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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수완초등학교 ‘지속가능발전교육(ESD)’

지구를 지키는 작은 실천 ‘녹색커튼’
“우리학교 자연 친구를 소개합니다”

글_ 이순이 편집장


[ “무럭무럭 자라렴.” 수완초등학교에 조 성된 수세미 녹색커튼을 아이들이 관 찰하고 있다.]

  ‘푸르름’은 거대한 생명력을 지녔다. 광주 도심에 위치한 수완초등학교(교장 황창녕)는 열섬화 현상에 과대, 과밀학급으로 인해 교사(校舍)를 증축하면서 교내외에 녹지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다. 이런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학교는 작두콩을 재배하여 건물 외벽에 녹색커튼을 만드는가 하면, 상자텃밭을 이용해 여러 가지 작물을 재배하며 1,800여 명이 훌쩍 넘는 학생들과 자연 친화적이면서도 지구를 지키는 작은 실천들을 이어나가고 있다. 수완초 지속가능발전교육(ESD) 속으로 들어가 보자.


매일 만나는 우리학교 식물들···

  큼지막한 상자텃밭에 가지, 오이, 상추, 고추, 케일, 양배추, 들깨, 토마토 등 갖가지 작물들로 가득 찼다. 예쁜 꽃들도 교내 화단이 아닌 상자텃밭에서 친구들을 맞는다.

  수업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1학년 30여 명의 아이들이 우르르 화단 앞으로 쏟아져 나온다. 주렁주렁 매달린 방울토마토를 신기한 듯 바라보는 아이에서부터 제 몸의 무게를 견디기 어려운지 축 늘어진 오이를 바라보며 톡톡 건드려보는 아이, 고춧대에 서로 크기가 다른 고추들이 대롱대롱 매달린 것을 유심히 관찰하는 아이 등등 평범했던 상자텃밭이 순식간에 생태학습장으로 변했다.

  요리조리 관찰한 내용은 광주광역시교육청에서 개발해 각급 학교에 배포한 자연관찰 학습지 ‘빛고을 초록사랑’에 빼곡하게 기록한다. 자연의 신비로움을 기록하는 여덟 살의 눈빛은 매우 매섭고, 그림을 그리는 손은 분주하다.

오늘은 우리 반 유기농 쌈밥 먹는 날! 

  자연관찰을 끝낸 1학년들이 교실로 사라지자 이번에 4학년들이 상자텃밭 앞으로 모여들었다. 씨앗을 심어 모종을 기르고 텃밭에 옮겨 키워낸 작물들이 어느덧 먹음직스럽게 자란 것이다. 오이줄기가 상할까, 상추가 꺾일까 조심하며 정성스레 길러낸 상추와 오이를 요령껏 수확한 아이들이 깨끗하게 씻은 후 상자텃밭 앞에 돗자리를 깔고 자리를 잡았다. 자신들이 길러난 상추 위에 학교에서 준비한 밥과 쌈장을 얹어 크게 쌈을 싼다. 그 맛은 상상 이상이다. 4학년 2반 박한별 학생은 “우리가 길러낸 상추로 쌈을 먹으니 다른 반찬이 없어도 너무 맛있다.”라며 “오이를 처음 먹었는데, 아삭아삭 맛있다.”라고 말한다. 

  강보준(4학년 2반 담임) 교사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학교 숲을 조성하여 생태연못, 상자텃밭 등 생태·환경교육을 해오고 있다.”라며 “장소는 협조하지만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여러 가지 작물을 재배하고 있으며 등교시간, 중간놀이 시간, 점심시간, 하교시간을 이용해 식물이 커가는 과정을 관찰하고 직접 수확하는 체험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경험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 상자텃밭에서 수확한 상추와 오이]


[ 상추에 밥과 쌈장을 얹어 “꿀꺽~”]

녹색커튼을 아십니까?

  수완초는 상자텃밭과 더불어 올해 2년째 작두콩의 한 살이를 통해 생태·환경교육을 하는 ‘녹색커튼과 함께 커가는 ESD 역량강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녹색커튼은 건물 외벽이나 터널형 시설물에 나팔꽃, 수세미, 여주, 작두콩 등 덩굴식물을 심어 그 잎과 줄기가 건물에 커튼 형태로 드리우게 만드는 기법으로 건물 외벽에 조성된 녹색커튼은 증산작용과 그늘 효과가 있어 여름철 실내 온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학교는 30m 정도를 화단으로 조성하고 화단에서부터 건물 꼭대기까지 밧줄로 연결하였다. 지난해에는 무더위 속에서 작두콩이 4층 높이까지 올라와 건물 외벽을 초록색으로 가득 채웠다. 올해에는 작두콩 녹색커튼 외에도 병설유치원 앞에 수세미를 키워 터널형 녹색커튼을 조성하고 있다. 황창녕 교장은 “단순한 재배를 넘어 지속가능발전교육을 교육과정에 접목함으로써 전 학년에 걸쳐 ESD 역량을 키우고 있다.”라며 “건강한 세계시민으로 자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라고 설명한다.

  학교에서 이뤄지는 모든 활동은 수업과 연계될 때 그 효과가 극대화되는 법. 수완초는 교육가족의 ESD 역량 강화를 위해 광주광역시교육청, 광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 등과 지속가능발전교육(ESD), 배움중심수업 등 연수를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최규식 교감은 “광주지역에 녹색커튼을 조성한 학교가 10곳 정도 되는데, 그중에서도 우리 학교는 학년별로 녹색커튼(작두콩) 교육과정을 두고 있다.”라고 말한다.


[ 건물 외벽을 가득 채운 작두콩 커튼]

콩콩 뛰는 작두콩 (최수아)

작두콩 새싹이 콩!
하늘을 보았네.

새싹이 줄을 타고 쭉쭉 올라가네.
마치 계단을 올라가듯 콩콩 뛰기도 하네.

줄을 타고 올라가 작두콩이 콩! 하고
소리지면서 열매가 콩! 하고 나오네.

열매가 커지고 또 커져서
바닥에 콩!
얼른 도망가 버려야지!



녹색커튼과 수업이 만났을 때! 

  1학년은 씨앗의 성장과정을 관찰하고 그림으로 기록하며 식물이 자라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경험 속에서 배운다. 2학년은 나뭇잎, 씨앗을 비롯해 가을 열매를 관찰하며, 3학년은 작두콩을 소재로 시를 짓기도 하고 캐릭터를 그리는 미술활동과 연계하고 있다. 4학년은 식물의 한 살이를 작두콩의 생애를 통해 관찰하며 식물도감을 만든다. 그 과정에는 식물이 자라는데 필요한 조건이나 열매의 변화, 식물의 특징 등이 총망라되어 있다. 녹색커튼과 실내 온도의 변화에 대한 부분은 5학년 과정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여기서 한발 나아가 식물의 구조와 기능, 친환경 생산에 대한 보람도 경험할 수 있다. 6학년은 실과수업을 통해 텃밭에서 작물재배의 전 과정을 경험한다.   

  이처럼 전 학년이 학년별 눈높이에 맞춰 작두콩의 한 살이를 경험하는 것이다. 녹색커튼(작두콩)이 교육과정과 만나면서 아이들의 감수성이 폭발한다.


[ 텃밭의 작물을 관찰하고 있는 1학년들 - 1]


[ 텃밭의 작물을 관찰하고 있는 1학년들 - 2]

 생태교육이 나눔으로 이어지기까지 

  일명 ‘녹색커튼 프로젝트’의 완성은 작물의 수확과 그 수확의 기쁨을 ‘나눔’으로 실천하는 성숙한 마음에 있다. 프로젝트의 마무리 단계에서 수확한 작두콩을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지 학생들의 의견을 모았고, ‘기부’라는 좋은 일에 쓰자는데 뜻을 모았다. 당시 6학년생은 광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에서 주관한 ESD박람회에서 재배한 작두콩을 차로 만들어 판매했으며, 로컬푸드와 공정무역 등을 포함하여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 대해서도 홍보하였다. ESD박람회에서 학생들이 작두콩을 판매해 얻은 수익금은 70여만 원 수준. 이후 학생회에서 3일간 ‘사랑의 저금통’ 모으기 행사를 추가로 진행해 백여만 원을 모금하였고 이를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에 전액 기부하였다.

  최규식 교감은 “녹색커튼, 상자텃밭 등 생태교육을 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지속가능발전교육을 몸으로 익힐 수 있게 됐다.”라고 말한다. 이런 영향으로 수완초 학생들은 자연 친화적이면서도 지구를 지키는 작은 실천들을 이어가고 있다.

  수완초는 녹색커튼 외에도 STEAM 선도학교, 다가치 그린 등의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지구를 위한 행동 ‘줄이면 보여요!’라는 주제로 ESD-STEAM도 개최했다. 학부모회를 비롯해 국제기후환경센터, 광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 등 15개 시민단체가 함께 하는 뜻깊은 자리였다. 아이들은 이 축제를 통해 1주에 1회 채식하기, 자전거 이용하기, 소중한 물, 친환경 에너지, 자원 재생 등을 배우고 지구를 위한 작은 실천을 다짐했다. 학교 생태동아리 ‘초록사랑부’에서 활동하는 5학년 6반 이예준, 김도훈 학생은 “소중한 지구를 지키기 위해 ‘일회용품 사용하지 않기’를 실천하고 있다.”라고 귀띔한다.

  배움은 삶으로 이어질 때 더욱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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