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행복한 교육

윤종배 서울 중평중학교 수석교사

소통하고 협력하는, 역사수업의 길을 찾다

글_ 김혜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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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완벽한 수업은 불가능하다.”라는 윤종배 수석교사는 매년 10여 차례 공개수업을 하며 수업을 공유해 오고 있다.]


  윤종배 수석교사는 ‘소통하고 협력하는 역사수업’을 지향한다. 수업 시작종이 울리면 학생들에게 ‘뭐했더라?’ 질문하면서 지난 시간에 배운 것을 일깨워주고, 짝꿍에게 교과서를 읽어주고, 가르쳐 주는 활동을 거치면서 학습효율은 더욱 배가된다. 서울 중평중 3학년 8반 아이들의 역사수업 현장 속으로 ‘한걸음 더’ 들어가 본다.


  “일제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세금을 더 많이 거두어들이고, 일본인이 손쉽게 토지를 가질 수 있게 하기 위해 1910년부터 1918년까지 토지조사 사업을 실시했어.”

  이제욱 학생이 짝꿍인 박소정 학생에게 교과서 49쪽의 내용을 설명해준다. ‘동양척식주식회사, 일본인 지주, 소작인, 회사령(1910).’ 제욱 학생은 이날 수업의 핵심 주제어들에 일일이 동그라미를 치며 소정 학생에게 자상한 설명을 이어간다. 이번에는 소정 학생 차례. 50쪽에 기술된 ‘105인 사건’ 등의 내용을 또박또박 읽으며, 옆자리의 친구에게 곧 공부하게 될 핵심어들을 가르쳐준다.

  9월 25일 서울 중평중학교 3학년 8반 3교시, 윤종배 수석교사의 한국사 수업이 한창이다. 이날 배울 단원은 ‘일제의 무단통치와 토지조사 사업.’ 윤 수석교사는 먼저, 지난 시간에 ‘뭐했더라?’ 질문하는 것으로 수업의 시작을 알렸다.


친구끼리 가르쳐 주고, 개념잡기 본격 출발!


  “첫 번째 질문, 항일 의병운동 중에서 해산된 군인들이 적극 참여한 것은?”

  “정미의병.”

  학생들은 서둘러 지난 시간에 배운 정답을 활동지에 채워갔다. 다함께, 오늘 공부할 내용의 낭독에 이어 학생들이 직접 ‘역사의 현장 속으로’ 들어가 보는 시간. 윤 수석교사는 이제욱·박소정 학생의 앞의 예시처럼, 이 시간을 ‘친구끼리 가르치기’ 활동으로 구성했다. 이 ‘친구끼리 가르치기’는 윤 수석교사가 매 차시마다 운영하는 활동 중 하나다. 윤 수석교사는 “교과서의 내용을 읽고, 자신이 해당하는 부분의 핵심 주제어들을 상대방에게 알려주는 등 계속해서 이어지게 될 개념잡기나 수업 후반부의 모둠활동을 위한 사전준비 역할도 겸하게 된다.”라고 소개했다.

  뒤를 잇는 ‘개념잡기!’는 활동지의 빈 칸을 채우거나 문장을 완성하면서 이날의 학습내용을 익히는 시간이다. 윤 수석교사는 국권을 강탈한 일제가 식민통치의 최고기구인 조선총독부를 설치한 이야기, 또 1910년대 일제가 헌병경찰 제도를 통해 우리 민족을 무력으로 억누른 ‘무단통치’ 등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두 번째의 개념잡기에서는 정치, 문화, 탄압 등 일제가 저지른 무단통치의 실상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덧붙여진다.

  이날 세 번째로 배워야 할 개념은 ‘토지조사 사업과 산업의 침탈’에 따른 일제의 경제적 수탈. 표면적으로는 근대적 토지소유 확립이었지만, 실제적인 목적은 토지약탈이었음을 윤 수석교사는 학생들에게 설명한다. 러일전쟁에 사용될 물자를 실어 나르기 위해 일제가 조선인 강제동원으로 건설한 철도망에 대해서도 소개가 된다. 마지막으로 배울 내용은 1910년대의 독립운동, 일제가 독립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조작한 105인 사건, 만주에서 독립운동에 참여했던 신흥무관학교 등에 대한 소개도 이어진다. 

  매 차시마다 ‘소통하는 협력수업’을 지향하는 윤 수석교사의 수업은 이 ‘개념잡기’ 활동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활동지의 각 주제 문항마다 핵심어가 들어가야 할 부분은 빈 괄호로 두어 학생들이 직접 채워 넣도록 한다. 학생이 발표할 때에도 윤 수석교사만의 원칙이 따른다. 간단명료한 대답이 요구되는 질문은 번호 순으로, 의사표현이 요구될 때는 지목하는 대신 발표를 학생의 자유의사에 맡긴다.


소통하고 협력하며, 질문을 품다


  “역사수업의 목적은 미래역량을 가진 민주시민의 양성이기도 해요. 민주주의의 기초인 토의와 토론수업을 통해 경청에 대해 배우게 되죠. 또 선조들의 지혜를 거울삼아 다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삶에 대해 배우는 시간이 바로 역사수업이라고 할 수 있죠. 최근 들어 소통하고 협력하는 역사수업이 더욱 중요해진 이유입니다.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아이들이 머리를 맞대면 사고가 더 깊어지고, 이야기는 더 충실해집니다.”

  학문의 의미는 곧 ‘물음’이라는 말처럼, 수업에서 질문은 무척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윤 수석교사의 이번 수업 또한 강의-발표-질문이 상호작용하면서 학습의 효율성을 높이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강의하는 가운데 질문이 이뤄지고, 학생들의 말이나 발표는 공식화하여 직접 칠판에 적어 놓는다. 선생님의 질문에 학생들은 제각각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고, 때로는 다른 답을 찾아내기도 한다. 윤 수석교사는 “교사의 질문이 아닌, 학생들의 질문은 교사가 수업시간의 진도를 가늠하고 결정하는 데에도 매우 유용한 요소”라면서 질문을 품은 역사수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학생의 눈높이에 맞춘 수업도 윤 수석교사로서는 늘 강조하는 대목. 이번 차시에서 소개되는 핵심어인 ‘무단’과 ‘수탈’처럼, 학생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한자말들은 한 자 한 자, 그 뜻풀이를 직접 설명해 주곤 한다.

  “역사수업은 역사의 기본적 사실, 인물, 그 시대의 상황을 학생들에게 정확하게 알려주어야 합니다. 학생들에게는 역사에 대한 길안내가 필요하기 때문에 교사의 강의가 간과되어서도 안 돼요. 교사의 강의가 일차적인 바탕이 되고, 이를 토대로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이야기와 생각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토의·토론 등 다양한 활동영역으로 점차 진전시켜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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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평중 3학년 학생들과 윤 수석교사]


“좋은 수업은 의미+재미+흥미 충족해야”


  다시 3학년 8반의 역사수업 시간. 활동지의 마지막 순서인 ‘한걸음 더’ 나아가 생각해보는 시간으로 꾸며진다. 앞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모둠원들과 의논하면서 생각을 키우는 활동이다. 이날 윤 수석교사가 준비한 질문은 ‘조선총독부 건물을 어찌할 것인가?’다. 학생들의 선택지로는 ‘철거, 보존, 제3의 대안’ 등 3가지가 각각 제시됐다. 그런데 세 가지 방식 중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학생이 압도적으로 많았다(윤 수석교사는 다른 반 수업에서는 ‘철거해야 한다’가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귀띔했다). ‘보존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한 학생은 “그것을 보고 다시 되새기며, 다시는 그러한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란다. 바로 옆 친구는 “우리나라 역사의 한 장면이므로 보존해야 한다.”라고 적었다. 잠시 후 ‘철거해야 한다’에 한 명이 손을 번쩍 들었는데, 그 이유를 들어보니 “일제 잔재를 보면 기분이 나빠서”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공개수업은 중간고사를 한 주 앞둔 시점에 진행이 됐다. 이로 인해 학생들의 생각을 키우는 토의토론 등 모둠활동은 이전 차시 단원들에서처럼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못했다며 윤 수석교사는 아쉬움을 전했다. 시간이 더 확보되었다면, 마지막 활동과제에서는 ‘내 생각쓰기, 짝 생각쓰기, 우리 모둠 생각쓰기, 다른 모둠 발표적기, 마지막 내 생각쓰기’ 등 학생들이 다양한 갈래의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이끌어갈 수도 있다고.

  올해로 교직 30년차를 맞이하는 윤 수석교사는 저서 <역사수업의 길을 묻다>에서 부임 초기에 종종 운영하던 극화학습을 학습효율도 높고,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았던 수업으로 꼽고 있다. ‘통일신라 모의재판’에서처럼 학생들이 각자 찬성과 반대 입장을 극화하여 형식의 재미를 느끼게 한 수업방식이었다. 현재로서는 수업시수 때문에 운용하기 어려운 환경이지만, 일부 제한적인 극화학습에 대한 꿈은 여전히 놓지 않고 있기도 하단다.

  “좋은 수업은 재미와 의미, 그리고 흥미를 모두 충족시켜야 합니다. 재미만 강조하는 아기자기한 수업으로는 5분을 채 넘기지 못하더라고요. 요즘엔 주로 학습내용과 연계되는 재미있는 사진과 영상 등 학생들의 흥미를 끌 만한 사료들을 탐구 중입니다.”

  해마다 연중 10여 차례 공개수업에 나서는 윤종배 수석교사는 “누구에게나 완벽한 수업은 불가능하다.”라고 전제한다. 다만 혼자가 아닌, 서로 수업을 공유하다 보면 더 개선할 수 있게 된다는 생각이란다. 10여 년 전부터 “누군가 먼저 하지 않으면 아무도 끝내 하려 하지 않을 것 같아서” 역사수업 공유에 일찌감치 팔을 걷어붙인 이 영역의 개척자이기도 하다. 윤 수석교사는 지금까지 <역사수업의 길을 묻다>(2018), <나의 역사 수업>(2008), <5교시 국사시간>(2005), <놀면서 배우는 신나는 국사시간>(2003) 등 역사수업과 관련한 여러 권의 저서를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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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완성한 세계사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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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수석교사는 지금까지 <역사수업의 길을 묻다>(2018), <나의 역사 수업>(2008), <5교시 국사시간>(2005), <놀면서 배우는 신나는 국사시간>(2003) 등 역사수업과 관련한 여러 권의 저서를 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