과 대화를 하고 피드백을 하는 동안 일대일로 더 밀접한 얘기를 나누는 느낌이었고, 수행평가이다 보니 아이들이 더 집중해서 참여했다.

  미래교실네트워크(www.futureclassnet.org/index.do)에 접속하면 전국 또는 해외에서 거꾸로 수업을 하시는 선생님의 다양한 수업 활동 자료를 공유받을 수 있고, 지역별 오프라인 모임 정보를 알 수 있다. 오프라인 모임은 자율적인 연수 형태로 매번 새로운 주제로 실제 수업하는 선생님들의 사례를 듣고 실제 체험하거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네이버 밴드에 만든 2학년 학생들의 온라인 영어 학습방 ]


[ 온라인 개학 중 이뤄진 원격수업 ]


[ 매 수업이 끝날 때마다 학습한 내용을 각자 코넬노트에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정기적으로 검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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